협상의 즐거움 (정민나 시집)

협상의 즐거움 (정민나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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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정민나 시인의 세 번째 시집『협상의 즐거움』. 이 시집의 중요한 코드는 '상실'이다. 시인이 상실한 것은 고향이지만 이는 없어지거나 사라지는 상실이 아니라 잃어버린 것을 나타내는 상실이다. 개발로 인한 상실이기 때문에 생각의 전환만 가져오면 치유가 가능한 상실로, 상실의 배후와 과정, 상실의 결과로 인한 파괴를 저주하거나 증오하지 않고, 복원의 의미로써 과거 지향적인 인식을 갖는 생태학적 노래도 부르지 않는다. 다만, 상실은 주관적 경험 맥락에 의해 형성된 심리 상태이기에 그저 무덤덤하게 상실 속에서 또는 상실인지도 모르고 살아가는 존재들 속에서 시를 통해 증언한다.
저자

정민나

동국대예술대학원문예창작과와인하대일반대학원한국학과를졸업했다.「정지용시의리듬양상연구」로문학박사학위를받았고현재인하대학교프런티어학부강사로재직중이다.1998년「현대시학」으로등단하여지금까지주요저서로는「꿈꾸는애벌레」,「E입국장12번출구」,「협상의즐거움」등의시집과「정지용시의리듬양상」,「파동이신체를주파한다」등의시론집이있다.그밖에「시가있는마을」,「점자용이야기가있는시창작교실」등의저서가있다.

목차

1.유리섬
유리섬─판정_______10
유리섬─크린_______12
눈송이통신_______13
유리섬─소독차가지나간자리_______14
유리섬─살구나무7층_______16
유리섬─초대_______18
유리섬─공룡을조립하는아이_______20
유리섬─인공누액_______21
꽃핀연안부두_______23
유리섬─어떤소요_______24
유리섬─내비게이션_______26
유리섬─모노레일_______28
유리섬─우박_______29
유리섬─타샤의정원에서_______31
유리섬─단절_______32
유리섬─일출_______34
유리섬─입춘_______36

2.생명의거미줄
유리섬─拮抗_______46
유리섬─아랫말고인돌군을지나다_______48
장수풍뎅이_______50
인상유삼저印象劉三姐_______52
유리섬─구제역_______54
유리섬─SNS_______55
유리섬─대기실에서_______57
유리섬─무녀도_______58
유리섬─엘리뇨침식_______59
유리섬─유빙이떠내려오는시간_______60
유리섬─이방인놀이_______61
카오스고양이_______62
유리섬─만국기다는사람_______64
유리섬─그녀의오락_______66
유리섬─구름인터렉티브_______68
유리섬─태풍이지나가는자리_______70
유리섬─폭죽_______71

3.사람들
유리섬─협상의즐거움_______74
유리섬─모래내시장_______76
단양_______78
장수천엘리베이터_______79
유리섬─링거_______81
유리섬─분실_______82
유리섬─천칭자리_______83
유리섬─한파몸살_______85
유리섬─명료한진창_______86
월풀,투모로우랜드_______87
유리섬─야영_______89
오각선반그여자_______90
개심사가는길_______92
계명誡命공원_______94
유리섬─그먹물버섯_______96
모래준설파이프,그사내_______97
심천으로가는길_______99
유리섬─유동갯마을_______101
사려니숲_______103
유리섬─포옹_______105

□해설
상실의민낯과민낯이가진섬세한감각|하린(시인)_______108

출판사 서평

상실의민낯과민낯이가진섬세한감각
차별화된개성으로형성된독특한언어적무늬!

정민나시인의세번째시집『협상의즐거움』을읽는중요한코드는바로상실이다.상실은잃어버리는일,없어지거나사라지는일을뜻한다.자연스럽게우리는무엇을이란질문을갖게된다.무엇을상실했는가?시인이상실한것은고향이다.그런데그상실은없어지거나사라지는상실이아니라잃어버린것을나타내는상실이다.분단지역처럼갈수없거나수몰지역처럼먼발치에서바라만봐야하는절대적상실이아닌,개발로인한상실이기때문에생각의전환만가져오면치유가가능한상실이다.바다가메워지고마을엔유리박물관이이방인처럼들어와있지만그곳도또다른옷을입고여전히제자리를지키고있는고향일뿐이다.그래서시인은상실의아픔을노래하지않는다.상실의배후,상실의과정,상실의결과로인한파괴를저주하거나증오하지않고,복원의의미로써과거지향적인인식을갖는생태학적노래도부르지않는다.그렇다고어쩔수없는일이군하고상실자체를인정하는허무주의적태도도보이지않는다.
상실은모두주관적경험맥락에의해형성된심리상태이기에시인은그저무덤덤하게상실속에서,또는상실인지도모르고살아가는존재들속에서지금-여기를생생하게시를통해증언하려한다.증언은상당히구체적이면서담백하다.시적의도를최대한자제한채정서적무늬를살짝배면에깔아놓을뿐이다.현존의식으로똘똘뭉쳐있는상태에서시적국면에서린풍경들을다큐의정신으로그려놓고있는방식이다.자칫소홀히하여깨지기쉬운유리도조심스럽게다루면새롭게변신하는것처럼(시인의말),개발로인한상처도세심하게다루면상실의의미를뛰어넘는실존의의미로감각화시킬수있다고믿는다.

1.상실의민낯을예리하게드러낸시편

시인은유리섬연작시를통해상징화된코드인유리를집요하게강조한다.왜유리인가?유리는투명성,순질성,차단성,경계성등을갖는다.이중에서시인은투명성과순질성에관심을두고있다.유리를배척의대상으로보지않고그자체가가진고유적특성을필터로사용하여인식의투명성을낳고있다.유리를통해서세계를보니있는그대로대면할수있게되고,그이상으로수식하는행위나그이하로혐오하는행위를자제하게된다.

새단장쇼파전문매장에서엔틱모던가구인테리어소품점에서토종순대국만석이네집에서생기약국에서신태양안경점에서과외혁명원플라스학원에서김포꽃화원에서씨를받아왔다

난蘭생처음자생란가게에낚시플라자에클릭사랑보드게임제이제이에아이미즈산부인과에활어회직판장에21세기미소치과에쓰고남은씨를무료로나눠주었다

발꿈치를높이든전기공어깨위에신호를놓치지않으려고절뚝이며뛰어오는할아버지의발등에파출부쓰실분전단지를붙이는여자의몸위에줄기는왕성하게피어오른다


바퀴들쌩쌩굴러가는시내한복판목화*피었다고이마을사람들도틀어보니새하얀무명꽃이더라고

인견피그먼트이불과극세사차렵이불아사원단침구류소매상을하는친구에게편지를쓴다목화솜이불덮고하룻밤자고가라고

요즘신新도시사람들의감촉이많이달라졌다고

*요즘목화씨를일정량배급하는도시가있다

「유리섬―초대」를통해시인은다큐멘터리감독이갖는기록의의미를최대한담고있다.감독이생생함을카메라에담아내는것을우선하고의도를전체영상의배면에깔아놓는것처럼시인은신도시의풍광을실감나게증언하고그풍광뒤에의미를그림자처럼덧붙여놓는다.시의앞부분에서씨를무료로받아간장소인새단장쇼파전문매장,엔틱모던가구인테리어소품점,토종순대국만석이네,생기약국,신태양안경점,과외혁명원플라스학원,김포꽃화원,蘭생처음자생란,가게낚시플라자,클릭사랑보드게임,제이제이,아이미즈산부인과,활어회직판장,21세기미소치과등과같은구체적인장소를밝힌점이그것을단적으로반증한다.
사람을언급할때도발꿈치를높이든전기공어깨위에신호를놓치지않으려고절뚝이며뛰어오는할아버지의발등이라고한다거나인견피그먼트이불과극세사차렵이불아사원단침구류소매상을하는친구라고언급한것도같은맥락에서이해할수있다.
이런다큐적인태도안쪽에시인은의도가살짝가미된상징물을배치한다.그것은바로목화씨다.목화씨는이시에서단순한생물이아니다.다양한욕망을각자의방식으로분출하고있는현대인들에게유대감을심어주는일종의바이러스적인코드다.新도시사람들의감촉이많이달라지게만드는촉매제가바로목화씨다.어차피옛날식고향은사라지고없다.자본주의사회에선그것을절대되돌릴수도없다.그러니신도시의새로운환경속에서유대감을가질수있는자발적인노력을해야한다.시인은목화씨가이어달리기를하듯이그런역할을할거라확언하고있다.

2.일상에서길어올린민낯의섬세한감각

다큐의정신이시인의근본기질이라면그근본기질에뿌리를두고점점영역을확장하려는세계나섬세함이무엇인지궁금해지지않을수없다.정민나시인은실체적현상이갖는민낯에서기화를시작하여점점더민낯의너머나경계지점으로섬세하게이동하려는태도를보인다.형상을한번더세밀하게그려낸다음세목들이갖는즉물적인속성을직관하여이미지로써감각화시켜표현하려고하는것이다.

창문을열면

관같은통로를따라데굴데굴굴러온다

파랑새의지면이얇은꽃잎처럼주름진다

꽃대를움켜진바람

마른들국화의심장으로번개가지나간다

놀이터의그네와시소는휴일을잠근다

얼룩말과향나무사이괄호를치고

청단풍의골목이후두둑떨어진다

쿨럭쿨럭기침을한다나뭇잎들이

새파랗게휘어진다학교담장너머에서

입김이후우!구름의종소리에좌정한다

참새가텀블링하듯이파리와하늘공간사이에서

날아온다……잔디의지면에닿아평등해진다

이시의압권은마지막행에있다.잔디의지면에닿아평등해진다라는구절이다.원래잔디의지면은평평한상태이다.그런데시인은평등이란단어를일부러써서모든존재가우박속에서민낯을드러내는평등을보여줬음을강조한다.정밀하게경계너머까지읽었을때에만가능한시적내공이이하나의단어로암시된다.

업데이트하지못한계절은

배꽃을떨어뜨린우박을밟고서있다

자기견해를뺀줄거리로오늘이라는고속도로로들어서라는

아버지의당부는

오류가날수없다는표정이지만

눈녹지않은비닐하우스를하얗게켜고

사람들의농로한가운데멈춰있다

시는상실에서온다.온전한것들,다채워진것들로부터시는발현되지않는다.상실은시인의시선이머무르게하는힘을갖고있다.그런데그상실을어떤태도로어떻게담아내느냐는온전히시인의몫이다.심연을응시하면서심각한태도로강렬하게다룰것인지,아니면솔직담백한태도로현상을직시하면서척을배제한채다큐의방식으로담을것인지…….이것은오직시인의가치관과시적태도에따라결정된다.

상실의국면과시인의정서적아우라가만나개별화된파장을일으킨다.그파장은확산되고와해되거나융합되면서독특한언어적무늬를형성한다.그무늬가바로시인의차별화된개성이다.정민나시인은후자의방식을택하고있으며,솔직담백한상태에서현상을감각화시키려는태도로인해꾸밈없는이미지즘시를낳고있다.이미지즘시는보통수사라는옷을입고탄생하는데,정민나의시는의도적인꾸밈이없이,감정적인척도없이이미지즘이갖는최상의상태에이르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