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 선택한 시간들 (노두식 시집)

기억이 선택한 시간들 (노두식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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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상처의 흔적들을 치유하는 ‘기억’의 욕망과
시를 통한 자신과의 적극적인 대면
담담한 일상에서 예리하게 포착한 청진기 같은 감성 시편
저자

노두식

인천출생으로제물포고등학교졸업후경희대학교의과대학과를졸업한후동대학원에서한의학박사학위를받았다.1991년『문학세계』신인상으로데뷔했다.시집으로『크레파스로그린사랑』(1984),『바리때의노래』(1986),『우리의빈가지위에』(1996),『꿈의잠』(2013),『마침내그노래』(2016),『분홍문신』(2018),『기억이선택한시간들』(2019)과그외『한국의약용식물』,『엄마건강하게키워주세요』,『한방방제감별조견표』,『재미있는한방이야기』,『노두식박사의생활한방114』등을출간했다.현재한국문인협회와현대시인협회회원이며,인천영제한의원원장으로일하면서경희대학교한의과대학외래교수로출강중이다.

목차

1
내內프로필――――10
이력서――――12
낯설지않은풍경――――14
여자――――16
명名품――――17
팬지――――18
정적――――20
제2막――――22
떠있다――――24
도박――――26
상사화――――27
홍예문――――28
자위――――29
이명――――30
보이는것――――32
뭇매――――33

2
너와한번쯤은――――36
코미디――――37
풍화――――38
눈내리고소리없이――――40
그림자자르기――――42
불면――――43
일행――――44
보고있었다――――45
코모도풍――――46
캔버스――――48
대서――――49
4.21.――――50
기억이선택한시간들――――52
그길――――54
비――――55
백록담에서――――56

3
일몰――――58
플라타너스――――60
관계――――61
그날이오면――――62
빈자리――――63
푸른이마――――64
일기예보――――66
슬픈노래――――68
가지치기――――70
남루――――72
청수국――――73
그림자――――74
환절기――――76
무리――――77
겨울일기――――78
눈――――79

4
풀잎하나가――――82
메아리――――83
밤의엘레지――――84
날개――――85
양귀비――――86
공포――――87
후렴――――88
꿈이아닌――――90
나비의얼굴――――92
정물화――――94
에트랑제――――95
만추――――96
성장은――――98
자화상――――100
빛,귀의歸依――――102

┃해설┃김윤식――――103
욕망과그아름다운좌절과―노두식시인의시세계

출판사 서평

1.가장근원적인서정의원리를보여주는시편

노두식의시들은이세상을향해,흔히말하는사회나민중,그런쪽을향해열려있지는않다.현실의모순을옳게인식하고그극복을위해고투하는문학과그렇지않은문학의대립이문학의근본문제라고진단한평론가최원식의논리대로라면노두식의시들은분명후자,그렇지않은문학쪽에선다.

한번쯤은풀꽃같은너와
한살림살아보고싶다

둘이서밥도해먹고산책도하고
나란히앉아티브이도보고

어르듯불러주는노래를들으며
꾸벅꾸벅졸고도싶다
겨울밤
빨간내복안으로손을쓱집어넣어
등을긁어주면
잠꼬대처럼시원하다고하는말도듣고싶다

그렇게살다보면두번은못사는이세상이
아쉬워질거야
한번더살수있으면좋겠다생각하겠지

그런데한번은또누구와살지

――「너와한번쯤은」전문

혼자사랑에젖어,그다정하고아쉬운감정을솔직하게밝힌이시의위치는모순가득한현실의공간이아니라시적화자의관념속,지극히개인적이고사적인욕망의공간속에놓여있다.그러니까이시를‘그렇지않은문학’즉개인적인문학이라고해야할지자기내부적문학이라고해야할지모르겠다.그러나그렇다고해서노두식의시가독자,민중들의기호를끌어당기지못하고외면당할이유는없을것이다.여전히이런시가쓰이고또읽히고있지않은가.
남자들끼리모인어느자리에서제각각한숨처럼꺼내,한마디씩던진세속적인방담처럼들리기도한다.그러나이시편이그렇게한번읽고덤덤히내려놓을정도의평범한작품만은아니다.겉으로는혹술기운끝에옆사람누구에게툭뱉을수있는반농담같은고백으로도들리지만,이시의화자가품고있는원망,욕망,곧‘풀꽃같은너와’함께‘한살림살아보고싶다’는.현실에서전혀실현불가능한원망이우리의가슴을툭툭건드리기때문이다.

이에반해후미의두연은솔직히이미한번‘한살림’을살아본사람의내면의식이다.짐짓주책없고엉뚱한욕망의표출같지만,그래서그것을얼른농담처럼스스로눙치듯이하고있지만,이것은앞서말한남자들이미숙한대로가지는로망에대한역설이라고할것이다.그것은시적화자자신이단한번도“함께밥을해먹은적이없거나,티브이를같이본적이없거나,내복속으로손을넣어등을긁어본적이없는”그래서“……싶다”의‘욕망충족’을경험하지못한결핍의존재였기때문이다.로망에대한역설로서과연화자가‘또누구와살’수있을까.불가능하다.따라서이말은라캉이주장한욕망의환유일뿐이다.

이렇게이시는시적화자의이루지못한,그리고이룰수없는원망,욕망을그내면에품고있음에술자리방담같은쉽고평범한작품이아니라는말이다.그리고만약한걸음더이시편의안으로들어가이아름다운욕망의좌절아래에도사린화자의고독함,그근원까지읽어낸다면그것은실로독자의혜안이다.특히첫행의‘한번쯤은’으로대변되는시적화자의간절한진정성과맨끝의‘또누구와살지’의차마속된장난기같은발설로이루어진수미의대조는시의구성상으로도썩재미있다.

2.‘나는나의갈망을아낍니다’

거울을떠나면
얼굴에묻어있던그대도떠나고
나는일상으로되돌아와서
다른그대에게
거울밖의얼굴을보이고있다
내가확인할수없는
그때나의표정은늙은플라타너스처럼
조금은더투박하고고전적일것이다

――「플라타너스」부분

이시는마치거울의유리면처럼차갑고차분하다.거기에비친나와,현실의나라는이중적자아에대한통찰이차가울정도로냉정하다.“거울을떠나면/얼굴에묻어있던그대도떠나고/나는일상으로되돌아와서/다른그대에게/거울밖의얼굴을보이고있다”며시적화자는아무런감정의흔들림없이거울을떠날수있고,또‘얼굴에묻어있던그대’도떠나보낼수있다고말한다.그러고는아무일없었다는듯또‘다른그대에게’나의‘거울밖의얼굴을’보여주며무덤덤하게일상으로되돌아오는것이다.그러니까거울을통해이상화되었던자아를버리고일상속의자아의위치로돌아온다는이야기이다.

이번노두식의시집은때로자신의욕망의좌절과결핍을토로하거나,혹은흐르는물처럼편안하고자연스러운감정을드러내기도한다.또때로는사변적이되어스스로내면의식을표출하기도한다.하지만‘시를통한자신과의대면’곧시쓰기가몇안되는삶의선택중의하나이며,동시에그것이자신의지극한갈망임을토로한노두식의솔직한목소리에귀기울여듣는것도의미있는일일것이다.“나는나의갈망을아낍니다.”그는자신의말을이렇게끝맺고있다는것도덧붙인다.

평론가유성호는노두식의네번째시집『꿈의잠』의해설에서노두식시인의삶을“슬픔을불가피한배음으로하는고독의자장으로구성되어있는어떤것”그리고“꿈의형식을통해자신의실존적고독을발견하고표현한다.”고말한바있다.
유종호가서정주를이야기하면서인용한“시의목적은놀랄만한사고로우리를눈부시게하는것이아니라존재의한순간을잊혀지지않는순간으로또견딜수없는그리움에값하는순간으로만드는것”이라는쿤테라의언설은이렇게노두식의시를이야기함에도적절하다는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