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면 거꾸로 돌아오는 흰 길 (박미경 시집)

밤이면 거꾸로 돌아오는 흰 길 (박미경 시집)

$8.00
Description
박미경 시인은 스스로를 ‘소녀’, ‘서울 아이’, ‘여자아이 인형’, ‘유년의 호기심 어린 아이’들로 지칭하며 자신 내면의 유년 화자를 불러낸다. 박미경 시인은 스스로를 소녀로 자처하며 원초적 감각에의 세계로 회귀하기를 끊임없이 시도한다. 엄숙한 규범과 사회적 통념, 지식이 지배하는 기성 세계로부터 달아나 발랄한 감수성의 세계, 모르는 자의 자리로 돌아가고자 한다.
저자

박미경

저자박미경朴美瓊은서울출생.2005년《시평》으로작품활동시작.
2006년《정신과표현》으로등단.인천대국문과와건국대,전남대대학원에서공부했다.시집으로『풀꽃연가』,『슬픔이있는모서리』(2014년문화체육부우수교양도서선정)가있고,이론서『작문의정석』이있다.
목포MBC와KBS방송구성작가활동하였고,현재초당대외래교수로재직중이다.

목차

1
빙고,소중했던나의날들아ㆍ10
오독의처소ㆍ11
홀로그램속숨어있는방ㆍ12
너의행방ㆍ14
랄랄라진심을실어줄게ㆍ16
옹이ㆍ17
패랭이꽃편지ㆍ18
봄날산사에날리는꽃비아래난분분ㆍ20
사랑의기타부기ㆍ22
강릉,안목바다,그대,휘핑크림ㆍ24
툭툭,네이름을부르면ㆍ26
봄,고비,암컷,오비랍토르ㆍ28
선암사가는길ㆍ30
봄날은간다ㆍ32
분홍신을신고ㆍ34
시낭송을해요ㆍ36
아웃포커스ㆍ38
당신의쿠팡ㆍ40

2
그대를듣다ㆍ42
기억과음악사이ㆍ44
독한쓸모의진척ㆍ46
편견없는이별의방식ㆍ48
너의모진감별법ㆍ50
바보의소야곡ㆍ52
약속ㆍ54
그렇다면기꺼이라고ㆍ55
꽃잎의기분ㆍ56
세방낙조에서또한번ㆍ58
분리연습ㆍ60
상실노트ㆍ62
너의어깨가나의어깨근처에서ㆍ64
공공연한자력을향한질주ㆍ66
퀼트된이불속의고양이ㆍ68
가!가!ㆍ70
치우친풍경ㆍ72
그일은이미오래전에ㆍ74

3
조금나루에서조금존다면ㆍ78
오월,저녁바다사양ㆍ80
기면증에대한오류ㆍ82
전사ㆍ84
말이야,바란다구,내가ㆍ86
가을부석사ㆍ88
ㅋㅋㅋ와ㅎㅎㅎ의그늘ㆍ90
노을을지우는순서ㆍ92
그대의숨죽인세컨드ㆍ94
저녁이여,당장ㆍ96
밤의이력ㆍ98
이밥ㆍ99
그녀에게흰꽃을드리라함은ㆍ100
비어있는방ㆍ102
부디는물끄러미에게ㆍ104
아마도다른별에서는ㆍ106
굿바이커튼콜ㆍ108

4
가뭇없는세상에서는멋진그대가ㆍ112
슬픔의방식ㆍ113
혼잣말의기원탐색ㆍ114
따로간수된슬픔ㆍ116
하늘닮은풍경ㆍ118
구강포ㆍ120
슬퍼도인생ㆍ121
촤,촤,촤플린씨,최풀잎씨ㆍ122
무위사에서ㆍ124
와온ㆍ126
목포에가면ㆍ128
눈내리는날바라본몇개의변주ㆍ130
밤이면거꾸로돌아오는흰길ㆍ132
처음이자마지막인듯ㆍ134
개인적차원ㆍ136
네게붐비는저녁ㆍ137
아직세월저편에서는ㆍ138

해설
키치미학으로회복한순수의세계|이병철(시인)ㆍ139
_______139

출판사 서평

키치미학으로회복한순수의세계
중구난방·천방지축시학의구축통해현대인의궁핍한정신표현


“박미경의시에는이상한매력이있다.기존의서정시문법을따르지않고일상어는물론이거니와외래어,신조어,유행어같은것까지도아무거리낌없이시어로쓰고있다.툭툭함부로던지는되바라진어법이낯익은것일때는재미있고,낯선것일때는신기하다.얼핏보면중구난방혹은천방지축의시학을구축하고있는듯하지만,자세히들여다보면편편의시에서현대인들의정신의궁핍이뼈저리게느껴진다.벽속에갇혀우리각자는사실얼마나외로운가.타인과소통하기를얼마나갈망하는가.하지만단독자로서의운명을감내해야하는고독한군중의일인일뿐임을시인은잘알고있다.그녀의시는비정한아스팔트위에서뒹굴고있다.”
이승하시인은박미경시인의시를‘새로운개성의출현’이라고평가한다.그렇듯,그의시는개성넘치는감각과언어로독자들의시선을사로잡는다.

1.화자퇴행을통한키치미학,감각적세계의회복

박미경시인의시는엄숙함과진지함,확실성과결정론적세계관을벗어난발랄함의언어로채워져있다.발랄함을선취하기위해시인이선택한시적전략은화자의퇴행이다.
2000년대초반우리시문학의중요한한특징이었던퇴행을통한키치미학의추구가박미경시인의시에서적극적으로시도되며적당한시적효과를거두고있다.
유년화자의발랄한언어는기성세계의질서에편입되지않은날것그대로의감수성을이미지로형상화하는기능을담당한다.박미경시인은스스로를‘소녀’,‘서울아이’,‘여자아이인형’,‘유년의호기심어린아이’들로지칭하며자신내면의유년화자를불러낸다.박미경시인은스스로를소녀로자처하며원초적감각에의세계로회귀하기를끊임없이시도한다.엄숙한규범과사회적통념,지식이지배하는기성세계로부터달아나발랄한감수성의세계,모르는자의자리로돌아가고자한다.

아무도소중하지않아빗물이토닥토닥떨어지는처마밑한여자아이가치맛자락을틀어쥐고중얼거린다눈앞을늦더위처럼흐르는구름하르르흐르는채송화꽃두엇살아있어중요한게뭐냐고생이내게묻는다면나쁜어른들이손가락질한다면뻑큐,손가락씨사이로엄지손가락을살짝내어주겠어버스안치안따위개나물어가라지머리를흐트려뜨리는까실까실바람과입맞추니문득소중하지않다던눈물이똑딱똑딱떨어진다젖은꽃잎위로맺힌물방울의개수가우루루늘어간다Delete,Delete오늘은삭제하면랄랄라어제같은내일이오겠죠무엇보다귀엽고소중했던나의샤랄라한날들이그사이배달된햇빛이소녀의눈썹을간질인다뒤늦은천리향이배달원처럼지나간다.
ㅡ「빙고,소중했던나의날들아」전문

위시에서“아무도소중하지않아”라는화자의고백은,어른이되어버린현재에서소중함이라는가치를부여할대상의부재로인해고독감과외로움을느끼는현대인의신음이다.사회활동을하는성인들이매일교류하는사람들은직업적,사회적필요에의한비즈니스상대로서자기의지와는무관하게설정된인간관계다.심지어성인에게는가족마저도본래의가치를상실한부양의대상,의무적으로최소한의정해진비용지불과다정함의제스처만취하면그만인고객이되어버린다.
박미경시인은그러한어른의세계에환멸을느낀다.그환멸을극복하기위해시인은보고듣고만지는모든대상이신기하고궁금했던,세계와의만남자체가소중했던유년을재생시킨다

2.낯선세계와의소통,자기트라우마와의조우

당신의허구는재미있어요.흡입력도있죠.
재미는있지만지극한통속이죠.
상반된평가여!
다시는아프지않겠다고
붉은입술로당신을이윽고슬프게해드릴게요.
아니면잠이들정도로애처로운가요?
때론지극한사랑을보면낯설어져요.
세상을잘못날아왔나싶을정도로
그대는푸른수염과이제소통하지않는가요.
겁만주지요.꼴찌는외로워서요.
알바가새벽에끝나일교시수업을올수가없었어요.
까끌까끌한모래를삼킨듯한
숨막히는여름숲에혼자가보기로했어요.
한때시들시들한다리에단단한침을박았듯이
그래.산것은살아야지.아님살아야할이유라든지.
유독도드라지게계부에게서버림받은
새빨간투피스의여자아이.
소녀야!너어디로가니?
툭,툭꽃모가지를허벅지에문지르듯
문득미칠듯한졸음이쏟아지듯
아차!꿈속에서네이름을부르면
ㅡ「툭툭,네이름을부르면」전문

박미경시인은낯선세계와의소통,외로운단독여행,자기트라우마와의조우라는특별한작업들을통해시쓰기의과정을수행하고있다.「툭툭,네이름을부르면」에는그러한시창작과정이은유적이미지를통해잘나타나고있다.그래서이시는한편의매혹적인메타시로읽힌다.
“당신의허구는재미있어요.흡입력도있고”와“재미는있지만지극한통속이죠”는시인의시를향한상반된평가들이다.자신의시를향한평가를직접언급하면서시인은“다시는아프지않겠다”고,또“붉은입술로당신을이윽고슬프게해드릴거”라고선언한다.아프지않겠다는다짐은어떠한평가에도상처받지않겠다는의지로읽히고,당신을슬프게하겠다는약속은타인이기대하는시대신내가쓰고싶은시를써서당신을계속실망시키겠다는의미로해석된다.타인,즉평단이나대중이원하는잘빚어진기성품으로서의시대신붉은입술의시를쓰겠다는이야기다.여기서붉은입술은직설,거짓말,매혹의에너지같은시적요소들을암시한다.
쉬클로프스키이후로‘낯설게하기’는현대시의본령이자기율로자리매김했다.화자의퇴행과동시에시적감각이활달해져시인에게세계는대상들과지극히사랑하며교감하는공간,낯설음으로가득한상상의자리로변모한다.시인은오히려자신의시를재단하고평가하는사람들에게그대는푸른수염과이제소통하지않는가라고묻는다.여기서푸른수염은비가시적이고비실재적인상상의존재이다.육안으로볼수없는,낯선상상의존재와소통을통해시적영감을얻는시인에게는푸른수염과소통하지않는사람들이그저평범하고둔한대중으로여겨질뿐이다.
하지만평범한사람들은이러한시인의창작방법론을부정하고비난하며겁만준다.획일화된몰개성의세상이정한기준에서언제나소외될수밖에없는시인은외로움을느낀다.그러나그외로움에절망하지않고,외로움을동력으로삼아“까끌까끌한모래를삼킨듯”한“숨막히는여름숲에혼자가”보기로한다.숨막히는여름숲은고통과고독의은유이다.시인은주목과호평,자기안주의쾌적한대로대신소외와외로움,끝없는자기갱신의험난한길을스스로선택해걸어나가려는것이다.시인으로서의항존성을유지하려는치열한내적고투의태도가돋보인다.그렇게묵묵히스스로지향하는예술의소로를걷다보니계부에게서버림받은지난날의트라우마와마주한다.시를향한여정은궁극적으로는자기내면의상처와무의식들을탐색하는일이므로,시인은시쓰기의과정가운데소녀로상징되는자신의과거와조우한다.이자기탐색에의과정이박미경시인의시쓰기를구동하는작동원리로작용하고있다.

3.의미이전의언어,감각으로서의언어

박미경시인은의미라는구속에사로잡힌언어를의미이전의상태,감각그자체로서의언어로서되돌리고자한다.의미이전의언어,감각으로서의언어를향한시인의실험적자세는시집전반에걸쳐지속적으로나타나고있다.이를테면아래와같은구절들에서그렇다.

오늘은삭제하면랄랄라어제같은내일이오겠죠무엇보다귀엽고소중했던나의샤랄라한날들이
ㅡ「빙고,나의소중했던날들아」부분

피부가파시시일어서는동안ㅡ「너의행방」부분

꺼져랏!!
요술마차
쉬랑빵그랏시로옹!!!ㅡ「가!가!」

마치어린아이들의말장난같은의성어,의태어,은어적표현들을시에사용하고있다.이는다분히의도적인것으로앞서언급한화자의퇴행과도직접적인관련이있다.퇴행화자를내세웠으니시의화법역시마땅히유년의발화법이되어야할것이다.박미경시인은다양한음성언어를통해유년의발화법을표현해내고있다.랄랄라,샤랄라한,크허엉,촤플촤플,파시시,꺼져랏,쉬랑빵그랏시로옹같은시어들은의미화되지않은,그어떤의미도지니지않은순수언어다.시인은이언어들을통해의미대신감각을전달한다.
박미경시인의시를읽으며우리는무지개가일곱색깔이라고규정하는확실성의세계에서벗어나무수히많은빛의파립으로이뤄진색채의스펙트럼,다채로운감각과상상력들이낯선이미지들로그려져있는신기한세계를경험하게된다.박미경시인은직접이상한나라의앨리스가되어우리들을동화속상상의나라같은키치미학의세계로인도한다.이제우리는한국어와전통서정시가지닌지나친엄숙함에균열을내며모국어의말맛을통해시읽는재미를극대화하는그녀의시적전략을주목할필요가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