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구회 추억 : Memories of Chung-Gu Hoe

청구회 추억 : Memories of Chung-Gu Hoe

$11.00
Description
절망의 끝에서 써내려간 아름답고 슬픈 에세이
신영복 문학의 백미 『청구회 추억』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구속되어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은 신영복 교수가 구속되기 전 2-3년간의 실제 이야기를 담은 단행본. 신영복 교수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의 글 중 한 편인 '청구회 추억'에 감성 깊은 김세현 작가의 그림과 성공회대 영어학과 조병은 교수의 영역 원고가 어우러져 펼쳐진다.

이 글은『감옥으로부터의 사색』개정판에 실린 수필로, 이전의 글과 달리 저자 스스로에게 띄우는 수필 형태의 글로 되어 있다. 문체 또한 다른 글에 비하여 더욱 성찰적이고 회고적이며, 절제미가 돋보인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의 여타 글들과 내용면에서도 차이가 있다. 다른 글들은 옥중 사색의 단상을 보여주지만, '청구회 추억'은 일관성 있는 구조와 문학적 구성을 갖추고 있는 문학 작품이다.

'청구회 추억'은 1966년 어느 봄날 서오릉 소풍길에서 우연히 만난 여섯 소년들과의 순수하고도 소박했던 만남과 우정을 다룬 것이지만, 저자는 이들의 순수한 만남이 당시 정국에서는 굴절되고 왜곡되어 불온단체로 매도되었다고 회고한다. 이 작품은 한국전쟁 후의 가난과 정치적 억압이 순수하고 가슴 훈훈한 사람들의 모습과 대조를 이루며 역설적으로 다가온다.
작품 자세히 들여다보기!
이 책에는 이 글이 쓰인 자세한 경위, 그리고 청구회 소년과의 재회 등 궁금해 하던 것들을 「'청구회 추억'의 추억」이라는 제목으로 후기에 담겨 있다. 또한, 저자가 고등학교 시절 보았던 '전장의 아이들'이라는 그림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저자

신영복

1941년경남밀양에서태어나서울대경제학과및동대학원경제학과를졸업하였다.숙명여대경제학과강사를거쳐육군사관학교경제학과교관으로있던중1968년통일혁명당사건으로구속되어무기징역형을선고받았다.복역한지20년20일만인1988년8월15일특별가석방으로출소했다.1989년부터성공회대학교에서강의하였으며2006년정년퇴임후석좌교수로재직하고있다.
저서로『감옥으로부터의사색』,『나무야나무야』,『더불어숲』,『신영복의엽서』,『강의-나의동양고전독법』,『처음처럼』이있으며,역서로『외국무역과국민경제』,『사람아아!사람아』,『노신전』(공역),『중국역대시가선집』(공역)등이있다.

목차

1니토泥土위에쓰는글
2고성古城밑에서띄우는글(부분)
3떠남과보냄
4교巧와고固
5어둠이일깨우는소리
6서도와필재筆才
7저마다의진실
8비슷한얼굴
9겨울새벽의기상나팔
10한포기키작은풀로서서
11함께맞는비
12민중의창조
13잡초를뽑으며
14여름징역살이
15죄수의이빨
16나는걷고싶다

출판사 서평

‘청구회추억’MemoriesofChung-GuHoe단행본출간

올해는신영복선생이20년20일의수감생활을마치고광복절특사로특별가석방된지꼭20년이되는해이다.그리고그의책『감옥으로부터의사색』출간20주년이되는해이기도하다.
‘청구회추억’은『감옥으로부터의사색』에실린글중한편이다.이글은『감옥으로부터의사색』의다른글들처럼특정한수신인을마음에두고쓴편지글이아니다.문학작품으로서의구성요소를온전히갖춘,단편소설과도같은이야기이다.이글은저자가구속되기전2∼3년간의실제이야기를담고있어서,청년신영복의모습을엿볼수있다.
이번에단행본으로출간하는‘청구회추억’은신영복선생의글과김세현작가의일러스트,조병은교수(성공회대영어학과)의영역원고가어우러진,세대의구분없이함께읽을수있는이야기책이다.이책의발간으로외국독자들에게도신영복선생을알리고또한이글의높은문학적가치를알릴수있으리라생각된다.

절망의끝에서써내려간아름답고슬픈이야기

‘청구회추억’은정교한플롯으로구성된한편의단편소설과같은작품이다.이야기는1966년이른봄철서오릉으로의소풍에서시작된다.문학회회원들과함께서오릉으로봄소풍을간필자는같은방향으로걷고있는꼬마여섯명을발견하게된다.안쓰런춘궁春窮의느낌이드는그꼬마들과함께소풍을즐기고싶었던필자는그들에게다가가말을건넨다.“이길이서오릉가는길이틀림없지?”이렇게시작된꼬마들과필자의대화는서오릉소풍길내내이어졌고,서오릉에서도함께즐거운시간을보냈다.헤어질때꼬마들이건넨진달래꽃한다발은필자를어쩔수없이‘선생님’으로서그들앞에서게했다.

진달래한묶음을수줍은듯머뭇거리면서건네주던그작은손,그리고일제히머리숙여인사를하는그작은어깨와머리앞에서나는어쩔수없이‘선생님’이아닐수없었으며,선생으로서의‘진실’을외면할수는도저히없었던것이다.

그날이후필자는꼬마들과함께정식으로청구회靑丘會라는명칭을만들고독서토론등을하며정기적인모임을가졌다.독서이외에도동네골목청소,겨울철미끄러운비탈길고치기,그리고남산약수터까지마라톤등을하였다.이모임은필자가통혁당사건에연루되어구속되기직전까지이어졌다.
이들의소박하고순수한만남은당시의정치적,사회적상황속에서굴절되고왜곡되었다.필자는구속된후중앙정보부에서심문을받게되었는데,그자리에서‘청구회’의정체와회원명단을대라는추궁을받게되었다.그리고서울지방법원의한검사는필자에게청구회노래가사중“우리는주먹쥐고힘차게자란다”에서‘주먹쥐고’가“국가변란을노리는폭력과파괴를의미”하는것아니냐는다소희극적이기까지한추궁을하였다.억지와견강부회로점철된수사과정은단순히필자개인의불행과곤혹에그치는사소한문제가아니라는점에서심각한사회성이복재伏在하고있다고말한다.

언젠가먼훗날나는서오릉으로봄철의외로운산책을하고싶다.맑은진달래한송이가슴에붙이고천천히걸어갔다가천천히걸어오고싶다.

이글의마지막문장이다.필자는‘언젠가먼훗날’을기약하면서이문장을썼을까.아닐것이다.영원히오지않을지모를불안한먼미래를생각하며필자는깊은슬픔과절망속에서이글을썼을것이다.

끝나지않은이야기,‘청구회추억’의추억

‘청구회추억’을읽어본독자라면누구나후일담을궁금해할것이다.필자는이글이쓰인경위,그리고청구회아이들과의재회등궁금해하던것들을「‘청구회추억’의추억」이라는제목으로후기에담았다.
‘청구회추억’은1969년남한산성육군교도소에서쓴글이다.1968년7월,필자는통혁당사건으로구속된후1심법원인육군보통군법회의에서사형언도를받고남한산성육군교도소로이송되었다.이때가1969년1월이다.이글은남한산성육군교도소로이송된후1969년11월대법원에서원심이파기되기까지사형수로있을때쓴글이다.
사형언도를받았을때의느낌을필자는‘공허’空虛라는단어로표현했다.총살형에처해질지모른다는극도의공포속에서저자는지나온일들을되짚어보고,그속에서청구회아이들을생각해냈다.
어쩌면매달마지막주토요일이면어김없이장충체육관앞에서자신을기다릴지모를청구회아이들을생각하며안타까워했다.그리고그들과의만남을처음부터끝까지떠올리며,항소이유서를쓰기위해빌린볼펜으로마룻바닥에엎드려한자한자쓰기시작했다.
필자는남한산성육군교도소재소당시에‘청구회추억’과그외의여러메모를휴지에남겼는데,이것은교도소에서허용되지않는것이라공책처럼묶어몰래감추어두었다고한다.그러던어느날갑자기이송통보를받은필자는,평소우호적이던근무헌병에게휴지묶음을부탁하며집에전달해주거나그것이불가능하다면당신이가져도좋다는말을남겼다.그리고20년20일의기나긴무기징역은시작되었고,휴지묶음은그소재를알길이없었다.필자가출소하기전에만들어진초판『감옥으로부터의사색』에는이글이실릴수가없었다.출소이듬해집에서휴지묶음이발견되었고,1998년증보판『감옥으로부터의사색』에이글이비로소수록되었다.
이후기에는필자가고등학생시절보았던〈전장의아이들〉이라는그림에대한이야기가실려있다.필자는출소후고등학교때미술선생님인김영덕화백댁을방문하여그분이그린작품〈전장의아이들〉을보고놀라움을느꼈다고술회한다.

나는출소후선생님의벽제화실에서다시그그림을만났다.오랜세월의격리때문이었을까.놀랍게도서오릉길에서만난어린이들이바로그그림속의어린이들이란것을깨달았다.진실의해후같은감동이었다.

〈전장의아이들〉은전쟁의비극과공포를아이들의모습만으로압축적으로표현한,강력한호소력이있는작품이다.서오릉길에서만났던아이들이바로그그림속의아이들,즉전쟁의공포로눈을동그랗게뜨고있던아이들의모습과흡사했던것이다.이러한놀라움을필자는‘진실의해후같은감동’이라고표현한다.

우리의삶은수많은추억으로이루어져있음은물론이다.그러나우리는우리의모든추억을다시만날수있는것은아니다.과거를만나는곳은언제나현재의길목이기때문이며,과거의현재에대한위력은현재가재구성하는과거의의미에의하여제한되기때문이다.더구나추억은옛친구의변한얼굴처럼전혀다른모습으로나타나기때문에그것이추억의생환生還이란사실을나중에깨닫기도한다.

필자는‘추억’이라는이름으로젊은날의청구회와그의기나긴징역살이를이야기하지만,이추억은단순히아름답게만볼수없는한국사회의아픈단면이고스란히담겨있음에,이‘청구회추억’은거듭곱씹어보아야할작품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