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어 사전

가족어 사전

$18.00
Description
이탈리아 어느 유대인 일가의 초상
1963년 이탈리아 최고 권위의 문학상 스트레가 상 수상작『가족어 사전』. 실제 일어났던 사건들을 바탕으로 실존 인물들이 등장하는 자전적 이야기다. 작가가 유년과 젊은 시절을 회상하고 고백하는 동시에 1930년대에서 1950년대까지 격동의 역사 한가운데 있었던 작가와 가족, 친지, 지인들의 아픔과 고통에 대한 증언한다. 하지만 저자는 이 모든 이야기들이 ‘소설’로서 읽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요한 점은 허구이냐 실제이냐가 아니라, 역사와 시대를 말하는 데 있어 어떤 방식이 더 진실하냐이다.

나탈리아의 가족, 친지, 친구들이 모두 실명으로 등장하고, 이들에게 일어났던 일들은 이탈리아의 현대사와 조우한다. 작품의 배경은 무솔리니가 등장하여 파시즘이라는 독재 체제가 들어서고 인종법이 발의되어 유대인 등 소수 인종에 대한 박해가 현실화되는 시기이다. 레비 가족은 토리노에 살던 유대계로서 파시즘과 인종차별주의라는 현실에 직면한다. 파시즘과 전쟁 시기의 기억을 되살려내지만 그 참혹한 현장을 극적으로 묘사하는 대신에, 그 어려운 시절에도 계속되는 가족의 일상을 하나하나 기억하여 불러낸다.
책의 원제 『Lessico famigliare』에서 ‘lessico’의 본래 의미는 ‘사전’인데, 이 책에서는 가족이 반복적으로 사용하여 그들끼리만 통하는 말, 즉 ‘밀어’(密語)를 함축한다. 즉 작가는 가족이 쓰는 사적인 밀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가족의 일상을 형상화했다. 밀어는 레비 가족의 특별한 개성을 나타내는 동시에, 세상 여느 가족의 이야기가 될 수 있는 ‘보편성’을 획득했다. 더불어 저자는 가족의 소소한 일상을 섬세하게 묘사함과 동시에 역사적 사건들과 관련되는 개인적 체험을 다뤄 역사가 아닌 문학으로 시대의 진실에 접근하는데 성공했다.
저자

나탈리아긴츠부르그

저자나탈리아긴츠부르그는1916년팔레르모에서태어나1991년로마에서사망했다.어린시절토리노로이주,1950년까지살았다.열일곱살되던해인1933년에쓴첫단편소설「부재」와「아이들」을시작으로시와소설,수필과희곡에이르기까지다양한장르의작품을발표하며전후이탈리아의대표적인작가로자리잡았다.1938년반파시스트활동을하며,에이나우디출판사를공동설립한레오네긴츠부르그와결혼했다.남편과아브루초에서유형생활을하던1942년에첫장편소설『도시로가는길』을발표했다.1944년남편과사별한뒤에이나우디출판사에서일하며작품활동을했다.1947년발표한두번째소설『그렇게됐어요』로템포문학상을받았다.1950년영문학자인가브리엘레발디니와재혼하여로마로이주했다.1952년『우리들의어제』를발표하고,1957년에는『발렌티노』로비아레초상을받았다.1963년『가족어사전』으로이탈리아최고권위의문학상인스트레가상을받으며평단과독자들로부터큰호응을얻었다.수필집『작은미덕들』(1962),소설『다섯개의단편소설』(1964),『내게묻지마』(1970),『가상의삶』(1974)을발표하고,『코리에레델라세라』지에문학과문화,연극,영화관련칼럼을기고했는데,여성적시각의독특한분석이라는호평을받았다.이탈리아의정치와현실문제에도적극참여했다.이탈리아에프루스트의작품을번역하여소개했으며,가족이라는주제를심도있게다룬작품들『사랑하는미켈레』(1973),『가족』(1977),『도시와집』(1984),『만초니가족』(1983)을발표했다.희곡『즐거우려고결혼했지』(1965),『바다지방』(1972)을썼다.
『치즈와구더기』등을쓴미시사(史)의거장카를로긴츠부르그가그의아들이다.

목차

가계도와주요인물4
서문6

옮긴이해제
‘가족의밀어’로빚은가족의이야기304

출판사 서평

다감한가족의이야기로형상화하는역사의상흔
이탈리아의여성작가나탈리아긴츠부르그의소설『가족어사전』이국내에처음으로번역소개되었다.이소설은1963년이탈리아최고권위의문학상스트레가상수상작으로,대중적으로도큰성공을거둔‘현대의고전’이다.
이책은실제일어났던사건들을바탕으로실존인물들이등장하는자전적이야기다.하지만작품은소설형식을띠고있으며,작가역시이이야기가‘소설’로서읽혀야한다고강조한다.나탈리아의가족,친지,친구들이모두실명으로등장하고,이들에게일어났던일들은이탈리아의현대사와조우한다.
작품의배경은무솔리니가등장하여파시즘이라는독재체제가들어서고인종법이발의되어유대인등소수인종에대한박해가현실화되는시기이다.레비가족은토리노에살던유대계로서파시즘과인종차별주의라는현실에직면한다.파시즘은당시이탈리아정치의대세였고다수의이탈리아인들이파시즘에동조했다.그러나안목있는소수의사람들은파시즘의광기를예견하고이에저항했다.작가의아버지주세페레비,오빠들,남편레오네긴츠부르그와친구들이바로그런사람들이었다.
작가는가족의소소한일상을섬세하게묘사하고,역사적사건들과관련되는개인적체험을다룬다.즉『가족어사전』은작가나탈리아긴츠부르그가유년과젊은시절을회상하고고백하는자전소설인동시에,1930년대에서1950년대까지격동의역사한가운데있었던작가와가족,친지,지인들의아픔과고통에대한문학적증언이다.

『가족어사전』이시대의진실에접근하는방식
현대문학은곧전후(戰後)문학이라는비평적명제가있다.현대문학가운데탁월한문학작품이전후에등장하게되는건흥미로운현상이다.가령1차세계대전후미국에서‘로스트제너레이션’으로불리우는작가들이등장하였고,2014년노벨문학상을수상한파트릭모디아노는지금껏전후의프랑스를배경으로하는작품을발표하고있다.이탈리아도비슷한현상이일어났는데,2차세계대전이후에네오리얼리즘이라는사조가예술의주류를형성한다.이탈로칼비노같은환상문학의대가도그출발은네오리얼리즘이었다.그러나나탈리아긴츠부르그는전후의주류문학의흐름에가담하지않는다.오히려여성으로서경험한일들을진솔하게이야기하는방식을택하는데,첫장편소설『도시로가는길』에서는인종법으로아브루초지방에남편과아이들과추방되었을때마을사람들의자신들을향한연민과말없는보살핌에대하여이야기한다.『가족어사전』은파시즘과전쟁시기의기억을되살려내지만그참혹한현장을극적으로묘사하는대신에,그어려운시절에도계속되는가족의일상을하나하나기억하여불러낸다.공식적인역사가기록할수없는일상의세목들이모여인생이되는것이지,역사가기억하는사건이바로인생이될수는없다.이책이실재했던일들을썼다고하지만,굳이소설로읽혀야한다고작가가강조하는것은이러한이유이다.
역사는개별적삶을기록하지않는다.다만문학만이개인의삶을기억할수있다.공식역사가공동체의기억을다루지만그누구의인생도담고있지않다면,『가족어사전』은매일반복되는가족의일상에대한기억을통해그시대의진실에접근한다.문제는허구이냐실제이냐가아니라,역사와시대를말하는데있어어떤방식이더진실하냐이다.

‘가족의밀어’로빚은가족의이야기
책의원제『Lessicofamigliare』에서‘lessico’의본래의미는‘사전’인데,이책에서는가족이반복적으로사용하여그들끼리만통하는말,즉‘밀어’(密語)를함축한다.작가는가족이쓰는사적인밀어를적극적으로활용하여가족의일상을형상화한다.성격이괴팍하기로둘째가라면서러운아버지주세페는마음에들지않는사람이나가족들에게‘당나귀’,‘니그로’,‘얼간이’,‘살라미소시지’라는말을서슴지않는다.이를통해아버지의권위적인성격이드러나지만동시에미워하기어려운인간적면모가부각된다.그런아버지에게반항적이었던오빠마리오가어릴때즐겨한말장난“일바코델칼로델말로.일베코델켈로델멜로.일비코델킬로델밀로”(‘일부코델쿨로델물로’[노새똥구멍]라는말이나올때까지모음을바꿔서말을만드는게임)는누구나경험했을법한‘유년의뜰’로독자를데려간다.오빠알베르토가지은시“가슴도없는/노처녀가/한없이사랑스러운/아기를낳았네”는레비가족의지적인자유분방함과문화적감수성을짐작하게한다.
레비가족의밀어는오직레비가족만이알수있다.그밀어가‘가족의감정적기반’을이루고가족의정체성을만든다.그리하여성인이되어각자의삶을살아가기바쁜형제들을다시5남매가함께살았던시간으로되돌려주는것은바로그들이반복하여썼던말들이다.작가는가족의밀어에대하여이렇게말한다.
“우리들끼는단한마디면족하다.단한마디,한문장,우리의어린시절에수도없이듣고반복했던그오래된말한마디면우리들의옛날관계를단숨에되찾는다.(……)이런문장하나혹은이런말중의하나는우리형제들이어두운동굴속이나수백만의사람들틈에섞여있어도서로를찾을수있게해준다.이런문장들은우리들의라틴어였고지나간날들의사전이었으며이집트혹은아시리아-바빌로니아의상형문자,존재하기를멈추었지만난폭한물살과시간의부식속에서살아남은생명세포들과같은것이다.”(36~37쪽)
가족의밀어를통해레비가족의이야기는세상에단하나뿐인개성이되면서,한편으로이세상여느가족의이야기가될수있는보편성을획득한다.

살아온날들과지나버린시간에부치는이야기의헌사
아버지주세페레비는권위적이고괴팍하지만,자다가도벌떡일어나아내리디아에게자식들걱정을토로한다.(“알베르토때문에걱정이야!”아버지는한밤중에눈이떠지면이렇게말했다.“군사재판에회부될정도라면정말장난이아니었을거야!”-147쪽)그리고파시즘에반대하고반파시스트투쟁가를신뢰하여,오빠들이체포되어투옥되는상황에서그들을자랑스러워한다.
어머니리디아는프루스트의작품을사랑하며집안에서노래부르기를즐기는낙천적이고유쾌하며,타인의허물을덮어주는포용적인인물로그려진다.아버지주세페와어머니리디아덕분에파시즘시대를살아가는레비가족은일상에서지성과유머를잃지않을수있었다.마리오와알베르토는청소년기에반항적이고자주말썽을피워아버지에게‘당나귀’라는소리를끊임없이듣지만,청년기에들어서는파시즘에맞서결연히투쟁한다.반파시스트투쟁가친구들의면면도화려한데,알베르트의친구잔카를로파예타는이탈리아공산당의주요멤버이고비토리아포아는전후이탈리아의주요한정치인이된다.
작가의남편레오네긴츠부르그역시유명한반파시스트투쟁가로서,줄리오에이나우디와함께이탈리아를대표하는에이나우디출판사를공동으로설립했다.레오네의친구체사레파베세는전후이탈리아의가장중요한시인이자소설가이다.
전쟁시기에작가에게일어나는가장가슴아픈일은남편레오네의죽음이다.그러나작가는남편과의유형지에서의생활과,투옥과고문으로인한남편의비극적인죽음에대해서극적이기보다는담담하게서술한다.나탈리아긴츠부르그가자신에게일어난운명을받아들이고관조할수있었던것은레비가족의유쾌함과낙천성,그로부터말미암는보살핌과사랑덕택이었다.변함없이지속되는가족의일상,그일상에서의가족간의교류가고통스러운시간을버틸수있게해준것이다.
이책은나탈리아의인생을만든사람들,그시간속에서사라져버린고인들에게바치는헌사이자,독립된인간으로성장하는한여성의기나긴자기탐색의여정이다.시간을되돌릴수없고과거가되어버린사람들의손을다시잡을수는없지만,작가의기억과글쓰기는이를붙잡고놓지않는다.

책속으로추가

그런데어느날밤아버지가집에돌아왔다.감옥에서다빼앗겨버렸기때문에넥타이도매지않았고구두끈도없었다.아버지는겨드랑이밑에신문지로싼더러운속옷꾸러미를끼고있었다.수염이길게자라나있었는데아버지는수감되었다는사실을아주만족스럽게생각했다.
-146쪽

그날아침,멀리북쪽에떨어져있는내부모형제들을생각하며다시는그들을볼수없을지도모른다는불안에떨며보낸그많은고독과공포의시간이후에만난,어린시절부터알고있던아드리아노의친숙한모습앞에서내가느꼈던그큰안도감을영원히잊지못하리라.그리고겸손하고친절하고인내심있는선량한태도로허리를구부려방에흩어진우리옷들과아이들의신발들을모으던모습을영원히잊지못할것이다.우리가집에서빠져나올때아드리아노는그옛날투라티를데리러우리집에왔을때의그얼굴,누군가를구해낼때의숨이차는것같기도하고놀란것같기도하고행복해보이기도하는그얼굴을하고있었다.
-242쪽

돈에관한아버지의생각은전쟁이끝난뒤에더욱더불확실하고혼란스러워졌다.한번은아직전쟁중인데알베르토오빠에게농축우유열병을사달라고부탁했다.알베르토오빠는암시장에서한병에100리라이상을주고아버지에게우유를사드렸다.아버지는오빠에게얼마를지불해야하는지물어보았다.“됐습니다.”알베르토가말했다.“괜찮아요.”아버지는오빠의손에40리라를쥐어주고이렇게말했다.“나머지는너가져라.”
-260쪽

아버지도그당시정치집회를한번열었다.아버지는인민전선의후보자명단에아버지의이름을올려놓아도좋겠느냐는제의를받았다.(……)아버지의의견을말하라고권했다.아버지를극장에데려가서무대로오르게했다.아버지는이런말로연설을시작했다.
“과학은진리를탐구하는학문입니다.”
아버지는20여분동안과학이야기만했다.사람들은어리둥절해서입을다물었다.그러다가아버지는갑자기과학연구는러시아보다미국이훨씬더앞서간다고말했다.사람들은더욱더당황해서입을다물었다.그러다가어느순간우연히아버지가즐겨말하듯무솔리니를프레다피오의당나귀라고불렀다.그러자요란한박수가터져나왔다.이번에는아버지가놀라고당황해서주위를돌아보았다.아버지의정치집회는이랬다.
그집회에참석했던발보는그기억을떠올리면서웃음을터뜨렸다.발보는아버지를아주좋아했다.2년동안의의과대학생활에서기억나는거라고는우리아버지밖에없었다.학기초에대학앞에서신입생들끼리싸움이벌어졌는데아버지가모여있는사람들을뚫고지나가려고,돌진하는가축떼에게달려드는들소처럼고개를숙이고그사람들속으로뛰어들었다고발보가말했다.
-290~291쪽

내가기억하기로는,아버지는전쟁때거리에서폭격을만나도그렇게고개를숙이고들소처럼달렸다.아버지는대피소로내려가지않았고경보사이렌이울리면대피소대신집쪽으로달리기시작했다.비행기들의굉음과소음속에서아버지는고개를숙이고벽쪽에붙어달렸는데위험을사랑했기때문에위험속에서행복감을느꼈다.
“얼간이들같으니!”얼마뒤에아버지는말했다.
“내가대피소로간다고상상하지도마!죽음같은건하나도두렵지않아!”
-29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