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는 왜 푸른가 (서대선 시집)

빙하는 왜 푸른가 (서대선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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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간결한 말, 깊고 큰 울림!

‘봄비의 시인’ 서대선이 담아내는

작지만 아름다운 서정시의 미학
좋은 시는 자기 스스로 많은 말을 하지 않는다. 조금만 말하면서 독자로 하여금 많은 이야기를 유추하게 한다.
단 몇 줄의 문장들이 무수한 서사와 감정과 정서와 장면들을 거느린다. 서대선의 시는 이미지즘 기법을 통해 생략과 여백의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박용래 시인의 시를 연상케 한다. 서대선 시인의 시는 간결한 말로 깊고 큰 울림을 일으키는 언어미학을 통해 미적 완결성을 이뤄낸다. 그녀의 시는 많은 말을 하지 않는다. 말하지 않고서도 말하는 법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시는 아름다운 현상, 아름다움의 가치, 아름다움에의 체험을 ‘말’이라는 그릇에 담아내는 예술이다.
서대선 시인은 언어의 경제적 운용을 통해 관념은 함축하고, 이미지는 증폭시키며, 정서의 파동까지 두루 이루는 시인이다.
─ 이 병 철 (시인 ㆍ 문학평론가)
저자

서대선

경북달성출생
2009년시집『천년후에읽고싶은편지』로작품활동시작
2013년『시와시학』신인상
2014년시집『레이스짜는여자』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상(문학부문)
2019년시평론집『히말라야를넘는밤새들』
신구대학교명예교수
문화저널21편집위원

목차

1

탁본拓本_____10
이끼_____11
아기똥_____12
양말고_____14
품_____16
누가있어서_____18
헛헛한날_____21
소금꽃_____22
노루귀꽃_____23
꽃다지_____25
흔들어깨울때까지_____26
발아發芽_____28
너의한쪽다리가되어_____30
엉겅퀴꽃_____32
눈길_____33
첫키스_____34

2

입춘_____36
웃다_____37
마른꽃_____38
용서_____40
너는아니다_____41
범종이울면_____43
풀어내다_____44
대나무꽃필때까지_____46
쪽잠_____48
자드락길끝에서_____49
바람불어와_____50
인동덩굴속에파도소리가득하다_____51
안부_____53
보금자리_____54
그럼에도_____55

3

옹이_____58
백허그backhug_____59
빙하는왜푸른가_____61
눈시울을붉히다_____63
장애물_____65
그늘_____67
눈꽃_____68
긴이별,짧은편지*_____69
갇힌사랑의노래_____70
담쑥안고*_____73
너를채집하다_____74
내사랑,내곁에_____75
불현듯_____76
외딴집_____78
청실홍실_____79
수취불명_____80
이별없는아침을위해_____82

4

함박꽃피다_____86
밀물지다_____87
눈치를배우다_____88
웃는돌_____90
꽈리를불다_____92
술레잡기_____93
바나나는누가먹었을까_____95
오로지_____97
그런척_____98
무게의상대성_____99
한계령계곡에추운마음을내려놓다_____102
나들이_____104
늦가을에게듣는문장_____105
벼랑_____107
말해도될까요_____109
등대가있는풍경_____111
개나리_____112
┃해설┃이병철(시인ㆍ문학평론가)―봄비의시학_____113

출판사 서평

1.간결한말속에담긴여백의미학

『레이스짜는여자』이후5년만에펴내는서대선시인의시집은간결하고짧은시편속에서커다란울림을독자들에게전달하고있다.

눈내린새벽

남의집살러가는
열두살계집아이
등뒤로

눈속에묻히는
작은발자국

멀리서대문닫아거는소리

-「꽃다지」전문

좋은시가갖춰야할미덕이이짧은시한편에있다.“남의집살러가는열두살계집아이”는가난으로인해가족과헤어져부잣집에입양되거나식모살이하러가는길이다.“눈내린새벽”을걷는“계집아이등뒤로”그아이가찍어놓은‘작은발자국’이눈속에묻힌다.이제다시는집으로돌아갈수없다.“멀리서대문닫아거는소리”,매정하게대문을닫아야만하는가난한부모는남루한방에서얼마나울었을까.홀로새벽길을걸어가는열두살계집아이가훌쩍이는눈물콧물은추위에얼어붙어별빛처럼반짝였을것이다.좋은시는자기스스로많은말을하지않는다.조금만말하면서독자로하여금많은이야기를유추하게한다.단몇줄의문장들이무수한서사와감정과정서와장면들을거느린다.이시는이미지즘기법을통해생략과여백의효과를극대화시키는박용래시인의시를연상케한다.

서대선시인의시는간결한말로깊고큰울림을일으키는언어미학을통해미적완결성을이뤄낸다.그녀의시는많은말을하지않는다.말하지않고서도말하는법을알고있기때문이다.시는아름다운현상,아름다움의가치,아름다움에의체험을‘말’이라는그릇에담아내는예술이다.모든아름다움은자신의내부속으로시인을끌어당겨침잠시키고,시인은오감과사상으로전유한아름다움의질량을자신의언어안에고밀도로압축해낸다.이때그릇이커야많은것을담을수있다고오해하기쉽다.그러나그릇이클수록난삽하고오염된더께들까지함께담기기십상이다.아름다운시는작은그릇에세계의정수만을담아낸다.서대선시인은언어의경제적운용을통해관념은함축하고,이미지는증폭시키며,정서의파동까지두루이루는시인이다

2.빈곳을채우며완성된사랑의언어

불면과신경안정제를삼키며
신생의말들을찾아
푸른돌에이마를찧는사내

낡은자켓주머니속
신경안정제알마다
삐그덕거리는불면의말들

불면으로갉아낸
뼛속마다
다리가세개뿐인말발굽소리

절룩거리며
말들의사막을짊어지고
캄캄한우주건널때

간델라를든외눈박이마음
다리가세개뿐인너의한쪽
다리가되어
은하수를건넌다

-「너의한쪽다리가되어」전문

아무리미학적으로뛰어난작품이라고해도감동적인한편의시를이길수는없다.가장잘쓰인시는감동을주는시다.길고도길었던겨울이끝나고새봄을알리는비가사람들을감동시키는것처럼,서대선시인의시는각박하고메마른현대인들의가슴을촉촉한감동의빗방울로적신다.여러편의시를인용할필요없이위의시「너의한쪽다리가되어」한편이면충분하다.

“불면과신경안정제를삼키며/신생의말들을찾아/푸른돌에이마를찧는사내”는시인의남편인이건청시인이다.서대선시인과이건청시인은우리시단을대표하는시인부부다.한없이온화하고인자한이건청시인도,그너그러운미소뒤에불면과신경불안을늘감춘채“돌에이마를찧는”고통에매일밤마다몸부림쳐왔다는사실에나는새삼놀란다.시인이기때문에,“신생의말들을찾아”야하는시인의운명을거부할수없기때문에그는오랜세월뼈를깎는고통을감내해왔을것이다.

최초의완전한영감인시니피에는언어로형상화되는과정에서언어의한계성,시니피앙에의해절단되고왜곡,변형되어버리고만다.시니피에와시니피앙사이에서끝없이추락을반복해야만하는시인은늘불완전할수밖에없는불구적존재이다.사랑이불완전한두사람이만나성숙해지는과정인것처럼,시역시불완전한대상과불완전한시인이만나완전함을이루는일이다.서대선시인은언어의한계앞에절망하는남편을“절룩거리며/말들의사막을짊어지고/캄캄한우주건너”는“다리가세개뿐인말”로묘사한다.그리고“간델라를든외눈박이”인자신역시불완전한존재임을고백한다.하지만그녀는그불완전함에결코굴복하거나좌절하지않는다.오히려‘나’의불완전함이‘너’의불완전함을끝내완전함으로채우게될것을신뢰하며,“다리가세개뿐인너의한쪽/다리가되어”남편과함께광막한시의”은하수를건넌“다.이토록애틋하고아름다운사랑이또어디있을까.이토록순정한믿음과헌신이또어디있을까.서로가서로의빈곳을채우는순간사랑이완성되고,시가탄생한다.

이세계가자아와일대일대응하는모든관계들의총체라면,나도세계도다불완전한불구라면,세계를내쪽으로흘러오게하고,내가또세계로흘러가서로의빈곳을채우는비경계?비구분의커뮤니케이션과타자지향?타자수용의자세는나와세계를조화롭게하여완전한우주를이루는‘아날로지(analogy)의구체적방법론일것이다.서대선시인은외롭고쓸쓸한타자,상처입고고통스러워하는타자,불완전한타자의아픔을발견하고그것을치유하기위해타자의품으로봄비처럼흘러든다.타자의이질성을수용하고,타자의고유한아름다움을재현하며,사랑과위로를확산시켜감동을획득할때,그녀의시는마침내치유와회복의언어로완성된다.이제우리는서대선시인을마땅히’봄비의시인‘이라불러야할것이다.긴겨울이끝나간다.봄비가머지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