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섬 기약없는 이별 (진현석 장편소설)

외딴섬 기약없는 이별 (진현석 장편소설)

$16.10
Description
저는 일본에 살면서 한일관계에 관한 수많은 소식을 접하고 있습니다. 그중 몇 가지 역사적 사실에는 복잡한 한일관계의 특수성 때문이라고 생각하기에 한국인으로서 받아들이기 어렵거나 설명이 부족해 보이는 부분들이 존재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저는 단 한 번도 이러한 역사적인 사실에 정면으로 마주해본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는 마치 심신을 유기하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어 부끄러웠습니다.
그렇게 무작정 녹음기 하나 들고 도쿄에서 나가사키로, 강제 동원의 피해를 직접 겪으신 생존자분들을 만나기 위해 떠났습니다. 조심스러울 수 있는 주제라 걱정이 많았는데 흔쾌히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나가사키에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전해 듣던 중 군함도 바로 옆에 위치한 ‘다카시마’라는 섬에 관해 알게 되면서 관심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에서 여러 차례 유네스코 등재 문제로 떠들썩했던 군함도와 대조적으로 그 바로 옆에 있지만, 너무도 조용하게 그 실상을 아주 조금만 드러내고 있는 다카시마를 보며 오히려 많은 부분을 감추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었습니다.
이상했습니다. 서로 마주 보면 너무도 가까운 바로 앞 동네인 것 같은데 바다를 사이에 두고 한쪽은 잠잠했다는 것이 말입니다.
이렇게 다카시마는 저에게 필연 같은 방문이었고 숙명 같은 시작이었습니다. 저는 첫 방문 이후 몇 번의 계절을 건너보내며 다카시마를 방문하고 또 방문했습니다. 지금은 다카시마 전체 섬을 둘러볼 수 있습니다만, 이것이 언제 또 바뀌고 변화될지 아무도 모릅니다. 이 책이 여러분들에게 한 번쯤은 다카시마에 직접 방문해서 역사를 마주할 수 있는 동기 부여가 되길 바랍니다.
저자

진현석

저자:진현석
1983년생으로서울출신이며일본에서살고있습니다.
타국에서많은생각들을하게되었고자신을많이돌아볼수있는정말귀중한시간을가졌습니다.
저자는책,영화,드라마를즐겨보는지극히평범한취미를가진너무나평범한사람입니다.
어린시절부터시를쓰는것을좋아했으며언제부터인가생각만하고있던소설을집필하는것이삶의여러의미중큰부분을차지한다는것을느꼈습니다.
저자는거창하지도,많은타이틀이있지도않고,지극히평범한,아니그보다조금더많이평범한사람입니다.그저생각하는것이좋고상상하거나꿈을꾸는것이흥미로울뿐입니다.글쓰는사람으로서상상과생각을독자분들과나누고싶습니다.

목차

1바람이일으킨먼지가폭풍이되다
2바로앞의일은운명도모르는일이다
3그놈의조선인
4서쪽으로서쪽으로
5외딴섬,그리고조선인
6탄광일
7마를날없는눈물,미동도없는운명
8살아야지,살아야지······살고싶다
9기약없는이별
10엇갈리고뒤틀려안타까운인연
에필로그

출판사 서평

언제무너질지모르는탄광아래에서지옥같은노동은언제끝날까?
죽어서야나갈수있는섬,다카시마.
그아래에묻혀있던,아픈역사를나눠짊어진기영과히로시.
그리고수많은조선인들의피와살점,눈물과땀방울이
조금씩지상으로드러나기시작한다.

책속에서

꿈을꾸었다.꿈에서나는한참을울었다.
어두운날에정글과도같은깊은수풀과나무가우거진어딘가속에서거의머리끝까지가득찬물을헤치고내가가야할목적지로나아갔다.그러다문득가득찬물속에서허우적대는사람을보았다.나는다급해보이는그사람에게로다가가앞이보이지않는흐릿한물의길을터주며나아갈수있게먼저앞장서시범을보였다.
나는그에게안심하라고말했다.아니그렇게말한것같았다.
그렇게한참을물길을헤치고육지의길로나와다시어디론가빠르게걸었다.
그리고허름하고도무질서한듯보이는시장이모습을드러냈다.나는목적지를마치미리알고있기라도한양빠르게다시걸어나아갔다.주변상인들의모습이나시장의풍경을바라보지도않은채말이다.
그렇게어느가게앞에도착해주변을둘러보니근처가게에서는흑백TV가켜져있었고거기서할아버지한분이나오고있었다.가만들어보니그의생전이야기가흘러나오고있는것을직감적으로알수있었다.
나는내가서있던가게에서팔고있는작은장난감같은손바닥만한액자와초콜릿두개를집었다.고르는데만삼십분이나걸린것같았다.
쭈뼛대며가게아주머니에게고른물건을내밀고계산을하는데옆에딸인듯한작은아이가나를신기하게바라보았다.
나는아이에게살짝미소를지으며내가집어들었던초콜릿을하나내밀며‘자!네거야.’하고말했다.그런데아이가그초콜릿을받으려손을뻗자아주머니는손을흔들며극구사양을했다.봉지에담아가며물건을계산하던아주머니께나는조심스럽게말했다.
“죄송합니다······.안타깝게선생님을잃으셔서······.저는선생님같은분들에게그렇게많이도와드리지못한것같습니다.한다고했는데······너무부족해서죄송합니다.”
한참을서럽게울며아주머니께이말을꺼냈다.
그런데아주머니는나를한번쓱보다가고개를떨궈다시물건을담으며부드럽고자상한목소리로말했다.
“괜찮아요.운명을어찌할수는없었잖아요.우리아저씨같은양반들많아요······.힘내요.괜찮으니까.”
아주머니의이야기에다시한참을아이처럼꺼이꺼이울었다.그리고순간정말거짓말처럼나는잠에서깼고한참을멍하니꿈을곱씹으며생각에잠겼다.
‘뭘까이꿈은······이꿈의의미는······?’
이상하도록생생했다.
원고작성을마치고한참날이지난후불쑥찾아온잠시간의낮잠속에서나타난꿈이었다.집필을하며매일나는그시대,그곳에들어가있었다.낯선사람,낯선배경,낯선환경그리고낯선언어.
일제강점기의참담함과어지러움이서려있는조선인들의삶,강제노역과그중에서도악명높기로소문난탄광.
나는여러번의계절을그들과함께이곳에서살았다.
그들의감정을나도느끼려고애써본다는것은어찌보면크나큰오만이자무례일수있다.하지만그래도나는그안에서수십,수백번의해를보길원했다.그들과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