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서평
독일인들이다른민족보다더전쟁을좋아했더란말인가?
나로서는그렇게말하고싶지않다……
그렇다면독일제국은대체왜몰락했는가?
책의특징
■‘전쟁제국’의탄생-완충지대에서화약고로
거대한전망을바탕으로역사와세계를거시적으로읽어내고압축하는데탁월했던하프너는독일제국건설이전까지거슬러올라가‘독일제국의팽창과몰락’의비밀을파헤친다.하프너에따르면,제국의건설자인비스마르크는결코‘전쟁제국’을의도하지않았다.비스마르크가바란것은세계를지배하는거대제국이아니라,그저‘...
독일인들이다른민족보다더전쟁을좋아했더란말인가?
나로서는그렇게말하고싶지않다……
그렇다면독일제국은대체왜몰락했는가?
책의특징
■‘전쟁제국’의탄생-완충지대에서화약고로
거대한전망을바탕으로역사와세계를거시적으로읽어내고압축하는데탁월했던하프너는독일제국건설이전까지거슬러올라가‘독일제국의팽창과몰락’의비밀을파헤친다.하프너에따르면,제국의건설자인비스마르크는결코‘전쟁제국’을의도하지않았다.비스마르크가바란것은세계를지배하는거대제국이아니라,그저‘작은도이칠란트’였다.즉,신성로마제국의해체로인해,오스트리아와프로이센이라는두강대국을위시해수많은왕국과작은국가와자유도시들로분열된상황에서,‘골치아픈다민족국가오스트리아’마저배제하고독일민족만의작은통일국가를세우는것이비스마르크의애초계획이었고,실제로결과도그러했다는것이다.그러나아이러니하게도,비스마르크의의도와달리독일제국은건설당시부터전쟁제국의씨앗을품고있었다고또한하프너는분석한다.
제국이거의처음부터스스로의파괴를추구한것처럼보인다는점이바로이역사에서무시무시한요소다.점점커지면서점점더예측할수없게되는제국의권력행사와더불어,제국은스스로적들을창조했다.제국은이적들에부딪쳐부서졌고,적들사이에서둘로나뉘었다.
_19~20쪽(들어가는말)
하프너는그원인을우선은지정학적인위치에서찾는다.독일제국은처음부터다른강대국들에둘러싸인채,마치적들에게꼼짝없이포위당한듯한형국으로탄생한다.서쪽으로는프랑스와영국,남쪽과남동쪽에는아직강대국이던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동쪽에는강력한러시아가버티고있었다.어디로도진출할공간이없는상황에서“도이치제국은이제야비로소큰나라가되었고,당연히더커져야겠다는큰나라의본능도함께생겨났다.이본능은말하자면강대국으로자라나는요람안에이미들어있었던셈이다.”(본문18쪽)
게다가독일제국은그들자신에게는‘작은도이칠란트’였지만,주변강대국들에게는거대한위협이었다.주변국가들은자신들이독일제국보다약하다고느꼈기때문에끊임없이연합을맺고동맹을찾으려고애썼다.실제로독일제국은“유럽의다른어떤강대국보다군사적으로는아마도더욱강력했다.하지만제국을둘러싼강대국들의그어떤연합보다도당연히더약했다.”그리하여이신생제국에게연합은늘두려운존재였다.그들은연합의탄생을방해하기위해,적들의동맹에서한나라라도떼어내기위해사력을다했다.이당시에는전쟁이“궁극적이성(理性)의일,곧가장진지한최종정책수단”이었기에,오랫동안완충지대역할을했던이땅이화약고가되는것은시간문제일수밖에없었다.
■화약고에불을당긴민족주의
독일제국의지정학적인위치나,전쟁도불사하는제국주의의속성외에빼놓을수없는요소가하나더있다.바로민족주의다.물론민족주의는어느날별안간생겨나지않았다.하프너는초기민족주의운동에이미뒷날나치즘의전조가되는울림들이담겨있었다고말한다.끔찍한자만심과자기숭배,독일민족이현실적이고참된유럽최고민족이라는생각은이미오래전부터뿌리내린것이었다.예컨대작가하인리히폰클라이스트(1777~1811)는민족주의를바탕으로한끔찍한미움을담아일찍이이렇게일갈했다.“놈들을때려죽여라!세계법정은너희에게그원인을묻지않으리.”(본문27~28쪽)
그리고1890년,비스마르크가퇴임하고빌헬름2세황제시대가시작되면서독일인들의내면에잠재되어있던민족주의가꿈틀대기시작한다.
비스마르크가물러난다음에일종의‘대국(大國)감정’같은것이생겨났다.빌헬름황제시대에매우많은도이치사람들이,그것도가능한모든계층출신사람들이갑자기원대한민족적전망,민족적목적을눈앞에그렸다.“우리는세계적강대국이된다,우리는전세계로퍼져나간다,도이칠란트가전세계의앞장에선다!”는전망이었다.동시에그들의애국심은이전과는다른성격이되었다.이시기도이치사람들을고무한‘민족주의’는이제스스로아주특별한존재,미래의강대국이라는느낌이라기보다는오히려의식이었다.
_90쪽(황제시대)
독일제국은민족주의를동력삼아파멸을향해치닫는다.승전보만들려오던1차대전에서패하자대중들사이에는어처구니없는낭설이퍼진다.즉1차대전패배는전방에서의군사적인패배가아니라후방에서평화주의캠페인을통해군의사기를떨어뜨려서나온것이라는전설,이른바‘배후에서단도휘두르기’전설이창궐한것이다.이낭설을철석같이믿었던인물중에는아돌프히틀러도있었다.히틀러는1차대전패전과그로인한독일혁명과바이마르공화국의출범이라는혼란속에서,정치가가되기로결심한다.
도이치제국의역사가그렇게흘러갔다는것,그마지막가장성큼성큼걷던시대에오스트리아사람이[=히틀러]총리로재임했다는것,이마지막제국총리가비스마르크의작은도이칠란트를곧바로큰도이칠란트로만들고,이큰도이칠란트는곧바로비스마르크가철저히반대한공격적인확장정책을추진했다는것,그리고이모든것이비스마르크의작은도이칠란트에서는한번도,심지어1870년에도맛보지못한열광적인분위기에서이루어졌다는점을잘생각해본다면―거의이렇게말하고싶어진다.비스마르크의최고승리가자신의실패의뿌리를포함하고있었다고,도이치제국의건설은이미그붕괴의씨앗을포함하고있었다고말이다.
_50쪽(도이치제국의성립)
■전쟁제국의종말과분단
이처럼독일제국은처음부터파멸의맹아를품고있었지만,씨앗에물을주고영양을공급한것은사람이다.이책에서하프너는독일민족이몰락의길을걷는동안,사람들이각자제위치에서어떻게잘못움직였는지냉철한시각으로바라본다.독일인들은위에서부터아래까지,정도의차이는있을지언정모두다끊임없이오판했다.민족의생존을위해주변강대국의동맹을찢어놓으려고분투했지만,그러면그럴수록고립되었다.군지휘부는전쟁의결정적인국면마다전략을잘못잡았다.한편국민들은양차대전의패색을너무늦게알아차렸고,히틀러를민족의구원자로오인하는결정적인실수를저질렀다.
독일인들의실책을서술하는하프너의시선은냉철하다못해냉소적이다.예컨대1차대전의무제한잠수함작전을하프너는이렇게평가한다.“도이치전함들은전쟁의원인에는아주많이기여했건만,실제전쟁에서는거의제역할을하지못했다.배들은항구에정박해있다가이따금씩만북해로진출해서,고작영국인들을화나게하는정도였다.(……)이‘무제한’잠수함전쟁은,단순히실패했을뿐만아니라,장기적으로는영국과프랑스를매우강력하게만들어서도이치제국의모든승리의전망을,심지어는탈진해서나오는평화조약에대한전망조차도사라지게만들었다.바로미국의참전을불러들인것이다.”(본문123~124쪽)
사민당을비롯한좌파와자유자의자들도비판의화살을피해가지는못한다.예컨대사민당은장기간최대정당이었으나결정적인순간에늘주저하고후퇴하고무용한복마전에걸려들고간계를꾸민다.예컨대사민당당수프리드리히에버트는악명높은국방장관노스케와손을잡고사회주의혁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