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결심했다,어른들이나서지않는다면‘우리가’하겠다고.”
불의에침묵하지않고온몸으로맞선소년들
『열다섯살의용기』의저자필립후즈가전하는놀라운실화
모두가침묵했다,아무일도없다는듯이
그래서우리가싸우기로했다
아마존닷컴청소년베스트셀러
미국학교도서관저널올해의책·커쿠스리뷰최고의책·워싱턴포스트최고의어린이책
BCCB블루리본논픽션북·보스턴글로브혼북상·로버트F.시버트아너상
해마다가장푸르른계절이면우리는이땅에울려퍼진수많은외침들을기억한다.빼앗긴나라를되찾으려가슴에품은태극기를꺼내흔들며외친“대한독립만세”에서부터전후삼십년간독재에맞서피로싹틔운민주주의를지키고자외친“독재타도”“유신철폐”에이르기까지.주권국가,민주국가라는이름은군림하는소수의권력자와침묵하는다수의틈에서이토록용감하게목소리를낸이들이쟁취했다는것,이렇게소리높여세상을바꾸려한이들상당수가십대,이십대초반의청소년들이었다는것도우리는기억하고있을까.
『소년은침묵하지않는다』는제2차세계대전당시독일의덴마크점령에분노해그들만의저항을시작한십대소년들에관한책이다.저자필립후즈는작품에서역사속청소년의사회참여를꾸준히재조명해왔다.그는덴마크여행중레지스탕스박물관의‘처칠클럽’이라는특별전시를통해,골리앗같은히틀러에맞서표지판을망가뜨리고차를불태우고무기를훔치며덴마크저항운동의불꽃을피운용감한소년들이있었음을알게된다.그는당시생존해있던처칠클럽의리더크누드페데르센과교류하며잊힌역사의한장을생생한이야기로재구성한다.
1945년5월해방을맞기까지처칠클럽소년들과덴마크국민들이겪은투쟁연대기를담은이책은소년들이목숨을걸고레지스탕스활동에뛰어든과정,이들이전쟁과옥고를치르면서겪은고통과상흔을오롯이드러내며깊은울림을준다.일찍이한스숄과조피숄남매의반나치활동과숭고한죽음을기록한소설『아무도미워하지않는자의죽음』이그랬듯,처칠클럽소년들의투쟁과이후의삶을기록한논픽션『소년은침묵하지않는다』를통해독자들이소중한외침들을기억하고자기목소리의힘을믿길바란다.
책의특징
■세상을향해외치는십대들을기억하라
1940년4월9일,덴마크상공을까맣게메운독일군비행기가영국과프랑스로부터덴마크를‘보호’할것이라는전단을뿌린다.정부는자국민보호를명목으로독일의점령선포를받아들였고대다수국민이이를묵인했으며새로운돈벌이에독일군을환영하는이들도적지않았다.같은날침공당한이웃노르웨이는열악한상황에서도독일과맞서싸운다.오덴세출신의십대소년크누드페데르센과형옌스는정부의행태에분노와수치심을느끼며뜻이맞는친구들을불러모은다.자전거를타고다니며독일어로된표지판을망가뜨리고독일군의전화선을끊는것이주요임무였다.올보르로이사한후에는학교친구들과함께‘처칠클럽’이라는덴마크최초의레지스탕스단체를결성한다.
“우리는마음속에담아둔맹세를꺼냈다.‘우리가’행동할거라는맹세.‘우리가’노르웨이인들처럼할것이고덴마크국기에묻은진흙을닦아내리라는맹세.(중략)우리는그날나치의스바스티카를비꼬는우리만의휘장을만들었다.비뚜름한십자가네끝에화살이번개처럼뻗은모양이었다.“이게바로나치에대한혁명의상징이야!”우리의번개같은화살이선언했다.“이반란의불꽃으로나치를처단한다!”(중략)우리휘장은나치전범인히틀러와그의세하수인헤르만괴링,하인리히힘러,요제프괴벨스에게보내는죽음의경고장이될것이다.”(47-49쪽)
처칠클럽의소년들은파란색페인트로부역자들의건물에경고메시지를남기고기물을파손하며,독일군의무기를훔치고차에불을지르는등본격적인사보타주를벌인다.“전쟁에서승리하는것과는거리가먼활동”일지도모르지만,그렇게소년들은침략자나치와숨죽인덴마크모두를향해그들의저항을,“누군가는항복하지않았다는사실”을계속해서외쳤다.
필립후즈는세계역사속청소년들의이야기에항상주목해왔다.『우리세상이기도해요!』에는세상을바꾸는십대활동가들의이야기가,『우리도거기있었어요!』에는미국역사에공헌한십대들의이야기가담겨있다.전미도서상수상작『열다섯살의용기』에서는인종차별에용감하게맞선흑인소녀‘클로뎃콜빈’의이야기를상당부분그녀자신의목소리로들려주는데,『소년은침묵하지않는다』에서도저자의서술과실제주인공크누드페데르센의회상을자연스럽게교차구성하여제방식대로세상에저항하는소년의판단과행동과그에따르는책임까지그의목소리로직접전하려한다.이렇듯주제에서나서술방식에서나필립후즈는청소년을감시와교화가필요한수동적인존재로보려는편견에맞선다.
■접혀있던역사의중요한페이지를펼치다
2차대전사의중심에있는미국,영국,독일,러시아(소련)등에비해덴마크,폴란드,노르웨이등북유럽국가들의투쟁사에대해서는알려진것이많지않다.특히덴마크는전략적요충지라기보다스웨덴과노르웨이의철광석을차지하기위한길목이었는데,점령군의‘베저위붕작전’에여섯시간만에투항했다.이른바‘꿀전방’으로서치열한싸움과는동떨어진곳이었다.덴마크정부와고위공무원,독일군이즐겨찾는가게주인들은대체로독일에우호적이었으며,나치에반감을가진이들도길에서덴마크민요를부르거나왕의휘장을달고다니는식으로상당히온건하게저항했다.노르웨이에서처럼참혹한민간인학살은벌어지지않았다.
이렇게히틀러의그늘아래잠들어있던덴마크를열대여섯살소년들이휘저어놓았다.독일군자산을파괴하며히틀러의심기를건드리던소년들은결국체포되어교도소에수감된다.십대들이백주에자전거로도로를질주하며독일군에대항하는사보타주를벌이다가투옥되었다는사실은덴마크국민들에게상상하기힘든충격을안겨주었다.무책임한짓으로시민들을위험에빠뜨린악당이라며소년들을비판하는이들도있었지만,많은어른들이부끄러움을느꼈다.덴마크의위대한시인카이뭉크는처칠클럽을응원하는편지를썼고,소년들이갇힌교도소로어마어마한선물이날아들었다.
소년들이수감된사이저항의움직임은덴마크전역으로퍼져갔다.2차대전을통틀어가장극적인일화중하나인‘덴마크유대인구출작전’(덴마크저항운동가들이나치의유대인일제검거직전에그들대부분을배에태워중립국스웨덴으로보낸것)도전개되었다.결국덴마크는독일의‘보호국’에서‘적국’으로바뀌었고,덴마크국민은“히틀러의애완카나리아”라는오명을스스로씻어냈다.
필립후즈가열정을가지고추적한처칠클럽소년들의이야기는덴마크가나치에저항했다는소중한증거이며,『소년은침묵하지않는다』는“2차대전에관한새로운고전”(《혼북》)이며,“2차대전레지스탕스이야기에훌륭한한장을더한”(《커쿠스리뷰》)귀중한책이다.
■흠없고상처없는초인적애국영웅은없다
『소년은침묵하지않는다』는애국심을고취하고영웅주의를조장하는할리우드식히어로무비가아니다.소년들을마냥선인,의인으로묘사한다거나그들의성과를초인적인것으로과장하지않는다.소년들의놀라운긍지와주체성,행동력은물론충동적인허세와객기,무지와경험부족에서오는실전의한계,영국군에대한맹목적인동경과신뢰,단원들간의갈등과불화,수감생활의고독과절망도진솔하게그려진다.
“우린다들중산층혹은전문직부모의자식으로,총을쏘거나곤봉을휘두르거나누군가의목을긋는일따위해본적이없었다.너무어려서입대할수도없었거니와덴마크에군대라곤거의남아있지않았기때문에군훈련도못받았다.우린사람목숨을빼앗는일에뒤따르는감정이어떤것인지몰랐다.”(69쪽)
머리로생각하면싸워야할적이지만,어린독일병사들이“전투를향해목숨을버리러가는”모습에“연민을느끼지않을수없”고햇살아래다정하게“독일에있다는손자들이야기를”하는“이할아버지들을왜죽여야한단말인가.이게정말로그가나서고싶은전투인가?”하는근본적인고민에휩싸인다.“교육이나기초훈련을통해인격을뼛속깊이박탈당하고전쟁의공포에무감각해지는걸임무의한부분으로여기면서전사로거듭난”히틀러의‘전쟁기계’가아니라순수한분노와정의감으로뭉친소년들이기에실패도갈등도잦다.친구들과는정도가다른죽음의공포를느끼며“제발접자고”부탁하는유대인단원의처지를이해하면서도사보타주를멈출수도없고멈추고싶지도않아갈등을일으키는크누드의모습은일면이기적으로보이기도한다.하지만소년들이목숨을걸고싸운건어떤보상이나영광을안겨줘서가아니었다.목숨을걸고저항해도덴마크는여전히나치의지배아래있었고누군가는계속싸워야했기때문에,싸울수밖에없었다.
대가는혹독했다.사방이막힌교도소에서몇년동안이나이름을잃고모진옥살이를하면서소년들은몸도영혼도바싹여위어갔다.처칠클럽의활약이알려진뒤덴마크사회에서는레지스탕스의불길이일었지만,정작오랜시간격리되었던소년들은학교와사회에적응하는데어려움을겪고프로들이장악한활동무대에서도설곳을잃어뿔뿔이흩어진다.필립후즈는처칠클럽과처칠의만남을그린마지막장뒤에에필로그를붙여,전쟁과수감생활로얻은정신적상처를고스란히안고살아가는혹은죽어가는처칠클럽단원들의이야기를끝까지들려준다.무모하리만큼순수했던소년들의투쟁이그저“모험을찾는어린애”들의장난이아니라평생을바치는희생이었다는사실에절로숙연해진다.미화하지않은소년들의삶은그어떤설명이나주장없이도,자유가얼마나소중한지,잃어버린자유를되찾는것이얼마나어려운지,전쟁이얼마나참혹하게우리삶을망가뜨릴수있는지를강렬하게보여준다.
■역사는아버지가아들에게,아들이다시그딸에게들려주는이야기
필립후즈는이책을쓰기위해크누드페데르센과1,000통이넘는이메일을주고받았으며,직접덴마크로건너가몇주에걸쳐스물다섯시간에달하는인터뷰를진행했다.고령의크누드는후즈를위해덴마크어가아닌영어로모든인터뷰를진행했으며,책을쓰는데필요한온갖자료들을성실하게찾고정리해주었다.그는여러차례죽을고비를넘기면서도책이나오기까지대단한열의를보였다.필립후즈는본문만큼이나성실하게작성한참고자료,주석,감사의말등에서크누드의노고에감사하고진심어린애정을표한다.1926년생크누드페데르센과1947년생필립후즈두사람은단순히동료로서공동작업을한것이아니라,실제로가족처럼,크누드의표현대로라면아버지와아들처럼깊이교류하고정을나누었다.두사람이진심으로교감하며엮어낸이야기는읽어내려갈수록저자의서술과주인공의회상이절묘하게하나로이어지며마치소설을읽듯몰입하게된다.
성인논픽션을쓰던필립후즈는딸과소통하기위해어린이책,청소년책을쓰기시작했다.크누드페데르센은이책을만드는동안후즈를아들처럼생각했고,병마와싸우며작업한책을가장먼저아이들과손자손녀들에게보냈다.역사는교과서속지루한연대표가아니라세대를넘어교감할수있는이야기여야한다.두사람이펼쳐보인역사는단순히과거의사실을나열하고자료를늘어놓는것이아니라,내자녀그리고손자손녀가어렵지않게마치자기이야기처럼몰입해서읽을수있는생생하고재미있는이야기이다.
■침묵을강요하는세상을향해‘우리의’저항을시작하자
내가직접적인피해를겪지않는이상당장은침묵하는것이더합리적으로보일수도있다.처칠클럽의“소년들이잠자는거인을깨워서일을악화시켰다고두려워”하는사람들도적지않았다.그러나외면한다고문제가사라지는것은아니며결국침묵의대가는우리모두에게돌아온다.아인슈타인은말했다.“세계는살아가기에위험한곳이다.사악한사람들때문이아니라,악에대해아무런행동도하지않는사람들때문이다.”
2014년4월16일,온국민을비탄에빠뜨린국가적재난이발생했다.단한명도구하지못한무능한정부가마치침몰한배의선장처럼“가만있으라.”하며진실을요구하는사람들의입을막으려하자,가만있을수없었던사람들이촛불로,리본으로,침묵시위라는소리없는외침으로행동하기시작했다.이렇게가만있을수없는사람들의마음과행동이모여진실을밝히고세상을바로잡을수있으리라는간절한믿음으로.
당시대학생으로서정부에대항하는침묵시위를제안한청년운동가용혜인은『소년은침묵하지않는다』를읽고이렇게썼다.
“우리가역사속에서‘위대한변화’라고배우는것들은언제나예상치못한곳에서,평범한사람들의작은저항으로부터시작되었습니다.덴마크의소년들은그들이‘타고난위대한사람이어서’가아니라가만히있을수없어서,그리고누군가는희망을되살려야했기때문에직접나섰습니다.이책을다읽고난뒤에는‘나치에대항한십대라니참대단하다.’라고감탄하는게아니라,여전히우리에게가만히있으라고말하는이사회에‘우리의’저항을시작하고싶어몸이막들썩들썩하면좋겠습니다.아무리사소해보이더라도‘우리’의희망을되살리기위한것이라면어떤움직임이라도좋습니다.변화는언제나평범한우리로부터시작되니까요.”
그녀의말대로우리안의옳은분노,그리고작은용기와신념을꺼내우리가마주한현실을향해목소리를내는데서희망은시작될것이다.처칠클럽이덴마크레지스탕스의불씨가되었듯이책이세상을향해목소리를내려는독자들에게좋은계기가되기를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