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의 깊이 : 강요배 예술 산문 (양장)

풍경의 깊이 : 강요배 예술 산문 (양장)

$38.00
Description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 강요배
그의 삶과 예술을 응축한 첫 산문집
강요배 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에 들어서면, 우선 압도적인 작품 스케일에 놀라 숨을 멈추게 된다. 그런데 작품에 몰입하기 전부터 관객의 발걸음을 멈춰 세우는 것이 있다. 강요배의 글이다. 작가의 심상을 표현한, 생생하고 강렬한 뜻과 따뜻하고 풍요로운 마음이 담긴 글은 관객이 그 앞에서 오랫동안 서성일 수밖에 없도록 한다. 관람을 마친 관객에게 강요배의 글은 그림만큼 깊은 인상을 남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한 전시에서 만날 수 있는 강요배의 글은 한두 편에 불과하다. 이 책은 여기서 시작되었다. 강요배의 글을 지속적으로 음미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나아가, 글과 그림을 한데 모아서 오랜 시간 감상할 수 있는 길이 없을까.

『풍경의 깊이』는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 강요배의 삶과 예술을 응축한 산문집이다. 강요배가 평생 그려 온 2,000여 점의 그림과, 그림에 담긴 뜻을 표현해 온 수많은 글과 말 가운데 독자에게 그 요체를 전할 수 있는 부분을 골라내어 실었다. 강요배는 그림 작업이 “평평한 곳에 몸을 써서 마음을 나타내려는 의지”라고 말했다. 책 역시 납작하고 압축된 공간이지만, 『풍경의 깊이』에는 화가 강요배가 사람·역사·자연을 직면하는 뜨거운 마음, 그가 지닌 오랜 연륜의 흔적, 예술을 향한 깊은 사유의 향이 짙게 배어 있다. 강요배의 정수를 담은 이 책이 품은 그윽한 향기가 독자에게도 전해지길 바란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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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강요배

저자:강요배
화가.제주에서나고자라,서울에서미술대학을졸업했다.
미술동인‘현실과발언’(1981)에참여했고,〈제주민중항쟁사〉연작으로개인전(1992)을열었다.
이후제주로귀향하여,제주의자연과이를빌려내면을표현하는방식을탐구하고있다.
〈제주의자연〉(1994),〈상象을찾아서〉(2018)등23회의개인전을열었고,150여회의단체전에참여했다.
화집『동백꽃지다』(1992,1998,2008)를펴냈다.

목차

1나무가되는바람
마음의풍경20/제주,유채꽃향기날리는산자락28/바람부는대지에서32/‘서흘개’와‘드른돌’38/가슴속에부는바람44/폭락54/산꽃자태56/그림의길74/그림의방식90

2동백꽃지다
시간속에서128/4·3을그리며136/4·3순례기142/현장연구원들의겸허한마음150/탐라177/한라산은보고있다184/금강산을그리며192/봉래와금강197/휴전선답사기207/풀과흙모래의길214/몽골의푸른초원219

3흘러가네
죽음에의향수228/각角234/용태형238/마부240/돈,정신,미술품244/미술의성공과실패253/창작과검증272/어려운날의미술283/공재윤두서선생측면상292/예술이란무엇인가294/무엇을할것인가296/제주굿의시각이미지300/‘그림’이란무엇인가310/사물을보는법316

강요배와의대화바람에부서지는뼈들의파도노순택326
『풍경의깊이』에부쳐시간속을부는바람정지창364
후기서쪽언덕에서372

도판목록375
출처378

출판사 서평

생각의여로를담은글과
울림이있는그림을함께만나는책
화가강요배는1988년《한겨레》신문창간을기념해소설가현기영이연재한「바람타는섬」에함께할그림을그리면서주목받는다.<제주민중항쟁사>연작은<동백꽃지다>(1991)라는한국미술사의중요한작품으로이어지며,강요배는4·3항쟁의화가로불리게된다.제주에서나고자란그에게고향의역사를탐구하는일은‘내가누구인지’를확인하는과정이었고,생존의지평과그복판을흐르는인간뜻을읽어내는문제였다.초기에강요배는역사가민중에새긴고통과항쟁의뜨거운기억을그림으로남기는것을작품의주요한흐름이자목표로삼았다.따라서‘내용’에초점을두었다.그림을통해아픈역사가계속기억되고이야기되길바랐다.강요배를필두로의식있는작가와시민,유가족이함께노력하여그결실로2000년1월‘제주4·3사건진상규명및희생자명예회복에관한특별법’이제정공포되었고,이에따라<제주4·3사건진상조사보고서>가채택되었고대량학살에대해정부가공식적으로사과했다.
<동백꽃지다>이후1992년제주로귀향하여섬의바람과나무를벗하며그땅에새겨진이야기에귀기울이면서,강요배작품은점차깊어진다.그는작품의방법론을치열하게고민했고,기억과시간을응축한‘상’象으로그림을그리기에이른다.그는‘추상’이“애매모호하게흐리거나기하도형을반복”하는것이아니라“시간속에흘러가는‘사건’을,어떤기氣의흐름을추출하는것”이라고말한다.결국핵심,골격을중시하며명료화하는것이‘추상’의진정한의미라고주장한다.동일한작품경향을지속하거나반복하는작가도많지만,강요배는끊임없이연구하고탐구하며작품세계를변화시키고발전해가는작가다.삶의본질을파고드는그의작품은이제아픔을기억하는데서나아가자연을통한치유를고민하고우리가지켜야할평화를모색한다.
강요배가말하듯,이책은“한화가의인생에서펼쳐진,생각의여로가투명구슬속처럼환히들여다보이는결과물”이다.이는『풍경의깊이』에그림뿐아니라글로도오롯이담겨있다.작품을그리는시간보다사유하는시간이더길때도많다는화가강요배는1년또는다년간의생각을글로정리하며,그림만으로충분히드러나지않은자신을더확실히하고자글을써왔다고한다.이책은강요배를알아온독자에게는그가단지4·3의화가만은아니었음을깨닫게하고,그를잘모르는독자에게는역사와인간존재에관한강요배의통찰에공감하도록하며깊은울림을줄것이다.
『풍경의깊이』는화가강요배가지닌마음의풍경,즉“세계속에서중심을찾아보려안간힘을쓰는한존재의마음궤적”을따라가면서이땅에새겨진시간과우리가머무르는자연을음미하도록한다.그리하여“모든사람이우주의단독자로서자연스럽고편안하게마음의무늬”를그릴수있도록이끈다.『풍경의깊이』는자연과역사,민중이라는주제를중심으로오랫동안삶과세계를응시하며강렬한필치로미적영감을표현해온화가강요배의예술세계를보여주는글모음이자그림모음이며,사유의모음이다.

사진가노순택과화가강요배,
살아남은두예술가가마주앉은풍경
또한『풍경의깊이』에는사진가노순택의강요배인터뷰가실려있다.노순택은<비상국가>·<망각기계>·<잃어버린보온병을찾아서>등의개인전을통해한국근현대사가보여주는작동과오작동의풍경을담아낸한국대표사진가다.비슷한지점을응시하고집중하면서도조금은다른세대를살아온두예술가의만남과대화는한국예술사의이정표가될만한사건이다.
노순택은30여년전학교앞작은책방에서강요배를흑백의작은엽서로만났고,오래지않아원작을인사동의화랑에서도만났다.그리고오랜시간이흐른뒤그의작업을여러번다시만났다.어떤경우에는강요배의작업과노순택의작업이같은벽에걸렸다.때로는두사람모두4·3을말하고있었다.‘회화’와‘사진’이라는다른방법으로세계를표현하는두작가에게는차이점만큼이나공통점이많았다.유신독재시대의현실인식과실존문제에관해대화를나눌때는두사람모두눈에힘을주었고,“세계와역사를묻는작업은곧스스로를묻는작업”이라는이야기를나눌때는공명하며눈빛을주고받았다.또한강요배가예술이고나발이고결국은‘살아남아야한다’라고거듭말할때,둘은함께웃었다.
30여년만에중견사진가가되어강요배를만난노순택은“4·3연작을그리던마흔즈음의강요배와상처난풍경을탐색하던쉰즈음의강요배,그려온것과그려야할것사이에서고민했을예순즈음의강요배,지금내앞에붉은얼굴로앉아있는칠순즈음의강요배”를두루만난기분이라고표현했다.그리고인터뷰를끝낸뒤귀덕화사歸德畵舍(강요배의작업실)에서만난,마지막붓질을기다리며출렁대고있는그의작품이“바람에부서지는뼈들의파도”처럼보인다고했다.

강요배는나이가들면서좀어눌해지고어설퍼지고잘잊어버리고실수도많이하면서생각이좀단순해진다고했다.젊은시절에는온갖화려한기법을동원하는게좋았지만,점점어수룩하고소박한것이좋아지고세밀한것에대한집착을많이놓게된다고,그래서추사김정희도일흔살이넘어서야어린아이처럼서툰듯한글씨체가나온거라고말이다.그는자신역시아직도미완인,만들어지는과정속에있다고믿는다.

강요배는말한다.

“아직더해야한다.좀더비어있는상태로,좀더자유분방하게,좀더부드럽게.”

이미일흔을바라보는화가의첫예술산문집이,화가강요배의미래가더욱기대되는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