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나라로 (이태수 시집)

꿈꾸는 나라로 (이태수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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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삶을 새롭게 투사하는 꿈의 현상학
‘코로나 19’ 시대를 지나가는 시인이 꿈꾸는 나라
중진시인 이태수의 열일곱 번째 시집
등단 47년을 맞은 중진시인 이태수 시인의 열일곱 번째 시집 『꿈꾸는 나라로』(문학세계사)가 출간됐다. 『거울이 나를 본다』, 『내가 나에게』, 『유리창 이쪽』에 이어 역시 1년 만에 펴낸 이 시집에는 「나를 기다리며」, 「고요를 향하여」, 「무장산 계곡」, 「수묵화 속으로」, 「한결같이」, 「코로나에게」, 「거리 두기 7」 등 70여 편이 실렸다.

‘실존, 현실, 초월(꿈)’을 유기적으로 연결시키는 깊은 사유로 삶의 철학을 명징한 서정적 언어로 구현하는 그의 시는 삭막한 현실을 벗어나 참된 자아를 되찾으려는 열망과 초월 의지에 불을 지펴 그윽하게 껴안는 꿈의 현상학을 빚어 보인다.
저자

이태수

1947년경북의성에서출생,1974년《현대문학》을통해등단했다.시집『그림자의그늘』(1979),『우울한비상의꿈』(1982),『물속의푸른방』(1986),『안보이는너의손바닥위에』(1990),『꿈속의사닥다리』(1993),『그의집은둥글다』(1995),『안동시편』(1997),『내마음의풍란』(1999),『이슬방울또는얼음꽃』(2004),『회화나무그늘』(2008),『침묵의푸른이랑』(2012),『침묵의결』(2014),『따뜻한적막』(2016),『거울이나를본다』(2018),『내가나에게』(2019),『유리창이쪽』(2020),시선집『먼불빛』(2018),육필시집『유등연지』(2012),시론집『여성시의표정』(2016),『대구현대시의지형도』(2016),『성찰과동경』(2017),『응시와관조』(2019),『현실과초월』(2021)등을냈다.매일신문논설주간,대구한의대겸임교수,대구시인협회회장,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부회장을지냈다.

목차


나를기다리며
어느날
범종소리2
침묵과말
허공
다시고엽
물,물소리
봄마중1
봄마중2
다시,페튜니아
벚나무아래서
풀꽃
풀잎하나
여름포구나무
황금비
고요를향하여
몇마디의말


그윽한풍경
이태백의달
무장산계곡
수묵화속으로
오어사물고기
고무방
분주
고월
사라리
달에구름가듯이
과동
노신사
어떤언약
어떤대화
내포와외연
한결같이
라팔로마


먼길1
먼길2
우리의길
다시,비가1
다시,비가2
산당화
떼죽나무꽃
초롱꽃
큰아우생각
은수저
누이
음지식물
방황
배음
겨울계수나무
나는때때로
숨비소리


코로나에게
거리두기1
거리두기2
거리두기3
거리두기4
거리두기5
거리두기6
거리두기7
사계,2020
걱정
외길
마냥이대로
친구에게
밀과가라지
오만에대해
악몽
유치한소망
[해설]이진엽(시인,문학평론가)

출판사 서평

코로나팬데믹시대의참된자아회복추구
삶의지평에펼쳐진꿈의현상학

실존,참된자아찾기
반세기에가깝게시적내공을다져온이태수시인의시는의식의지향성을명징한서정적언어로빚어보인다.특히근년에는해마다시집을발간할정도로왕성한창작열과필력을보여준다.열일곱번째시집『꿈꾸는나라로』는‘실존,현실,초월(꿈)’등세꼭짓점을유기적으로연결시키면서,이세개의축을팽팽하게밀거나당기면서그윽한울림으로서정의세계를펼쳐낸다.그의실존의식은내면에서울리는근원적자아의부름에응답하면서깊은사유의음영들을진솔한언어로드러내보이며기쁨과슬픔,빛과어둠,로고스와파토스가교차하는현실을통찰하면서그심층을떠올린다.나아가어둡고삭막한현실을벗어나본연의자아를되찾으려는꿈을꾸며,비상과초월의지에불을지핀다.

내가나를기다리는동안
바람이옷자락을흔들다간다
비행기한대가아득히멀어진다
어느하늘아래떠돌고있는지
돌아올수없어서그런지

나는돌아오지않는다

내가나를기다리는동안
새한마리가날아왔다간다
나는다가오다말고되돌아간다
허공에멀겋게떠있는낮달
해가서산위에기울어도

나는돌아오지않는다

내가나를기다리는동안
참다못해찾아나서보아도
끝내내가나를만나지못하면
그대로되돌아오라는것인지
나를목마르게불러봐도

나는돌아오지않는다
-「나를기다리며」전문

시인은‘나’라는두자아사이에서참된자아를목말라하며,“나는돌아오지않는다”고내적고뇌를거듭토로한다.하지만실존의심층에서울려오는내면의목소리에귀를기울이면서존재의열림을기다린다.자아의부름에대한이같은대응은‘범종소리’을제재로한다음시에서더욱깊은울림을빚는다.

범종소리에귀를가져가면

내가그소리안에든다

내가그소리에감싸여솔숲을지난다

멀리갈수록희미해지는것은

범종소리뿐아니라나도마찬가지다

멀리서희미하게나를부르는

저소리는솔숲을거스르며가듯말듯

범종속으로되돌아간다

내가다시그바깥을떠돈다
-「범종소리2」전문

시인은범종소리를통해현세의‘나’를부르는내면의목소리에귀를기울인다.그목소리는무의식깊이내재된또다른‘나’의부름으로,범종소리와시적자아가동일시되면서그소리안에들어가고감싸이는‘참된자아와의합일’을꿈꾸기도한다.부름과응답을통해시인은‘나’와대상,자아와세계사이를끝없이의식의지향성으로연결함으로써현상학적의미의관계속에들게된다.이본연의자아찾기는말이아니라침묵속에서고요히이루어지기도한다.

나는나의가장깊숙한곳,
내면의고요한공간으로내려간다
내려간다기보다들어서려한다
그내면에는나의
온전한모습이자리잡고있으며
아픔도,슬픔도,외로움도,다정하게
친구가되어주고
우울증도마찬가지일거라고믿는다
그렇게믿으면서들어서려한다
들어서려하기보다
완강하게안간힘으로들어간다
한번도가보지는못한길이지만
그고요를향하여들어간다
-「고요를향하여」전문

시인의내면깊숙이감춰진참된자아는침묵과고요를통해만난다.시인이이처럼말보다는침묵에온마음을기울이는것은쓰디쓴세상인심이횡행하는현실에서말이주는상처와위선으로부터자신의영혼과순수를잃지않으려는의도의소산으로보인다.

현실,그아픈풍경들
이시집에서는현실이여러빛깔의층으로퇴적되어밀도있게탐사된다.시인은자신이놓인현실을통해상실의아픔과정신적방황,영혼의상처와소외감,비판과용서등다양한심적상태를드러낸다.이별한어린혈육의모습을반추하는「은수저」와시집간누이가젊은나이에태아를살리기위해자신의목숨과바꿔세상을떠난비극을그린「누이」는상실(죽음)의아픔을떠올린다.이런상실감은감내해야할현실이죽음앞에서는무력할수밖에없는실존의한계상황을드러낸경우라할수있다.시인의또다른현실바라보기는‘존재론적방황’의모습으로나타나기도한다.

또하루해가저물고있다
달이뜨지않는초저녁길을걷는다
야트막한언덕을넘어호젓한오솔길,
그초입의소나무에기대선다

멀지않은못물위에총총뜨는별들,
온길로되돌아갈까,한참주저한다
모자를푹눌러쓴사람이
느린걸음으로내곁을지나쳐간다

저사람도무슨상심에젖어있는지,
나처럼요즘세상을비껴서고싶은지,
아니면,실의에빠져방황하는건지,

어깨처져가는뒷모습이안쓰럽다
그사람이안보이게되자
나도어디로갈까,다시망설인다
못건너편외딴주막의희미한불빛,

그불빛에끌리듯이걸어간다
세상사에찌든듯한노신사몇분이
거나하게취해푸념을늘어놓는다
그들옆에나도끼어든다
-「방황」전문

시인은앞을스쳐가는“모자를푹눌러쓴사람”에게“세상을비껴서고싶은”자신의감정을이입하면서“나도어디로갈까,다시망설”이며,실존적번민과고뇌에빠져든다.세상을“비껴서고”싶을정도로자신의우울한감정을내보이면서“어디로갈까”주저하다가“세상사에찌든듯한노신사몇분이/거나하게취해푸념을늘어놓는”옆자리에끼어든다.그렇다면이같은정신적방황의원인은무엇일까?

나는오늘도왜이리인적도없는
산길에서서성거리게되는것일까

날저물자발길을돌리고싶어도
잊히지않는상처때문에
멀리켜지는마을의불빛들마저아프다
-「배음」부분

라고말하고있듯이,그방황의이유가“잊히지않는상처때문”이라고밝힌다.이같은방황은삶의목표나정신적중심축의상실에서오는게아니라,세인들의위선과인간적배신등에서빚어진절망감과상처때문이다.그의이런현실바라보기는최근전세계에불어닥친‘코로나19의광풍’을제재로하는연작시에서더욱우울한풍경으로떠오른다.2020년의코로나쓰나미는시인이거주하고있는분지의도시를뒤덮었을뿐만아니라전국적,세계적으로도확산되어이른바전인류가팬데믹현상에빠졌다.그결과「거리두기1」에서보듯사람사이의단절감과대인접촉기피증이만연해“가까운적없이멀어진사람들을/마스크낀채바라봐야할뿐”인현실에안타까워한다.이단절감은사람간의문제에만그치는것이아니라「거리두기2」에서처럼인간과자연의단절이라는상태에까지이르게했다.시인은“뜰에활짝핀영산홍앞에서도/마스크낀채거리를둡니다”라고되뇌면서무의식화돤대상기피증을드러내보이기도한다.
또한이폐해는관계단절의문제에그치는것이아니라「거리두기3」에서보듯심각한경제적,사회적문제로까지파생되고있다.이사실은“저사람은일자리를잃었을까/제발치를묵묵히내려다보고있다”와“질나쁜바이러스때문에잃은/일자리와의먼거리가저토록아픈걸까”라는구절에서여실히드러나고있다.이같은사람사이의단절감은또다른문제로인해시인에게깊은상처를안겨준다.

마스크를끼고,말에마스크채우고
집과집옆글방을오갔다
코로나바이러스뿐아니라
등뒤로날아드는칼,안보이지만
꿈속에서도잠을깨게하는
칼날때문에밤잠을설쳤다

탈무드에서읽은물고기와인간의
입이자주떠오르기도했다
항상입으로낚이는물고기,
입으로걸리는인간이지않았던가
입열고싶어돌것같아도
진실이말을해줄때까지는
말에마스크채우고있기로했다

“저들이무슨짓을하는지
모른다”고한사람의아들,
그십자가를우러러무릎을꿇었다
저들이하는짓을알아도
입다물고견디기로했다
세상이몰라주어도참고기다린다
-「사계,2020」전문

시인은‘마스크’를끼지만‘입’이아니라‘말’에마스크를채우고집과자신의글방을오간다.시인은왜이펜데믹시대에입이아니라말에마스크를채우려할까?여기에대해시인은“코로나바이러스뿐아니라/등뒤로날아드는칼,안보이지만/꿈속에서도잠을깨게하는/칼날때문에밤잠을설쳤다”고한다.이사실은“가까웠던사람들이등돌렸기때문일까/오늘도사람과거리를두면서”(「거리두기6」),“내가수모를당한다고/그런눈빛으로보지말게”(「친구에게」),“또악령이따라붙는다/누가나를자꾸만불러내지만”(「악몽」)등에서도드러난다.이아린상처로인해시인은불면으로밤을지새울정도로괴로워한다.
현실에서모든아픔은타자에대한배려없이남발된뒤틀려지고일그러진시니피앙의폐해에서온것이다.그래서시인은‘탈무드’에서처럼세상사람들은결국“항상입으로낚이는물고기,/입으로걸리는인간”과같음을깨닫고,“진실이말을해줄때까지는/말에마스크채우고있기로했”을것이다.하지만시인은“사람의아들”(예수그리스도)이매달린“그십자가를우러러무릎을꿇”고“저들이하는짓을알아도/입다물고견디기로”하면서진실이밝혀질때까지참고기다리려한다.십자가의희생제의처럼절대자앞에개인적양심을번제물로바쳐연소시키면서시련을초극하려는태도가깊은감명으로다가온다.
이런양심의작용탓일까?시인은자신이몸담은현실에대해“도무지세상은어디로가는지/멈추지않고가고있어/낭패날게불을보는듯한데/세상만바뀌면된다고/자기네세상이면그뿐이라고”(「걱정」),“때가왔다고나부대지마라/때가지나면남는게무엇일는지/세상사인생사도새옹지마”(「오만에대해」)라고하며날카로운비판을가하기도한다.그러나“어제까지가까웠던사람이오늘등돌려도원망하지는말아야지/그가기회주의자라도/나도그처럼얼굴바꿔버리거나/등에다비수를꼽지는말아야지”(「마냥이대로」)라며,수모와상처를준사람들까지포용하려한다.이관용과더불어시인은“다시밝아오는아침을기다리”(같은시)면서,상처도아픔도없는새로운삶의지평이어두운현실저편에서활짝열리기를소망한다.

초월,존재전환의의지
꿈을모티프로하는현실초월의지는그의시집들에서지속적으로목도되는시세계의중요한축이다.?꿈꾸는나라로?라는이시집의표제가암시하듯이,초월의지는돌올한빛깔로여기저기나타난다.그초월은어느먼별나라로의일탈이아니라,궁극적으로는참된자아를되찾고자기동일성을회복하려는실존의의식활동이다.삭막한현대사회에서모든것이물화된즉자처럼생명을잃어갈때,시인은대자적존재로서의자유의지를실현하면서실존적한계상황을초극하려한다.이초월의지는그의시에서는항상자연심상과더불어구현되고있다는점에주목된다.시인은욕망과이해타산으로오염된현실에서내면의상처가깊어갈수록자연으로의식을옮아가깃들이며열락과안식을되찾으려한다.

눈길을걸으면서봄을기다린다

빈나뭇가지에앉아지저귀는
작은새가왜이리마음설레게할까

나무들사이눈을헤집으며
봄을끌어당기고있는눈새기꽃들
-「봄마중1」부분

단한번도이마을을떠난적없이
말없는말을하는포구나무의
이푸근한그늘,
먼파도소리를지그시당기듯
나를붙들어깃들게하는품속같다
-「여름포구나무」부분

마을향해발길을돌리는데도
어둠살뒤집어쓰고있는구절초들은
예불소리에귀를가져다대니
발치에차이는낙엽인들
무심하게뒤채기만할까
풍경소리가점점멀어지지만
하룻밤머물마을또한낯설진않다
-「그윽한풍경」부분

「봄마중1」에서시인은겨울의시련에서벗어나봄을기다리면서“빈나뭇가지에앉아지저귀는/작은새가왜이리마음설레게할까”라고하며존재의‘설렘’을느낀다.한편의수채화속으로들어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