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무현금에게 한뎃잠을 재우는가

누가 무현금에게 한뎃잠을 재우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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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이 시집은 시인의 모든 생애를 관통하는 통곡이자 삶 자체라고 할 수 있다. 감각에 기댄 시와 시집이 난무하는 세상 속에서 묵묵히 자신의 언어를 탐문한 끈기가 놀라울 따름이다. 그런 점에서 이 시집은 단순한 시의 모음이 아니다. 시인의 시적 여정에 드리운 사유와 통찰이 축복처럼 다가온다.
저자

조용식

저자:조용식
1947년안동에서태어났다.1969년서라벌예대문예창작과중퇴.1970년동인지「글밭」에참여후,현재도활동중이다.2017년방송통신대국어국문학과졸업했다.

목차

책머리에

1부누가무현금에게한뎃잠을재우는가
겨울소리
몌별袂別
윤사월閏四月
탁설鐸舌
빈집
독거獨居
문바람팽
초승달
놋요강
산명山鳴
모종暮鐘
먼산이그리운것은
둠벙
징소리정鉦
흐르는눈물누淚
여름밤
제설
거기누구신가
유리문
손수의술

2부천리먼곳에서천천히걸어오는연
인因
연緣2
연緣3
연緣6
연緣7
연緣8
연緣11
연緣12
연緣13
연緣20
산길1
산길2
산길3
산길4
산길5
산길6
환상통1
환상통2
환상통3

3부꽃잎이거나나비이거나
왓수국水菊
간봄그리매
진달래꽃
가래나무암꽃
반개半開
패랭이꽃거
포스트잇
겨울나무
미나리꽃
아카시아꽃
오목거울
하얀목련
화문花紋
대숲
봄꽃
매화Ⅳ
매화Ⅴ

4부없는줄알면서도오래붙들려있었다
늙은달
갈고리달
무지無知
새날아가다
지나가는새
육필肉筆
은날개녹색부전나비암컷
매미소리
그릇
가을산소
춘수春愁
선화공주님은善花公主主隱
합일
아지랑이
좋은날좋은시
공원풍경
을숙도乙淑島

해설-한생애를관통하는사유의언어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조용식시인은불교적사유를근간으로작품을전개한다.그러나그것을전면에내세우기보다시적정서의근간으로삼을따름이다.불교가환기하는의미와감각을통해조용식시인의시는개성적인감각과깊은사유를부여받게된다.삶을관통하는언어의힘은불교적상상력을내장한시세계를펼치며독자의의식을이끈다.이때그의시가내세운불교적사유는삶에대해해석적태도를취하지않는다.그의시는관조적태도를통해삶을통찰하고자할뿐이다.종교가삶에대한깨달음을전면에내세울때시적감각과사유로부터멀어질수있다.시는깨달음을직접호명하는것이아니기때문이다.불교적깨달음이미적인식과결합하여사유너머를관통할때독자의마음에파동을남기기법이다.
---p.156

오랜기간침잠하며시를써온만큼조용식시인의시는시간의층위를켜켜이담고있다.그것은개인의삶을관통한세월의흔적일수도있고당대의삶을표상하는것일수도있다.물론그러한시어가지금의관점에서낡은것으로보일수있음을안다.그뿐만아니라시인의정서와감각역시언어와유사성을띠기도한다.하지만세월을견딘시어와정서는단순한낡음과다르다.더구나그것이현재와이어진과거라면더욱그렇다.조용식시인이호명한과거가낡은것으로주저앉지않는이유는언제나그것이현재성을띠기때문이다.그의과거는회고의형태로현현하지않는다.시인은작품속시간이언제든바로지금눈앞에펼쳐진것처럼바라보고재현한다.

조용식시인은시간여행자처럼과거를넘나든다.그의시는독자의먼기억속에있을법한지난순간을호명하며우리앞에삶을부려놓는다.때로는독자가상상하지못할정도로오래된사연을소환하지만그것이과거에멈춰있는법이없다.시인의과거는현재와결합한것이아님에도불구하고현재성을부여받는다.그때문에그의시는시간이라는낡은울타리에갇히지않는다.시인의과거는언제나열린시간이며현재의독자가충분히수용할만한것이다.이때시인은흘러간모든것들에대한애정과회한이라는양가적감정을가지고있는것으로보인다.
---pp.163~164

시적언술은묘사와진술로이루어진다.그중시인의사유가시의중요한지점을차지한시는아무래도진술을앞세운경우가많다.특히해석적진술로이루어진경우가많은데,삶에대한관조적태도와세계에대한통찰을중요한양상으로삼기때문이다.진술은이러한시속에서빛을발하기마련이다.하지만진술과함께묘사가제시될때시적사유와감각은더깊은지점을견인하기마련이다.시언어가운데묘사가중요하다는점은자명하다.묘사는감각적인방법으로시적인식을심화한다.조용식시인의시는통찰의가운데묘사에대한끈질긴양상을띠기도한다.

여기한마리지렁이가있다.지렁이는마치오체투지를하다죽은것처럼“옆구리가하얗게”말라버린채바닥에죽어있다.시인은지렁이를그저응시할뿐이다.「산길4」는지금까지와는다른양상으로묘사를시속에적극적으로수용한다.하지만조용식시인의시는「산길4」가아니더라도시적대상이주는이미지를적극적으로차용하는경우가많다.언뜻진술이이미지를압도하는듯보이지만조용식시의진술은시적대상이전달하는이미지의감각화된지점으로부터비롯된경우가많다.그것이「산길4」에이르러더욱극대화되었다.「산길4」는절제된묘사를통해하나의죽음을제시하고그것에대한담담한사유를부연함으로써시적감각과사유에긴장감을더한다.그럼으로써묘사는사유의영역을수용하고진술은감각을제시할수있게된다.
---pp.166~167

“겨울에는혼자다”라는구절은시인의시론이자시에대한투지를나타낸다.시인은시를쓰는자는결국혼자일수밖에없다는것을알고있다.긴세월홀로견디며쓰는것이시인의운명이며시의자리라는것을잘안다.그렇기때문에이시집도가능했을것이다.그는“우거진숲에서서”세상속“귀가열리는이야기들을”듣고자한다.다른이들과함께하는세상이지만시인은“당겨덮을이불도술취한이웃도없이”홀로세상을견뎌야하는자이다.그렇기때문에시인은“잠적한나무”처럼홀로서있는존재이자“혼자생각하고혼자”죽는자이다.
오랜세월을홀로견뎌온어느시인을생각한다.그의곁에무수히많은세상이스쳐지나갔을테지만그는묵묵히언어를어루만지고길어올렸을테다.그시간을감히상상조차할수없다.그런점에서이시집은시인의모든생애를관통하는통곡이자삶자체라고할수있다.감각에기댄시와시집이난무하는세상속에서묵묵히자신의언어를탐문한끈기가놀라울따름이다.그런점에서이시집은단순한시의모음이아니다.시인의시적여정에드리운사유와통찰이축복처럼다가온다.
---pp.170~1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