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이승휴 (김익하 장편소설 | 휴휴와 죽죽선이 죽서루에 오르다)

소설 이승휴 (김익하 장편소설 | 휴휴와 죽죽선이 죽서루에 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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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김익하 장편소설『소설 이승휴』. 이승휴(1224~1300)의 삶을 소재로 한 장편 역사소설이다. 부제 ‘휴휴와 죽죽선이 죽서루에 오르다’가 표상하듯 이승휴와 죽죽선의 관계가 죽서루를 매개로 펼쳐지는 것도 중심 내용이다. 김익하의 역사적 상상력은 이승휴의 일대기를 장편 서사물의 긴 호흡으로 생생히 재현해 낸다.
저자

김익하

저자김익하는
강원도삼척출생.
1980년『현대문학』에단편「설해목」,「부황의땅」추천완료.소설집『33년만의해후』,『개미지옥』등이있다.
현재한국문인협회지회지부협력위원장,구로문협명예회장을맡고있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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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제왕운기』이승휴의삶을통해복원한잊혀진고려의역사
방대한사료의섭렵,치밀한묘사의로컬히스토리의탄생

1.고려시대미상의역사복원과아우른이승휴일대기


김익하의『소설이승휴』는이승휴(1224~1300)의삶을소재로한장편역사소설이다.부제‘휴휴와죽죽선이죽서루에오르다’가표상하듯이승휴와죽죽선의관계가죽서루를매개로펼쳐지는것도중심내용이다.김익하의역사적상상력은이승휴의일대기를장편서사물의긴호흡으로생생히재현해낸다.역사소설의장르적위상이약화되는시점에서,그나마흥미위주의판타지역사물이주류경향인문단실정에서,김익하의이번장편이제기하는문제는사뭇진지하고시사하는바가크다.
33장으로분절되어1,300매를넘어서는이작품은방대한사료섭렵과그에관한주관적판단을견고히전제한채전지자의시점으로진술해나간다.
전체서사는이승휴를중심으로크게세단계로구분된다.먼저죽죽선과의만남과그녀의과거사가소개되는단계이다.(1-5장)여기서는이승휴의과거급제시기와삼척에금의환향후죽죽선을만나는계기에이어죽죽선의불운한가족사와이름의배경이액자구조로제시된다.다음으로이승휴가삼척에머무는동안의여러에피소드를다루며서사가전개되는단계이다.(7-22장)여기에는죽서루건립에관여하는배경,죽죽선과의교우와이별,요전산성에서몽골에의항전,스승최자의부고와강도행(江都行)을결심하는과정등이소개된다.부분적으로는임자방(壬子榜)에오르는정황,고향의소재,유년시절,최자와의인연등이플래시백으로삽입되어있다.마지막은강화복귀이후의행적과파직당한뒤낙향하여『제왕운기』를집필하는단계이다.(24-33장)여기서는경흥도호부판관겸장서기,대원서장관,안렴사등의행적과파면후동안거사로작호하는배경,여승이된죽죽선의내막과회한등이제시되며이야기가마무리된다.

2.죽죽선과이승휴,죽서루에얽힌인연

오늘날이승휴는고려시대의학자이자문인이며,서장관으로원나라에가서문명을떨쳤고,중국과우리나라의역대사적을칠언시와오언시로기록한역저『제왕운기』를낳은이로규정된다.소설은이러한정형에새로운정동(affect)을불어넣는다.삼척출신이자죽죽선의연인이요,죽서루건립의주역이었던삶이다시태어난다.
『소설이승휴』의스토리적시대배경은“휴휴나이는서른하나였”던“임금[고종]이왕위에오른지41년인갑인년(1254)”(2장)으로부터“쉰일곱에구동으로돌아”와“7년이구름처럼막힘없이또흘”러“나이또한,어김없이예순넷을꿰”(32장)어서『제왕운기』를집필한때(1287)까지에이른다.이러한이승휴의서사를씨줄로하여,죽죽선의삶과기구한운명이날줄로교차된다.또한,이들이엮이고중첩되는과정에서플롯의시간이변주되고있다.휴휴와죽죽선의출신배경,죽서루의기원등이플롯시간을타고재현되는대표적사건이다.
소설에서우선부각되는인물은죽죽선이다.그녀의성장과정을다루는초반부서사는긴장감있게전개된다.죽죽선은삼척현당밑거리출신인진을녀(陳乙女)가장돌림사내를만나낳은딸이다.떠난사내를인정하지않은모친에의해부친의성도모르는죽죽선은출생배경으로부터기구한운명을예고한다.그럼에도미모와정절을피로물려받은그녀는우여곡절끝에고향의명기로정착한다.
죽죽선의존재는이소설에대중성을가미하는극적요소라할수있다.우선죽죽선은이승휴의인간적인면모를강조하는요인으로작용한다.처음만나는순간부터운명적인인연을직감하는이들은소설전편에서애절하고도인간적인정분을유지해나간다.이러한죽죽선과의관계묘사는뜨거운감정을지닌인간이승휴를부각시킨다.또한,죽죽선은죽서루라는이름의배경으로도기능한다.

3.영웅이아닌한계가분명한인간으로서의이승휴

이작품에서무엇보다중요한화소는이승휴의삶과업적이다.이승휴의행적은소설전편을관류하며주요사건으로배치된다.예컨대초라한죽서정을누각으로건립하자는최초건의(6장),요전산성에서현령을도와외침을방어했던역사(8장),122운병과시(病課詩)제작의구체적과정(18장),두번에걸친서장관수행경로와『빈왕록(賓王錄)』으로의기록(28장),안렴사활동에의한좌천과십사(十事)상소에따른파면(30장),낙향후『제왕운기』집필(32장)등이대표적인것들이다.이들서사는이승휴와관련된역사적인사실을구체적으로복원할뿐만아니라그가지닌민족사관과문학사상에대한재해석의성격을지니고있다.관련사료에대한수용의깊이를엿볼수있는대목이다.이런면모는이작품이소설적형상화를넘어서하나의비평적인혹은학술적인담론수위를지니는이유에해당된다.이승휴의재구성에있어서가장두드러진특성은인간이승휴의면모가강조되고있다는점이다.역사적기록속에서문인이자학자로서의강직한삶이외에이승휴의사적인생은알려진바가적다.이소설은인간이승휴의면모를부각시키기위해다양한기법과에피소드를활용한다.죽죽선과의애정외에도주변인물과의감정적갈등,인간적번뇌,권력을향한욕망등은세속적인인간상의전형적양태들이다.이처럼이작품은초월적영웅으로서가아닌한계가분명한하나의인간으로서이승휴를형상화하고있다.

4.새로운공동체혹은로컬히스토리의정립

이승휴와죽죽선을중심으로펼쳐지는장편서사물에는이들외에또다른중심인물이있다.그는인간이아닌로컬리티,이를테면장소로서의죽서루이다.
이승휴를삼척의인물로전유하려는내포적욕망은자연스럽게장소성문제로이소설의핵심을전이해간다.공간적배경에서도이러한지평을확인할수있다.텍스트의핵심서사는역사를복원하고있으며,자동기술적으로역사적장소의재현이수반된다.이작품의주된공간적배경인강원도삼척이라는장소가대표적이다.삼척은이승휴의역저『제왕운기』의산실이며,이소설을쓴김익하의고향이기도하다.이런관계역시문학의장소성문제와긴밀히연동된다.
작품을관류하는주요화소중하나가죽서루건립이라는점은장소성과직접적으로관련된다.이야기서두에서이승휴가삼척에머물며당시죽서정이던것을개축하려는뜻을현령에게전하는장면이처음등장한다.이때지역과장소에대한묘사를동반한다.

오불진[吳火鎭]이바다와강에다공평하게몸을담고있다.
요전산성(蓼田山城)아래오불진에서오십구비타내린강줄기를거슬러온해무가서남쪽에우뚝솟아오른단애에부딪혀소요했다.절벽에올라바다를멀리등지고고개들면옅은해무속으로뚫고나가는시선에나지막한산들을층층이넘어힘차게솟아오른두타산이보였다.오른쪽귀퉁이로는근산뿌리인남산이꼬리를물었고왼쪽에는오십천줄기에서솟아오른갈야산(葛夜山)이대숲을두른채서풍마저가로막고서있었다.단애끝자락에서벗어난강줄기는새을(乙)자로휘저어부내복판으로흘러봉황대아래에서소(沼)를만들어머물다다시한번‘乙’자로뒤틀며거침없이내달아동해에닿았다.(7장)

당대삼척지역의풍광을객관적으로묘사한구절이다.이처럼핍진한묘사자체가해당장소에대한깊이있는천착과경험없이는불가능한것이다.여기서인간의시점이소거되고풍경자체가물화된듯한장면이연출된다.이작품의문체미학이고조되는지점이이러한경우라하겠다.위와같이천혜의자연경관을지닌장소에죽서정은하나의지역적상징처럼존재한다.주지하는바대로한국의건축은자연과의조화를근본적으로전제하고있다.죽서정역시자연의일부로,다만소담하게자리하고있었다.
이승휴는출신배경으로부터주변부적인물이었다.가리이씨의시조로서전대가문의기록이희박하다거나출신지조차불분명한정황이그것이다.그밖에부친을여의고증조모밑에서수학할수밖에없었던환경,간절한구관(求官)활동과입신과정,정치투쟁끝의파면과낙향등은중심권력으로부터거리가멀었던이승휴의입지를반증한다.『빈왕록』과『제왕운기』등은그축자적의미이외에도치열했던이승휴의삶과욕망이내재된정치적서술이기도하다.그렇게볼때이승휴스스로가자신의저술을통해중심의재편을지향하고소외된타자의자리를갈구하였다.그에천착하는김익하소설은700년의시간을소급하며새로운공동체혹은로컬히스토리의정립을꿈꾸고있다.

5.『제왕운기』의산실인삼척의장소성을역사에투영

김익하는서문에서자신의작품에대해“드러나지않은미상(未詳)과그가치에대한관심이자물음이고여행”이라고쓴다.그결과『소설이승휴』는동안거사이승휴의삶을현재의관점에서재해석한한편의서사시와같이탄생하였다.『제왕운기』가한편의민족대서사시였듯이이소설도이승휴와죽서루를소재로인물과지역의장편서사시를재구성하려는듯하다.
그렇다면소설의부재,작가의결여가있다면무엇일까.역사소설의고전적예시인홍명희의『임꺽정』은인물과사건,역사와진실이절묘한조화를이루며봉건조선을재현한다.한편장소는위의요소들이전개되는공간적배경으로서의의미로한정된다.현대적고전이라할조정래의『태백산맥』은장소를표제로내세우지만전경화되는것은한국현대사의다단했던현실이다.태백산맥이라는장소는민족적운명과연속성을상징하는기호의성격이강하다.
이에비해『소설이승휴』는장소를전면에드러낸다.이승휴의재현은삼척이라는장소의역사적정당성을구현하고,그물화된대상으로죽서루를복원하였다.이러한선험적가치아래에서긴장의밀도나사건의개연적고리가약화되는것은부득이한결과일수있다.이승휴를포함한현내유지들이기녀죽죽선의거처수리를공모하였다가명분상죽서루건립으로전환하였다는설정은약한고리의단적인사례일것이다.하지만그것은이작품의서사시적구도가방법론적으로취한의장이기도하다.
루카치가지적한바와같이총체성을상실한현대사회는소설의시대가되었다.소설은더이상서사시가불가능한파편화된세계속에서한개인이내면의총체성을갈구하는작업이라할수있다.김익하의소설은역사와장소,인물과사건이하나의총체성아래길항하는우리시대의서사시를표방한다.더더욱이소설은스스로중층적장소를현전하는사물이고자한다.소설적형상화를통해문학담론의지평을끌어안고,미완의역사나지방사적결여를보완하려는학술적입론을과감히수용하고있는것이다.
이작품이『제왕운기』의산실인삼척의장소성을역사에투영한르포르타주와같다는점도텍스트적중층성의한층위이다.바로이부분이이승휴의현재성을증거하는논거이자『소설이승휴』가전유하는역사적진실일것이다.그과정에는죽서루를포함하여자연이라는타자가또하나의주체이자공동체일원으로부각된다.작가의의도를떠나이러한타자의지평은김익하소설이역사와인물에주목하는과정에서산파되는정치적무의식이요,독자의입장에서징후적독서가발견한현재적의미라고할수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