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의어머니,노동자의영원한어머니
이소선의생애를읽는다
전태일열사의어머니이자한국노동운동의대모로불리는이소선(1929~2011)의타계5주기를맞아그리움으로펴내는뜨거운평전.“제가못다이룬일을어머니가꼭이루어주세요”라당부하며죽어가던아들전태일과의약속을남은평생한결같이지키며,고통받고소외당하는노동자민중과평생함께하고싸워나갔던그의삶을생전의구술과다양한기록자료를바탕으로정리하고이야기형식으로생생하게그려냈다.
전태일의어머니에서모든노동자의어머니로
―협박과회유,구속과고문을물리치고걸어간어머니의길
‘전태일’을아는사람이라면전태일의영정을끌어안고고통스럽게오열하는젊은어머니의사진이마음속에각인된이가적지않을것이다.아들의죽음이후로향년82세로세상을떠나기까지,41년간을줄곧노동운동과민주화운동의현장에서노동자·시민과함께하던운동가‘이소선어머니’의모습을그리는이역시여전히많을것이다.『노동자의어머니―이소선평전』은‘전태일의어머니’,나아가모든노동자의어머니로불리던이소선의한평생을실제구술과다양한기록을바탕으로하여한권으로정리하고그려낸책이다.
1970년11월13일,이소선의아들전태일은청계천시장상가피복제조공장노동자들의열악한근로조건개선과생존권보장을위해“근로기준법을준수하라!”라는말을외치며자기몸에스스로불을붙인끝에세상을떠났다.새까맣게그을린몸으로죽어가던아들전태일과‘네가못다이룬것을내가꼭이루겠다’는평생의약속을한이후로,이소선은이전까지살아왔던꼭그만큼의시간동안,자신이했던약속을실천하며노동자가사람답게살아갈수있는세상을위해그어떤탄압에도굴하지않고싸워나갔다.그렇게그는‘노동자의어머니’라는별명을얻었다.2016년9월3일은이소선이세상을떠난지만5년이되는날이다.
자주적인노동운동이전무하다시피했던70년대한국의노동풍토속에서,운동의경험이있었던것도아닌이소선은오직아들의뜻을잇겠다는일념으로전태일과뜻을함께했던친구들,그리고청계의많은노동자들과함께힘을모아투쟁한끝에‘청계피복노조’라는자주민주적노동운동의싹을틔웠고민주노조의깃발을세웠다.또한노동자의권익을쟁취하고인간다운삶을보장받기위해서는모든민중의단결된투쟁이필요하다는판단아래독재정권의엄혹한탄압아래에서민주세력과함께민주화투쟁에도발벗고나섰다.이러한과정에서그는때로는‘여간첩’소리를듣고,경찰과정보부에끌려가고문을당하기도했으며,세번의수감생활을거쳤고,재산을챙겨주겠다며숱한회유를받기도했다.그러나그는단한번도굴하지않고,언제나꿋꿋하고당당한태도로민주사회,노동해방을꿈꾸며싸워나가는노동자시민과함께했으며험난한파도를기꺼이헤쳐나갔다.
인간차별에저항한이소선의생애
-개가한어머니,근로정신대탈출,빈농에서도시빈민으로
이소선은어떤사람이었을까?전태일의어머니로불리기전에는어떻게살아왔으며,어떤생각을갖고살아간여성이고,인간이었을까?『노동자의어머니-이소선평전』에서는‘전태일어머니’이자‘노동자의어머니’로서의이소선은물론이고그러한규정만으로는다담을수없는다양한면모가잘드러나도록이소선의삶을꼼꼼히그려냈다.이소선이직접구술했던내용을이야기형식으로정리해,한인간으로서의이소선을가감없이접할수있다.
이소선은식민지조선,달성군(지금의대구)의가난한농촌에서태어나,항일운동에가담했던아버지가일제에게살해당한후개가한어머니를따라가박실의정씨마을에서자랐다.그곳에서그는‘데려온자식’으로서많은차별을받으며성장하게된다.또한열여섯의나이에근로정신대에끌려가1년간강제노역을하다목숨을걸고탈출하기도했다.그런가운데서도이소선은‘사람대접을해달라’며,현실에굴하지않고놀라울만큼당당하게기존질서에항의하는아이였다.자신을차별하는박실사람들에대해서는마을어른을직접찾아가이를시정해달라요구하는가하면,근로정신대에서는일제관리자들의부당한대우에대해따져이를관철시키기도했다.순간적인판단력과기지를이용해목숨을걸고근로정신대를탈출해천신만고끝에집으로돌아오기도했다.때로무용담처럼펼쳐지는흥미진진한이야기들은어릴때부터일관되었던그의거침없는성격과,부당함에대해서는참지않고당당하게따져서고치려했던기질을엿보게한다.
1947년전상수와결혼한이소선은태일,태삼,순옥,순덕네명의자녀를낳고키우게된다.그러나집안사업의부침과예기치않은재해등이번번이그들을거꾸러뜨려,고향을떠난이소선의가족은대구,부산,서울로떠돌며도시빈민으로전락한다.그과정에서가난을헤쳐나가고서로를위하는마음으로살아가던이소선가족들의이야기는때로는가슴이찡하고,때로는무릎을치게하며,때로는웃음이나게만든다.『전태일평전』등을통해서도일부접할수있는일화와사건들을이소선의시각을통해또다른각도에서만날수있다.
‘인간차별이라면지긋지긋하다’고이소선은평생말하곤했다고한다.이책에담긴다채로운이야기들을통해독자는전태일분신사건이전부터이후까지,차별과인간소외에대한저항정신이이소선의평생을관통하는핵심사상이었음을발견하게된다.이는전태일뿐만아니라이후어머니와같이노동운동에뛰어들었던전태삼,전순옥을비롯한자녀들,또그와함께했던노동자시민들에게도그대로이어졌다고할수있다.
한국민주노조운동과민주화의역사와함께한생애
이소선의삶을따라가며읽는일은대한민국민주노조운동의역사를읽는일과도다르지않다.1970년,이소선과삼동회멤버들(전태일의친구들)이전태일의뜻을이어천신만고끝에세워낸청계피복노동조합은한국현대노동운동의본격적인출발점이자가장중요한줄기중하나였으며,70년대의몇안되는민주노조의하나였다.청계피복노조가겪은탄압과실패,성공과승리의역사는이땅의노동조합이라는존재가걸어온역사그자체이기도하다.설립조차쉽지않았던청계노조는그후로임금인상과노동시간단축의쟁취,내부분열,강제해산,복구,합법노조인정등굽이치는과정을거치게된다.이는전태일이죽음으로써일으킨불씨를친구들과어머니이소선이살려낸것이었다.위태롭게,그러나꺼지지않고살아남은이작은민주노조의불꽃을80년에들어선전두환군부정권은강제해산이라는명목으로짓밟아버린다.하지만꺼진듯했던그불씨속에서청계피복노조는84년복구되어다시민주노조운동의불을밝힌다.이것이1985년최초의기업별노조간연대파업인구로동맹파업으로이어졌고,마침내87년노동자대투쟁으로비약적인발전을이루게된다.노동자대투쟁은전노협과업종노조를통한전국적인조직으로연결되었고,이것이민주노총의탄생과같은결실을낳는데에이르렀던것이다.그험난했던과정에서이소선은늘그투쟁의당사자일원으로현장에직접참여했던것은물론이고헌옷을팔아번돈으로노조의활동비를대고,운동가들이먹을밥을짓는등힘든일을도맡으며노동자들을물심양면으로뒷받침하는정신적지주였다.
1990년대이후의외환위기와신자유주의물결속에서정리해고와비정규직으로노동자들의삶이무너져가는현실에서도노년의이소선은누구보다도가슴아파했고,원로로서할수있는활동을적극적으로하면서집회에나가노동자들을격려하고위로하는일에여념이없었다.2011년,마지막눈을감던날까지그는노동자가하나되어투쟁함으로써사람답게살수있게되는세상을위해불철주야온힘과마음을기울였다.민주사회의건설없이는제대로된노동자의삶도불가능하다는인식하에민주화운동또한적극적으로해나갔다.독재정권하에서늘어가는열사와희생자들의가족들을모아유가협(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을창립해활동하기도했다.이런과정에서그가수십여년간그가교류하며힘을합치고마음을나누어온사람들가운데는문익환목사,이희호여사처럼저명한인물들도있는가하면그들만큼이름이알려지지않았지만역사의당사자들로서누구못지않게힘껏고민하고,싸우고,실천했던,어린여성노동자들을포함한수많은사람들이있었다.『노동자의어머니-이소선평전』에는이소선의행보에함께했던그들의면면이하나하나씨실날실처럼촘촘히그려져있다.그면면들은곧노동운동과민주화운동에헌신했던이들의만인보와도같다.
구술과기록을바탕으로한생생한초상
―청계노조운동의한가운데서이소선과함께했던저자민종덕
이소선의모든연설은즉석연설이다.이즉석연설이야말로가장이소선다운연설이었다.
“여러분!여러분이전태일입니다.내아들전태일이라고특별한사람이아닙니다.여러분이전태일,전태일하고외치니까전태일입니다.여러분이없다면무슨전태일이있겠습니까?자신의권리를찾고모든노동자들이인간답게살게하기위해외치는사람모두가전태일입니다.”
박수와함성이터져나온다.이소선의연설은꾸미거나정제되거나한것이아니라평소그냥말하듯자연스러웠다.그래서때로는길어지기도해행사진행자가진땀을빼는경우도있지만언제나진솔한얘기였다.권력자들을향한거침없는욕설도있다.
검사의심문이이어졌다.
“피고,피고가근로자들을배후에서조종하면근로자들이임금인상을요구해사회불안이현저하게야기되는데,이틈을이용해북괴가내려온다면어떻게하겠는가?”
이소선은또다시울화통이터졌다.
“배고파서임금인상을해달라고하는데이북하고무슨상관이냐!”
이소선이소리를지르니재판이중단되었다.(…)
“판사나검사나다똑같은놈이구먼,판사라고해서검사와는다른점이있는줄알았더니오히려한술더뜨네!재판장이나검사가먼저뒈져야우리가살수있지안그러면우리가정말로다죽겠다.”
『노동자의어머니-이소선평전』은1990년회갑기념으로냈던이소선의구술회상록『어머니의길』을바탕으로,당시이소선으로부터구술을받아정리했던전청계노조위원장민종덕이이후의행적을추가하고기존의내용도대폭보완하여새롭게집필한책이다.
1974년,이십대초반의청년이었던민종덕은당시전태일의일기를읽고충격과감화를받아직접쌍문동으로이소선을찾아갔다.그때부터그는청계피복노조의일원으로서노동자의더나은삶을실현하기위해운동에매진했고,노조대의원,사무장,지부장등의직책을두루맡으며활발하게활동했다.그과정에서이소선이부당하게구속을당했을때는격렬한항의농성과투신으로항의하기도했고,강제해산되었던청계노조를복구하는데앞장서기도했으며,87년에는이소선과함께수배생활을헤쳐나가기도했다.이렇듯가까운거리에서각별하게교류하고보필하고지켜본사이였기에,이소선의삶에펼쳐졌던다양한고비와국면을이책을통해더욱더생생하게그려낼수있었다.책의마지막부분에실려있는,가상대화형식으로그려져있는‘에필로그’또한이소선이타계하였을때민종덕이염습장면을직접지켜보며적었던기록을옮긴것이다.
민종덕은이소선으로부터직접듣고정리했던구술의내용과,오랜시간곁에서함께노동운동을해나가며경험했던기억,그리고접근하기어려운다양한기록자료들을망라하여이책을쓰는데활용했다.사실관계는다시금확인하고빠진내용을보완하여청계피복노동조합의역사,나아가한국노동운동과민주화운동의역사와함께한이소선의한평생을총체적이고도입체적으로정리해냈다.국면마다당시의상황과역사적의의도짚어냈다.그는이책의집필이이소선어머니와의오랜‘약속’이기도했다고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