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구슬마다 꿈으로 서다 (김민 시집)

유리구슬마다 꿈으로 서다 (김민 시집)

$8.00
Description
2001년 《세계의 문학》에 「자벌레」 외 4편을 발표하며 등단한 시인 김민이 10년 만에 펴낸 두 번째 시집 『유리구슬마다 꿈으로 서다』. 서울 태생의 김민 시인은 뇌성마비 장애를 안고 있으면서도 창작 활동에 전념하고 있는 전업작가다. 1960년대 자유와 저항정신의 대표적인 참여시인 김수영(1921-1968) 시인의 조카이기도 하다. 그는 김수영 시인이 작고한 후 불과 4개월 후에 태어났으며, 실제로 큰아버지 김수영의 시를 읽으며 시심을 키워 왔다. 어릴 적 살던 도봉동 집 뒷산에 있던 큰아버지의 시「풀」이 새겨진 시비詩碑에 자주 놀러가곤 했다는 김씨의 원래 꿈은 화가였다. 그러나 뇌성마비 장애라는 한계 때문에 시를 쓰기로 마음먹고 자기 핏줄 속에 녹아 있는 시 정신을 찾아낸 것이다. 문학평론가 김종회(경희대 교수)는 김민의 시에 대해 "내부에서 들끓는 다변多辯의 유혹을 물리친 지점에 섰을 때에야 발화 가능한 시적 형식"이라고 평가한다.
저자

김민

저자김민은1968년서울에서태어나동국대국어교육과를졸업했다.2001년《세계의문학》에「자벌레」외4편을발표하며등단했다.시집으로『길에서만난나무늘보』(민음사)가있다.

목차

1.창문에매달린저먼지들도한때는

무궁화꽃이피었습니다_______12
봄날_______13
하굣길_______14
나비야날자꾸나_______15
만화경_______16
코고무신에제비꽃실어띄우다_______17
두껍아두껍아_______18
창문에매달린저먼지들도한때는_______19
유년을부어두었던마당가빨간고무대야______20
살구나무있는마당_______21
과꽃_______22
실러캔스coelacanth_______23
세발가락나무늘보_______24
수미산중턱에서잠시목적셨네_______25
피라냐우글대는꿈에손하나담그다_______26
땅따먹기_______27
심부름하는아이_______28
맨발로하얀길지나는바람에게길을묻다_______31
참새_______32
소쩍새_______33
못_______34
책갈피_______35

2접시바닥같이얕은슬픔

얼굴에지나가는바람몇개_______38
도깨비바늘_______39
바다거북_______40
까막눈_______41
향유고래_______42
정월대보름_______43
조각퍼즐_______44
수건돌리기_______45
나는아무래도그곳으로가야겠다_______46
능구렁이_______48
접시바닥같이얕은슬픔_______49
봄_______50
장님거미_______51
명왕성에서지구를바라보다_______52
답신_______53
가을비가와서너무와서동자상목청마저녹아내리고____54
숨은그림찾기_______55
고향방문_______56
소소한슬픔_______57
은하수걸어두려하늘에못질하다_______58
카메라_______59
숨바꼭질_______60
여행길에병들어꿈은메마른들녘헤매네______61
서천꽃밭_______62

3다정도병인양하여

길치_______64
민들레_______65
호랑이_______66
쑥부쟁이_______67
이런,맹꽁이_______68
다정도병인양하여_______69
시詩로만든집_______70
까치밥_______71
생일선물_______72
누에고치_______73
쇠별꽃_______74
초롱아귀_______75
옥잠화_______76
송사리와놀다_______77
쇠똥구리_______78
반달은돌칼처럼_______79
개미핥기_______80
공기놀이_______81
채송화꽃밭_______82
월인천강지곡月印千江之曲_______83
오어사吾魚寺_______84
동짓날아침_______85
이팝나무단오제_______86
레고놀이_______87
난독증_______88

4유리구슬마다꿈으로서다

섣달그믐_______90
공무도하가公無渡河歌_______91
물잠자리_______92
날씨참좋네_______93
꽃놀이_______94
전기뱀장어_______95
구멍난바지주머니로빠져나간유리구슬마다꿈으로서다_______96
꽃다지_______97
여기여기붙어라_______98
제비_______99
목련_______100
해바라기_______101
입가에묻은바람쓰윽문질러놓은돌부처가사자락끌어물고달아나는다람쥐_______102
도플갱어Doppelg?nger_______103
오늘화장참잘받았네_______104
백수광부의노래_______105
민달팽이_______106
비설거지_______107
춘하추동春夏秋冬_______108
여우야여우야뭐하니_______109
우주망원경_______110
인면와당人面瓦當_______111
바리데기마음말리던벌판_______112

□해설|이경수(문학평론가)
우리가잊고있던시의본령_______114

출판사 서평

1.말한것보다말하지않은것이더많은시――짧은시

『유리구슬마다꿈으로서다』는2001년《세계의문학》에「자벌레」외4편을발표하며등단한시인김민이10년만에펴낸두번째시집이다.서울태생의김민시인은뇌성마비장애를안고있으면서도창작활동에전념하고있는전업작가다.1960년대자유와저항정신의대표적인참여시인김수영(1921-1968)시인의조카이기도하다.그는김수영시인이작고한후불과4개월후에태어났으며,실제로큰아버지김수영의시를읽으며시심을키워왔다.어릴적살던도봉동집뒷산에있던큰아버지의시「풀」이새겨진시비詩碑에자주놀러가곤했다는김씨의원래꿈은화가였다.그러나뇌성마비장애라는한계때문에시를쓰기로마음먹고자기핏줄속에녹아있는시정신을찾아낸것이다.
문학평론가김종회(경희대교수)는김민의시에대해"내부에서들끓는다변多辯의유혹을물리친지점에섰을때에야발화가능한시적형식"이라고평가한다.
김민의시는짧지만깊고,강하다.김민의한줄시는우리가오래잊고있던시의본령을일깨워준다.대체불가한언어로함축적으로표현된시.시적대상을포착해뛰어난이미지로축약하여그려낸시.그런시의정수를김민의시를읽으며만날수있다.
첫시집『길에서만난나무늘보』(민음사)에서도김민은한줄시의형식을고집했었다.시인의고백에따르면한줄시는김민이처음부터추구한시의형식은아니었다.연이나누어진꽤긴시들로부터이야기를품은시,그로테스크한분위기를추구하는시등을거쳐도달하게된시의형식이한줄시였다.시집의해설을쓴중앙대이경수교수(문학평론가)는“한줄시라는형식에이르기까지그는많은말들을버리고또버렸다.버리고비워내는방황의시기,비워냄의긴과정이없었다면그의시는결코한줄시라는형식에이르지못했을것이다.간결하고단아해보이는한줄시에도달하기까지겪었을고투의시간을여백으로품은시야말로김민의한줄시라고말해야할지도모른다.말한것보다말하지않은것이더많은시.그리하여넓은여백을품은시.김민의한줄시를이렇게정의해볼수도있을것이다.”고말한다.

2.제목과시가어우러져빚어내는하모니

김민의한줄시는크게두가지유형으로나뉜다.제목과시의본문이조응하면서한편의시를완성하는형식의시.이것이야말로김민의한줄시가도달한개성적형식이라고할수있다.제목과본문의조응이기막히게이루어져서사실이런유형의시를읽을때에는반드시제목을먼저읽고시의본문을읽어야한다.그래야한편의시가온전히완성된다.

모퉁이돌아보면앞니빠진유년들도걸려있을것만같습니다
――[무궁화꽃이피었습니다]전문

“무궁화꽃이피었습니다”.이말은불현듯생생하게들려오는저너머의목소리와억양과리듬을동반한다.담담하게,밋밋하게는읽을수없는말의리듬.그시절아이들의놀이의언어가저말에는들어있다.저녁먹으라고부르는소리가집집마다들려오도록,저녁6시면어김없이울려퍼지는애국가가골목에서뛰어다니던아이들을멈춰세우는그시간이지나도록,동네아이들이몰려나와뛰어놀던그리운골목을환기하는힘이저말에는있다.그시절의놀이중잊을수없는놀이하나가바로‘무궁화꽃이피었습니다’였다.술래가뒤돌아서‘무궁화꽃이피었습니다’를외는동안만나머지사람들이움직여술래에게다가갈수있었던것이이게임의규칙이었다.움직임이술래에게발각되면그가술래가되고,들키지않고술래에게다가가술래를손으로칠수있으면술래도계속되고놀이도계속된다.단순한규칙이지만“무궁화꽃이피었습니다”가울려퍼지는동안눈과귀를곤두세운아이들의몰입도는상당한놀이였다.골목에서이루어지던유년시절의놀이를떠올리며김민의시적주체는“모퉁이돌아보면앞니빠진유년들도걸려있을것만같습니다.”라고말한다.
모퉁이,유년,앞니빠진아이들을소환하는추억의놀이.그놀이의이름이‘무궁화꽃이피었습니다’라는점도지금와생각하면의미심장하다.아이들의놀이에까지이념의흔적이드리워졌던시절이었다.이시를본문과제목의순서를바꾸어읽는것은시의맛을확연히떨어뜨린다.제목을먼저읽고시의본문을읽을때제목과시가서로조응하면서의미와정서의확장을가져오는것이야말로김민의한줄시가가진중요한미적특징이라고할수있다.

눈길이었거나손짓이었거나메아리였거나아니면
――[창문에매달린저먼지들도한때는]전문

인용한시도제목을먼저읽고시를읽어야그맛이사는시중하나이다.「창문에매달린저먼지들도한때는」이라는제목이상상력을자극하고이어지는시의본문에서는“눈길이었거나손짓이었거나메아리였거나”했을거라고,먼지같은하찮은존재도한때는누군가에게의미있고소중한존재였을거라는생각을펼쳐놓는다.그런데이시를더욱시적으로만드는것은사실상“아니면”이다.“아니면”뒤의여백,그열린공간이독자들의개인적체험과상상력을품어안으면서이시에또다른상상력의시적인힘을부여한다.

3.언어미학속에녹아있는지적으로통제된서정그리고견고한이미지

탁월한이미지를구현해냄으로써한줄시의매력을드러내는시도있다.특히고유명사를제목으로삼은한줄시에서는그고유명사를환기하는이미지를포착해한줄로표현하는데남다른탁월함을보이기도한다.

세상모든저물녘은어머니와헤어진시절
――[하굣길]전문

「하굣길」이라는제목의한줄시이다.하굣길의이미지는저마다조금씩다르겠지만김민의시적주체가주목하는것은상실감이다.저물녘에대한기억은누구에게나있을것이다.유년기나소년기의저물녘에대한기억은더욱특별할지도모른다.김민의시가기억해내는하굣길의이미지는상실의시간이자외로움의시간으로서의“세상모든저물녘”이다.수업을파하고하루가저물무렵왁자지껄한친구들을뒤로하고홀로걸어집으로돌아가는길을거쳐소년은성장해갔을것이다.그러므로“세상모든저물녘”은“어머니와헤어진시절”이다.혼자쓸쓸히걸어집으로돌아가던하굣길이문득기억저편에서솟아오른다.세상모든저물녘을걸어갔을그시절의소년소녀들이여.무사히어머니와헤어져잘성장했느냐고,지금은세상어느곳에서쓸쓸한저물녘을보내고있느냐고문득묻고싶어진다.

당신떠난다음해에야비로소슬픔이대문가에서손흔들었네
――[과꽃]전문

「과꽃」에서김민의시적주체가포착하는이미지도상실감과그로인한슬픔이다.“올해도과꽃이피었습니다”로시작되는동요[과꽃]을부르며성장한세대에게과꽃은그리운누군가를떠올리게하면서그의부재를동시에각인시켰을것이다.이시의밑바탕에도동요[과꽃]이형성한부재하는대상에대한그리움의이미지가깔려있다.이별과상실감,뒤늦게깨닫는슬픔이과꽃의이미지와자연스럽게어울리는데에는이런문화적,정서적배경이작용하고있는셈이다.

소름돋는등어리로할머니손길같은비늘구름
――[유년을부어두었던마당가빨간고무대야]전문

앞서의시들과는달리제목이길기는하지만,집집마다하나씩은있었던“빨간고무대야”도추억을환기하는매체이다.마당가에놓여있던빨간고무대야에서물놀이도하고목욕도하고등목도하고이불빨래도했던기억과함께김민의시적주체는“유년을부어두었던마당가빨간고무대야”로추억의사물을소환한다.빨간고무대야안에서목욕을했던기억과함께떠오르는이미지를김민의시는“소름돋는등어리로할머니손길같은비늘구름”이라고그려낸다.온도감각과촉각과시각이어우러져소환되는유년의기억.김민의시는이미지를형상화해과거의기억을불러오는데탁월하다.

개키고또개킨굽잇길을싱아흰꽃위에걸쳐놓다
――[나비야날자꾸나]전문

묻어나는건찢어진변검가면들
――[피라냐우글대는꿈에손하나담그다]전문

김민의한줄시가주로포착하는정서가유년시절의그리움과상실감에놓이는것은사실이지만,대상의특징을포착해선명한이미지로구축하는힘을그의시는기본적으로가지고있다.

4.특유의리듬과이미지가빚어낸신비한세계

김민의첫시집이수록시전체가한줄시로이루어진시집이었다면이번시집에서는한줄시의형식을취하지않은시들도일부눈에띈다.한줄시의형식으로는다담아낼수없는시적욕망이그에게남아있기때문일것이다.한시인이자신의시적개성을구축해나가는것은의미있는일이지만그것이창작의자유를억압하는감옥이되어서는곤란하다.언어의감옥에갇히지않으려는부단한노력이없이는좋은시가쓰이기힘들것이다.그런점에서한줄시의형식에서벗어난시들이여전히씌어지고있다는것은반가운일이아닐수없다.
이번시집수록시중한줄시의형식을취하지않은시들도크게두부류로나뉜다.한줄시의형식을취하지는않았지만넓은의미에서시적정서가한줄시와상통하는경우가있는가하면,언어유희와그로테스크같은좀더파격적인실험을시도해본시도있다.

들꽃다발꽃물그림자
바람까지한줌에움켜쥐고
쏘다니다보면
고대신화속활같은초승달
슬그머니다른한손에들려있고
――[봄날]전문

이런시는5행으로이루어진시이지만정서적으로는한줄시에닿아있는시라고볼수있다.봄날의혼곤한분위기와달뜬느낌을“들꽃다발꽃물그림자/바람까지한줌에움켜쥐고/쏘다니”는이미지로그려내는데성공한이시에서흥미로운부분은4행과5행이다.“고대신화속활같은초승달”이라는표현으로인해이시에서포착하는봄날은봄날의어느하루에그치지않고신화의시간을품어안는다.더구나초승달은“슬그머니다른한손에들려있”는것으로그려진다.현실의봄날과고대신화속봄날은그렇게연결된다.게다가이시는“슬그머니다른한손에들려있고”로마무리된다.끝나지않고현재에도지속되는시간으로‘봄날’이그려진것이다.먼과거의시간을현재의시점에서정서적으로융합하는회감의원리에충실하다는점에서이시는그의한줄시와같은맥락에놓인다.

과거의조각들이모래먼지크기로라도모두쌓였더라면진작돌무지아래에묻혀
버렸을테지만녹거나접히거나뭉쳐서는어쩌다한번씩몸속어딘가로던져져
저물녘노을에나눈그친밤의달빛에나아니면어디저기먼집불빛에눈길들
어몸을돌리면매번은아니고아주가끔씩살짝내가너를네가나를네가너를
나를내가비추는모습볼수있겠네
――[만화경]전문

그런가하면그의이번시집에는다소낯설게느껴지는시도몇편눈에띈다.만화경도추억을환기하는장난감이라는점에서김민이즐겨채택하는시적대상과상통하는면이있다.구멍을통해들여다보면온갖신기한세계가펼쳐지곤했던만화경은장난감이흔치않던시절에낯설고신비로운세계를만날수있는통로같은것이기도했다.인용한시는이미지와리듬을활용해그런만화경의세계를흥미롭게그려낸다.이시에서눈길을끄는부분은“매번은아니고아주가끔씩살짝내가너를네가나를네가너를나를내가비추는모습볼수있겠네”라는마지막부분이다.나와너의관계를변주해만들어낸리듬이묘한울림을자아낸다.그의언어유희가단순한말장난에그치지않고특유의리듬과이미지를구축해정서적울림을만들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