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울음 (한시, 폐부에서 나와 폐부를 울리다)

시인의 울음 (한시, 폐부에서 나와 폐부를 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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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인생의 굴곡에서, 사회의 격변기에서 아픔을 노래한 중국의 옛 시인들!
“겨자씨 같은 詩 한 편에 수미산의 아픔이 들고도 남음이 있네!” 이 세상에 뜻대로만 되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순조롭기만 한 삶이 얼마나 되겠는가. 아픔이 시와 노래로 지어지면 왜 읽는 사람조차 가슴이 시릴까? 이들의 노래는 왜 천년 가까운 세월을 두고 사람들의 가슴을 저리게 하며 내 마음, 내 노래처럼 울릴까? 『시인의 울음』은 시대의 아픔을 노래한 중국의 옛 시인들의 작품을 통해 인생의 굴곡에서, 사회의 격변기에서 울림의 언어로 사람들을 위로한 시인들의 작품을 살펴본다.
저자

안희진

저자안희진安熙珍은단국대학교중국어과교수.
“어려서조부에게천자문을배운게평생공부가됐다.한문에익숙했던나는고등학교를마치고서예를공부했다.이모든것은내게중국에대한엄청난동경을갖게했다.군대를다녀온뒤들어간단국대학교인문대학중문과를1986년에졸업했다.그해홍콩으로건너가주해대학에서중국문학석사,1990년에는대륙으로들어가북경어언대학에서수학,1992년부터4년동안북경대학에서연수를거쳐박사과정의공부를했다.소동파의시에배어있는예술적아름다움을분석하고파악하는것으로논문을썼다.1996년귀국한나는3년뒤모교인단국대학중문과에임용됐다.강의로는고전문학이나컴퓨터로하는중국어처리등을가르친다.그동안쓴책중『장자21세기와소통하다』와『소동파에게시를묻다』가문화관광부의우수도서로선정됐다.이책들을쓰던2006년에는미국오레곤대학방문학자로있었다.이때미국을자전거로종주하면서자전거여행이일상이됐다.지금도매일자전거로출퇴근하는나는스스로나비를꿈꾸는장자莊子라고여긴다.또진가태극권에능숙하고중국홍군紅軍이부르던혁명가를잘부른다.”

목차

서문

1부시인의노래


살아있으므로운다
시란울음이다
좋은시에는맛이있다
유아지경의시를그리다
이백,“그대와천만시름잊고싶어라”
이백,“이세상산다는게뜻같지않네”
두보,“다시핀봄꽃보니눈물흐르고”
설도,“꽃잎은하루하루바람에지고”
백거이,“우린모두이세상떠도는신세”
백거이,“반쯤취해누워서옛얘기하세”
어현기,“그대향한그리움은강물흐르듯”
이욱,“꽃잎떠흐르는강봄도떠간다”
송휘종,“꿈결에놀라깨어한숨을쉰다”
이청조,“그누가진꽃잎쳐다나보랴”
감정이잦아든시가지어지다

2부어부의노래

소식,“지팡이기대어듣는강의물소리”
소식,“이세상어느곳에꽃이없으랴”
도연명,“울밑에서국화따다”
무아지경으로자연을낚아채다
맹호연,“맑은강달빛이내게내린다”
왕유,“가만히앉아서구름을본다”
하나됨속에서주옥같은시가나온다
어부,하나된삶을노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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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중국최고시인이남긴울림의언어,위로의언어들

가을은시인의계절이다.떨어지는낙엽은화살처럼빨리지나간1년의시간을반추케한다.중국의옛시인들도유독가을달,가을국화,가을하늘의기러기를노래한이들이많았다.당나라시인두목은「산행」이라는시에서“잠시서서감상하는단풍나무숲(停車坐愛楓林?),물든잎은봄꽃보다아름답구나(霜葉紅於二月花)”라고읊는다.가을경치속에몰입한시인은서리에물든단풍잎이봄꽃보다아름답다는사실을문득깨달았다.시인의이한마디는오래도록사람들에게잊히지않는명구가됐다.“상엽홍어이월화.”(霜葉紅於二月花)줄곧나이든사람의아름다움을표현하는말로쓰인것이다.시인들이남긴말은오랜세월을두고사람들의가슴을저리게하며내마음,내노래처럼울렸다.왜그럴까?
시(詩)란아름다운‘울음’이기때문이다.‘울음’이란슬퍼서우는것과가슴을울리는것을모두포함하는중의적인단어다.당나라의문장가한유는이렇게말한다.“모든사물은균형을잃으면운다.”한유의이말은중국문학에서‘불평즉명’(不平則鳴)이라는성어가됐다.사람은감정이물결치면운다.허무해서울고,서러워서운다.그리워서울고,외로워서운다.시인은우는사람이다.기뻐서도울고,슬퍼서도운다.시인은그울음을아름다운언어와노랫말에실어문자로남긴사람들이다.음악인은노래나악기로울고,화가는그림으로운다.영화인은영화로,소설가는소설로운다.모든문학과예술인은우는사람들이다.운다는것은모든살아있는생명의‘울림’이다.살아있으므로운다.그리고우리는그시를읽으며공명(共鳴)한다.
비록과거의사람들,과거의울림이지만신산한삶을사는현대인에게도똑같이공명하는울림이다.“칼을들어끊어도흐르는강물(抽刀斷水水更流),술잔들어달래도더하는시름(擧杯消愁愁更愁)”이라는이백의시구를읽으며시름겨운우리삶을떠올린다.이백처럼우리도“이세상산다는게뜻같지않다.”(人生在世不稱意)
굴원이멱라강에서쓸쓸히「이소」를노래하고어부와대화하던그시절부터두고두고사람들을울린중국최고의시인들과그들의작품을이책에서소개한다.이백,두보,설도,육유,백거이,어현기,이욱,이청조,소식,도연명,맹호연,왕유등이그들이다.

소리내어읽는중국옛시의맛과멋

한시(漢詩)는중국의옛시다.언어가다른현대한국인이한시를소리내어읽기도어렵거니와,설사읽는다해도그맛과멋을알기엔어려운장르일수밖에없다.우리말로번역해도어렵기는마찬가지.그래서인지,이제껏‘한시’는시어가주는감각적인표현보다는역사적사실을다룬전고(典故)와그것이담고있는의미에집중했다.그런데이책은중국의옛시를소리내어읽게만든다.저자안희진교수는중국의옛시를우리말로맛깔나게녹여냈다.현대시만큼이나새롭고감각적이다.
고운손,
황등술,
온마을에봄오는버드나무담.
봄바람,
헛사랑,
시름가득몇해인가이별의슬픔.
틀,렸,네. -육유,「채두봉」중에서

“틀,렸,네.”의한시원문은섞일착(錯)자가세번적혀있다.착착착(錯錯錯).이세글자가우리말로번역되면“틀,렸,네.”다.이제껏한시번역에서는보지못한감각적인번역이다.

나를두고가버린지나간세월
남은것은내마음휘젓는오늘.
아득한가을바람기러기난다
풍경을마주하고술잔을들자. -이백,「선주의사조루에서교서이운을전별하다」중에서

이백의시는한국독자들에게도익히알려진작품들이많지만,우리말의운율까지맞추어읽으면이처럼신선하다.기러기가날아가는쓸쓸한가을하늘이떠오르는시한편이다.

유아지경에서무아지경으로,시인의노래에서어부의노래로


청나라말기의학자왕국유는,“시에는유아지경(有我之境)이있고무아지경(無我之境)이있다”고말한다.이두용어를곧바로번역하면‘내가있는정경’과‘내가없는정경’이다.즉,‘유아지경’은시에시인의감정이배어있는정경이고,‘무아지경’은시인의감정이안보이는정경이다.왕국유의이말을기준으로중국의시를살펴보면,중국의옛시는크게유아지경의시에서무아지경의시로유행이바뀌었다.물론유아지경의시와무아지경의시를동시에구사한소식과같은시인도있지만대체로중국의옛시는유아지경에서무아지경으로넘어왔다.
“눈물진채물어도꽃은말없고(淚眼問花花不語),그네위로날리네,지는저꽃잎(亂紅飛過?韆去)”이라고읊은구양수의시「접련화」(蝶戀花)는왕국유의기준으로보면유아지경의시이다.시어속에눈물을흘리며꽃을바라보는시인이고스란히보인다.
“잔잔히이는물결(寒波澹澹起),유유히내리는새(白鳥悠悠下).”
금나라시인원호문이읊은「영정에서작별하다」의한구절이다.시인은친구를두고떠나는길이아쉬워강가에말을매고함께앉았다.한잔술을들고얘기를나누며주변의경치를본다.시인이바라본이경치속에시인의심경이녹아있다.무심하게시인의눈에들어온정경.이는사실시인이자신의심경과같은정경을포착한것이다.이것이무아지경의시이다.또있다.무아지경의가장대표적인시.바로도연명의「음주」(飮酒).
“울밑에서국화따다(採菊東籬下),우두커니남산보네(悠然見南山).”
굴원이후대부분의시들은인생의무상함이나삶의고단함,사회적좌절등을그렸고,이별의슬픔,사랑의갈망,소외의시름등감정을표출한유아지경의시를써왔다.그러나그렇지않은시가있었던것이다.강엄이나사공도,원호문의시같은것은잔잔하기그지없다.감정의물결이잦아든것이다.잦아들어마치무미한것처럼보인다.세상을보는눈이담백해서시인에게감정이없는듯하다.사실가만히보면감정이없는게아니라정경속에녹아버린것이다.이는아마시인자신의내적조화로움에서출발하는시선일것이다.이런노래는왕국유의말대로‘무아지경’이라는시적경지를열어보인다.
이책에서는유아지경의시를‘1부시인의노래’에서다루고,무아지경의시를‘2부어부의노래’에서다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