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가는 길 (혜환 이용휴 산문선)

나를 찾아가는 길 (혜환 이용휴 산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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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조선의 대문호 혜환 이용휴가 선사하는 나를 찾아가는 여행!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문장가는 단연 연암 박지원이다. 이런 연암과 쌍벽을 이룬 문장가가 조선에 있었다. 바로 18세기 문단의 거목 혜환 이용휴로, 정약용은 이런 혜환을 재야문형이라 별칭하였다. 『나를 찾아가는 길』은 이 거대한 인물의 소박하지만 철학적 깊이가 물씬 넘치는 글들이 담긴 《혜환잡저》에서 그의 대표적인 글 47편을 가려 뽑아 번역하고 평설을 단 책이다.

1부에서는 삶의 태도와 인식론, 혜환 관련 인물과의 이야기를 주로 다루었다면, 2부에서는 사회의식 및 시와 그림에 대한 견해 등을 주로 살펴본다. 각 작품의 제목을 내용에 따라 따로 달되, 번역문 아래 원제와 원문을 수록하여 원전으로 읽는 맛도 느낄 수 있다. 또한 ‘이용휴, 그의 삶과 글’이라는 해제를 수록하여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 혜환에 대해 자세히 소개한다.
혜환의 글은 비교적 짧은 분량의 글 속에 깊은 철학적 사유를 담는 것이 특징이다. 그의 글은 속세의 선비들을 울렸고, 수많은 사대부가의 문인들이 그에게 문장으로써 인정을 받기 위해 몰려들었다. 심심하다고 느껴질 만큼 담백하지만 그 속에 노련한 문장가의 진지한 성찰과 나를 돌아보는 여유가 느껴졌기 때문이리라. 재야에서 써내려간 ‘참 나’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기록들을 읽어봄으로써, 함께 ‘참 나’를 찾아가는 철학 여행을 떠나볼 수 있다.
저자

이용휴

저자박동욱은한양대국어국문학과를졸업하고,성균관대에서혜환이용휴의문학연구로박사학위를받았다.현재한양대기초융합교육원조교수로재직중이다.2001년『라쁠륨』가을호에현대시를발표하면서등단했다.일평一平조남권趙南權선생님께삶과한문을배우고있다.옮긴책으로『승사록』과『동국산수기』가있으며,함께지은책으로『살아있는한자교과서』와『아버지의편지』등이있다.

목차

책머리에-혜환의글을다시풀어엮으며
해제-이용휴,그의삶과글
발문-세가지만남

삶의길,죽음의자세

상상속에그리던삶
무엇에빠질것인가?
살구나무아래작은집
조화로움에대하여
잘먹고잘살기
빛나는곤궁함
내동포보기를내몸보듯이
부끄러워서안부끄러운사람
편안할수밖에없는집
느리게산다는것의의미
돌을마주보며
오늘이마지막인것처럼
손자야내손자야
바로이사람
따르며살리라
내집에세들어사는나
나에게돌아가기
우리삶에허락된시간들을위하여
자네와한시대를산것만으로도행복이었네
끝내지켜지지않은술약속
한염세주의자의죽음
귀에거슬리는말을이제어디서들을수있을까
마실가듯그렇게가시게나
절반만살아도온전한한평생

세상밖으로,예술속으로

가짜가판치는세상
선생님질문있어요
골치아픈먹물놈들
임금에게하는충고
해서고을거지이야기
최고의이사
비웃는자와비웃음을받는자
넓은세상에서더많은것을
네개의고을로세상을다다니다
절반으로전체를읽다
기록을다믿는다면
두미호에출몰한용
괴상한이야기에대한정말괴상한이야기
좋은꽃은빨리시든다
겨울밤의무지개와날개달린푸른호랑이
시인의자리
진정한소유
시인의조건
그시,그사람
예전에쓴것을내던져라
옛것과의단호한결별
그림으로더위나기
환쟁이를위하여

출판사 서평

연암박지원과쌍벽을이룬18세기문단의거목혜환이용휴
삶과죽음,‘참나’에대한진지한성찰과기록들


조선후기를대표하는문장가는단연연암박지원이다.그의대표작『열하일기』는조선을넘어현재까지도가장사랑받는우리고전중하나이다.이런연암과쌍벽을이룬문장가가조선에있었다.그것도동시대인이다.
혜환이용휴(1708~1782)는실학자로알려진성호이익의조카다.조부대까지는조정에서활발하게활동한남인계실세였지만,이익의맏형인이잠이숙종의친국끝에죽임을당함으로써역적의집안이되었다.훗날이용휴의아들이가환이정조의신망으로관직에올랐지만그역시천주교전파의괴수로지목되어옥사했고이후고종대까지신원되지못했다.
혜환이용휴는세상의명리를등지고문학속으로침잠할수밖에없는상황이었다.하지만그의글은속세의선비들을울렸고,수많은사대부가의문인들이그에게문장으로써인정을받기위해몰려들었다.
정약용은이런혜환을재야문형(在野文衡)이라별칭했다.재야문형.재야에서문단의저울대를30여년간놓지않은인물.이거대한인물의소박하지만철학적깊이가물씬넘치는글들을이책『나를찾아가는길』에담았다.
깊어가는가을과함께‘참나’를찾아가는철학여행을해보면어떨까?

조선의대문호가선사하는나를찾아가는여행

연암박지원과쌍벽을이룬18세기문단의재야문형(在野文衡)혜환이용휴


서얼신분인이덕무와박제가가당대에이름났는데,선친께서는그들이지은작품을보시고탄식하며말씀하셨다.“영조말년에모씨,모씨와같은간사하고방종한한부류가있었다.이덕무와박제가는이들을떠받들다가여기에까지이른것이니시대의기풍을볼수있다.서얼들은말할것도없고사대부의자제들도이들을애호하니,세상의도의를위해간과할수없는근심거리다.”
―심노숭(沈魯崇),『선부군언행기』(先父君言行記)

이덕무(李德懋)와박제가(朴齊家)가떠받들었다는모씨들이누구일까?교과서적인상식으로연암(燕巖)박지원(朴趾源)을떠올릴이들이적지않을것이다.새로운문체와발상으로한시대를놀라게했고그에대한열광적인추종의분위기가근엄한주자학자들의우려를자아낸인물로‘실학파문인’박지원을떠올리는것은당연하다.그러나여기언급된인물은박지원보다앞서서문단의기린아로등장한남인계(南人系)의문사이용휴(李用休)와그의조카이봉환(李鳳煥)이다.
이글은노론(老論)정객심낙수(沈樂洙)의언급이긴하지만‘간사하고방종한’(邪淫)인물이라고평가된이용휴에게한시대의젊은문인들이이토록열광한것은매우특이한일이다.영조말년이용휴의명성은대단했다.문장을연마하는이들이모두그의비평과가르침을듣고자몰려들었다.이를두고정약용(丁若鏞)은,“벼슬에도나아가지않은신분으로문단의저울대를손에잡은것이30여년이었으니,이는예로부터유례가없는일이다”라고했다.
정치와문학이전혀별개영역인지금의관점으로는재야에서조선문단을좌지우지하는것이뭐그리대단한일인가하고생각할수도있다.하지만조선이라는국가의특징을생각하면이의미가매우심중함을알수있다.인문(人文)숭상을표방한조선에서한시대의문장을평가하고계도하는것은국가의일이었다(문체반정文體反正을떠올리면되겠다).이를담당하는기관인홍문관,예문관의책임자대제학이‘저울대를잡고물건의경중을가리듯문장의고하를판정하여인재를등용하는직책’이라는의미의문형(文衡)이라는별칭으로불린것이바로이러한뜻이다.따라서자신의문장을인정받고자하는문인이라면이러한권세를지닌이들에게가는것이당연하다.그런데벼슬에오를가능성이제한된서얼은그렇다치고,앞으로벼슬길에나아가야할사대부의자제들까지,실권은커녕벼슬을한적도없는재야인사이용휴의인정을받기위해몰려든것이다.이른바‘재야문형’(在野文衡)의탄생이다.

문학을전공한사대부

혜환이용휴는28세생원시합격을끝으로더이상과거시험을보지않았고,이후75세로생을마감할때까지전혀벼슬에나아가지않은채그야말로재야문사로서의삶을살았다.사대부(士大夫)는벼슬길에올라대부(大夫)로서경세(經世)에참여하거나혹은학문에힘쓰는것이본분이고,문장수련은그수단내지여기(餘技)에불과하다는것이당대조선일반의인식이었다.그러나애초에대부로서의가능성이차단된이용휴는오로지문학에만힘을쏟았다.
이용휴에게있어서문학은자기존재를확인하는치열한장이었으며,따라서자신의문학에대한자부심이매우컸다.대학자였던숙부성호이익에게배운다른자제들이주역학과예학,경제학,수학,군사학등에서각기일가를이룬것과대등한열의와진지함으로이용휴는문학을‘전공’했다.전공을가진다는것은‘군자불기’(君子不器)의가르침을따르는사대부에게는금기였다.사대부의생을평가할때업적과장점을기준으로경세가,학자,문장가의어느한쪽에방점을찍곤하지만,이는어디까지나결과를놓고가하는후대의평가일뿐대개의사대부는이중어느하나를‘전공’한다고자임하지않았다.이들이애초에하나라고생각했기때문이다.더구나그가운데문장가의길을걷겠노라고스스로천명하는경우는별로없었다.그렇기에주자학의나라조선에서자타가공인하는‘문학전공자’이용휴는이채로운인물이다.


‘참나’에대한진지한성찰과기록들

실학자들이현실에서받아들여지지못한경세(經世)의이상을학문으로저술해냈다면,이용휴는세상의통념을넘어서자신이생각하는삶과예술의가치를문학이라는상상의세계로그려냈다.
이용휴의작품을일별하면유독‘나’에대한시선이매우강함을발견할수있다.남들의생각,이미주어진관념들을철저히해체하고자신의내면으로돌아가야한다는일갈을끊임없이던진다.그런데흥미로운것은,이런내용을담은그의산문작품대부분이남들과의관계속에서지어졌다는사실이다.멀리있거나떠나는이를위해지은증서(贈序)와송서(送序)를비롯해서,남의글이나그림에써준서문(序文)과제발(題跋),상대의건물이름에담긴뜻을풀어준기문(記文),남의자(字)를지어주며의미를밝힌자설(字說),장수를축원하는수서(壽序),그리고죽은이에게말을거는제문(祭文)등이주류를이룬다.내면의목소리에귀를기울이라는말은독방에서자신을향해서만되뇌는주문이아니라다른이들에게도던지고자한경구였던것이다.그리고이렇게문학을매개로하는인간관계들이야말로이용휴가삶을이어나갈수있게한힘이었다.그런면에서문학은이용휴가살아가는방식이기도했다.

나와남을놓고보면,나는친하고남은소원하다.나와사물을놓고보면나는귀하고사물은천하다.그런데도세상에서는도리어친한것이소원한것의명령을듣고,귀한것이천한것에게부려지는것은무엇때문인가?욕망이그밝음을가리고,습관이참됨을어지럽히기때문이다.이에온갖감정과여러행동이모두남들을따라만하고스스로주인이되지못한다.심한경우에는말하고웃는것이나얼굴표정까지도저들의노리갯감으로바치며,정신과사고와땀구멍과뼈마디하나도나에게속한것이없게되니,부끄러운일이다.―내집에세들어사는나(원제『아암기』我菴記)

혜환의글일부를인용해보았다.이글의원제『아암기』의아암(我菴)은번역하면‘내집’이다.이글은나와남에대해이야기한다.나는나와가장친하고귀한존재이다.그럼에도남에게보이기위한나,남과같아지기위한나만존재한다.그도아니면남들과는무작정달라야한다는강박관념에빠져자신을그르친다.이탁오(李卓吾)는“나이오십이전에나는정말한마리개와같았다.앞의개가그림자를보고짖어대자나도따라짖어댄것일뿐,왜그렇게짖어댔는지까닭을묻는다면,그저벙어리처럼아무말없이웃을뿐이었다”라고말했다.나라고믿는것은내가아닐수도있으며,내가믿고싶은나에불과할때도있다.그렇게자신도모른채남들에기대한평생을산다.
그런의미에서참다운나를찾는일,나답게사는일이야말로어떤일보다중요하다.나답게살면그뿐이다.누가기림을주건헐뜯건다만그들이보는나일뿐이다.내가한평생내삶이라믿은것들이고작남들의삶과한치도다를바없다면나는이세상에태어나살았던것일까?살지않았던것일까?

옛사람의글에오늘의마음을얹다!

_이책은혜환이용휴의저서『혜환잡저』에서그의대표적인글47편을뽑아서번역하고평설을단것이다.본문은2부로구성했다.1부‘삶의길,죽음의자세’는삶의태도,인식론,혜환관련인물과의이야기를주로다루었고,2부‘세상밖으로,예술속으로’는사회의식및시와그림에대한견해등을주로다루었다.각작품의제목은원제를사용하지않고내용에적합한제목을따로달았지만번역문아래에구두점을표기한원문과원제를함께수록해서한문원전으로읽는맛도느낄수있도록구성했다.또한혜환의이력에대해『이용휴,그의삶과글』이라는해제를수록해서이책을읽는독자에게혜환에대한자세한소개를하고있다.
_혜환의글은비교적짧은분량의글속에깊은철학적사유를담는것이특징이다.심심하다고느껴질만큼담백하지만그속에노련한문장가의‘나를돌아보는여유’가느껴진다.아래인용한글은제문(祭文)이다.조선시대의틀에박힌제문과는시작부터가다르다.참으로기이한글이다.전문(全文)을인용한다.

아무해아무달아무날에정수노인이죽어서장사를치르게되었다.일가의아무개가술잔을들어그를마지막으로보내며말했다.
그대는세상에있을때도늘세상을싫어했지요.이제돌아가는곳은먹을거리와입을거리를마련할일도없고,혼례나상례의절차따위도없으며,또손님을맞는일도없고,편지나물건을왕래하는예법도없으며,세상의차디찬인심이나옳다그르다따지는소리도없을것입니다.다만맑은바람과밝은달빛,들꽃과산새만이있을터이니,이제부터는항상한가로울수있겠습니다.그대가이말씀들으신다면내마음을아는구나하며고개를끄덕이시겠지요.흠향하시옵소서.―한염세주의자의죽음

_이책은두명의젊은학자에의해집필되었다.2010년한학자인일평조남권선생을모시고작은시회(詩會)가만들어졌는데,그자리에서만난동갑내기두학자가의기투합해서만든책이바로이것이다.2년남짓의시간을들여가며공들여작품하나하나를번역했고,원문의뜻을해치지않고주석에도의존하지않으면서자연스럽게읽히는번역문장을만들기위해퇴고에퇴고를거듭했다.혜환의글을번역하고,또그글에각각의평설을달았는데단순한비평이아닌그글에더한오늘날문인들의마음을담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