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너무큰가슴때문에절망하는발레리나의이야기
프랑스의여성작가베로니크셀이쓴장편소설『큰가슴의발레리나』는바르브린이라는발레리나지망생과각기덱스트르와시니스트르라고불리는한쌍의젖가슴의독백이번갈아나타나는형식으로구성되어있다.이두(셋?)등장인물들은절대로소통하지않는다.서로딴이야기만한다.그소통불가능성자체가이작품의철학적바탕을이룬다.여성의육체적조건을상징하는젖가슴은여성주체의의지와상관없이따로존재한다는것.자의식속에서서로대화하는한쌍의젖가슴은그들의주인인바르브린이자기들때문에겪게되는비극에는아무관심도없다.
바르브린에게서고전발레를빼앗아갔던저주의큰젖가슴,그녀를땅으로고꾸라지게했던무거운살덩어리,쾌락의자기반영성안에빠져있던젖가슴은,풍선이되어그녀를하늘로들어올린다.
─시니스트르?
─왜,덱스트르?
─젖가슴들은죽으면어디로가는거지?바구니안에서썩나?화장(火葬)되나?분류센터로보내지나?강물의흐름을따라가나?우리시골의기름진흙으로들어가나?파리들을위한잔치가되나?꽃으로다시환생하는걸까?
여성의몸과관련한페미니즘계열의소설이지만,가슴이주인공이되는흥미로운시점과댄서출신작가의춤에대한해박한지식들은,기존의페미니즘소설과는차별되는양상을보인다.진정한사랑의과정(출산)을거쳐회복되는여성의신체는페미니즘계열소설로써는이례적으로해피엔딩+세드엔딩의열린결말로마무리된다.
2.젖가슴의비극또는희극
이작품의주인공인바르브린이그녀의좌절의원인이되는큰젖가슴이저주의원인으로조심스럽게거론되는어머니의큰가슴의비밀에대해알게될때,그녀가옛날에발레리나였던것으로보이는어머니가옛날에취했던아라베스크동작을들여다보는것은매우암시적이다.아라베스크는발레의절정이기때문이다.바르브린은아라베스크를할수없게될것이다.오로지,단지,큰가슴때문에.
바르브린은대체로무능한‘바르바르’이다.그무능함은주로언어의무능함으로나타난다.그녀는문학에아무관심도없고소질도없다.그러나그것은문학적재능이없다는뜻이아니라,그녀가자신의언어를가지고있지못하다는뜻이다.그녀의남성파트너들이대체로말을잘한다는사실과비교해보면,그언어적무능의의미는분명하게드러난다.바르브린의첫사랑올리비에는무려5개국어를하며,아르토,스타니슬랍스키같은전위적문인들의문학을또르르꿰고있다.반면에바르브린은독일의희곡작가‘브레히트가세제이름인줄알았[을]”정도로문학에무지하다.그녀는자신의언어를가지고있지못한바르바르이다.그녀의비극은궁극적으로는큰젖가슴이아니라,그녀가자신의언어를가지고있지못하다는사실에서기인한다.그녀의젖가슴을쓸모없는살덩어리로만든것은그녀자신이다.
반면에바르브린과따로노는한쌍의젖가슴덱스트르와시니스트르의이름은기호적으로분명하게설명된다.‘덱스트르dextre’는‘오른쪽의’라는뜻이고,‘시니스트르sinistre’는‘냉소적’이라는뜻이다.오른쪽은명백하게이젖가슴의성향이체제적이라는것을나타내며,‘냉소적’이라는형용사는지성원리의한극단을보여준다.‘지성적’이기위해서는상황에매몰되어서는안되며,문제들로부터일정한거리를유지해야하며,분석대상으로부터감정적으로독립되어있어야한다.덱스트르가덤벙대는반면,시니스트르는차분하게상황을직시하며,문제를체계적으로해결해나간다.특히그는일반적으로재난으로느껴지는상황을유머스럽게뒤집는능력을가지고있다.덱스트르가정공법을택한다면,시니스트르는가볍게치고빠진다.
표면적으로덱스트르-시니스트르쌍둥이형제의상황을전하는것은덱스트르다.작가가왜‘오른쪽젖가슴’에게대변인역할을시켰는가하는것은,작가가왜여성특유의육체적조건인젖가슴을남성으로형상화했는가와연관이있다.
시니스트르는이작품의매우재치있고유머스러운결말부분에서젖가슴의앙가주망,젖가슴으로쓰는저항문학을이야기하면서,자신의좌파성과혁명성을강조하지만이들의세계관은실상은매우부르주아적이며―이들이자신들의최고의성취로여기는솔렌의수유장면을베르사이유잔치에비교하고있는것을눈여겨볼것―체제적이다.그사실은이들이존재의탄생의근원이되는정자와난자착상을,수십억마리의다른정충들을이겨낸하나의우월한정충의찬란한승리,우월한자에의한못난자들의<대량학살g?nocide>로묘사하고있다는사실로분명해진다.
‘가장뛰어난놈이수십억마리의한량들,줏대없는놈들,낙오자들,게으름뱅이들,논다니들,제3세계주의자들,영양결핍자들,무능력자들,잉여인간들,거지들,천민들,멍청이들,상속권박탈자들,밀려난놈들,낭만주의자들,상대주의자들,예술가들,빨갱이들,놀고먹는놈들,아나키스트들,기권자들,망설이는놈들,평등주의자들을때려잡고승리하기를!결국최초의대량학살이다!열네번째날한복판에이루어지는!’
따라서,우리는이작품에서작가가왜바르브린의한쌍의젖가슴에게남성의성을부여했는지이해하게된다.이말잘하고유능한젖가슴들,바르브린이죽음의다이어트로도,살아서미라가되는압박붕대감기로도,절망한주인공이자살시도를거쳐감행하는유방절제수술로도쫓아낼수없었던(유방절제수술후,가슴이저절로다시복원될수있는가하는의학적문제는여기에서논의의대상이아니다.중요한것은유방의자기완결성에대한악착같은상징적욕망일뿐이므로)이무시무시한자기집착은,젖가슴이여성육체의일부가아니라,여성의육체를대상화하는시선의환상이라는것을드러낸다.젖가슴의주인은그것을가진여성이아니라,그것을욕망하는남성인것이다.바르브린의실패한첫사랑올리비에와의관계에서그것은명백하게드러난다.올리비에는바르브린이아니라바르브린의젖가슴을사랑했다.그렇게이해하면,바르브린의젖가슴은수평의육체안에서수직성을노골적으로지향한다.
바르브린이그녀자신의말을찾을것이라는희망은그녀가고전발레를포기하고현대무용으로전환할때부터예상되었던일이다.그녀는자신의문학적무지를이사도라던컨에대한매혹을매개로극복해가기시작한다.따라서이책여기저기에화려하게흩어져있는예술가들의이름은단순히작가의현학적취향만을나타내지않는다.그것은바르브린으로하여금그녀의말을찾아내게해준등대같은존재들이다.바르브린은그등대들을좇아서유럽을떠나뉴욕으로간다.그녀가그뉴욕에서젖가슴때문에힘겨운모욕을당하고임신이라는어려운상황에처한것은,그새로운언어가육체를비껴가거나,지나가는것이아니라,육체를관통해서찾아내어야하는것이기때문이다.
그리고바르브린에게서고전발레를빼앗아갔던저주의젖가슴,그녀를땅으로고꾸라지게했던무거운살덩어리,쾌락의자기반영성안에빠져있던젖가슴은,풍선이되어그녀를하늘로들어올린다.그가슴들은허공에서폭발하여자기밖으로튀어나간다.새로운언어가눈부시게폭발한다.억압의매체가억압을폭발시키는‘수류탄의핀’이된것이다.
3.프랑스문단에신선한충격을던진화제의베스트셀러!
작가베로니크셀은1958년브뤼셀에서태어났다.자크달크로즈JacquesDalcroze리듬학교에서학위를받은뒤,고전발레를공연하고가르쳤으며,현대무용과,무용창조방법론인라방창조무용공연과교육에도종사했다.장편소설?다리[橋]의유혹?(2011),?노를랑드Norlande에오신것을환영합니다?(2012),?어머니와함께한신혼여행?(2015)을출간하였고프랑스문단의이목을집중시킨?큰가슴의발레리나?(2018)는그녀의네번째소설이다.작가의이력에서볼수있듯이베로니크셀은고전발레와현대무용의공연과교육자로살아왔다.그녀의해박한무용에관한지식은?큰가슴의발레리나?속에구석구석녹아있다.
가장육체적인예술이면서도가장반육체적인예술발레는여성예술가에게압도적인지위를부여해왔던거의유일한고전예술장르이다.남성을거세해서소년의여성적요소를유지시키거나,가면을사용해서남성으로하여금여성의역할을시키고,여성에게서예술가의역할을박탈하는시도는여러장르에서이루어졌다.그러나발레에서는그런페이크가통하지않았다.발레에서는처음부터발레리나가발레리노보다압도적으로중요한역할을해왔다.왜냐하면,여성육체의아름다움은아무리가장으로숨긴다고해도남성육체로대체가불가능한것이기때문이다.그비밀은여성육체의매끄러운곡선안에있다.그곡선의정점이바로젖가슴이다.그러나그젖가슴은절대로볼륨이지나치게커서수직적도약을방해할정도가되어서는안된다.그것은있는둥마는둥해야한다.
장래어마어마한모양이될나의가슴,모든것을망쳐버리게될그가슴에대해서.왜냐하면나는발레리나가되고싶었기때문이다.그런데젖가슴은발레리나에게는음악가가듣지못하는것과같다.그것은저주이다.
젖가슴때문에발레리나가될수없었던바르브린은사실은천재적인발레리나였다.그녀는아기때부터고양이를멘토로삼아발레에입문했다.그런그녀가자신의좌절을막연하게예감하는것은어머니의옛날사진첩을통해서이다.그사진첩에서바르브린은자신이지금도해내기힘들것같은아라베스크자세를하고있는옛날어머니의모습을발견한다.어머니가발레를그만둔것은큰젖가슴때문이었던것같지만,단한번도명확하게언급되지않는다.발레리나였던어머니는딸에게큰가슴을물려준데대해아픈마음을가지고있는듯하지만(몇차례간접적으로언급),딸의발레활동에대해아무언급도없다.그녀가발레리나였다는언표도아주흐릿하게,거의뭉개진형태로간접적으로만제시될뿐이다.그녀는딸에게브래지어를사주는것외에거의아무역할도하지않는다.
아마도,작가는<큰가슴의비극>을어머니의탓으로몰아버리는데에심리적부담을느꼈던것같다.비극의무게는너무무겁고,그원인은누구의잘못도아니다.어머니가느꼈을죄책감은사실문학적으로또는기호적으로그의미가무에수렴한다.작가가문학적으로관여할여지가없는것이다.그러나작가는그잔해를남겨놓음으로써,바르브린의젖가슴의문제가여성전체와관여되는육체적문제라는암시를던져놓는다.여성은젖가슴을가지기로선택한적이없다.그것은유전적으로주어진다.그러나그때문에심각한문제가발생하기도하는것이다.바르브린의경우처럼.
덱스트르로하여금쾌락의추구안에서이시제를사용하게만든작가의의도는분명해보인다.그녀는남성존재로표상된젖가슴에게단순과거로지칭되는쾌락의추구를하게만듦으로써,젖가슴이바르브린의현존재와무관하게추구하는쾌락이그녀의실존과거의상관이없는,그자체의자기충족성을가지는어떤별도의원리라는것을말하려고하는것처럼보인다.여성의육체안에서여성의실존과상관없이진행되는남성원리의폭력적추구.
쾌락과시제의문제가연관되어있다는사실은바르브린의말에서복잡한시제사용이쾌락의추구와관련되어딱한구절에서사용되고있을뿐이라는사실을고려해넣으면더욱분명해진다.임신을하고젖이돌기시작하면서바르브린은자기도모르게자위에대한이해하기힘든욕구가자신을지배하는것을느낀다.그녀는평소에눈길도주지않았던야한속옷을산뒤,그것을입어보고,그리고자신도모르게자신을지배한쾌락의문제를단순과거와접속법반과거로끊어버린다.단호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