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원 상고사 (우리말의 뿌리를 찾아서 밝혀낸 우리 역사)

어원 상고사 (우리말의 뿌리를 찾아서 밝혀낸 우리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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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우리말의 뿌리를 찾아서 밝혀낸 우리 역사
단재 신채호가 오늘날의 역사학을 보면 뭐라고 했을까? 100년 가까이 실증사학의 굴레를 맴돌며 고대사를 굳이 대동강 가에 묶어두려 끝없이 되풀이되는 시도를 보고, 분기탱천하여 『조선상고사』의 후속작을 하나 썼을 것이다.

이 책『어원상고사』는 『조선상고사』에서 시도한 어원의 문제를 파고들어, 한국 고대사를 완전히 새롭게 보여주는 책이다. 고대사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국명, 인명, 지명, 관직명, 부족명이 나온다. 이런 말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는 것은 역사학의 몫이 아니다. 국어학의 몫이다. 그렇다면 역사학은 올바른 역사 해석을 위하여 국어학에 부탁하여야 한다. 하지만 역사학에서는 국어학에서 이미 이루어놓은 위대한 성과들마저 거들떠보지 않는다. 그리고 소박한 민간어원설 수준에서 『삼국유사』나 『삼국사기』의 고유명사를 설명한다. 그런 설명이 맞을 리 없으니, 대부분 오해가 또 다른 오해 위에 얹혀 망상에 이르기 일쑤이다. 방법론이 없는 어원 분석은 암담하고 위험하다.

고조선에서 삼국시대에 이르는 시기는 2000년이 넘는다. 그 긴 시간 동안 언어는 변했을 것이고, 오늘날까지 기록으로 전하는 말들의 어원을 파헤쳐보면 각 왕조에서 쓰는 언어는 서로 달랐음이 드러난다. 단군조선은 퉁구스어를 썼고, 기자조선은 몽골어를 썼으며, 위만조선은 터키어를 썼다. 고구려와 백제는 모두 부리야트족으로, 고구려는 부리야트어의 한 갈래인 코리 방언을 썼고, 백제는 쿠다라 방언을 썼다. 신라는 초기에는 퉁구스어를 쓰다가 나중에는 흉노의 지배층과 같은 언어인 터키어를 쓴다. 물론 지배층의 얘기이다. 이들이 다스리던 동북아 초원지대와 한반도에는 길략어와 아이누어를 쓰는 사람들이 퍼져 살았다. 이들 언어가 용광로처럼 들끓던 곳에서 오늘날까지 이어져오며 빚어진 말이 한국어이다.

우리 역사의 왕조들이 쓴 궁중 언어에는 몽골어의 자취가 많이 남았다. 언뜻 보면 원나라의 지배 풍속인 것처럼 보이나 사실은 연원이 훨씬 더 깊다. 고구려의 지배층 언어가 몽골어였기에 그 뒤로 왕실 언어는 몽골어로 이어져 조선왕조까지 그렇게 쓴 것이다. 주몽은 고구려의 계루부 출신이다. 계루는 부리야트의 한 부족 이름 ‘코리(qori)’를 한자로 적은 것이다. 이것은 다시 구리(句麗), 고리(藁離)로도 적힌다.

이 말은 오랜 세월 왕족을 배출한 부족이기에 우리말에서 아예 혈통이나 왕족을 뜻하는 말로 자리 잡는다. 피붙이를 뜻하는 말은 ‘겨레, 갈래’이고, 용을 뜻하는 우리말은 ‘가리’인데, 이것이 코리에서 기원한 말이다. 이들은 고려 때까지 왕족의 혈통을 스스로 ‘친(金, čin)’이라고 불렀다. ‘čin’을 한자음으로 적어서 나라 이름으로 쓰면 ‘금(金), 청(淸), 진(震), 진(秦)’이다. 진나라도 금나라도 청나라도 발해(震)도 모두 이들의 혈통이라는 뜻이다.

이와 같이 고대의 언어는 일관된 음운변화를 통해 일정한 뜻을 함축한다. 『어원상고사』는 옛 기록에 나타나는 이러한 말들을 추적하여 어떤 뜻인지를 밝혀낸다. 그리고 그 말이 쓰인 역사상의 어떤 사건과 결부 지으면, 당시의 사건과 상황이 한결 또렷해진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예컨대 당나라가 지척의 고구려와 백제를 제치고 한반도 구석에 위치한 신라와 결탁한 사태의 뒤에는 당시 정치 상황의 불가피성이 주된 원인이겠지만, 당나라와 신라의 왕실이 터키어로 소통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면 나당연합의 정황은 한결 또렷해진다. 단군이 어떤 언어를 썼는지 알고, 기자가 어떤 언어를 썼는지 안다면, 당시 왜 그런 사건이 일어났는지 한결 또렷해진다. 심지어 왕조교체의 정황도 언어를 통해 짐작해볼 수 있다.

이상을 보면 역사 기록에 나타나는 언어는 유적이나 유물 못지않게 중요한 고고학 자료이다. 한국의 고대사는 그렇잖아도 유물이나 유적이 적어 사건 간의 고리를 연결하기 힘든데, 중요한 언어를 굳이 도외시한다면 중대한 실수를 범하게 된다. 이런 점을 근대사에서 가장 먼저 이해하고 접근한 사람이 단재 신채호이다. 그가 쓴 『조선상고사』를 보면 언어까지 파고들어 역사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이 책『어원상고사』는 『조선상고사』의 문제의식을 계승하여, 고대사의 언어도 훌륭한 사료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강조한다. 『조선상고사』 이후 언어를 버린 역사학에 올바른 유물로 언어를 돌려주려는 시도이다.
저자

정진명

저자:정진명
지은이정진명은1960년충남아산에서태어나중고등국어교사로30여년재직하였다.일찍이활쏘기,전통의학등에깊은관심을갖고,활쏘기분야최초로국궁안내서등을쓴바있으며,인류가풀어야할숙원인건강에대해누구나올바른정보를알기쉽게배울수있는침뜸학에관한책과동양의학안내서를펴냈다.또한청소년들을위해우리생활속에깃든철학의문제들,시창작/감상방법,그리고시집등을펴냈다.현재는역사언어학에깊은관심을가지고연구·집필하고있다.
저서로『어원으로본한국고대사』,『우리활이야기』,『한국의활쏘기(개정증보판)』,『활쏘기의지름길』,『이야기활풍속사』,『활쏘기의나침반』,『우리침뜸이야기』,『우리침뜸의원리와응용』,『우주변화와한의학』,『황제내경소문』,『고려침경영추』,『한국의붓_우리붓이야기』,『청소년을위한우리철학이야기』,『좋은시의비밀』,『우리시이야기』등과시집으로『활에게길을묻다』,『정신의뼈』,『노자의지팡이』,『용설』,『회인에서속리를보다』,『과녁을잊다』등이있다

목차


책머리에
역사언어학서설

1장_한겨레의뿌리를찾아서

2장_고조선
01_‘조선’의어원
02_‘조선’고
03_‘숙신’고
04_단군의나이
05-단군과기자
06_위만조선
07_갑골문으로본조선

3장_고구려

4장_백제

5장_발해

6장_고려

7장_『사기』를다시읽다
01_한사군의이름
02_갈석산과고조선의진실
03_서언왕동명주몽신화
04_「위략」의진개2,000리
05-‘패수’고
06_‘요수’고
07_‘열수’고
08_‘살수’고
09_‘난하’고
10_대동강의어원고찰
11_‘진번’고
12_한사군의진실

8장_신라
01_신라왕명의어원
02_강원도횡성
03_김일제
04_석탈해
05_신의나라‘진국’

9장_가야
01_6가야
02_어원으로알아본한겨레의뿌리
03_탐라

10장_우리말의뿌리를찾아서
01_어원역사논의의뒷목
02_우리말의뿌리
03_맺음말_역사와언어

출판사 서평

역사언어학서설

일연의『삼국유사』에는,한문의문장독법으로는해독되지않는문단이14군데있습니다.한문에정통한사람들도풀이할수없어서지난1,000년동안까막글씨로남아있었습니다.그런데이것을처음으로해석한사람이일본학자입니다.일제강점기의일이죠.왜일본인이이것을번역했을까요?이문장을한문식이아닌일본어식으로풀어본겁니다.그랬더니뜻이조금통하는것이었습니다.
이런사실을알고충격을가장많이받은사람이자칭‘국보1호’라고떠들고다닌양주동이었습니다.양주동은관련서적을한지게지고골방에처박혀일본학자가했던그방식으로까막글씨를풀어냅니다.그리고책을내죠.『고가연구』.1,000년동안잠자던향가가우리앞에모습을드러내는순간이었습니다.저는국어를전공했기에향가를전문가수준으로배웠습니다.우리말의소리가문자화할때빚어지는고민과난처함이향찰표기에잘드러났습니다.

이향찰표기는우리의생각을전하는데끝내실패하고일본으로건너가서일본식표기로정착합니다.우리는15세기에세종대왕의훈민정음이나타날때까지한문원문을표기수단으로삼습니다.자연스럽게향찰표기가우리겨레의기억에서멀어졌고,옛조상들이쓰던『삼국유사』의문장을알아보지못한상황이된것이죠.그것이향찰풀이과정에서드러난소동이었습니다.
제가국어를전공으로배우면서한가지이상하게느낀게있습니다.『삼국사기』와『삼국유사』를펼치면,뜻을알수없는국명과지명과인명이가득합니다.그속의글을읽으려면이이름의뜻을알아야합니다.하지만알수없죠.그이름을쓴사람들이무슨뜻이라고밝힌적이없으니말입니다.역사학자들은마치향가문장을마주한옛사람들과똑같은상황에직면한것입니다.이상한건역사학자중아무도양주동의노릇을자처하고나선사람이없다는것입니다.이건정말이상합니다.

더이상한건,이미많은연구를해놓은언어학자들에게묻지도않는다는것입니다.그러면서도곳곳에서개똥철학으로주먹구구식해석을시도합니다.이병도가주석을단『삼국사기』와『삼국유사』를펼쳐보면헛웃음이나옵니다.

21년경성京城에성을쌓아이름을금성金城이라하였다.-『삼국사기』권1신라본기시조혁거세거서간
이병도의각주)그이름은금성탕지金城湯池에서취하였다기보다는「검(城)」또는「임금(城)」(王城)의뜻이아닌가한다.

이병도는金을우리말‘검’을적은것으로보았습니다.한눈에봐도말이안되는것이,임금의‘검’을한자로적으려면,‘儉,險’을써야합니다.향찰표기의원칙이고,실제로단군왕검이그한자를썼습니다.그러니까이곳‘금성’의金은임금이나신을뜻하는말이아닙니다.

황금을만주어로는‘asin’,몽골어로는‘alta’,터키어로는‘altin’이라고합니다.2,000년전에누군가金이라는기록을남겼다면그들의언어로읽어야합니다.수도는중앙에있습니다.중앙을뜻하는터키어는‘orta’이고‘목책을쌓은성’은‘tura’입니다.터키어를쓰는사람들이‘올타두라(orta-tura)=나라의중심수도’라고부른동네를몽골어를쓰는사람들은‘알타다라(alta-dara)=황금의성’라고듣고한자로‘金城’이라고적은것입니다.1,000년전의김부식이적은,2,000년전의언어를,이병도는지금의언어로풀이하였으니,그게맞을리가없습니다.한국역사학계의태두이병도의자뻑(!)이이와같습니다.그의주석서에이런혀짧은소견이가득합니다.

하지만황소가뒷걸음질치다가개구리를잡는수도있습니다.아사달에대한해설이그것이죠.일본어로‘아사’는아침(朝)인데,고조선의수도‘아사달’이바로아침을뜻하는말이라는것입니다.‘朝鮮=아사달’이라는거죠.바로뒤에서설명하겠지만,이주장은아사달에관한많은의견중에서제법그럴듯한주장이어서역사학계의주요의견으로자리잡았습니다.언어학을전공한저의눈에는아주소박한소꿉장난같습니다만,그래도이병도의주장중에서는그나마그럴듯한어원론입니다.

우리가고등학교다닐때한국어는보통우랄-알타이어에속한다고배웠습니다.제가대학에다닐때는‘우랄’을떼어버리고‘알타이어족’으로분류했습니다.알타이어족을대표하는말은터키어몽골어퉁구스어인데,한국어는이들보다훨씬더일찍갈라져나와서이들과도많이달라졌다는것입니다.이기문을비롯한서울대학파의의견이주류를이루었습니다.이들이가정한‘원시부여어’‘원시한어’는어디서도볼수없는가공의언어입니다.오늘날의한국어와알타이조어를연결하는중간과정을상정하여생각해본상상속의언어죠.

그런데최근에새로운학설이등장했습니다.동북아시아의알타이제어는1만년전요동지역에서농사를짓던사람들이어떤이유로이동하면서퍼진언어라는것입니다.이언어의근거지는중국동북부의홍산과몽골의적봉지역인데,지금이곳은나무하나없이잔풀만자라는황량한땅이어서여기서농사를지었다는것이언뜻이해가가지않습니다.그러나1만년전의기후로는이지역이농사짓기에가장좋은곳이었다고합니다.이후소빙하기가오면서날씨가추워져서지금과같은황량한땅으로변했고,그바람에그곳원주민들이농사짓기좋은남쪽으로이동하면서언어도지금처럼퍼졌다는주장입니다.그곳보다더따뜻한지역은,대체로발해만과황해의주변입니다.이른바동이족의영역이죠.홍산문화는농경을일찍시작한동이족조상의문화라는뜻이죠.

그렇다면그곳황량해진땅에남은사람들은어찌되었을까요?초원지대에남은사람들은짐승을길들이기시작합니다.그리고기원전3,000년쯤에이르면말을사육하는데성공합니다.말을사육했다는것은대규모이동과집단화가이루어졌다는뜻입니다.그러면이런현상에서자연스럽게떠오르는사람들이있습니다.바로흉노족이죠.말과함께나타나농경지를휩쓸며약탈하는사람들이철따라중국의변경을넘나듭니다.이들은춘추전국시대부터서서히기록에나타나진나라와한나라에이르면변방의골칫거리로등장합니다.바로이들의발상지가알타이산맥과인근초원이고,이들의언어가바로알타이어족입니다.알타이란황금산金山을뜻하는말입니다.

한국어는이들의언어와비슷하지만,이들언어간의통일성과유사성보다좀더낯선모습입니다.이들보다훨씬더일찍알타이조어祖語로부터분화되었다는뜻입니다.앞선최근학설로보면1만년전에홍산을떠난원주민의언어에더가깝다는뜻입니다.하지만이런사정을몰랐던람스테드Ramstedt(1873~1950)나그를따르는학자들이한국어를알타이어족에집어넣어서설명하다보니,앞서본원시부여어나원시한어를쓰는‘고아시아족의언어’를중간단계로설정할수밖에없었던것입니다.

한자표기로남은중국발해만지역의지명을찬찬히들여다보면,몽골어터키어퉁구스어와비교할때도어떤공통성을보이지만,오늘날우리가쓰는입말(口語)과직접대비할때뜻이더욱또렷해지는말들도많습니다.그래서이5개언어를비교해야만고대사에등장하는지명인명국명이좀더또렷한뜻을드러냅니다.

저는역사에문외한입니다.스무살무렵에신채호의『조선상고사』(문공사)를읽어본것이전부입니다.국어를전공하면서역사로부터멀어졌는데,어원을정리하다보니젊은날읽은신채호가다시생각나서그꼬투리들을정리해보려고펜을들었습니다.연재를하려고마음먹고보니,환갑진갑다지난늙은이가노망을부리는게아닌가하는걱정도해봅니다.이제시작하는연재는역사에문외한인한문학도의눈에비친풍경이니,설령제가틀린다고해도저로서는부끄러울것도잃을것도없습니다.역사학도들께서는때로못마땅하시겠으나,제가그것까지감당할필요는없겠다는생각이듭니다.정못마땅하시거든한늙은이의망령이라고치부하시고눈을돌려자위하시기바랍니다.

역사는역사학자들의독점물이아닙니다.고대의언어는가장확실한고고학자료입니다.출토되는유물보다더확실한‘뜻’을보여줍니다.저는언어학에담긴역사의지분을건드리는것뿐입니다.가장확실한고고학자료를건드리지않는고고학자들이더이상한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