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2022년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인 이 책은 극작가 김수미의 네 번째 희곡집으로 다섯 편의 희곡을 싣고 있다. 저자가 서문에서 쓴 것 같이 끊임없이 답 없는 질문을 해대는 힘으로 작품을 쓰고 있는 김수미의 이번 희곡집에 대해 평론을 쓴 배선애 평론가의 글에서 인용을 해본다.
〈달의 목소리〉는 독립운동가 정정화의 회고록 『장강일기』를 근간으로 삼은 1인극이다. 정정화가 회고록을 쓴 이유는 명백하다.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인물들, 장면들을 잊지 않기 위해서다. 이러한 목적은 〈달의 목소리〉에서도 그대로 유지된다. 상해 임시정부로의 망명부터 시작된 정정화의 항일투쟁기는 그 자체로 극적인데, 희곡은 그 맥락을 따라가되 절대로 특정 인물의 영웅만들기에 집중하지 않는다. 기록에서 제외된 역사, 기록되지 않은 인물들을 고스란히 펼쳐내는 것이 더 중요했다. 『장강일기』 자체가 항일투쟁기이면서 동시에 일상의 기록이라는 점을 잊지 않으면서 정정화와 상해 임시정부, 그리고 해방 이후의 조국을 펼쳐내고 있다.
〈나는 꽃이 싫다〉에서 30년 만에 만나는 엄마와 딸은 서로가 서로에게 평생 동안 원망과 욕망의 대상이었던 것을 고백하지만, 보통의 모녀 관계가 될 수 없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 전부인 두 사람. 건조하고 메마른 관념적 관계로서의 모녀는 영원히 화해하지 않은 채 그렇게 헤어질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딸의 삶이 자신의 삶과 별반 다르지 않았음에 혼자 괴로워하는 엄마에게 다가가 흔들리는 어깨를 잡아준다. 욕실에서 민낯으로, 꽃을 모두 치워버린 모습으로 서로를 보듬는 마지막 모습은 ‘관계’라는 것이 어떤 힘의 역학을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집〉은 조금 특별한 관계에 대한 작품이다. 보통 ‘관계’라고 한다면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상상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인간과 집, 즉 인간과 공간에 대한 관계를 그려내고 있다.
〈리어, 길을 잃다〉와 〈타클라마칸〉은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2인극, 길, 상실. 한 마디로 정리하면, 무언가를 상실한 두 사람이 길 위에서 어디를 향해야 할지 막막해 하는 작품이다. 재미난 것은 작품 속 인물들은 막막한데, 그것을 보고 있는 독자들/관객들은 한없이 먹먹하다는 점이다. 그 먹먹함이 여운도 길었다
- 배선애의 평론 〈어떤 이야기든 밀도 있게 펼쳐내는 단단한 기본의 힘〉에서
〈달의 목소리〉는 독립운동가 정정화의 회고록 『장강일기』를 근간으로 삼은 1인극이다. 정정화가 회고록을 쓴 이유는 명백하다.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인물들, 장면들을 잊지 않기 위해서다. 이러한 목적은 〈달의 목소리〉에서도 그대로 유지된다. 상해 임시정부로의 망명부터 시작된 정정화의 항일투쟁기는 그 자체로 극적인데, 희곡은 그 맥락을 따라가되 절대로 특정 인물의 영웅만들기에 집중하지 않는다. 기록에서 제외된 역사, 기록되지 않은 인물들을 고스란히 펼쳐내는 것이 더 중요했다. 『장강일기』 자체가 항일투쟁기이면서 동시에 일상의 기록이라는 점을 잊지 않으면서 정정화와 상해 임시정부, 그리고 해방 이후의 조국을 펼쳐내고 있다.
〈나는 꽃이 싫다〉에서 30년 만에 만나는 엄마와 딸은 서로가 서로에게 평생 동안 원망과 욕망의 대상이었던 것을 고백하지만, 보통의 모녀 관계가 될 수 없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 전부인 두 사람. 건조하고 메마른 관념적 관계로서의 모녀는 영원히 화해하지 않은 채 그렇게 헤어질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딸의 삶이 자신의 삶과 별반 다르지 않았음에 혼자 괴로워하는 엄마에게 다가가 흔들리는 어깨를 잡아준다. 욕실에서 민낯으로, 꽃을 모두 치워버린 모습으로 서로를 보듬는 마지막 모습은 ‘관계’라는 것이 어떤 힘의 역학을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집〉은 조금 특별한 관계에 대한 작품이다. 보통 ‘관계’라고 한다면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상상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인간과 집, 즉 인간과 공간에 대한 관계를 그려내고 있다.
〈리어, 길을 잃다〉와 〈타클라마칸〉은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2인극, 길, 상실. 한 마디로 정리하면, 무언가를 상실한 두 사람이 길 위에서 어디를 향해야 할지 막막해 하는 작품이다. 재미난 것은 작품 속 인물들은 막막한데, 그것을 보고 있는 독자들/관객들은 한없이 먹먹하다는 점이다. 그 먹먹함이 여운도 길었다
- 배선애의 평론 〈어떤 이야기든 밀도 있게 펼쳐내는 단단한 기본의 힘〉에서
나는 꽃이 싫다
$14.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