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그리는 무늬 : 욕망하는 인문적 통찰의 힘

인간이 그리는 무늬 : 욕망하는 인문적 통찰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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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최진석

저자:최진석
1959년음력정월에전남신안의하의도에서태어나고,유년에함평으로옮겨와그곳에서줄곧자랐다.함평의손불동국민학교와향교국민학교,광주의월산국민학교,사레지오중학교,대동고등학교를나왔다.서강대학교철학과에서학부와석사과정을마치고중국흑룡강대학교를거쳐북경대학교에서『成玄英的‘莊子疏’硏究』(巴蜀書社,2010)로철학박사학위를받았다.학창시절에가르침을받았던모든선생님들께감사해한다.지금은서강대학교철학과교수로있다.
쓴책으로『노자의목소리로듣는도덕경』(2001)이있고,『노자의소(老子義疏)』(공역,2007),『중국사상명강의』(2004),『장자철학』(개정판,1998),『노장신론』(1997)등의책을해설하고우리말로옮겼다.『노자의목소리로듣는도덕경』은『聞老子之聲,聽道德經解』(齊魯書社,2013)로중국에서번역출판되었다.

목차


인문의숲속을산책하는순서

인문의숲속으로들어가며―저기,사람이내게걸어들어오네

첫번째인문의숲―인문적통찰을통한독립적주체되기
인문학,넌누구냐?
스티브잡스와소크라테스
현재를통찰하는인문의더듬이
정치적판단과결별하라
내가동양학을공부하는까닭
인간이그리는무늬의정체
이념은‘내것’이아닌‘우리의것’이다
그무거운사명은누가주었을까
살아라,오늘이마지막날인것처럼

두번째인문의숲―인간이그리는무늬와마주서기
우리는더행복하고유연해지고있는가
요즘애들은언제나버릇없다
인문학은버릇없어지는것
우리는왜행복하지않은가?
고유명사로돌아오라
세계와개념,동사와명사
존재하는것은개념이아니라사건이다
멋대로해야잘할수있다
노자,현대를만나는길
지식은사건이남긴똥이다
인간의무늬를대면하라

세번째인문의숲―명사에서벗어나동사로존재하라
지식은우리를자유롭게하는가
‘덕’이란무엇인가
툭튀어나오는마음
하고싶은말을안할수있는힘
멘토를죽여라
구체적일상속으로걸어들어가라
진리가무엇이냐고?그릇이나씻어라
동사속에서세계와호흡하라
나를장례지내기,황홀한삶의시작
‘죽음’이아니라‘죽어가는일’을보라

네번째인문의숲―욕망이여,입을열어라
철학의시작,낯설게하기
타조를잡는방법
내털한올이천하의이익보다소중하다
대답만잘하는인간은바보다
자기를만나는법
욕망,장르를만드는힘
장르는나의이야기에서흘러나온다
욕망을욕망하라
명사로는계란하나도깰수없다
이성에서욕망으로,보편에서개별로회귀하라

인문의숲속에머물며―욕망으로새기는인간의무늬

출판사 서평

人文,인간이그리는무늬

문(文)이란원래무늬란뜻이다.따라서인문(人文)이란,인간의무늬를말한다.‘인간의결’또는‘인간의동선’이라부를수도있다.곧인문학이란,‘인간이그리는무늬’를탐구하는학문이다.인문학을배우는목적도여기에있다.인간이그리는무늬의정체와인간의동선을알기위함이다.과거는‘인간의동선’뒤쪽이고미래는앞쪽방향일뿐이다.그렇다면,미래를준비한다고하면서‘인간이움직이는동선’‘인간의무늬’를가늠하지않고가능할까?

철학자최진석서강대교수에따르면,인문학은고매한이론이나고급한교양을쌓기위함이아니라생존을위한도구이다.최근한국사회의인문학열풍을이끌고있는사람들도대학안팎의연구자들이아니라기업인들이라는사실도이를뒷받침한다.인간이움직이는흐름을읽는능력을갖춘사람이라야성공할수있음을기업인들은직감적으로알고있는것이다.

언제부터인가한국사회곳곳에서상상력과창의성을앞다투어말하고있다.상상력이란무엇인가?최진석교수의정의에따르면,상상력이란인간이움직이는동선의방향이어디로움직일지꿈꿔보는능력이다.상상은망상과다르다.망상은인간이그리는무늬의방향과아무런관계없이멋대로하는생각일뿐이다.또한,창의성이란인간이그리는무늬의방향이어디로갈지꿈꿔보고또꿈꿔보다가그나아가는방향바로앞에점을찍고“우뚝!”서보는일이다.따라서상상력과창의성을원하는사람이라면인문의향기를피하면안된다.상상력과창의성을최대의핵심문제로생각하는기업에서인문학을필요로하는이유또한여기에있다.인문학없이상상력이나창의성도없기때문이다.인문적통찰의힘,그것은바로생존의무기이다.

정치적판단과결별하라

우리가어떤사태나사건을만났을때‘좋다’또는‘나쁘다’라는판단을한다면,우리는그저정치적판단을한것일뿐이다.인문적판단이아니라정치적판단에길들여져있다는얘기다.인문적통찰은정치적판단과결별하는것이첫째조건이다.

이세계가움직이면서그려내는도도한흐름과방향,그큰흐름을비밀스럽게보여주는작은일이나현상들을최진석교수는‘조짐’이라말한다.이조짐을통해서우리는밑바닥에서도도하게작동하고있는큰흐름에올라탈수있다.따라서조짐은문명의방향이나사태의진행을알수있게해주는중요한단서가된다.그런데조짐으로읽힐만한어떤현상을보고단지‘좋다’라거나‘나쁘다’는정치적판단을하는것은문명의큰흐름을알수있는가능성을단절시켜버리고,인식을바로거기에서정지시켜버린다.인문적판단을하는사람은‘좋다’라거나‘나쁘다’라고대답하지않는다.인문적통찰의힘은정치적판단과결별하고‘조짐’을읽는능력이다.

자신의욕망에집중하는사람은
“봄이왔네!”라고말하지않는다

흔히들우리는“봄이왔다!”라고말한다.그런데정말‘봄’이존재할까?‘봄’은실재하지않는다.그것은그냥개념일뿐이다.땅이부드러워지고,새싹이돋고,잎이펼쳐지고,처녀들가슴이두근거리는사건들이벌어지는그쯤어딘가에그냥두루뭉술하게‘봄’이라는이름표를붙인것에불과하다.따라서“봄이왔다!”라는말은진정한의미에서감탄의언사가될수없다.익숙한개념을그저답습하여대충말해놓고,무슨큰느낌이나받은것처럼착각하는것이다.사실은자기기만이다.

진정으로봄을느끼는사람은“봄이왔다!”라고대충말하지않는다.‘봄’이라는개념을무책임하게내뱉지않는다.대신바투다가선봄을느낄수있는구체적사건들을접촉한다.얼음이풀리는현장으로달려가손을대보고,새싹이돋는그순간을놓치지않고땅의온기를살갗이나코로직접느낀다.자신이직접참여하는자기자신만의고유한사건으로‘봄’을맞이한다.존재하는것은개념이아니라사건이다.봄을개념으로말하는사람과,봄에일어나는사건을직접경험하는예민한사람사이에나타나는성숙과인격의깊이차이는헤아릴수없이크다.

예민함이유지되는사람은“봄이왔다!”라고말하지않아요.직접새싹을보지요.
예민함이유지되는사람은이론을보지않아요.문제를봐요.
예민함이유지되는사람은이성적대답을하지않아요.욕망에기초한질문을해요.
문제에집중하고,일상에집중하고,구체에집중하는,이런예민함이유지되는사람들은유연해요.욕망이활동하기때문이에요.

지식은우리를자유롭고행복하게하는가

인간의삶이란,지식을증가시키고경험의폭을늘려나가는과정일것이다.그런데지식이증가하고경험이늘어남에따라서우리는더행복해졌는가?더자유로워졌는가?더유연해졌는가?눈매가더그윽해졌는가?상상력과창의성도더불어늘어났는가?이런질문들에“예”라고답하지못한다면,도대체지식과경험이란게우리에게무엇일까?지식을쌓은것이정말우리에게좋은일일까?지식을손안에놓고자유자재로다루는것이아니라지식의지배를받고있는건아닐까?이런의구심들은우리가어떻게살것인가하는근본적질문에닿아있다.

지식을구성하고있는여러요소들을우리는‘개념’이라부른다.개념(槪念)의‘개(槪)’라는글자를보자.쌀가게에서쌀한되를살때,우선됫박에쌀을수북이담는다.그리고정확히한되가되도록싹깎아낼때쓰는도구를평미레라고하는데,이것을한자로‘개(槪)’라고쓴다.곧,공통의틀속에들어가지않는여분의것이나사적인것또는특수한것은제외하고,공통의것이나일반적인것만을생각의형태로저장한것,이것이바로개념이다.따라서개념은출발부터제한적일수밖에없다.지식은이세계를그대로반영하는것이아니라세계의어떤특정유형을잠시보여주는것일뿐이다.

스스로‘개념’에굴복당한사람들은내가‘바라는일’대신에‘바람직한일’을,내가‘하고싶은일’대신에‘해야할일’을,내가‘좋아하는일’대신에‘좋은일’을하는데애쓴다.자기욕망을대면하지않기때문이다.지식과이념에이끌리는사람은사명감에쉽게포박당한다.이를테면,한국사회를위해공부하고일하겠다는따위가그렇다.그무거운사명은누가준것인가?이념과신념이만든‘우리’는‘나’를가두는감옥이다.

여러분은바람직한일을하면서살았습니까?아니면바라는일을하면서살았습니까?
여러분은해야하는일을하면서살았습니까?아니면하고싶은일을하면서살았습니까?
여러분은좋은일을하면서살았습니까?아니면좋아하는일을하면서살았습니까?

인문적통찰은우리앞에등장하는사태나사건을인간이그리는무늬위에다올려놓고볼수있는능력이다.보고싶은대로보거나봐야하는대로보는것이아니라,보이는대로볼수있는능력이다.그값진능력은어디에서오는가?그것은냉철한이성,체계에대한습득,본질에대한숭배,정치적계산,이념에대한철저한수행에서오는것이아니다.최진석교수는묻는다.“지금,자신만의무늬를그리고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