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창 이쪽 (이태수 시집)

유리창 이쪽 (이태수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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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지성적 관조로 자아와 세계의 합일 꿈꿔
내적 성찰을 바탕으로 한 지성적 관조로 자아와 세계의 조화로운 합일을 꿈꾸는 시세계를 펼치는 중진시인 이태수의 열여섯 번째 시집 『유리창 이쪽』(문학세계사)이 출간됐다. 시집 『거울이 나를 본다』, 『내가 나에게』에 이어 역시 1년 만에 펴냈으며, 신작시 73편을 실었다. 순수한 인간 정신의 불멸성과 삶의 이상적 경지를 추구하면서 철학적 사유의 깊이가 심화된 서정시들을 담고 있는 이 시집은 우주적 신성성에 가까이 다가가려는 형이상학적 지향과 현세적 욕망 저편에 자리 잡은 신비로운 절대 세계에의 꿈꾸기로 현상적 초월에 다다르려는 길 찾기에 무게가 실려 있다.
저자

이태수

1947년경북의성에서출생,1974년《현대문학》을통해등단했으며,《자유시》동인으로활동했다.시집『그림자의그늘』(1979),『우울한비상의꿈』(1982),『물속의푸른방』(1986),『안보이는너의손바닥위에』(1990),『꿈속의사닥다리』(1993),『그의집은둥글다』(1995),『안동시편』(1997),『내마음의풍란』(1999),『이슬방울또는얼음꽃』(2004),『회화나무그늘』(2008),『침묵의푸른이랑』(2012),『침묵의결』(2014),『따뜻한적막』(2016),『거울이나를본다』(2018),『내가나에게』(2019),시선집『먼불빛』(2018),육필시집『유등연지』(2012),시론집『여성시의표정』(2016),『대구현대시의지형도』(2016),『성찰과동경』(2017),『응시와관조』(2019)등,미술산문집『분지의아틀리에』(1994),저서『가톨릭문화예술』(2011)등을냈다.매일신문논설주간,대구한의대겸임교수,대구시인협회회장,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부회장등을지냈으며,대구시문화상(1986),동서문학상(1996),한국가톨릭문학상(2000),천상병시문학상(2005),대구예술대상(2008)등을수상했다.

목차


무명(無明)길
별과나
별에대한몽상
사랑나라,별나라
어떤환상
불빛과그림자
부재중
색즉시공(色卽是空)
불이문(不二門)앞에서
불이(不二)의바깥길
눈을감으면
어떤길
글썽이다
우주와나
잠깐꾸는꿈같이
중심
당신과나
고도(孤島)
시간은오늘도


남풍(南風)
옛집,적막
봄전갈-2020대구통신
매화지는밤
봄,꿈
와락
봄,기다림
바람의무늬
오고가고
후투티
버들개지
산문(山門)점묘1
산문(山門)점묘2
한여름
불볕대낮
한여름의천사
개울가물푸레나무
황혼에
불빛하나


페튜니아
가을한나절
황혼길
늦가을한때
심산행(深山行)
청단풍
산그늘
범종소리
적요(寂寥)
코없는돌부처
금상첨화(錦上添花)
원장현의대금산조
눈이내리네
빈하늘
한겨울점묘
폭설(暴雪)뒤
강,강물
계단


먼풍등(風燈)
돌탑
어떤광장
안개나라
마차가말을끌듯이
잘못에대하여
미망(迷妄)
오른쪽에서
바르게만
망연자실(茫然自失)
빗소리,빗길
옛집에서의하룻밤
잣나무가소나무에게
로베르,드망즈…
너도가고그도가고
요즘꿈길
바람이분다
해설/조창환(시인)

출판사 서평

내적성찰을바탕으로한지성적관조
자아와세계의조화로운합일꿈꿔

등단46년을맞은중진시인이태수의열여섯번째시집『유리창이쪽』은신작시73편을담고있으며,내적성찰을바탕으로한지성적관조로자아와세계의조화로운합일을꿈꾸는시세계를펼쳐낸다.근년들어시집『거울이나를본다』(2018),『내가나에게』(2019)에이어해마다시집을낼정도로정력적인활동을벌이는그는한결같이순수한인간정신의불멸성을추구하면서삶의이상적경지를지향하는형이상학적인서정시를심화해보인다.
시인은첫시집『그림자의그늘』이래일관되게존재자의실존적방황과영혼의초월을꿈꾸면서도완만한변모를거듭해왔다.이번시집에는담담하고담박한바라보기와꿈꾸기로현상적초월에다다르는길과우주적신성성에가까이다가가려는내적성찰이두드러져있다.시의행과연의앞뒤흐름이대칭구조를이루도록시각적형태미도강화해보이며,때로는현세적이고때로는내세적인혼의지향을통해철학적사유의깊이가돋보이는정결하고지적인서정시들을보여준다.
시인조창환은해설을통해“그의시는명상과관조,정화와화해를읊고있지만내면에는깊은고독과고통의흔적을지니고”있으며,“자아의내적성찰을바탕으로멀리있는다른세상을향한꿈을펼쳐보이는지성적관조자의모습을띠고있다.”고분석했다.“이태수시의초월에대한감수성은현세적욕망저편에자리잡은신비로운절대세계가있음을긍정하는자세에서우러난다.그것은현상적존재자의한계를극복하려는노력이며자아와세계의조화로운합일을꿈꾸는동양적정관의세계와상통한다.”고도평가했다.
이태수의시에는“보다”라는동사가자주등장하며,주된“보다”는“바라보다”이다.이어휘속에는무심하게,담담하게,편안하게대상을본다는의미가내포되어있다.대상에대한대결이나투쟁의지를지니지않고대상을있는그대로받아들이는동양적정관의자세,평온한관조의자세라할수있다.
시인이서있는자리는“유리창이쪽”이다.시인의의식안에는유리창으로분할되는투명한경계선이항상존재한다.그투명한경계는넘을수없는벽이어서절대적지표인데,동시에투명하므로안과밖을이어주기도한다.유리창이쪽은실존의공간이며생활과생존의공간이어서현실적주체의터전이다.유리창저쪽은초월의공간이며비현실의공간이어서주체가꿈꾸는이상의세계다.그것은육체를벗어난영혼의공간이며현실을넘어선초현실의공간이고존재자의현상적한계를극복할초극의공간이다.
그는열네번째시집『거울이나를본다』에실린「유리창」이라는시에서“유리창은투명하고견고한벽”이어서“이쪽과저쪽을투명하고견고하게갈라놓고말것이너무나분명”하다고했다.그러나이시의마무리는“분할된안팎을아우르는꿈에/안간힘으로날개를달아본다/유리창이쪽마음의빈터에나무를심고/새들의노랫소리도불러모은다”라고되어있어시전체의의미의초점은유리창이쪽에있는주체의태도에관계된다.시인은유리창너머를동경하지만유리창이쪽의현실에충실하다.
거울은반영의매개체이며유리창은투시의매개체다.거울의반영에집착하는사람은자아에관심이있고,유리창투시에관심이있는사람은자아로부터벗어나기를꿈꾼다.그는양쪽모두에관심이있어보인다.시인은자아의내면을응시하면서,동시에내면을구속하는상황으로부터벗어나고싶어한다.이런강한자의식은이태수시의기저에흐르는정서적색채를결정한다.유리창으로상징되는자의식의한계에발목이잡혀있으면서도거기서벗어나비상하기를꿈꾸는욕망은그의시에중첩된두터움을덧칠해준다.

산넘으면산이,
강을건너면강이기다린다
안개마을지나면또안개마을이,
악몽벗어나면또다른악몽이

내앞을가로막는다

다람쥐가쳇바퀴를돌리듯이
잠자도깨어나도산첩첩물중중,
아무리가도제자리걸음이다

눈을들면먼허공,

그래도산을넘고강을건넌다
안개헤치며마을을지나마을로
악몽을떨치면서걸어간다
무명길을간다
-「무명(無明)길」전문

이시의바탕이되는것은정서적폐쇄감이며주체를감싸고있는어둠에대한자각이다.이같은무명(無明)의길걷기는그의시도처에서산견된다.시인은“바탕과배경이어둠인별은/캄캄해질수록영롱하게빛나건만/나는안팎이어둠으로가득하네”(「별과나」)라고읊조린다.별들의배경은어둠이지만어둠이짙을수록별들은더욱영롱하고찬연하게빛난다.반면나는안팎에둘러싸인어둠에질식할듯한갑갑함을느낄따름이다.별은내게보내줄빛을지니고있지만나는거기화답할빛을지니고있지못하기때문이다.

내가나에게끌리어다녔는지
내가나를끌고다녔는지
내가나를만나지못해나를내가찾아헤맸는지

또하루해가서산을넘어가고
하루해가또동녘을물들이고
또하루해가서산을넘어간다

내가나를찾아다니다가나를내가잃어버렸는지
내가나를못만나이런지
내가나에게밀려나서이런지
-「부재중」전문

부재의식은이시인의시를비극적으로만드는동인이된다.시인은타인의부재를말하는것이아니라자기자신의부재를말한다.그것은“내가나를찾아다니다가나를내가잃어버”린상태이며,내가나를끌고다녔는지내가나에게끌려다녔는지분간이안되는모호한상태이다.이러한태도에서우리는그의시에서형이상학적사색의중후감을느끼게된다.
이시인에게있어삶이란“잠깐꾸는꿈”(「잠깐꾸는꿈같이」)같은것,희미한박명의빛속으로보이는그림자나그늘같은것이어서자아의부재가절대적허무에대한인식으로이어지거나절망적좌절로이어지지는않는다.바라보면서절대적존재나영롱한황홀에대한꿈꾸기를계속한다.
이태수시의중요한키워드중의하나는‘길걷기’이다.그는그의앞에닥칠어둠과안개와악몽을미리알고있지만그것때문에앞으로나아가는일을포기하지는않는다.그는“안개를헤치며”,“악몽을떨치면서”어둠〔無明〕의길을간다.“가다”라는동사또한“보다”라는동사와함께그의시도처에서산견된다.
‘간다’는행위들의공통점은특정한목적지를향한적극적움직임이아니다.그의길걷기는어둠속을헤쳐가는갑갑한길이며,꿈속인가싶으면꿈밖이고꿈밖인가싶으면꿈속인,경계가흐트러진지점에서의움직임이다.현실과환상,실재와허구,꿈과현실이안개속처럼희미하게뒤섞여있는상황속에위치한시인은,그러나,그상황에순응하거나굴복하지않는다.적극적으로투쟁하지는않지만,결코포기하지않는태도가이‘길걷기’의특징이다.
시인의시선은항상자신의내면을향하고있으므로고독하고고요하다.한걸음더나아가면시인의시선은고요를넘어적막을지향한다.그가지향하는적막은기억의저편에서아련한그리움으로다가오는회상이모습이기도하고,현상적자아의깊은속에감추어진내밀한알갱이이기도하다.

오랜만에찾은옛집,
적막이적막을껴입고있다
바람소리낮게스쳐지나갈뿐
옛기억은먼아지랑이다
-「옛집,적막」부분

눈을감으면보인다

떠돌던내가내게돌아온다

내가보이지않던나를들여다본다

지난날의나는보이지않고

작아질대로작아진내가우두커니

적막에갇혀나를바라본다
-「눈을감으면」부분

시인이느끼는적막은아득한평화,안온한휴식을제공하는기억의공간이다.오랜만에찾은옛집에서회상하는아지랑이같은기억들은퇴락해버린지붕과함께적막을껴입고있지만,시인은그적막을아름다운것으로받아들인다.왜소해지고범상해진현재의모습을돌아보면서회한에사로잡히기도하지만,그러한현재의모습을초라하다고느끼거나불행하다고말하지는않는다.그는적막에갇힌채우두커니과거를회상할따름이다.
그가적막을특별히좋아하는것은시속에간혹등장하는“적멸보궁”이라는단어가환기하는정서적분위기에서도느낄수있다.“깊은산속은적멸보궁같다”(「심산행(深山行)」)라든지,“적멸보궁위로내려앉는저녁놀에/번지는풍경소리,새소리”(「적요(寂寥)」)와같은시구에서이를확인할수있다.이동양적이고고전적인아름다움의감정은그의시에명상적인분위기를덧입혀준다.이러한심리상태는그의시에서담담하고은은하며안온한분위기의수채화를연상시키는평화의감정을느끼게한다.
이태수의시간관은막연하거나모호하고,입체적이면서포괄적이다.그는시간속에서회상되는과거의기억들을평온한심정으로받아들인다.그는자신의내면에남겨진갈등과고독과동경의기억을다독거리고끌어안고사랑한다.

담담해지고싶다

말은담박하게삭이고
물흐르듯이걸어가고싶다

지나가는건지나가게두고
떠나가는것들은그냥떠나보내고

이괴로움도,외로움도,그리움도
두팔로오롯이그러안으며

모두다독여앉혀놓고싶다
이슬처럼,물방울처럼

잠깐꾸는꿈같이
-「잠깐꾸는꿈같이」전문

담담하고담박한수채화같은풍경화가시인이태수의내면모습이다.그는철학적사유를드러내어겉멋을부리거나현실비판이나풍자에관심있는시인이아니며,자신의내면에자리잡은사색과명상의흔적을진솔한언어로형상화하는순정한서정시인이다.외로움이나그리움이나괴로움도그를흔들지못한다.시인은그러한감정들을애틋하고아련하게쓰다듬고다독거려서맑게길들인다.“이슬처럼,물방울처럼”이라는표현속에는정결함과투명함을동경하는정서적평정상태가있다.이잔잔하고평화롭고깨끗한심리상태를그는“잠깐꾸는꿈”같다고말한다.그잠깐동안의몽롱한체험을그리워하면서시인은시를쓰고자신의내면을정화시킨다.
시인을에워싸고있는허무와암흑의세계인식은실존적비극이지만,그는이실존적비극을극복할통로를마련하고있다.그첫번째는“그림자는그림자끼리/어둠은어둠끼리”(「불빛과그림자」)가깝게뭉쳐서“발길을재촉하는”인간적연대감이며,두번째는별을향한고독한꿈꾸기의자세다.시인은“꿈속의별나라,끌어안을수록/더욱따스해지는”(「사랑나라,별나라」)이라는표현에서암시하는바처럼별을향한사랑과그리움을지니고살고있다.그에게별은“신비와경이의/상징”(「별에대한몽상」)이기도하다.이첫번째통로가사회적이고외향적인것이라면,두번째통로는명상적이고내향적인것이라할수있다.
이태수시의주된서정성은명상과사색,관조와성찰쪽에기울어져있다.고독한단독자의시선으로그를둘러싸고있는어둠과허무를바라보며,동시에거기서벗어나어둠속에빛나는별에다가가기를갈망한다.그는“나는내안에서쉰다/……/그신비의품에깊숙이든다”(「고도(孤島)-또는고독」)라고말한다.그의고독은‘외로운섬/고도(孤島)’에갇혀있는존재가느끼는호젓함이다.그는고독때문에절망하거나방황하지않는다.오히려휴식과평정과안온한너그러움을느낀다.같은시에서그는“어떤크고부드러운손이/내어깨를토닥이더니그러안는다”라고말한다.고독속에서신을느끼는태도이다.
‘신성성을지닌말찾기’와같은태도는이태수특유의종교적세계관의표현이다.그의인격적바탕을형성하는종교적가치관이나초월적명상은특정종교에서가르치는교조적인도그마에얽매여있거나,이를전파하려고하지는않는다.그는단지꿈꿀따름이다.

당신이여기있어나도여기있네

그러므로이젠더바랄것이없네

당신이빚으면내가듣는이고요
-「당신과나」전문

진지하고깊은고요속에서만나는신성성의체험이야말로인간이지상에서겪을수있는천상적감정이다.시인은하늘에서내리는흰눈을보면서“꿈결이듯아니듯그대오고/축복같이은총과도같이/눈이내리네”(「눈이내리네」)라고읊는다.천상적신성성을갈망하는시선으로바라보면지상의평범한일상적현상도신적인은총이며신적인사건임을깨달을수있다.그의많은시편들가운데서별에관한몽상,별에관한그리움,별을향한향수를찾아볼수있는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