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독특한개성으로감각적인시편을일궈온금기웅시인의첫소설집!
시인이첫소설집을펴냈다.
"완결성과투명성을,시의본성으로서서정성을잘보여주고"(정진규),"대상을감각적으로해석하고이들이서로상관된일정한틀속에놓여있음을밝혀낸다"(홍신선)는평가를받으며두권의시집을펴낸《현대시학》출신금기웅시인의첫소설집『환상이야기』는「즐거운수목장」,「사슴부적」,「손바닥의말」,「욕망의입구」,「유목민과쇠망치고수」,「시와혈서」,「환상이야기」등단편소설일곱편으로구성된소설집이다.
<금기웅의소설집>을읽은장석주(시인?문학평론가)는“금기웅이다룬‘불행의서사’는소외되고내쳐진그난민들이어떻게그들의불행과싸우고있는지를보여주며,자신보다더불행한타자를연민하고도움을베푸는태도를‘환대’라고한다면금기웅의소설은환대의윤리학을펼쳐낸다.”고말한다.
금기웅의소설에는늘가난하거나병약하거나장애를가진인물들이나온다.이를테면자식없이살다가‘무연고자생활보호대상자’로요양원에서고독한죽음을맞는고모,여러회사에입사원서를내다가서른넘어겨우작은신용보증회사에평사원으로들어간남자,그리고사기꾼에게카페보증금을떼인딱한카페여주인,다섯살때장티푸스를심하게앓아귀의달팽이관이손상되어청력을잃은사내,최저생계비를버는시간제일을하며근근이살아가는젊은남자,주택청약부금을붓기시작하고7년만에아파트청약에당첨되지만추가대출을받아전세금을반환하고아파트에입주한남자,공장노동자의곤궁한처지에서자기구원의수단으로삼은시가오기를기다리는남자,가망없는암환자로방사선치료를받고있는중국여성등이그주인공들이다.
이들은잘난데없이어딘가모자란결핍의존재들이다.결핍은죽음이그렇듯이이들실존의숙명같이보인다.이들의실존위에얹힌세상의우여곡절과그로인해빚어진고난과불행은무겁고,이들이붙잡으려는희망의끈은가늘고미미하다.
소설집맨앞의「즐거운수목장」은슬하에자식이없어‘무연고자생활보호대상자’로요양원시설에서죽음을맞는고모의이야기를다룬다.정수는고모가죽자시신을화장장으로운구하고유골을인수받아고모의유언에따라한사찰에서수목장을치르는절차를혼자담담하게감당한다.이소설은요양원시설에서의고모를다룬전반부와수목장을중심으로하는후반부로뚜렷하게대조된다.무엇보다도전반부의문체와후반부의문체가미묘하게달라진다.전반부문체는세상인정의반생명적메마름에대응하는건조함을특징으로한다.반면에후반부문체는나무와죽은인간들이질료적으로뒤엉키며창조되는신화적인상상을품으면서생동한다.먼저소설의전반부.정부지원을받아운영하는요양원직원들은모두불친절하다.그들은요양원에수용된환자들을그저돈벌이의수단으로여긴다.고모는무연고자생활보호대상자로그비정한요양원에오랫동안머물다가쓸쓸한죽음을맞는다.요양원이생산과효율을따지는경제적프레임과피도눈물도없는자본주의의냉혹한논리가지배하는타락한현실세계를가리킨다면,요양원에방치된무료수급자들은세상과분리되고소각되어야할폐기물에지나지않을것이다.요양원이이들에게불친절한것은이들이요양원에유용한그무엇의생산에기여하는바가없기때문이다.
정수는화장절차를혼자다마치고고모의유골을수목장으로모신다.이수목장부분을눈여겨볼필요가있다.작가의상상과사유는전반부의메마름을넘어서서화사하게풍요롭게펼쳐진다.그것은아마도작가가무의식의상상력속에서나무의파릇한생명력에감응했기때문일거라고짐작한다.오랜세월동안인류는나무에기대어살아왔다.그래서나무는인류의무의식속에서생명의우주적회통을매개하는존재로군림해왔다.“수목장으로이용된수많은나무들은,자동절구로빻아진수많은유골들은,컴컴한지하공간에서서로만나게될것이었다.나무들은한생으로,한삶으로,힘들게뿌리내린지하공간에서서로다른나무의뿌리들과연결되어있었다.”수목장터에서는어떤일들이일어나는가?나무는다른나무의뿌리들과연결되어미생물을분해하고그자양분을빨아들이면서지구의생물지구화학적순환의고리로작동한다.“수목장터의지하공간은수많은인골들과인골들이만나는장터처럼자리잡아서로어울리고있었다.나무들의삶과,인간들의죽음과,서로보이지않는끈으로연결된환희의장터였다.”죽어서나무아래에묻힌인간의몸은나무의뿌리들에게자양분을내주고사라진다.그리하여수목장터는‘나무들의삶과,인간들의죽음?들이만나고생명이회통하는‘환희의장터?로바뀐다.
2.외롭고소외된자들의이야기
작가금기웅이들려주는이야기는소소한것들이다.그것은일상범백사에포섭될수있을만큼작은불행의이야기들인데,작가는그속에서예기치않은구원과진리의순간들을포착한다.작가는이놀라운진리의순간들을뭉뚱그려‘환상’이라고부른다.그‘환상’은현실저너머아득한거리에서별같이반짝거린다.“어제의별들은이미황도대저편우주골짜기로넘어갔다.언젠가무의식속의어린그를불러내어다시마주할기회는있으리라.”현실세계에떠있는것은‘반달’이다.‘반달’은모자란달,아픈달이다.하지만환상의세계에서는모든게탈바꿈한다.“진호는지금까지보아왔던반달의형태가절반뿐이라서,줄곧아픈달이라고만생각해왔다.환상의세계에서는비록반달도,아파보이는달도,보잘것없는그도,매미가탈바꿈해하늘로우화해날아가듯기쁜달로변하는것이었다.
그는이제다른세계가존재한다는것을믿게되었다.환상의세계에서는고통도,불안도,기쁨으로변할수있다는것을알게되었다.문득구름사이에서달이얼굴을내밀었다.달은이제아픈달이아니었다.기쁜달로바뀌어있었다.”범속한현실에서‘환상’으로건너가는위해서는우화라는과정을거친다.‘환상’은우리범속한삶의켜에숨은경이로운각성과비일상적아름다운깨달음의찰나를포용하는개념이다.불행과불운에머리채가잡혀휘둘리며고통과불안에시달리는사람들은나쁜현실세계에서의조난자들이다.그들은길을잃고,표류하며,허둥지둥하고,뿌리뽑힌채세상을떠돈다.이들은조난상태에서어디론가구조신호를보내고,자기구제를위해‘환상’으로의도주선을모색한다.도주선을타고도망가기는자신의운명을불행이라는지층에서떼어내는일이다.달리말하면탈영토화하기다.여기가아니라저기로,이방식의삶이아니라다른방식의삶으로!금기웅의단편에서이들이선택한도주선은여행이거나;“5년전,진호가한국에자유여행왔던그녀를처음만났을때한번찾아가겠다는생각을한적이있었다.현실은어려웠다.어머니로부터동생들학비를보태라는전화를받으며여행은이불속꿈으로만남아있었다.”,시쓰기다;“사실,그는이번달들어그녀가꿈에서나타나길기다려왔다.그녀는보이지않았다.꿈속의그녀는바빴거나,아예그를잊었거나,둘중의하나였을것이다.가슴이구멍난것같이허전해졌다.하루하루힘들게구조신호를보냈지만,아무소식을받지못한조난자같이공허해져갔다.”
작가금기웅은세상의주변부로밀려난외롭고소외된채근근이최소주의로삶을꾸리는인물들,즉세계의중심에서저가장자리로추방당한이들을소설의중심인물로즐겨채택한다.이들은제각각떨어져궤도를도는외로운별들이다.하지만이들은만나고관계를맺으며상호의존하는연대를불행과역경을넘어설수있는한줄기희망의빛을찾는다.
「사슴부적」은한골목끝에있는낡은건물의북카페가배경이다.“골목은마치세상끝에서불어오는듯차가운바람이떠도는길이었다.가로수마른나뭇잎들이깨를추수할때도리깨로흠씬두드려맞듯쏟아져내렸다.낙엽들은어디든쉬고싶었겠지만,멀리날아가지못하고여기저기쏠려다니기만했다.”이골목은세상의막다른곳인듯고적하고,길에는낙엽들만바람의방향에따라이리저리쏠려다닌다.작가는이스산한골목풍경을통해작중인물들의스산한내면을암시적으로드러낸다.
작가가이‘불행의서사’들로전하고싶은것은무엇일까?작가는이욕망으로소용돌이치는현실저너머에는고통이나불안이기쁨으로우화하는환상의세계가있다고말한다.밤의불행과강박에빠진이에게언젠가는어둠과혼돈을깨고날빛이돋아온다고,그기쁨의때를기다리라고말하듯이.
금기웅은불행의겉과속을살피고,그부조리에짓눌린인간의행태를집요하게탐색한다.불행에대한그들의피동성과불행에삼켜진의식의익명성은구체적실감으로빛난다.그들은지리멸렬한생의한가운데로휘어져들어가며종종돌발적인선택을한다.그돌발성은불행이라는질곡과덫을만드는현실에대한소극적방어기제때문에생겨난것일까?그들은밤이라는거대한어둠에삼켜질만큼자신이만만한존재가아니라고주장하고싶은걸까?어쩌면그럴지도모른다.그들은밤의어둠속으로섬광처럼파고드는한줄기의빛을찾으려고애쓴다.불행에속수무책일만큼연약할지모르지만인간다움을유지하게만드는자존마저포기하지는않는인간들!그들의무너진자존이가장온전하고화사한방식으로회복하고분출하는게바로불행에빠진타인을향한환대다.어디에서든환대받지못한채차별과배제로불이익을당하며떠도는사람들을다난민들로그려놓고있으며,그들에대한연민을소설속으로불러와다룬것이금기웅소설의본질로보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