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벌레

도시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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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도시는 소리 없는 전쟁터로 변한지 오래다. 높은 빌딩과 웅장한 건물들, 거리를 가득 메운 자동차들 사이에서 더 이상 인간은 도시의 주인공이라고 말할 수 없게 되었다.
저 번뜩이는 도시의 광채는 무엇을 위함인가? 혹은 누구를 위하여 도시는 점점 더 괴물처럼 비대해져만 가는가?
AI 산업의 발달이 자칫 인간이 로버트의 지배를 받는 끔찍한 세상이 될 수도 있으리라는 예측은 결코 과도한 상상이라고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인간의 삶을 위한 편리한 집합공간이 되어줄 것이라고 믿었던 도시는 이제 더 이상 인간을 위해 기여하기를 거부하고 있다.
인간은 더 이상 도시에서 행복한 삶을 구가할 수 없게 되었다. 거꾸로 도시의 노예가 되어버렸다. 평생 직장을 다녀도 집 하나 장만하기가 어렵고 하루 열다섯 시간 이상씩 가게 문을 열어놓고 버텨도 영세자영업자들은 생계를 해결하기 힘든 세상이 되어버렸다.
‘나’는 서울이라는 화려한 도시에서 소박한 행복을 꿈꾸며 20년 동안 성실하게 식당을 운영한다. 무슨 큰돈을 벌어 건물주가 되려는 욕심이 있었던 것도, 고급 아파트에 입주하지 못해 안달이 났던 것도 아니다. 전세살이를 할망정 두 아이, 아내와 함께 생계 걱정 없이 밥은 먹고 살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그러나 현실은 참담하다. 밥을 먹고살기는커녕 나는 늘 누군가의 밥이 되어야만 한다. 도시의 주인, 열매를 차지하는 자들은 따로 있다. 성실하게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은 그야말로 도시를 위한 벌레에 지나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다. 건물주는 〈합법적인 너무 합법적인〉 방식으로 내 최소한의 양식마저 빼앗아간다. 국가마저 서민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피를 흘리게 만든다. 점점 더 촘촘해진 그물로 빠져나갈 구멍 없는 세목을 만들어 목을 조른다. 상가임대차보호법은 도리어 임대료 폭등의 근거가 돼버렸고 최저 임금이 올랐다고 해서 알바들 처지가 더 나아지는 것도 아니다. 싸움은 늘 을과 을, 을과 병의 몫일 뿐이다.
고작 밥 세끼 먹고 살겠다고 20년 동안 헐떡거린 결과가 도시로부터의 철저한 추방이다.
‘나’는 죽음을 마지막 희망으로 기댄 체 보라카이로 떠난다.
무위(無爲)의 바다, 게으른 보라카이의 개떼들이 어슬렁거리는 탐비사안비치에서 치열했던 저 도시, 세상을 향해 묻는다.
‘나’는 왜 끝내 나비로 부화하지 못하고 도시의 벌레가 되어 생의 밑바닥을 전전해야만 했는가?
혹시 나는 자본주의의 물질적 욕망에 부화뇌동하여 스스로 중심을 잃어버리지는 않았는가?
세계적인 도시 서울과 대치되는, 벌레가 아닌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 필리핀 원주민 마을에서 작가는 ‘나’를 통해 새로운 삶의 출구를 제시하고 있다.
저자

양승언

충남공주에서나고자랐다.산간벽지농부의자식답게산과들로뛰어다니면서유감없는소년시절을보냈다.
저자는1981년종합제철소(POSCO)가있는거대(?)도시로유학을떠난다.당시의특목고에진학했던것.이때비로소훗날‘작가양승언’으로서의가시밭길이열리게된다.그는매일쓰고또썼던것.글을쓰는작가가되기위해서가아니라맑고총명한사춘기청소년의눈에비친사회의부조리를이해할수없었기때문이다.
나는누구인가?
나는어디로가고있는가?
그는깨어있는순간마다스스로에게,스승에게,세상의모든책들에게길을물었지만답을찾지못하였다.
결국푸르른이십대초반산문으로들어간다.그로서는필연적인운명이었다.비승비속(非僧非俗)의경계에서시련을자초한다.견디기힘든,그러나달콤한고행의시간이었다.
일일부작일일불식(一日不作一日不食)
하루일하지않으면하루먹지말라는백장선사의청규를실천하려고노력했다.가사장삼뒤집어쓰고말몇마디로인생의수고를대신하는건참된수행이아니라고생각했다.
밥앞에떳떳해야한다는신념을가졌다.모든중생의문제는밥의문제였고밥을화두로삼았다.거짓말과위선적사기를경계했다.스스로땀흘려거둔양식을이웃에게나눠주는자라야진정성이있다고믿었다.
그는스스로밥을지어주위에나눠줄수있기를바라는신념으로〈숟가락〉이라는사훈을내걸고20년동안식당을운영했다.뭇사람들이한그릇의‘밥’을위해얼마나눈물겨운노력을하는지현장에서여실하게체험했다.
그리고끊임없이글을썼다.우리사회를건강하게지키는이름없는사람들의아름답고향기로운삶을유의미한기록으로남기고자하였다.비록나비가되어하늘로훨훨날아갈수는없다고하더라도,이화려한도시를지키는우리사회의숨은파수꾼에대하여.뭇도시벌레들에대하여.
그는말한다.
“못생긴나무가산을지킨다.”

*1999년〈풍장소리〉로세기문학상을,2006년단편소설〈워낭소리〉로농민신문신춘문예에당선되어등단했다.
그의소설은우리사회의소외된이웃들을그리고있다.그의작품은문장이살아있고묘사가충실하다는평가를받는다.소설〈잉어는어디로갔는가〉〈덫〉등을발표했으며비평가들로부터21세기한국사회의단면을명징하게표현해냈다는호평을받았다.
시집〈사랑은소리없는침범〉을발표했고〈제1회시흥문학상〉〈철도문학상〉등을수상했다.

목차

추천사

미로7
보라카이개22
바퀴벌레가사라진곳45
안젤린65
밥94
탐비사안,디몰113
도시벌레125
아내173
아로스칼도200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소설〈도시벌레〉는단숨에읽히는흡입력이있다.절제된문장으로삶의현장을고스란히담고있기때문일것이다.2020년세계는지금까지경험하지못한코로나19로고통스러운신음을토하고있다.오직더높은곳,더많은것을향하여앞으로만치닫던인간들의욕망은타의에의하여강제당해야만했다.어느날세계를점령한눈에보이지도않는바이러스가모든인간을향하여“동작그만!”하라는명령을내렸다.어느누구도마스크를쓰지않고는함부로숨을쉴수없게만들었다.
소설은우리사회의낮은자리에서숨도크게쉬지못하고일벌레로살아온어느영세자영업자를그리고있다.그는우리사회의성실한보통사람들가운데한사람이었고도시서민을상징하는인물이다.20년동안쉬지않고식당을운영했지만건물주와부동산중개인의농간으로재산의전부라고할수있는권리금을빼앗겼다.제먹을것도없는마당에국가가강제하는세금을납부하지못하여통장을압류당하기도한다.재주는곰이부리고돈은왕서방이챙긴다는속담처럼왜서민들은땀흘려일하고도그열매를차지하기는커녕생계마저위협받고있는지핏자국처럼선명하게그현실을보여주고있다.
결국타의에의해삶의현장에서쫓겨난주인공은모든것을내려놓고자살을암시하며국외도피를선택한다.어느날우리사회를습격한코로나19가사람들의모든정상적인생활을정지시켰듯.
서울이라는도시에서의숨가빴던생활을뒤로하고필리핀보라카이원주민마을로잠입한다.그는생의이방인으로물러나서게으른보라카이개처럼탐비사안비치를어슬렁거린다.
2020년코로나19가인류에게비대면이라는새로운삶의방식을요구했던것처럼그는비로소브레이크없던삶의폭주를멈춘뒤묻는다.
‘나는무엇을위해그렇게치열한도시의벌레로헐떡여야만했는가?’
코로나19가이제누구도저혼자서만독주할수없는‘인류공동체’의운명을일깨워줬듯소설〈도시벌레〉는도시사회의비열한암투를멈추고서로인간답게상생하기를요구하고있다.넌지시그런무익한경쟁의소용돌이에휩쓸리지않을방법을제시하면서.더이상마스크를쓰지않고사람답게온전한숨쉴수있는방법에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