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에게 (이태수 시집)

내가 나에게 (이태수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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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초월의 꿈 그리고 인간정신의 불멸성 추구!

서정을 끌어안고 초월을 꿈꾸는

중진시인 이태수의 열다섯 번째 시집
‘물’과 ‘별’로 비유되는 실존적 방황과 초월적 명상

문단 등단 45년차의 중진시인 이태수의 열다섯 번째 시집 『내가 나에게』(문학세계사)가 출간됐다. 시집 『거울이 나를 본다』에 이어 1년 만에 나온 이 시집에는「옛 우물」,「물, 또는 내려가기」,「별, 또는 올라가기」,「눈이 내릴 때」,「초봄의 화엄」,「팽나무 있는 풍경」,「그 사람의 뒷모습」,「구두」,「어떤 항해」등 67편이 실려 있다.

시인은 “한해 가까이 자신을 들여다본 기록에 무게 중심이 주어져 있으며 바깥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본 경우도 없지 않으나, 궁극적으로는 바깥을 통해서도 자신으로 귀결되는 말 건넴이자 응답들”이라고 말했다. 구문의 형식은 음악에서 따오거나 대칭구조 등 회화(시각)적 효과를 예외 없이 끌어들이려고도 했다고 밝혔다.

해설 ‘꿈은 시를 낳고, 시는 초월을 꿈꾼다’를 통해 이구락 시인은 “인간 이태수의 삶이 시인 이태수의 삶으로 바뀌어, 완벽한 전업시인이 되고, 그의 일상은 시가 삶에 선행하는 경지에 이르렀다.”며, 등단 초기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서정을 끌어안고 초월을 꿈꾸고 있으며, 현실에 부대끼면서도 변하지 않는 순수한 인간정신의 불멸성을 지켜나가고 있다고 풀이했다. ‘물’과 ‘별’로 비유되는 실존적 방황과 초월적 명상은 이 시집의 뚜렷한 상징체계다.
저자

이태수

1947년경북의성에서출생,1974년《현대문학》을통해등단했으며,《자유시》동인으로활동했다.시집『그림자의그늘』,『우울한비상의꿈』,『물속의푸른방』,『안보이는너의손바닥위에』,『꿈속의사닥다리』,『그의집은둥글다』,『안동시편』,『내마음의풍란』,『이슬방울또는얼음꽃』,『회화나무그늘』,『침묵의푸른이랑』,『침묵의결』,『따뜻한적막』,『거울이나를본다』,시선집『먼불빛』,육필시집『유등연지』,시론집『여성시의표정』,『대구현대시의지형도』,『성찰과동경』,『응시와관조』등을냈다.매일신문논설주간,대구한의대겸임교수,대구시인협회회장,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부회장등을지냈으며,대구시문화상(문학),동서문학상,한국가톨릭문학상,천상병시문학상),대구예술대상등을수상했다.

목차


옛우물_____10
목마름―또는이데아_____11
물,또는내려가기_____12
별,또는올라가기_____13
그와나사이_____14
그의묵음默吟_____15
꿈속의천사_____16
성聖풍경_____18
파가니니와함께_____19
한밤의소요逍遙_____20
유리문_____22
유월어느날_____24
다시부재不在_____26
늦가을_____28
하릴없이_____30
눈이내릴때_____32
저녁눈_____34


겨울저녁벚나무_____38
홍매화와함께_____39
경칩무렵_____40
초봄의화엄華嚴_____41
봄법석_____42
산길에서_____43
벼랑의향나무_____44
모량리지나다가_____45
강나루에앉아_____46
왕릉앞에서_____48
나비와조약돌_____49
비비추꽃_____50
팽나무있는풍경_____52
겨울초입_____53
장이규의소나무_____54
김일환의나무_____56
노태웅의기차역_____58


그이는오늘도_____62
불에불지르듯_____63
튤립한송이_____64
별하나_____65
달맞이꽃_____66
매미에게_____67
외톨이그는_____68
그사람의별_____70
빈집_____72
그사람의뒷모습_____74
그사람과시_____75
페리칸사스_____76
가는가을_____78
결별訣別_____79
이쪽문_____80
지상의길_____81
나도간다_____82


칩거蟄居며칠_____86
흔들림에대하여_____87
구두_____88
다시세상타령1_____90
다시세상타령2_____91
다시세상타령3_____92
줄서기_____94
어떤항해_____96
콩과팥_____98
배호와나_____100
배호생각_____104
대프리카별곡_____107
어느저녁,불현듯_____108
막막한길_____110
옛집에서_____111
내발소리_____112

┃해설┃이구락(시인)_____113

출판사 서평

더나은세계를향한초월의꿈
순수한인간정신의불멸성추구
이태수시집『내가나에게』는지난해출간된『거울이나를본다』(문학세계사)이후의신작67편을담고있으며,더나은세계를향한초월의꿈을서정적으로길어올린심상풍경들을다채로운빛깔로펼쳐낸다.급변하는세상과현실에부대끼면서도한결같이순수한인간정신의불멸성을추구하는가하면,현실을비판적인시각으로바라보면서풍자와야유를보내는경우도많아졌지만궁극적으로는자아성찰로귀결되는겸허한마음자리를바탕에깔고있다.
이번시집은특히등단초기부터중심화두가돼온‘초월에의꿈꾸기’가뚜렷하게심화되고선명해졌다.실존적방황과초월적명상이다양하고현란해지기도했다.쉬운구문과단아한문채속에녹아들어있는철학적사유의깊이를읽게하며,자신을객관화시켜들여다보며‘뒤집어꾸는꿈’의세계로폭을넓히고그높이를느끼게한다.
그의이번시편들은근래에지속적으로추구해온형태미에무게를싣고있기도한다.시인이밝히고있듯,실내악이나교향악처럼처음과끝이같은‘A-B-A'형식과회화적(시각적)효과를얻기위해시의행과연의앞뒤흐름이대칭구조를이루도록구성하고있는점도특징이다.
실존적방황과초월적명상
‘물’과별‘로비유되는실존적방황과초월적명상은이시집의뚜렷한상징체계다.그렇다면이시집의첫머리를장식하는물과별은어떤모습으로나타나있을까.
물을마신다
아래로내려가는물,
나는물과더불어흘러간다
물은언제나멈추기를싫어한다
개울물이아래로흘러가고
강물은몸을비틀면서내려간다
폭포는수직으로일어서듯
줄기차게내리꽂힌다
물을들이켠다
안으로스며드는물,
새들이낮게날아내리고
공중부양을하던뜬구름몇점이
제무게탓으로떨어진다
가늘던빗줄기가점점굵어지며
빗금으로뛰어내린다
빗줄기를바라보는
내가내린다
―「물,또는내려가기」전문
별들을바라봅니다
날이저물어어두워지면
나는어둠속에서꿈꿉니다
밤하늘의먼별들을끌어당기며
거기까지올라가보려꿈을꿉니다
별들이반짝이며눈짓을합니다
아무리안간힘을다해봐도
마음만혼자올라갑니다
별들이내려다봅니다
마치동화속아이같이
별빛따라사닥다리를놓고
어둠을헤치면서오르려합니다
눈을감고서야거기에다다릅니다
하지만눈뜨면떨어질것같아
밤이슥토록눈을감은채
올라가려는꿈을꿉니다
별을끌어안습니다
―「별,또는올라가기」전문
물과별에대한대칭적인식에서,‘내려가기’는이루어지지만‘올라가기’는거의좌절로끝난다.그의이데아를찾아나서는꿈꾸기는숙명이되어버렸다.“몇겹벽으로둘러싸여서그런지/건너지못할강저편에있어서인지”(「목마름」)뻔히알면서도늘목마름을느낀다.“꿈속에서도그바깥에서도/만나자말자헤어져야하는/그런사이”인“그와나사이”(「그와나사이」)에서도‘그’는신과나사이에존재하는이데아다.시인에게이것은역설적이지만시마(詩魔)에빠져사는행복한경지이기도하다.
나무그림자일렁이는우물에
작은새가그림자를떨어뜨리고간다
희미한낮달도얼굴비쳐보다간다
이제아무도두레박질을하지않는우물을
하늘이언제나내려다본다
내가들여다보면
나무그림자와안보이는
새그림자와지워진낮달이나를쳐다본다
흐르는구름에내얼굴이포개진다
옛날두레박으로길어마시던물맛이
괸물을흔들어깨우기도한다
―「옛우물」전문
‘옛우물’은버려진빈우물이라서화자의추억만가득고여있다.추억없인그리움도없듯이옛우물은화자가간절히그리워하는내면적이고본질적인자아다.옛우물은내가나에게주는거울이며,내가나를바라보는주체이자동시에객체이기도하다.‘내’가들여다보는현재시제와두레박질하던과거가오버랩되면서,과거와현재의시간성이자꾸포개지는의식의혼동상태를야기한다.그의꿈꾸기와초월에의의지가좀더선명해졌으며,그열정이빚어낸실존적방황과초월적명상의프리즘도다양해지고현란해졌다.
눈이내리고눈송이들과는달리
두발이공중에뜬다
함께떠오르는내꿈에
샤갈과슈베르트의꿈이포개진다
몇해전모스크바에서도그랬다
‘참새언덕’*의자작나무에기대서서
눈을맞으며하늘을바라보니
샤갈의꿈이눈발사이로어른거렸다
그꿈을끌어안으며
내꿈을그속에다져넣고있는동안
슈베르트의<겨울나그네>중
‘보리수’몇소절이함께어우러져
아득한하늘로나를들어올렸다
내리는눈송이들사이로천사들과
바이올린이날아다닌다
내꿈도날개를단듯
이덧없는떠돎마저포근해진다
―「눈이내릴때」전문
‘나’와샤갈과슈베르트의꿈이한데엉겨펑펑내리는눈송이와함께비의적(?義的)인분위기를연출하고있다.눈내리는숲은포근하고,샤갈의그림처럼몽환적이다.그의목소리는들뜨지않고,한없이포근한감정에휩싸여있다.
정념과무심의경지
까치들이무리지어운다
누구를반기는지,무엇을경계하는지,
때마침저녁놀보다도느릿느릿
저만큼서누군가가다가온다
하지만가까이오지는않고
다가올때처럼손을흔들며멀어진다
나는어렴풋이그를느낀다
알듯하고모를듯도하지만
내가기다리던나였던것같다
경계하거나반길필요가없다는듯
까치들이무리지어난다
―「다시부재(不在)」부분
‘부재’라는관념어는이태수시의키워드중하나다.“내가기다리던나”는‘부재’의상태이기때문에비극적이며철학적이다.‘나를들려다보기’란곧‘내마음들여다보기’이니,아타락시아또는정념(正念)의상태를꿈꾸며,그곳에물이고이고별이떠오르도록기다려야한다.“내가나를부르는소리”에집중하다보면,그끝에이런무심의경지가있다.
설익은시한편쓰고
연거푸술잔을기울인다
밤이이슥하도록
그는술잔을비우게한다
시를더다듬으려애써도
거기가거기일뿐,
안들리고안보이게그는
지례읊고가버린걸까
―「그의묵음(?吟)」전문
시마에빠져사는게시인에게는가장행복한시간이리라.“마음을닫으려해도열리거나/열려해도닫혀버리기”(「유리문」)에,그고통스러움을극복한아타락시아또는정념의상태에서마음의결을빚어내는천의무봉의장인정신이이토록아름답다.상선약수의겸허함과천의무봉의꿈꾸기는기실시인이갖추어야할덕목이며이상이지않던가.두보보다는이태백에가까운시인이태수의소탈한진면목을보게되어행복하다.
균형감각과세태풍자
이태수시인은슬럼프를모르는근면성과아직도술과담배가별로줄지않은타고난통뼈체력을지녔고,늘단정한정장차림의기품있는신사다.그런그의내면에인간적인자기연민의고통과불안과우울이웅크린속내를감추고있다.“당신노래와실존철학언저리를맴돌았”(「배호와나」)다고젊은날의방황과우울을고백하는시인은놀랍게도“단한곡도빠뜨리지않고따라하다보니/내목소리도병색이짙어지는것같더군요.”(같은시)라고한다.
그가‘배호덕후’가된것은일종의자기연민의심리기제다.기억과추억들은망각의지층에서싹이돋아현재에꽃핀것들이다.「어느저녁,불현듯」에서처럼시인은“저녁숲길을걷다가불현듯”덧나는상처같은“오래된아픔”을불쑥만난다.중요한것은‘불빛’이다.어둠속에따뜻하게빛나는“마을의불빛”이다.
내구두는균형이깨지곤합니다
오른쪽의뒤축은오른쪽이더닳고
왼쪽의뒤축은왼쪽이더닳습니다
그러나구두탓은아닙니다
순전히내탓입니다
살짝팔자걸음이라서
오른발은우편향이고
왼발은좌편향이어서
그렇게되고맙니다
그러려고그런건아닙니다
―「구두」부분
살아가면서“온몸으로균형을유지”하고,“마음으로중심을잡고있”다고믿었는데,“구두를벗어들여다보며”한쪽으로더닳은모습을발견하고는민망해한다.이내“구두는염치를가르쳐주는/자성의거울”이었다는이훈훈한내용속에서도팔자걸음인“순전히내탓입니다”라고자책하는걸잊지않는다.
시인의근황은「칩거며칠」에그려져있듯“아무래도세상이거꾸로가는것같아”혼자라도“다시마음다잡기”위해“누웠다가앉았다가섰다가”,“자다가깨다가꿈꾸다말다가”하며칩거한다.그이유가“아무래도세상이거꾸로가는것같아/그렇게는가고싶지않기때문”에,“눈을떠도감아도헛도는”세상을버티는방법이겨우“내키지않는길은가지않겠”다는것이다.
낙향한저윗대할아버지*1는
배꽃위에달빛희게내리고
두견새슬피우는한밤중에홀로
나라걱정,임금걱정‘일지춘심’으로
잠을이루지못했다더군요
또한분윗대할아버지*2는
까마귀가검다고비웃는백로를향해
겉희고속은검다고질타했지요
요즘은두할아버지심경이
세삼가슴치는세상입니다
―「다시세상타령1」전문
이조년의「다정가」와이직의「까마귀검다하고」는국민애송시다.그‘윗대할아버지’두분에대한자긍심이가득하다.그는두선조의시조를풀어놓고,요즘세상돌아가는모습에비분강개하며“새삼가슴치”고있다.뒤따르는연작시도“내탓을네탓으로뒤집고/반대로네탓을내탓으로뒤집는/세상은연옥같습니다”(「다시세상타령2」)라며괴로워하고있다.더노골적인일종의정치시또는세태풍자시다.‘적폐청산’,‘내로남불’같은말을떠올리게되는시들이다.
사물에대한대칭적접근
이태수시의또하나의특징은‘포멀리즘과사물에대한대칭적접근’이다.그는<나의시쓰기>(『거울이나를본다』)에서구체적으로표현기법을이미밝힌바있다.“실내악이나교향악처럼처음과끝이같은‘A-B-A'형식”과“맥락의회화적(시각적)효과를얻기위해시의행과연의앞뒤흐름이대칭구조를이루도록구성”한다.‘A-B-A'형식도음악적운율보다는작품전체를조감할때느낄수있는시각적효과에무게를싣는다.
그사람떠나고나서
뒷모습이자꾸떠오릅니다
앞모습보다더자주떠오릅니다
앞을내다보며앞질러살았는데도
뒷모습이더아름다워보입니다
남몰래자신을오롯이바친
그사람걸어간길은
남들에게보이려하기보다
드러내지않으려해서그럴까요
안보이듯점점뚜렷이드러나서
날이갈수록그런게아닐까요
그사람의뒷모습이오늘도
아름답게떠오릅니다
―「그사람의뒷모습」전문
이시는봉긋한젖무덤이첫눈에도느껴지는,그것도짝젖이아닌,옆에서보면조금도처진느낌이없는,예쁘고건강한유방이다.이처럼시의형태미를살려놓은시는이시집에서자주눈에띤다.
포구에서있는팽나무
불콰한황색열매들사이에
희미한반쪽낮달이걸려있다
고기잡이배들은만선꿈을꾸는지
먼바다여기저기가물거린다
팽나무익은열매같은얼굴빛의
악동들이모여들어
깔깔대며팽나무열매놀이를한다
팽팽나는그열매들과는달리
갯바위아래붙박인거룻배한척
어느새낮달도제길가버리고
포구의팽나무를바라보는
나만우두커니서있다
―「팽나무있는풍경」전문
이시는행길이를대칭으로맞추면서도‘3-2-3-2-3’형식을취해또다른시각적형태미를돋보이게한다.
시인으로서휴식기한번가지지않고부단히시를쓰고시집을출간해왔다는것은그의시가시류에흔들리지않고,언어적실험의식이나난해한모더니즘으로부터도일정한거리를두며,눈치채기어려울정도로완만한진화를유지해왔다는뜻이다.이태수시인은초기의실존적방황또는낭만적우울속에서비속한현실을벗어나려는‘날아오르기의꿈’과더나은세계로나아가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