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에 흐르다 (최진석 산문)

경계에 흐르다 (최진석 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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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백발의 짧은 머리를 한 철학자 최진석은 대개 청바지에 반팔 티셔츠를 걸치고 강연에 나선다. 노자와 장자를 ‘현대의 철학자’로 우리 시대에 소환하며, 이념과 신념에 포박된 무거운 ‘사명들’에 직격탄을 날린다. 일상의 좌표를 명사에서 동사로 전환할 것을 귀띔한다. 곧 내가 ‘바라는 일’ 대신에 ‘바람직한 일’을, 내가 ‘하고 싶은 일’ 대신에 ‘해야 할 일’을 하는 데 전념해온 우리의 맨 얼굴을 응시하게 만든다.

『경계에 흐르다』는 ‘경계의 철학자’ 최진석의 첫 산문집이다. 그가 경계의 흐름 속으로 비집고 스며들었던 자기 삶과 사유의 내밀한 이야기들을 엮었다. 거칠고 시큰둥했던 유년과 청소년 시절 그가 체득한 두려움과 갈망에 대한 이야기, 철학 공부의 시작과 ‘이상한 눈빛’에 대한 이야기, 칸트에서 장자로 시선을 옮기게 한 무료함에 대한 이야기, 장자와 적대관계로 지낸 이야기 등 그가 불안하고 비밀스러운 경계에서 빚어낸 무늬를 보여준다.
저자

최진석

저자최진석은1959년음력정월에전남신안의하의도에서태어나고,유년에함평으로옮겨와그곳에서줄곧자랐다.함평의손불동국민학교와향교국민학교,광주의월산국민학교,사레지오중학교,대동고등학교를나왔다.서강대학교철학과에서학부와석사과정을마치고중국흑룡강대학교를거쳐북경대학교에서?성현영의‘장자소’연구(成玄英的‘莊子疏’硏究)?로철학박사학위를받았다.학창시절에가르침을받았던모든선생님들께감사해한다.서강대학교철학과교수로재직중이며,건명원(建明苑)원장과섬진강인문학교교장을맡고있다.
쓴책으로『인간이그리는무늬』『저것을버리고이것을』『노자의목소리로듣는도덕경』『탁월한사유의시선』『생각하는힘,노자인문학』이있고,『장자철학』『노장신론』『중국사상명강의』『노자의소』(공역)등의책을해설하고우리말로옮겼다.『노자의목소리로듣는도덕경』은『聞老子之聲,聽道德經解』(齊魯書社,2013)로중국에서번역출판되었다.

목차

서문-경계,비밀스러운탄성

1부늑대의털은쓸쓸한눈빛을데우지못한다
고향,나의까닭
금방죽는다
불언不言의가르침
배반의출렁거림
우물에물이차오를때
보는사람
오직혼자서덤비는눈빛
비틀기와꼬임
약오르면진다
‘읽기’와‘쓰기’,그부단한들락거림
심심하기때문에
나를만나는일
경계에선불안을견딜수있는가
‘사람’으로산다는것
잔소리에대하여
원심력과중력사이
직職과업業

2부게으른눈,부지런한손발
앞서기위해물러선다
위대함은어디에서오는가
철학이의자가되는방법
진리냐전략이냐
정치란너의혀를굽히지않는것
친구를기다리지마라
투명한벽
공부의배신
덕德에대하여
문자를지배하는사람1
문자를지배하는사람2
새로워지는일
봅슬레이와마늘밭의진리
신뢰에대하여
외우기의힘
이익(利)을논하라
모르는곳으로

3부아득한하늘이여,이것은누구의탓이더냐
이탈자들
무엇부터할것인가
거칠고과감하게
너자신을알라
돈과자본,부자와자본가
혁명을꿈꿀때
시가잘써지지않는까닭
지식보다지루함을
흘러야썩지않는다
지성의폐허
지식인의몰락
과거와벌이는전면적투쟁
잡스러워진손에담아야할것
움직임,그곳에서,홀로

4부무거운주제에관한가벼운이야기
불손함이빚어내는생각의기울기
낯설고깜짝놀라는그순간시작되는것들
타이어가아니라바람일뿐
놀이와여가,그비밀스럽고찰나적인접촉

출판사 서평

“아침에일어나면조용히앉아‘나는금방죽는다’고서너번중얼거린다.그러면적어도그날하루도덜쩨쩨해질수있다.나자신을번잡하고부산스러운곳에두는일을그나마조금줄일수있게된다.그래도사는것이이모양이꼴인것을보면나는아직덜죽은것이분명하다.더철저하게죽어버려야겠다.”-[금방죽는다]에서

경계,그비밀스러운접촉에대한이야기들

백발의짧은머리를한철학자최진석은대개청바지에반팔티셔츠를걸치고강연에나선다.노자와장자를‘현대의철학자’로우리시대에소환하며,이념과신념에포박된무거운‘사명들’에직격탄을날린다.일상의좌표를명사에서동사로전환할것을귀띔한다.곧내가‘바라는일’대신에‘바람직한일’을,내가‘하고싶은일’대신에‘해야할일’을하는데전념해온우리의맨얼굴을응시하게만든다.
경계에흐르다는‘경계의철학자’최진석의첫산문집이다.그가경계의흐름속으로비집고스며들었던자기삶과사유의내밀한이야기들을엮었다.거칠고시큰둥했던유년과청소년시절그가체득한두려움과갈망에대한이야기,철학공부의시작과‘이상한눈빛’에대한이야기,칸트에서장자로시선을옮기게한무료함에대한이야기,장자와적대관계로지낸이야기등그가불안하고비밀스러운경계에서빚어낸무늬를보여준다.

“시아닌곳으로자폐하여시를멀리하고스스로를맷돌삼아거기에다자신을갈고또갈다보면몇방울의피가엉겨붙는다.그피들을긁어모아놓으니,거기에시라는이름이다가와걸릴뿐이다.설령시가아니어도된다고포기한채,자신을학대하다보면오히려빛나는시가태어난다.시는쓰는것이아니라토해지는것이기때문이다.”-[시가잘써지지않는까닭]에서

“빗방울은그이름을받는순간낙하의운명을실현한다.빗방울이낙하하며겪는속도는그가세상을읽는속도와맞먹는다.낙하는빗방울에게하나의‘읽기’다.빗방울은운명처럼대지의어느한쪽을지정받아송곳처럼꽂히며자신의시선을대지의다양한모습들에구겨넣는다.”-[읽기와쓰기,그부단한들락거림]에서

『인간이그리는무늬』의최진석첫산문집

최진석은10대초반부터답답하고갑갑했다.정해진것들은모조리그에게울타리였다.편안하기도하지만결국은자신을막아서는울타리말이다.뭔가를넘고싶었다.그는‘단편소설정도의길이도감당이되지않는지구력’탓에자주시를읽었다.짧은문장들로조직된시가긴말하지않고자신을이리저리넘겨주는탄성에몸을실었다.어떤권위에도시큰둥했던그는‘모범생의얼굴을가졌지만내면은거칠고삐딱’하게성장했다.
그는철학자의길을걸으며,이미있는이론에철두철미해지기보다는세계에직접한번닿아보려했다.이론을가지고세계를보려하지않고,세계에직접접촉하여문제를만나보려했다.문제가보이면그때필요한이론을얻어다써보려고했을뿐이다.

“나는문제아로남고싶었지,정해진이론에의하여모범적으로정련되는것을싫어했다.구멍이좀듬성듬성나고허점이가려지지않더라도,그냥그렇게걷고싶었을뿐이다.”-[불손함이빚어내는생각의기울기]에서

낯설고깜짝놀라는그순간시작되는것들

지난몇해동안최진석은인문학특히철학을우리곁에강력히밀착시켰다.그는인문(人文)을‘인간이그리는무늬’라고명명하며,인문학은고매한이론이나고급한교양을쌓기위함이아니라생존을위한도구임을단호히말해왔다.
이책은중진국트랩에갇힌우리사회에건네는창의적시선의높이에대한이야기이기도하다.지성의폐허를딛고독립적사유를시도하는지성의두께를갖추는일은처절한고독에서부터시작한다.경계의불안을감당하는눈빛,비밀스러운경계에서오직혼자서덤비는쓸쓸한눈빛이지배적이며독립적인삶으로우리시선을옮겨줄것이다.

“사자의눈을보자.늑대보다더하다.한없이쓸쓸한그눈빛에나는무섬증보다사자가지키는그고독의지경으로빨려들것만같다.이제알겠다.강한놈일수록눈빛은더쓸쓸하고처연하구나.호랑이도그러하더라.강한자의눈빛은쓸쓸하다.쓸쓸한눈빛은고독에서나온다.고독을감당하는놈이라야강하다.”-[오직혼자서덤비는눈빛]에서

경계에서야자유롭고강렬해진다는인문적통찰의첫걸음을거칠고도유려하게제시해온철학자최진석,그의첫산문집『경계에흐르다』를펼쳐보자.

“경계에서있으면과거에붙잡히고않고미래로몸이기운다.미래가열리지않는것을한탄하지마라.내가그저한쪽을지키는성실한투사임을한탄해라.경계에서있는상태를자유롭고독립적이라고한다.자유롭고독립적이어야만창의적이고혁명적이다.거기서모든위대함이자란다.하지만,경계는안타깝게도비밀스럽다.”-[경계,비밀스러운탄성]에서

“두면을동시에장악하거나,두면사이의경계에처하지않으면전면적인식이나진보적삶은구현되지못한다.한쪽을택하면과거에박히고,경계에서면미래로열린다.한쪽을택하면얼굴에짜증기가새겨지고,경계에서면밝고환해진다.”-[앞서기위해물러선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