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게 길을 묻다 (박영호 시집)

바람에게 길을 묻다 (박영호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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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박영호 시집 『바람에게 길을 묻다』. 현직 외과병원 원장인 박영호 시인이 메스를 내려놓고 써내려간 연민과 성찰의 시편을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박영호 시인의 시는 대부분 꾸밈없이 수수하고 진솔하다. 세태를 희화화하면서 직설적으로 풍자하고 야유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 자성으로 눈길을 돌려 연민과 사랑, 베풂의 정서를 환기하는 휴머니티가 관류하게 마련이다. 또한 꽃을 주제로 한 시에 두드러지듯, 섬세하고 예민한 감수성이 돋보이는 경우도 없지 않다. 자연 풍경에 심상 풍경을 포개어 떠올리는 일련의 묘사 시들은 감각적이고 즉물적이며, 비교적 짧은 구문 속에 감성의 결과 무늬들을 촘촘하게 다져 넣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

박영호

저자박영호는
1947년대구에서태어났다.
경북대학교의과대학과대학원을졸업했으며
외과전문의와의학박사학위를취득했다.
1992년《시와시학》신인상으로등단했다.
시집『산길에서중얼거리다』(시와시학사,1996)를냈으며
대구시인협회회장을역임했다.
현재외과병원을운영하고있다.

목차

1
경주에가다1_______10
경주에가다2_______12
경주에가다3_______13
경주에가다4_______14
경주에가다5_______15
경주에가다6_______16
갓바위간다_______18
갓바위풍경_______20
바람에게길을묻다_______22
운주사천불천탑_______24
고도에서_______25
성분도수녀원_______26
죽도시장에서_______28
강구항_______30
고래를기다리며_______32
수몰마을다녀오다_______34
겨울,우포늪_______36
비슬산_______38
양탄자_______40

2
마음속의지팡이_______42
마음속의우물_______44
마음속의사막_______46
마음속의수성못_______47
마음속의절집_______48
개미_______50
도둑고양이_______52
두더지_______54
양떼_______56
살아있는건모두흔적을남긴다_______57
까치집_______58
의자_______60
상처_______61
거짓_______62
가뭄_______63
억새풀_______64

3
이른봄_______66
꽃모종을옮겨심다_______67
잠깐사이_______68
봄날_______69
봄이면온다하더니_______70
벚꽃지는길_______71
매화강_______72
이팝나무아래서_______73
모란_______74
박꽃_______75
별이된다면_______76
봄날간다_______77
능소화_______78
아카시아_______79
오,가여운것들_______80

4
어느여름날에_______82
내사랑_______83
사막의연가_______84
나팔꽃_______85
낡은집_______86
안경_______88
외투_______90
아이스크림_______92
어머니의나들이길_______94
평등세상_______96
그림자_______98
피아골진달래_______99
짠해진다_______100
어떤윤회_______102
스페인에서_______104
한길의당산나무_______106
시간의상처_______109

해설
서사적서정과연민의정서이태수(시인)_______111

출판사 서평

현직외과병원원장인박영호시인이
메스를내려놓고써내려간연민과성찰의시편!


박영호시인의시는주로서사적서정에주어진다.시인의서정적자아가대상을있는그대로그리기보다는그세계를자아화해떠올림으로써이야기를담은서사구조속에도심상풍경이반영된서정이자리매김한다.
시인은끊임없이길을나선다.발길이주로자연이나역사적배경을거느리는명소,사람들이어우러져사는풍경속으로이어지지만,때로는외부를향한듯내면을파고드는자기성찰에무게가실리기도한다.게다가시인의그풍경속깃들이기는거의예외없이거기서촉발되는마음의그림들을떠올리거나대상에내면풍경을투영하고감정이입을하는양상으로진전된다.
그의시는대부분꾸밈없이수수하고진솔하다.세태를희화화하면서직설적으로풍자하고야유하는경우도있지만,대개자성으로눈길을돌려연민과사랑,베풂의정서를환기하는휴머니티가관류하게마련이다.또한꽃을주제로한시에두드러지듯,섬세하고예민한감수성이돋보이는경우도없지않다.자연풍경에심상풍경을포개어떠올리는일련의묘사시들은감각적이고즉물적이며,비교적짧은구문속에감성의결과무늬들을촘촘하게다져넣고있기때문이다.

1.‘경주’를바라보는각별한시선

각별해보이는시인의경주깃들기와끌어안기는사라졌거나모습이바뀌어가는불교문화유산들과그유산들이거느리는정신적높이와깊이에대한그리움과우러름,애틋한연민을동반한다.연작시경주에가다는그런마음의밝음과어둠의무늬와빛깔들을다채롭게떠올린다.
경주에가다1에서는경주로가는길이붐벼닿기도전에지치고,닿아서도고분들과사라진왕궁이나절터,잊힌시간을파는사람들이길을막으며,진정보고자하는것은보이지않는다며가지않으려고마음먹기까지한다.이대목은본질이왜곡되거나관광상품화로기우는세태와자신을향한성찰로서의역설적발언으로보인다.

어디서나땅을파면왕궁이나사원의흔적이있다
부서진기왓장이나돌기둥,
장신구들이검은재와함께있다
사람들은감미로운옛노래나비단의기억을떠올리며
알수없는비애에마음헝클어뜨린다
영화는허물어진돌탑에붙은이끼이거나
돌무덤사이에피어오르는작은꽃,
바람불면깨어나는아우성에는
사라진왕조의슬픔이스며있다
가늠하지못할슬픔이
무덤으로남아있다
핏빛노을이무덤을덮는다
─「고도에서」전문

구체적인장소를적시하지않은이시역시고도에깃들이면서사라진왕조에대한연민을형상화한다.땅을파면곳곳에서발굴되는왕궁이나사원의흔적들과부서진기왓장,돌기둥,장신구들앞에서비애를느끼는건당연하기도하다.하지만돌탑의이끼나돌무덤사이의꽃등하잘것없이작은것에서그옛날왕조의영화와아우성을함께떠올리는상상력과그슬픔이무덤으로남아핏빛노을에덮인다는표현은신선하다.

2.섬세하고따스한시인의감각

시인의감각은섬세하고예민하다는느낌을안겨주기도한다.특히비교적짧은시에그런특성이두드러져있다.이른봄에서시인은봄이오는기미를잔설남은먼산이푸르른곳으로조금씩자리를옮겨앉는다거나새순들이실바람에가볍게떠는모습에서감지한다.「꽃모종을옮겨심다」에서는화분에남아있던구근에서돋은연둣빛싹이눈을반짝인다고표현하거나스스로를희망의싹한번틔워본적없는가슴이라며마치자신을옮겨심듯구근을조심스럽게옮겨심는다는대목역시그다운면모를보여준다.
그런가하면,창밖의정원에서봉우리를벌리는목련을보고내려가는사이에이미지고있다고표현하는이면에는꽃이피고지는게한해를기다린데비해그야말로잠깐사이라는인식이깔려있다.민감한계절감각은봄날에도잘드러나있다.

기억바깥세상을벗어날수없음을
바늘에찔려상처없는날없었던손으로
그녀가일생박음질하고다림질한것은
결국자기의운명이었음을

평등세상이아니었음을나는읽는다
그녀의편안한얼굴에서
떠나간사내가꿈꾸었던평등세상의뭉게구름이
그녀의주름진얼굴위를지나는것을
─「평등세상」부분

어둡고그늘진곳은도처에자리잡고있다.‘평생입고다니던남루한외투하나남긴채죽은젊은이를목도하면서남은가족들은미친듯/차디찬육신을흔들고울부짖으며/딱딱한옷장속에그낡은외투를구겨넣는’장면묘사나이세상의거짓된모습을장례식장풍경을통해,

검은옷단정하게입고
거짓울음으로조문을받는상주
슬픈모습을보이며흘리는눈물은
거짓을버무려만든아이스크림같은것
그의죽음이정말애석하다고
그의생애가위대했다고혀를날름거리는
문상객의조문은거짓으로얼려만든
아이스크림같은것이아니면무엇일까
철없는아이들의손에쥔
아이스크림이흘러내리는줄도모르고
화환에서꽃을따며놀고있다
─「아이스크림」부분

고세태를희화화하며풍자하고야유한다.가식과위선이넘쳐나는오늘의사회에서이런비판과질타로부터자유로운사람은철없는아이들뿐이다.망자도예외가아니며상주도문상객도거짓으로빚은아이스크림같은거짓눈물을흘리고조문하며,아이들만진짜아이스크림이흘러내리는줄도모르고거짓의꽃을따며놀고있다는건분명블랙코미디에다름아니다.
영상화면으로한치매할머니의시신발견뉴스를보면서아무말도믿지않고그할머니가스스로숲으로찾아들어갔을지도모르며,너무오래버려진자신을버리고싶었을지모른다고보는시각도오늘의노인문제에대한심각한물음이아닐수없다.이같은시선은길거리곳곳에‘내걸린사람찾는/현수막속의무표정한주름진얼굴’들을보면역시짠해질수밖에없을것이다.
시인은캄보디아어느도시의허름한판잣집에서잠자는맨몸의아이들을보면서‘눈물이날것같아먼곳으로눈을돌리자자신을향해시커먼손을내밀며파리떼처럼/달라붙는또다른아이들,/오래전우리들모습을닮아있다’고,그모습을지난날남루했던자신의현실로들여다보기도한다.

저남루를벗기위해
얼마나많은생을윤회해야할는지
나는윤회를벗어나기보다
이흙먼지이는길을먼저벗어나고싶다
─「어떤윤회」부분

그런윤회는일단차치하더라도그런상황을먼저벗어나고싶다는심경역시가슴짠하게한다.이런비감속에서는투명한햇살이위안이되기도한다.소나기처럼쏟아지는햇살은꽃무늬양산을쓰고있는아내의양산꽃무늬들을꽃비가되게하고아내는그꽃비를맞고있다는환상은시인이그래도애써붙들고있는따스한희망이자사랑의전언의등가물이아닐까하는생각도해본다.
시인은‘길도마을도보이지않는어둠속에서/내사랑찾아헤매고있으며,뜨거운사막도거센모래바람도/갈라놓지못할우리사랑/땅에묻힌우리를/흙으로돌려놓지는못할거예요’라고한다.이대목이자꾸만메아리되어다가오는것만같다.이같은사랑에의발길과믿음이그를가슴따뜻한시인으로살아가게추동하고있는지도모를일이다.

시인박영호는1947년대구에서태어났다.경북대학교의과대학과대학원을졸업했으며외과전문의와의학박사학위를취득했다.1992년《시와시학》신인상으로등단했다.시집『산길에서중얼거리다』(시와시학사,1996)를냈으며대구시인협회회장을역임했다.현재외과병원을운영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