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작은 화판 (권윤덕의 그림책 이야기 | 양장본 Hardcover)

나의 작은 화판 (권윤덕의 그림책 이야기 | 양장본 Hardcover)

$16.22
Description
국내 창작 그림책 1세대 대표 작가,
『만희네 집』『꽃할머니』의 권윤덕 첫 에세이 출간!
국내 창작 그림책 1세대 대표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 한국 최초 후보(2016, 2017), 제1회 한국출판문화상과 여성문화인상-청강문화상 수상, 그림책 작가들의 작가……. 모두 권윤덕 앞에 붙는 수식어들이다. 권윤덕은 1995년 오래된 집의 곳곳을 담아낸 『만희네 집』을 시작으로, 옷과 도구 같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소재부터 제주 4·3, 광주 5·18 등의 역사적 사건까지 주제를 확장하고 기법을 거듭 변화시키며 그림책을 발표해왔다. 척박했던 국내 그림책 시장을 열어젖혔고, 국내외의 적지 않은 독자와 수상 이력을 갖고 있지만 스스로에게는 늘 인색한 편이다. 글과 그림을 함께 짓는 작업만을 고집하며, 25년간 내놓은 그림책은 열 권. 누군가는 과작이라고 평가할 책들에는 나와 세상을 향해 질문을 품고 풀어가는 특유의 시선과 슬프고도 아름다운 그림이 각 권마다 아로새겨져 있어 작가의 일상과 작업 과정에 궁금증을 품게 한다. 『나의 작은 화판』은 그림책과 함께 살아온 권윤덕의 지난 시간을 담담하게 담은 책으로, 여느 장르와 달리 그림책 작가 본인의 이야기를 글로 접하기 쉽지 않았던 독자들에게 반가운 소식일 수밖에 없다. 이제 막 그림책을 좋아하기 시작한 이들에게는 그림책이라는 예술에 한 걸음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기를, 권윤덕을 꾸준히 지켜봤던 이들에게는 작가가 전하는 뜨거운 감사 인사를 나누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저자

권윤덕

서울여자대학교식품과학과와홍익대학교산업미술대학원광고디자인과를졸업했다.이후미술을통해사회참여운동을해오다가1995년첫그림책『만희네집』을출간하면서그림책작가의길에들어섰다.동양재료를바탕으로산수화와공필화,불화를공부하며,옛그림의아름다움을그림책에재현하려고노력하고있다.지은책으로『엄마,난이옷이좋아요』,『만희네글자벌레』,『시리동동거미동동』,『고양이는나만따라해』,『일과도구』,『꽃할머니』,『피카이아』,『나무도장』,『씩스틴』이있다.한국출판문화상,CJ그림책상,올해의여성문화인상-청강문화상,롯데출판문화대상본상등을수상했다.
홈페이지:http://kwonyoonduck.com

목차

책을열며_세개의방

1.오직그림
끝과시작|인연들|만희는찾고,나는찾지못한것|오래된물건들이품고있는이야기|그림을정말잘그리고싶다

2.슬픔너머
꽁꽁숨겨둔어린시절|꽃잎,하얀레이스,종이인형|몸으로도입고,생각으로도입고|슬픔만큼커다란행복|그림을정말배우고싶다

3.어린이와어른
1999년,우주에서온편지|책장속글자벌레와글자부스러기벌레|새천년의어린이들|내모습그대로꿀꺽꿀꺽|거침없이,마음대로

4.여성,엄마,해녀
“사각은두부,두부는하얗다”|제주돌담에서만난여자아이|물질그리고영등맞이굿|돌아다니는‘시리’|그림으로주고받는수수께끼

5.고양이와한걸음
진주|선택받은집사|몸과마음을크게부풀리고|생명의심지|불화공부

6.매일의일터
사람,일,도구|누군가의일터를들여다보기까지|목공소아저씨와의사선생님|풍작과흉작사이|그림으로기록한다는것

7.전쟁,‘위안부’
2006년,일본에서온편지|꼬리에꼬리를무는질문들|담담히,아름답게|일본과한국의어린이들|그림책이만든평화의연대

8.우연히생존
가출|네마리의개와아홉명의어린이|그리고엄마들|살구부터피카이아까지|그림책이아닌그림책

9.생각이다른사람들
다시섬으로|안과밖,피해자와가해자|제주가꿈꾼것|제3의선로|파란색

10.광장에서다
촛불|너와나의폭력|나도모르게저질렀던잘못들|총과민주주의|하얀화판

책을닫으며_다시화판앞에앉아
그림책목록

출판사 서평

좋아하는일을계속하게하는힘은무엇일까?
25년,열권의그림책과함께한한여성의성장기
『나의작은화판』은오직‘그림’하나만을붙잡은채젊은날을방황하던한여성이30대중반,우연히‘그림책’을만났던장면에서시작한다.그림공부를하고싶었지만“팔자가세진다”(17쪽)는아버지의반대로원치않은학과에입학했고,뒤늦게들어간미술대학원을졸업할무렵에는변변치않은실력앞에스스로절망했다.미술운동에서디자인으로그림주변을맴돌다가,시부모님댁에얹혀살던시절과그림책작가였던지인과의인연이맞물리며“오래바라보아도움직이지않는사물들을하나하나보이는대로그”(37쪽)려완성한책이첫책,『만희네집』이었다.한순간에작가가되었고,첫책으로베스트셀러를경험했지만기쁨은잠시였다.“그림을정말잘그리고싶다”(34쪽),“그림을정말배우고싶다”(66쪽)는자괴감과갈증이부풀어올라1998년3월에는아이를떼어두고북경에1년간그림을배우러가기도했다.
날로욕심이생기는그림책작업은꽁꽁숨겼던어린나를의도치않게만나게했다.여자아이들의옷과액세서리를그릴때(2장),물질하는제주해녀들의고단함과강인함을취재할때(4장),길고양이‘진주’와함께사는동안진주가제몸을부풀리며자신을지켜내는모습을볼때(5장),고(故)심달연할머니의삶을바탕으로국가권력과‘위안부’를재현하는과정에서(7장)권윤덕은숨기고만싶었던성폭력이자신의삶에서지워낼수없는경험임을받아들일수밖에없었다.그림책이불러일으킨슬픔,분노,허무를다시그림책속에서겪다보니용기도생기고뜻하지않은기회도다가왔다.아니,괜찮아질때까지계속그림책세계에머물며나를더똑똑히마주하고버텨냈다.
작은점을겨우찍던‘나’가조금씩큰원을그리며‘광장’앞에서게된증거는바로권윤덕자신의그림책들이다.열권의그림책에는저마다의사연과인연이빼곡하게들어차있지만,일렬로세우고보면결국세계를확장해가는한여성의성장서사로읽힌다.그러니열권에얽힌시간을담은이책의주인공은그낱낱의과정들이라고할수있을테다.책에새로운그림이나마침표를찍은그림대신고민이여실히드러난날것의그림을실은연유도여기에있다.그동안권윤덕의그림책을접해왔던독자와동료작가들은이번책에서그의낯선모습을발견할지도모른다.흔들리고고민하고실수하고,그럼에도결국은다시화판앞에앉고야말았던,30여년을그림과함께한여성을말이다.그리고그앞에서우리는닫아걸었던내마음을조금은열어볼수있을것이다.

막막한슬픔이담담한아름다움에이르기까지
그림책으로위로와기쁨을경험해본당신을위한이야기
이제그림책의독자는비단어린이들만이아니다.나이불문,언제나,그림책은우리모두의책이될수있다.독자의확장성이가능한이유중하나는그림책이지닌예술성때문일것이다.글과어우러진그림을한점씩감상하고,스스로다음장을넘기며,장면을상상하는찰나의순간이가져다주는벅찬기쁨.거기에외면해왔던소중한가치들,잊고있던어린시절과의조우가더해지면그림책의매력에서헤어나오기어려워진다.같은주제라도‘그림책’일때마음에동요가생기는것도여기서찾을수있다.
『나의작은화판』은저자가그림책을얼마나좋아하는지고백하며,그림책의아름다움그리고자신이경험한위로와기쁨을나눠보려는책이다.권윤덕이그림책작가로활동하던초창기(1990년대후반~2000년대초반)는국내창작그림책이등장하고전성기를보내던시기와겹치는데,당시만해도“그림책도동화책이라불리던시절”(60쪽)이었는데다그림책에“교훈적인내용을담아야한다는생각이어른들에게크게자리잡고있었던상황”(60쪽)이었다.물론그림책시장의활황과서점,단체등의활발한움직임으로독자들의반응은쉼없이찾아왔지만그럴수록근본적인고민은커질수밖에없었다.그림책이무엇인지,글과그림은서로어떤관계를맺어야하는지,어떤내용을어떻게전달해야독자들에게가닿을수있는지와같은질문이꼬리에꼬리를물었다.한국어특유의의성어·의태어와어린이들과놀고싶은마음이만나캐릭터‘글자벌레와글자부스레기벌레’를만들었지만“이게책이냐”,“그림이아니라낙서같은데”(78~79쪽)라는반응으로돌아온적도있고,그림보다글이많은제법두꺼운‘그림책아닌그림책’(257쪽)을시도해본적도있다.아쉬움이없지않지만,동시에그림책의형식이지닌무한한가능성을실험하기에는충분했다.
또한우리네슬픈역사를소재로삼을때는선과악,피해자와가해자,안과밖과같은이분법이나가장부정적인감정에서시작할수밖에없지만결국그모든것너머로나아가야볼만한그림책이될뿐아니라독자들의마음을움직일수있다는것을깨달아가기도했다.특히일본의제안으로한중일의작가들이공동출판하기로했던‘평화그림책’시리즈에서권윤덕은‘위안부’를주제로택해『꽃할머니』를발표했으나,약속과달리일본어판출간은13년이지나서야이뤄졌다.증언의사실여부부터표현방식,주제선택까지일일이문제삼았던이들도있었지만동시에국경을넘어“지지와격려,공감과눈물”(230쪽)을나눠준작가,독자,활동가들도있어,그림책이시대를허물고동아시아를잇는평화의매개체가될수있음을확인했다.그렇다면권윤덕이펼쳐놓은모든과정을아울러‘막막한슬픔을지나담담한아름다움에이르는예술의길’이라고부를수있지않을까.

당신의화판에는무엇이그려져있나요?
삐뚤고서툰선들로가득한나의삶을끌어안으며
권윤덕이세상앞에단단히서는데의지했던건‘작고하얀화판’이었다.그렇다면작곡가의‘악보’,글작가의‘빈노트’,편집자의‘책’역시화판의다른이름이아닐까.우리는누구나자신만의화판을가지고태어나그안에꿈과희망,슬픔과좌절을그려가며살아간다.권윤덕은화판에담긴그림은저마다다르고대부분이삐뚤고서툰선들로채워지겠지만거기서실마리하나정도는발견할수있을테니그것만으로충분하지않겠냐고말한다.“그림그리기는매번마음먹은대로되지않는다”(300쪽),“나는지금도매번헤매고,좌절하고,세우고,허물기를혼란스럽게반복하고있다”(264쪽)고밝히듯자신이야말로휘청거리다가일어서며여기까지왔기때문일것이다.그림책을만들며실험했던각종그림재료들과그과정에서생긴시행착오들을고스란히책에공개한것도누군가비슷한어려움에놓였을때작은힘이되기를바라는마음에서였을것이다.그럼에도권윤덕은『나의작은화판』을준비하는내내이책이크게성공한작가의이야기도아니고,특별한창작론을정리해담고있지않음에부끄러워했다.단한번도자신있게화판에서그림을떼내서보낸적이없다는말도여러번남겼다.
아마그는지금이순간에도화판앞에서붓을휘젓거나,취재를위해고속버스에오르거나,어린이들을만나러낯선도시에머물거나,책과논문에밑줄을그으며어제와별반다르지않은일과를보내고있을것이다.여전히만들고싶은그림책이많기에,그것을해내기위해서는흔들리는자신을끌어안고계속걸어갈길밖에없음을알기때문이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