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두 시의 편의점 (박희숙 시집)

새벽 두 시의 편의점 (박희숙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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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정제된 서정, 은유의 시학
인간을 향한 곡진하고 절절한 사랑과 연민
박희숙의 시는 섬세하고 정제된 서정에 분방하고 발랄한 언어의 옷을 입히고 날개를 달아 낯설지만 빠져들게 하는 세계로 이끄는 매력을 발산한다. 이 낯설게 하기의 안팎에는 은유 기법이 은밀하게 개입되고 있으며, 언어가 언어를 부르는 연상의 묘미가 다채로운 양상으로 변주된다. 신선하거나 기발한 발상과 상상력이 받들고 있는 그의 시는 이미지의 비약이나 전이 때문에 때로는 문맥이 까다로워지고 난해해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 첨예한 감성과 언어 감각의 결과 무늬들이 시적 개성을 그 뉘앙스만큼 강화해 준다. 시인은 어떤 사물에든 빈번하게 인격을 부여한다. 조우하는 사물들을 사람처럼 가까이 끌어당겨 교감하면서 거의 어김없이 화자의 감정을 이입한다. 이 때문에 그의 시는 대상의 재현이 아니라 내면에서 일어나는 감정들을 투영하거나 투사해 자아화된 세계를 떠올리게 마련이다.

인간을 향해 열리는 마음을 담은 시에는 한결 곡진曲盡하고 절절한 사랑과 연민憐憫이 스미고 번진다. 또한 토속적인 서정과 과거 지향적인 그리움을 노래하는 시편들에는 회귀의 정서가 두드러진다. 시인은 어떤 사물에든 인격을 부여해 사람같이 가까이 끌어당기며 은밀하게 교감한다. 시인이 마주치는 사물에는 빈번히 화자의 감정이 이입된다. 벚나무를 향해서도, 장미를 향해서도 시인은 그 대상을 나무나 꽃으로만 바라보지는 않는다. 서정적 자아가 개입되면서 내면을 투영하거나 투사해 다분히 자아화(주관화)된 세계(대상)를 떠올린다.

시는 더 나은 삶과 그런 세계를 향한 꿈꾸기의 소산이며, 현실적인 삶과 맞물린 언어를 더 높은 차원으로 끌어올리고 변용하는 언어 예술이다. 그 세계로 나아가는 길은 무명無明과 비의秘義 너머로 트여 있는지도 모르며, 이미 마련돼 있는 왕도王道도 없다. 박희숙은 여우와도 같은 시에 사로잡혀 안달이 난 시인이며, 새벽의 찔레 향이나 달밤의 서늘한 물내에 민감한 바와 같이 ‘여우’(시)가 은밀하게 품고 있는 ‘진주’(시세계)를 찾아내고 더 빛나게 할 재능과 끼를 지닌 시인이라는 느낌을 안겨 준다.
저자

박희숙

시인박희숙은경북경산출생이다.2017년《시인시대》로등단했다.현재대구문인협회회원이며2021년대구문화재단경력예술인활동지원수혜대상자로선정되었다.

목차

1네가내게로와서

장미아파트----10
풍등----11
다시,봄----12
굴뚝새를부탁하다----14
해안선----16
사과----18
샐비어붉은저녁----20
살구나무아래----22
찔레꽃편지----24
수밀도----26
앵무새모시기----28
시詩----30
어린우체국----31
정인이생각----32
당신,미쳤어요?----34

2무엇을빠뜨리고온것같아

새?안이야기----38
숨----40
가면놀이----42
구두----44
주머니속그림자는어디로갔을까?----46
입이없는너는----48
바람의기억----49
도마----50
나비의비문----52
울음의방식----54
목백일홍----56
소중한것들----57
개쉬땅----58
노각----60
누수----61

3종점은가장야만적인꽃밭

두시부터네시사이----64
망초꽃피는종점----66
목련나무근처----68
폭우의등----70
신들의정원----72
공중은구름이한물이다----74
시래기와손잡다----76
허수일가----78
간이역----80
독의솔가率家----82
허수아비----84
옥탑풍경----85
마리골드를위하여----86
홍시----87
발톱내미는여자----88


4나무들도태양을낳으려고

춤추는계단----92
꿈꾸는돌----94
설화舌禍----95
겨울은그예섬망을앓았다----96
섣달그믐께----98
별꽃위에는언제별이내리나요?----100
그녀의초상----102
유령의시간----104
고구마가익어가는동안----105
은행을털다----106
모퉁이----107
석양----108
그숲에서서성거리다----109
폭설----110
막차를놓치고----112

┃해설┃이태수ㆍ정제된서정,은유의시학----113

출판사 서평

박희숙의시는섬세하고정제된서정에분방하고발랄한언어의옷을입히고날개를달아낯설지만빠져들게하는세계로이끄는매력을발산한다.이낯설게하기의안팎에는은유기법이은밀하게개입되고있으며,언어가언어를부르는연상의묘미가다채로운양상으로변주된다.신선하거나기발한발상과상상력이받들고있는그의시는이미지의비약이나전이때문에때로는문맥이까다로워지고난해해지기도한다.그러나이첨예한감성과언어감각의결과무늬들이시적개성을그뉘앙스만큼강화해준다.시인은어떤사물에든빈번하게인격을부여한다.조우하는사물들을사람처럼가까이끌어당겨교감하면서거의어김없이화자의감정을이입한다.이때문에그의시는대상의재현이아니라내면에서일어나는감정들을투영하거나투사해자아화된세계를떠올리게마련이다.

인간을향해열리는마음을담은시에는한결곡진曲盡하고절절한사랑과연민憐憫이스미고번진다.또한토속적인서정과과거지향적인그리움을노래하는시편들에는회귀의정서가두드러진다.
시인은어떤사물에든인격을부여해사람같이가까이끌어당기며은밀하게교감한다.시인이마주치는사물에는빈번히화자의감정이이입된다.벚나무를향해서도,장미를향해서도시인은그대상을나무나꽃으로만바라보지는않는다.서정적자아가개입되면서내면을투영하거나투사해다분히자아화(주관화)된세계(대상)를떠올린다.

시인의겨우살이를했던심정이벚나무에투사돼“세한의고비마다/눈뜨고못볼일저혼자받아내느라/할말을잃은”(「풍등」)것으로들여다보며,벚꽃이활짝피는모습도“봄바람에봇물처럼말문터졌다”(같은시)고주관적인시각으로묘사한다.더구나벚꽃의개화開花를말문을터트리는것만으로도보지않는다.

천만겹날개돋은연분홍은어들
풍등,풍등날아오르는
사월
벚꽃그늘에앉으면무거운생각들도
날아오르겠다

-「풍등」부분

시인은거의모든사물을사람의반열로끌어당겨바라보고들여다보는이면裏面에는따뜻한마음이자리매김해있다.“늦장마빗속을헤치고/굴뚝새한마리집안으로날아들어/거실이순간탱탱해졌다”(「굴뚝새를부탁하다」)는구절에서읽게되듯,새한마리가비를피해거실로날아드니순간거실이탱탱해졌다는생각이예사롭게여겨지지않는다.

더구나그새는무리를이탈離脫한어린새이며,비를피해숨을곳(굴뚝)을찾다가“숨을만한굴뚝은보이지않고/사방이벽,/천지가낭떠러지”(같은시)같은거실로날아들게되지않았는가.이정황은굴뚝새로서는어려움을피하려다더나쁜상황에갇힐수밖에없는벽과낭떠러지를만나게된게아닌가.시인은바로그점에연민을끼얹으며,자신이베풀수있는일은“창문을/열어두는일”이고,“비를맞으며서있는모과나무에게/어린굴뚝새를부탁하는일”(같은시)라고따뜻한마음을열어보인다.이같은마음은식탁위에놓인‘사과’를향해서도같은빛깔로투사된다.

사과는사과를좋아해
한밤중사과는오도카니깨어있어
사과는사과를불러날밤을새우지
목마른사과는자주나를지나쳐버리기도해
오늘의사과는둥근식탁위에있어
껍질을벗길때,사과는
칼을보고기겁하다가기절할뻔했지
치명적으로아름다운심장이쪼개질뻔했지

-「사과」부분

이시에서시인은사과와사과의관계,사과와화자(사람)와의관계를들여다보면서그관계를사람의문제로환치換置한다.사과를향해사과(잘못을빔)하는마음을담고있다고나할까.사과는좋아하는대상(사과)을목말라하며날밤을새우지만화자가먹기위해껍질을벗기는칼을보고기겁하다가기절할뻔했다고보는마음자리또한이시인답다.

식탁위의사과가자주화자를지나치려했다든지,“치명적으로아름다운심장이쪼개질뻔했지”라는대목에는서정적자아의순수한감정이오롯이이입돼있다.뒤집어서보면,화자는사과를자주먹고싶어하고그속살을좋아한다.사과와화자의관계는그렇다.그러나여기서는그“치명적으로아름다운심장”이쪼개지지않는유보留保상태가유지되고있다는점에주목해야한다.

시인의인간을향한마음은더곡진曲盡하고절절하다.어떤빛깔을띠든다른사물들과의관계보다사랑과연민을,때로는애증愛憎을한결짙게풍긴다.「당신,미쳤어요?」에서처럼일에만골몰하며무심하기만한사람에게카톡문자를보내도대답이없자앙탈한다.“밥때도모르고일에파묻혀있는가?/너무미쳐탈/때때로기대에못미쳐”서다.하지만“외출중우리,미치다와마치다사이/어디쯤걸어가고있는걸까?”라고‘함께,그러나따로’치열하게살고있는삶을반어법反語法으로떠올리며,그‘당신’과이별의아픔을짙게절규하듯토로한다.

샐비어가왜붉었는지모르겠지만,
하얘진시간이커튼처럼너울거려요
그럴줄알았으면끄트머리에
진주방울이라도몇개달아둘걸그랬어요
당신목소리꺼두었는데
깨꽃에서뎅그덩뎅그덩종소리가나요
하릴없이나는,붉고흰종소리를
뗐다붙였다해요
깨꽃의반은붉고반은이울어
발없는내가물색없이절룩거리면
당신무릎도흔들리는종지같이될까봐
있는힘다해이별을끌어안아요
깨를털듯당신을툭툭털어버리기위해
어제도그제도
당신길이만큼샐비어꽃밭늘였다는걸
아실지모르겠지만요

-「샐비어붉은저녁」부분

깨꽃과샐비어를매개媒介로붉은색과흰색의대비를통해마음의음영을떠올리는이시는샐비어의붉은빛과하얀시간을교차시키면서내면풍경을곡진하게떠올린다.샐비어가왜붉었는지모르겠다지만,하얘진시간때문에더욱그렇다고느끼게되고,진주방울을달지않았으며‘당신’목소리를꺼두었는데도깨꽃에서붉거나흰종소리(방울소리가아닌)를듣게되는환청幻聽과환상을하게되는것은‘왜’일까.

고양이처럼웅크린
새벽두시의편의점

건성으로켜놓은형광등아래
메마른눈꺼풀견디는미생이
두시에서네시모퉁이를몽상인듯
건너고있어요
벽면차지한도시락종류만큼
두근거리는모서리,바코드를읽는동안
초침이척척등뼈를밟으며지나가요
〈중략〉
출입문에눈디밀어보는회색고양이가
저닮은눈동자에화들짝놀라는
새벽네시
한길건너에는편의점이있고
새벽은구부러진골목을돌아천천히도착해요
당신의미명처럼말이에요

-「두시부터네시사이」부분

시인은밤낮이다르지않게가동되는편의점의새벽두시부터네시사이의풍경에천착穿鑿한다.초점은고양이처럼웅크린상점안의신분이불안정한날품팔이(미생未生)에맞춰져있다.웅크린편의점의형광등은건성으로켜져있고,일하는사람도그모퉁이에서졸음을견디며몽상夢想인듯미명未明으로다가간다.

시는더나은삶과그런세계를향한꿈꾸기의소산이며,현실적인삶과맞물린언어를더높은차원으로끌어올리고변용하는언어예술이다.그세계로나아가는길은무명無明과비의秘義너머로트여있는지도모르며,이미마련돼있는왕도王道도없다.박희숙은여우와도같은시에사로잡혀안달이난시인이며,새벽의찔레향이나달밤의서늘한물내에민감한바와같이‘여우’(시)가은밀하게품고있는‘진주’(시세계)를찾아내고더빛나게할재능과끼를지닌시인이라는느낌을안겨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