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론 : 신영복의 마지막 강의

담론 : 신영복의 마지막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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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우리 시대의 지성, 신영복의 삶과 철학!
신영복 교수는 1989년부터 거의 25년간 대학 강의를 하였다. 이제 그는 2014년 겨울 학기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대학 강단에 서지 않고 있다. 비정기적 특강을 제외한다면, 대학 강단에서 그를 보기는 어려울 듯하다. 대신 저자는 강단에 서지 못하는 미안함을 그의 강의를 녹취한 원고와 강의노트를 저본으로 삼은 책 『담론』으로 대신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전의 저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서 ‘마음’을 다스리고, 《강의》에서 ‘동양고전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라는 탐색을 거쳤다면, 이번 책에서 그는 ‘사색’과 ‘강의’를 ‘담론’이라는 이름으로 합쳐냈다. 그리하여 동양고전 독법을 통해 ‘관계론’의 사유로 세계를 인식하고, 고전을 현재의 맥락에서, 오늘날의 과제와 연결해서 읽어본다.

또한 저자 자신이 직접 겪은 다양한 일화들, 생활 속에서 겪은 소소한 일상들을 함께 들려줌으로써 동양고전의 현대적 맥락을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강의》 이후 만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훨씬 깊어진 논의와 풍부한 예화를 담아낸 이 책에서 저자의 고도의 절제와 강건한 정신을 엿볼 수 있다.
저자가 동양고전을 공부의 텍스트로 삼은 이유는 무엇보다 동양고전이 갖고 있는 풍부한 사상들이 세계 인식의 핵심이 되기 때문이다. 동양 사상이 갖고 있는 조화와 균형감, 그리고 과거를 성찰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뛰어난 관점은 세계를 올바르게 이해하는 유연한 틀이 된다. 현재 우리 사회의 여러 양태들과 결합되어 현재의 문맥으로 새롭게 읽어낸 동양고전을 직접 확인해보자.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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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신영복

우리시대대표적인진보지식인.1941년경상남도밀양에서출생했다.서울대경제학과와대학원을졸업한후숙명여대와육군사관학교에서경제학을가르쳤다.육사에서교관으로있던엘리트지식인이었던신영복교수는1968년통일혁명당사건으로무기징역형을받고대전·전주교도소에서20년간복역하다가1988년8·15특별가석방으로출소했다.

1976년부터1988년까지감옥에서휴지와봉함엽서...

목차

책을내면서
1부고전에서읽는세계인식
1가장먼여행
2사실과진실
3방랑하는예술가
4손때묻은그릇
5똘레랑스에서노마디즘으로
6군자는본래궁한법이라네
7점은선이되지못하고
8잠들지않는강물
9양복과재봉틀
10이웃을내몸같이
11어제의토끼를기다리며

중간정리-대비와관계의조직

2부인간이해와자기성찰
12푸른보리밭
13사일이와공일이
14비극미
15위악과위선
16관계와인식
17비와우산
18증오의대상
19글씨와사람
20우엘바와바라나시
21상품과자본
22.피라미드의해체
23떨리는지남철
24사람의얼굴
25희망의언어석과불식

출판사 서평

동양고전에서읽는유연한세계인식의틀

『강의』이후10년,더욱깊고풍부해진‘나의동양고전독법’
2004년에출간된『강의』에이어신작『담론』에서도선생은동양고전독법(讀法)을통해‘관계론’의사유로세계를인식한다.동양고전을공부의텍스트로선택한이유는동양고전이갖고있는풍부한사상들이세계인식의핵심이되기때문이다.동양고전에담긴사상들은무엇보다인간을중심에둔다.여기서인간중심이란인간을배타적존재로상정하거나인간을우주의중심에두는인본주의가아님은물론이다.동양사상에서인간은천지인(天地人)삼재(三才)의하나이며,그자체가일부분이면서동시에전체이기도하다.동양사상이갖고있는조화와균형감,그리고과거를성찰하고미래를전망하는뛰어난관점은세계를올바르게인식하는유연한틀이된다.
선생은고전을현재의맥락에서,오늘날의과제와연결해서읽는다.물론이러한독법이실증주의자들에게는용납되지않는방법이겠지만,선생의생각은다르다.모든고전은과거와현재가넘나드는곳이며,실제와상상력,현실과이상이넘나드는역동적공간이어야한다.유가(儒家)의발전사관,진(進)의신념도현대의금융자본이갖고있는자본축적양식이과연지속가능한가라는관점에서재조명되어야한다.
이처럼이책에서다뤄지는동양고전은축자(逐字)해석이나자구의의미에매달리지않고,현재우리사회의여러양태들과결합되어현재의문맥으로새롭게읽힌다.모든텍스트는새롭게읽혀야한다는것이선생의생각이다.또한선생이겪은다양한일화들,생활속에서겪은소소한일상들을함께들려줌으로써동양고전의현대적맥락을더욱쉽게이해할수있도록하고있다.이책은『강의』이후만10년이라는시간동안훨씬깊어진논의와풍부한예화를담아낸동양고전독법의결정본이다.

『시경』:‘개념’이라는문사철의작은그릇이아닌,시인의감수성으로세계를담는다
시(詩)는사실을뛰어넘는진실을담고있다.시는문사철(文史哲)의이성영역이아니라서화악(書畵樂)과함께감성영역에속한다.그만큼개념과논리적사고에서자유롭다.그만큼우리의인식지평(地平)을넓혀준다.시에서우리가주목해야하는것은유연한‘인식틀’로서의시적관점이다.
선생은『시경』의사실성과진정성,『초사』의낭만과창조를‘대비’하며인식틀의중요성을이야기한다.우리는문사철이라는완고한인식틀에갇혀있다.문사철은언어,개념,논리중심의문학서사양식이다.언어와개념,논리라는추상화된그릇으로끊임없이변화하는세계를담을수없음은물론이고,세계를온당하게인식할수없음도물론이다.넓은바다를‘바다’라는글자에넣을수없는것과같다.이러한인식틀을깨뜨리는것이공부의시작이다.
시적관점이최고의대안은아니지만,문학서사양식의완고한틀을반성할수있는훌륭한관점이다.그리고문사철을통한‘추상력’과시서화악을통한‘상상력’을나란히키워가는것이무엇보다중요하다.이성훈련공부와감성훈련공부는동시에이루어져야한다.
선생은감옥에서만난한노인재소자의이야기를통해사람을이해하는방식에대해,그리고진실이사실보다더정직한세계인식이라는점을이야기한다.신입자가들어오는첫날이면어김없이이노인은신입자를옆에불러앉혀놓고자신의긴인생사를이야기한다.이인생사는물론사실이아니다.창피했던일들은빼고무용담이나미담은부풀려넣고해서,몇년뒤엔제법근사한드라마의주인공이된다.선생은비가부슬부슬오는늦가을어느날,하염없이철창밖을내다보는노인의뒷모습을보며이런생각을했다고한다.‘만약저노인이인생을다시시작한다면최소한각색해서들려주던삶을살려고하지않을까.’그렇다면이노인을온당하게이해하려면겉으로보이는재소자라는삶이아닌,소망과반성이있는진실의주인공으로봐야하지않을까.문사철의완고한인식틀이아닌시서화악의인식틀을빌려오는이유는시적인관점이사실성과사회미에충실하되사실자체에갇히지않기때문이다.

『주역』:세계의온전한이해를위해서는그사람의‘관계’를보아야한다
『주역』에서는이강의의화두인‘관계론’을이야기한다.우리는사람을개인으로,심지어하나의숫자로인식하기도한다.하지만사람을온전하게인식하기위해서는그사람이맺고있는관계망속에그사람을놓아야한다.이것이바로『주역』의인식틀이다.신영복선생은이와관련하여동베를린사건으로투옥되었던고암이응노선생의감옥에피소드를전한다.재소자를수번(囚番)으로부르지않고이름으로불렀다는고암선생.‘응일’應一이라는이름의재소자에게“뉘집큰아들이징역와있구먼”이라하셨다는선생의일화는사람을인식하는틀의차이를보여준다.『주역』의관계론이인식틀로작용할경우,숫자로인식되던사람이‘뉘집큰아들’이된다는것,이것은큰차이다.

『논어』:“통일은대박”이라는관념은패권주의이며동(同)의논리이다
『논어』의화동(和同)담론은군자화이부동(君子和而不同),소인동이불화(小人同而不和)를줄여서붙인이름이다.“군자는다양성을인정하고지배하려고하지않으며,소인은지배하려고하며공존하지못한다”는뜻이다.군자와소인이대비의개념인것처럼,화(和)와동(同)도대비의개념으로읽어야한다.이화동담론은춘추시대유가학파의세계인식이다.전쟁을통한병합을반대하고큰나라,작은나라,강한나라,약한나라가평화롭게공존하는화(和)의세계를주장한다.화(和)는다양성을존중하는관용과공존의논리인반면에,동(同)은지배와흡수합병의논리이다.
선생이화동담론을현대의문맥으로다시읽는까닭은동(同)의논리로오늘날의패권적구조를조명할수있기때문이다.패권적질서는우리시대의대세이다.미국의이라크침공은달러헤게모니를지키기위한강대국의폭력이며,동(同)의논리이다.엄청난파괴와살상으로점철되는강대국의패권구조가과연지속가능할것인가에대해고민해야한다.패권구조는여전히건재하다.
화동담론은우리나라의‘통일담론’으로서도대단히중요한문제를갖는다.선생은통일(統一)을‘通一’이라고쓴다.평화정착과교류협력,그리고차이와다양성의승인이바로‘通一’이다.‘通一’이되면,언제일지알순없지만‘統一’로가는길또한순조로울것이다.얼마전박근혜대통령이언급한“통일은대박”이라는관념은지극히경제주의적발상이며,그근본은동(同)의논리이다.민족의비원(悲願)이며눈물겨운화해를‘대박’이라는말로표현한것은통일을경제적논리로본것이다.대통령의말처럼통일이대박처럼갑자기다가올때그것은오히려파탄이고충격일것이다.統一은通一로서충분하다.

『맹자』:‘관계’없는자본주의사회의왜소한만남
『맹자』에는흔히‘곡속장’이라고부르는유명한예화가있다.전국시대제나라의선왕이제물로끌려가는소를보고그소가불쌍해서양으로바꾸라고했다는일화이다.이이야기가말하고자하는바는동물에대한측은지심이아니다.왜소를양으로바꾸라했을까?그까닭은소는보았고양은보지못했기때문이다.가장핵심적인것은‘본다’는사실이다.본다는것은‘만난다’는것이며,보고[見],만나고[友],서로안다[知]는것이다.즉‘관계’이다.
이대목에서이끌어내야하는것이,만남이없는우리사회의실상이다.뉴스에서보듯,‘차마있을수없는일’이버젓이자행되는이유는바로‘만남’이없기때문이다.식품에유해물질을넣을수있는것은생산자가소비자를만나지않았기때문이다.서로아무관계가없기때문에서로를배려할필요가없다.이러한무관심과냉담한인간관계의원인을도시의특성으로설명하기도하지만,도시는자본주의가만든것이다.도시는자본주의가현실적으로존재하는실존적형식이다.
선생은맹자의이예화와함께자신이직접겪은지하철일화하나를소개한다.선생은오랜수형생활때문인지는모르지만,지하철에서누가어느역에서내릴것인가에대해서거의정확하게예측한다고한다.언젠가신도림역에서내릴사람을골라서바로앞에서있었는데,과연전철이신도림역에도착하자그사람이일어섰다.선생이그자리에앉으려는순간바로옆자리에앉아있던여자가얼른그자리로옮겨앉고앞에서있던친구를자기자리에앉히는,전혀예상치못한사건이일어났다는것이다.여기서선생이떠올린것이바로맹자의이예화이다.그여자와선생은만난일이없었고,앞으로도만날일이없다.지하철속에서의지극히짧은만남으로는‘관계’가성립되지않는다.만약그지하철안에서3년쯤먹고자고같이생활한다면그사람이그런행위를하지않았을것이라고말한다.우리는사람과사람의만남,세대(世代)간의만남이단절된사회에서살고있다.

『한비자』:불법행위자와범죄인의차이
『한비자』에서는신발을사러장에간차치리의탁(度)과족(足)이야기를통해변화하는세계를제대로인식하지못하고완고한인식틀에사로잡혀있는우리의어리석음에대해이야기한다.선생은우리가탁을가지러다시집에가는차치리와같다고말한다.우리는어떤어려운문제를풀려고할때,우선그현실을대면하려하지않고,현실을본뜬‘탁’을가지러도서관으로가거나인터넷을뒤진다.살아있는현실을대면하기보다는그현실을본뜬책을더신뢰하는것이다.
이러한완고한인식틀은사람을평가하는우리의인식틀과도같다.전국시대법가(法家)의원칙은계급에관계없이모든사람을형(刑)으로다스려야한다는것이었지만,당시에는대부(大夫)이상은예(禮)로,서민들은형벌로처벌하는것이통용된형집행원칙이었다.그리고현재우리의사법현실도이와대동소이하다.정치인이나경제사범은처벌도경미하고또받은형도얼마후면사면된다.‘유전무죄무전유죄’라는말이있다.그리고이러한사법현실보다더큰문제는우리의사회의식이다.정치·경제사범은‘불법행위자’로인식하면서절도,강도와같은일반사범은‘범죄인’이라고한다.엄청난인식의차이다.한쪽은그사람의‘행위’만이불법임에반하여,다른쪽은‘인간자체’가범죄인이된다.완고한인식틀이다.

20년20일,나의대학시절

‘검열필’편지에서미처하지못한말들
선생의대표저서『감옥으로부터의사색』은가족에게보낸옥중서신을모은것이다.선생의편지는계수,형수,부모님에게보내진것이었지만,그안에는인간과사회에대한진심어린성찰이담겨있다.이책이출간되기까지의과정은어느정도알려진바지만,이번에출간되는<담론>에서책이출간되기까지의상황을상세히밝혔다.
『감옥으로부터의사색』에실린글들은하나같이반듯하고차분하다.징역살이의고달픔,괴로움등은전혀보이지않는다.왜그럴까?이책을읽은많은독자들도똑같은질문을한다.선생은그까닭을다음과같이말했다.첫째,가족들이편지의최종독자였기때문이다.반듯하게살아가고있는모습을보여주는것이가족들에게선생이할수있는최소한의의무였다.둘째,그편지가검열을거쳤기때문이다.교도소당국으로대표되는국가권력이편지를검열하기전에자기검열을통해무너지는모습을보이지않겠다는자존심이었다.
이책『담론』에서는검열필편지속에미처쓰지못한말들을담았다.징역살이의고달픔과괴로움뿐아니라,편지를쓸당시의심경도서술했다.『감옥으로부터의사색』에실린편지글들의행간의의미를읽을수있다.

신영복선생의자전(自傳)적인글들
신영복선생이통혁당사건에연루되어사형을언도받고,이후무기수로20년20일의수형생활을한것은잘알려진사실이다.하지만처음사형언도를받았을때부터이후무기징역수로살면서의심경을자세히언급한적은거의없었다.「청구회추억」을쓸당시의선생의심경,이후기나긴무기징역수의삶속에서자살하지않았던이유등등<담론>은신영복선생의자전(自傳)과도같은글이다.

▶「청구회추억」의추억
「청구회추억」은선생이1969년남한산성육군교도소에서1년가까이사형수로지내며쓴글로,매달마지막토요일오후5시장충체육관앞에서만났던어린이들과의이야기이다.선생이감옥에수감된사실도모른채매주토요일이면장충체육관앞에서기다리고있을아이들을생각하며,그아이들과의추억을잊지않기위해하루두장씩지급되는재생종이로된휴지에쓴글이바로이글이다.선생은이글에대해“기록이라기보다는회상이었고,옥방의침통한어둠에서진달래꽃처럼화사한서오릉으로걸어나는구원의시간이었다”라고술회한다.이글이발견된건20년이훨씬지나출소이듬해였다.어느청년이집으로전해주었다는데,아무래도이송통보를받고이감되면서급히휴지묶음을맡겼던그근무헌병인듯하다.그청년덕분에이글은잊히지않고1998년『감옥으로부터의사색』증보판에실리게되었고,이후그림과함께단행본으로도출간되었다.

▶내가자살하지않은이유
선생은남한산성에서사형수로1년을보낸뒤무기징역수로민간교도소에이송되었다.선생은20년의감옥생활을‘나의대학시절’이라술회하지만,당시만해도그끝을상상할수도없는긴동굴이었다.선생이있는감옥에서수형생활10년차의재소자가자살했다.한밤중에화장실에서손목을긋고죽었다한다.감옥에는<재소자준수사항>에자살하면안된다는조항이있다고하니,이런일이빈번하다는뜻일것이다.선생은남한산성에서사형수로서혹독한임사(臨死)체험을했고,이후20년의무기징역을살아오면서수시로고민을했다고한다.“나는왜자살하지않고기약없는무기징역을살고있는가?”
선생이자살하지않은이유는‘햇볕’때문이었다고술회한다.길어야2시간밖에못쬐는신문지크기만한햇볕을무릎위에받고있을때의따스함은살아있음의어떤절정이었다고말한다.선생에게겨울독방의햇볕은자살하지않고살아가는이유였고생명그자체였다.
남한산성에서의끔찍한임사체험과끝이보이지않는긴터널과도같은무기징역수의삶속에서도선생은결코좌절하지않았다.오히려그속에서역사를배우고,사회를배우고,인간을배웠다.끊임없이개조하고변화하고탈주하며,추상처럼자신을지켜낸신영복선생.이때문에우리는선생을이시대의어른이라고부른다.

20년20일간의대학시절
선생의인간에대한이해는기나긴수형생활을통해얻어진결과물이라해도과언이아니다.선생은실천이제거된감옥에서수많은재소자들의삶을자신의목발삼아걸었고,이로인해인간을이해하고나아가자신을돌아보는눈을갖게되었음을술회한다.그러므로선생의인간에대한이해는직접적이며,1인칭이다.
선생은자신의20년수형생활을‘나의대학시절’이라고술회한다.이대학시절이라는용어는막심고리키의<나의대학>에서힌트를얻은것이라고말씀하시지만,선생이대학시절이라고술회하는감옥에서의20년수형생활은고리키의고달팠던‘인생대학’만큼이나엄혹한세월이었고,일반인들이감히상상도할수없는강철의세상이었다.하지만선생에게독방에서의사유는철학교실이었으며,감옥은사회학교실,역사학교실,그리고최종적으로는인간학의교실이었다.
이책에는선생이교도소에서만난많은재소자들의삶이적혀있다.푸른보리밭을보며살고싶어울음을터뜨리던그,선생과함께나란히떡신자로이름날린창신꼬마,밤중에몰래건빵을먹던조목사,“이론은좌경적으로,실천은우경적으로”라는놀랍도록유연한사고방식을가진장기수노인들,세상에태어난모든사람은그인생의주인공이라는‘비극의주인공’나팔수이야기,물섞인피를헌혈했다고끝끝내양심에가책을받던재소자등선생의이야기속에는다양한인간군상(群像)이있다.『감옥으로부터의사색』에서이들이평면적으로등장했다면,이책『담론』에서는선생의솔직한심경토로와함께한명한명입체적으로살아움직인다.
감옥에서만난이들과겪은일들을하나하나되살려내고추체험(追體驗)하는것이어쩌면선생으로서는쉽지않은일이었을것이다.그럼에도불구하고선생이기꺼이당신의이야기를우리에게들려주는까닭은무얼까?아마도실천없는이론으로허공에뜬삶을사는우리에게선생의이야기를목발삼아,두발로땅을딛고서는,실천하는삶을살기를바라는마음에서일것이다.

▶공부란두발걸음을얻으려는노력이다:노인목수문도득이야기
선생은감옥에서문도득(道得)이라는재미난이름의노인목수를만났다.선생은이목수가땅바닥에나무꼬챙이로아무렇게나그린집그림을보고큰충격을받는다.목수는주춧돌부터시작해서지붕을맨나중에그린반면,책으로만생각을키워온선생은지붕부터그린다.실천하는사람과이론만있는사람의큰차이다.
선생은이일화를통해근대화의최고수준이라는‘톨레랑스’의문제점을지적한다.만약이그림을보고“좋습니다.당신은주춧돌부터그리세요.나는지붕부터그립니다.우리서로차이를존중하고공존합니다”라고한다면,이것은톨레랑스다.물론차이를존중하고다양성을승인하는것은대단히중요하다.그러나차이와다양성은자기변화로이어지는또하나의출발점이어야한다.차이는공존의대상이아니라감사(感謝)의대상이어야하고,학습의교본이어야하고,변화의시작이어야한다.머릿속지식이가슴으로내려오는것이톨레랑스라면,이제자기변화로나아가는것은가슴에서발로가는실천의여행이며,탈주이며,노마디즘이다.탈근대이다.

▶인간이해의천박함:위악(僞惡)과위선(僞善)
교도소재소자들중에는문신을한이들이많다.문신은나쁜인간,성질사나운인간임을선언하는것이다.위악(僞惡)이다.약자들이험한세상을살아가는한방법이다.반대로위선은강자들의의상(衣裳)이며위장(僞裝)이다.겉으로드러내는것일뿐그본질은아니다.우리가자주보는시위현장의붉은머리띠는일종의문신이다.단결과전의(戰意)를과시하는약자들의위악적표현이다.강자들의현장은법정이다.검은법의의엄숙성과정숙성은시위현장의소란과는대조적이다.문제는위선이미덕으로,위악이범죄로재단되는것이다.이것역시강자의논리이다.테러는파괴와살인이고,전쟁은평화와정의라는논리가바로강자의위선이다.테러가약자의전쟁이라면전쟁은강자의테러이다.그럼에도불구하고우리의현실은‘테러와의전쟁’이라는모순된조어를버젓이사용한다.우리는위선과위악의베일을걷어내는공부를해야한다.물론화려한무대와의상,오디오와비디오의현란한조명,그리고수많은언설이만들어내는환상속에서우리가그실체를직시하기란불가능에가깝다.그러나실패의더큰원인은이러한장치가아니라우리들의인간이해의천박함에있다.인간에대한애증을고르게키워가는,그야말로인간적인노력이부족함을탓해야한다.공부는우리의내면을향하여심화하는인간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