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그리는 사람들 (퇴계·다산·동학의 하늘철학)

하늘을 그리는 사람들 (퇴계·다산·동학의 하늘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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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한국철학의 정체는 무엇인가
이 책은 ‘하늘(天)’ 관념을 중심으로 한국사상의 특징을 고찰하고자 하는 사상사적 시론이다. 이 시론은 종래의 한국사상사 기술이 중국사상사라는 거대한 숲에 가려져 그 독자적인 특징을 드러내는 데 소홀해 있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흔히 조선사상사는 중국 주자학의 수용과 전개라는 구도로 서술되곤 한다. 그래서 주자학의 용어를 원용한 ‘주리론-주기론’이라는 다카하시 도오류식의 분석틀을 사용하거나, ‘중국성리학의 조선화’라는 유학사의 맥락에서 기술되어 온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러한 관점을 접하면서 드는 의문은 “만약에 그것이 전부라고 한다면 굳이 ‘한국철학’이라는 말을 쓸 필요가 있을까?”라는 것이다. 단지 그것이 한국 땅에서 벌어진 현상이기 때문에 ‘한국’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것이라면, 그냥 ‘동아시아유학사’ 내지는 ‘조선유학사’라고 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이러한 의문의 근저에는 “과연 한국철학과 중국철학의 근본적인 차이는 무엇인가?”라는 대단히 본질적이며 상식적인 물음이 깔려 있다. 과연 둘 사이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는 것일까? 있다면 그것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그리고 그것은 왜 지금까지 무시되어 왔는가? 이러한 물음들이 이 책을 기획하게 된 기본적인 동기다.

“일반적으로 한국철학이라고 하면 전부 중국철학에서 기원한 것으로 생각하기 마련이다. 실제로 고려시대의 불교와 조선시대의 유교는 전부 중국에서 수용된 것이다. 퇴계가 사용하는 개념이나 표현도 전부 중국의 주자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치부해버리고 말면 ‘사상사’를 서술할 수 없게 된다. … 똑같은 개념을 써도 함의가 같을 수는 없다. 유학의 천(天)과 동학의 천(天)이 같을 수 없고, 주자의 리(理)와 퇴계의 리(理)가 동일할 리가 없다. 이러한 차이를 밝히는 작업이야말로 ‘한국사상사’ 서술의 관건이다. 그래서 이 책은 한국사상사 서술방법론에 관한 사례연구일 뿐만 아니라, 한국철학의 정체성을 밝히는 시론이기도 하다.” (13쪽)

“우리는 주자나 양명이 아닌 퇴계나 다산이 딛고 서 있는 사상적 풍토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런 작업이야말로 ‘사상사’의 본령에 해당한다. 그리고 그 결정적 힌트는 유학이라는 틀을 벗어난 동학이 제공한다. 동학은 주자학이라는 중국적 사유가 그 시효를 다한 상태에서 드러난 한국적 사유의 표출이다. … 그래서 우리가 “한국사상사를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문제를 생각할 때에는 먼저 ‘유학’이라는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국사상은 “중국의 영향이 전부”이고 “유학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이상 한국사상의 특징은 포착하기 어렵고, 따라서 한국사상사의 서술은 점점 어려워진다. ‘유학’이라는 틀을 벗어나서 조선유학을 바라보지 않는 이상, 조선유학의 특징도 잡아내기 어렵고 동학으로 이어지는 흐름도 놓치게 된다.” (215~216쪽)
저자

조성환

원광대학교동북아시아인문사회연구소HK교수.「다시개벽」편집인.지구지역학연구자.
서강대와와세다대학에서동양철학을공부하였고,원광대학교원불교사상연구원에서「한국근대의탄생」과「개벽파선언」(이병한과공저)을저술하였다.20∼30대에는노장사상에끌려중국철학을공부하였고,40대부터는한국학에눈을떠동학과개벽사상을연구하였다.최근에는1990년대부터서양에서대두되기시작한‘지구인문학’에관심을갖고있다.그러나일관된문제의식은‘근대성’이다.그것도서구적근대성이아닌비서구적근대성이다.동학과개벽은한국적근대성에대한관심의일환이고,지구인문학은‘근대성에서지구성으로’의전환을고민하고있다.양자를아우르는개념으로‘지구지역학’을사용하고있다.동학이라는한국학은좁게는지역학,넓게는지구학이라는두성격을동시에지니고있기때문이다.이러한관심을바탕으로장차개화학과개벽학이어우러진한국근대사상사를재구성하고,토착적근대와지구인문학을주제로하는총서를기획할계획이다.

목차

서문_한국학어떻게할것인가?

I.도학에서천학으로
1.한국철학의특징을찾아서
2.동방의제천의례논쟁
3.‘천학’이라는범주
4.이책의구성

II.조선의하늘철학
1.한국인의하늘사랑
하늘축제
하늘경험
‘하?’의탄생
역사속의하느님
2.조선정치와하늘철학
경건함으로다스려라
하늘님을대하듯하라
하늘을참되게대하라
3.퇴계의하늘철학
성인에대한믿음
하늘에대한효도
리(理)와의감응
다카하시스스무학설비판
4.퇴계이후의하늘철학
윤휴의사천유학(事天儒學)
다산의상제유학(上帝儒學)
실심(實心)과천학
5.동학에서‘천교’로의전환
천교(天敎)의등장
천도(天道)의탄생
천도와천교
천인(天人)과시민(侍民)
하늘의개별화와일상화

III.한국사상의풍토와한국인의영성

참고문헌
주석

출판사 서평

우리에게‘하늘’이란무엇인가

이러한물음에접근하는하나의단서로서필자가주목한사상은‘동학’이다.동학은조선성리학이그효력을다해갈무렵인조선말기에한반도라는한정된공간에서자생적으로등장한주체적인사상이었다.동학의창시자최제우는자신의사상을유도(儒道)나불도(佛道)와대비하여‘천도(天道)’라명명하고,‘하늘’을중심으로하는동방(한국)의세계관(道)은생명과평등그리고존엄이라는새로운시대의보편적인가치를지향한다고선언했다.인간은신분에상관없이누구나우주적생명력인‘하늘님’을모시고있기때문에동등하게존중받고보호받아야한다는것이다.
동학이자신의사상체계를‘하늘’을중심으로전개한것과대조적으로,이웃나라일본에서는탈아입구로대변되는서구화와더불어사상언어로서의하늘관념은사어(死語)가되고있었다.마찬가지로중국철학역시선진시대이래로‘천(天)’에서‘도(道)’로(제자백가),‘도(道)’에서다시‘리(理)’로(신유학),그리고‘리(理)’에서다시‘기(氣)’로(청대실학),그진행이점점‘하늘’의초월성이약화되는방향으로전개되어갔다.이렇게보면동학의탄생은동아시아사상사에서는하나의‘사상사적역행’이라고할수있을것이다.
그렇다면우리는이러한특이한현상에대해과연어떠한사상사적설명을제시할수있을것인가?이것이이책이해결하고자하는하나의과제다.그리고이과제는처음에제기했던중국철학과는다른한국적인철학이과연무엇인지,그런것이있기나하는지라는문제와도맞닿아있다.이두가지물음,즉동학의탄생에대한사상사적설명,그리고한국철학의특징찾기를위해필자는‘하늘철학’을제시한다.

“고대한반도인들은황제나임금이아닌데도불구하고‘누구나’하늘을향해제사를지내고축제를벌였다.그것도개별적이아니라집단적으로,개인적이아니라공공적으로거행하였다.이책에서는“하늘을그리다”라고명명하였다.여기에서‘그리다’는‘그리워하다[思]’와‘그리다[描]’의이중적의미를담고있다.한국인들은전통적으로하늘을그리워하고두려워하며,마음속에그리고언설로표출하였다.”(1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