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헌,음악사의베일을낱낱이벗기다!
“그냥받아적기만해도책이된다.”음악평론가강헌의입담을두고그간뭇사람들이해온말이다.호는의박意薄,자는산만散漫이라는그는20여년이지나서야‘첫’책을출간한다.음악사를통해역사와예술의이면을읽는『전복과반전의순간Vol.1』은강헌이책을냈다는사실만으로도뜨거운호응을얻었고,출판사에는2권에대한문의가쏟아졌다.그리고마침내,『전복과반전의순간Vol.2』가출간되었다.
‘전복과반전의순간’시리즈는‘강헌이주목한음악사의역사적장면들’이라는부제가말해주듯,기나긴인류의음악사속에서시대와지역,장르를넘어어떤특수한음악적현상이이끌어내는특별한역사적장면을주목하는책이다.이번에출간하는『전복과반전의순간Vol.2』는제국주의의열풍속에활동한‘러시아5인조’와‘조선음악가동맹’,1980년대자본주의의폭발과함께성장한주류와비주류음악,엘리트주의를극복하고위대한변혁을이룬신빈악파와비밥,오페라로시작하여성공적인대중예술로안착한뮤지컬을다룬다.참고로『전복과반전의순간Vol.1』에서는20세기초중반미국의재즈와로큰롤,한국의통기타음악과그룹사운드,프랑스혁명전후로활동한모차르트와베토벤,일제강점기과해방무렵의우리대중음악에관해이야기했다.독자는이책을통해음악평론가강헌과함께시공간을오가며,음악을통해문화사전반을읽어내는즐거움을누릴수있을것이다.
“『전복과반전의순간』시리즈는쉬운글로예술에대한환상과거품을걷어내고예술가의민낯을낱낱이밝히고자한책이다.그리하여한사람의인간인예술가를통찰하고대중음악·클래식·한국음악으로구분된장르를해체하여그경계를극복하고자한다.”
1980년대한국대학가에친일파의노래가널리퍼진이유는?
경기도화성출신인조용필이부산의아들이된까닭은?
너바나의음악은섹스피스톨스에빚을졌다?
클래식의신빈악파와재즈의비밥이음악적으로내통했다?
뮤지컬영화는돈이없어서만들었다?
뮤지컬《레미제라블》의러닝타임은원래다섯시간이었다?
.
.
.
대중음악사의현장과예술가의삶을가로지르는독창적인문화사
음악은듣는이의의지와관계없이의식과무의식에깊은흔적을남긴다는점에서엄청난파괴력을지닌다.어떤순간,어떤공간에도존재하기에마치레이저에포착되지않는적기敵機처럼인간사에침투한다.따라서한시대의음악을이해하는일은당대사람들의정치적·경제적·문화적의식과무의식을분석하는것과같다.강헌이음악과음악가를통해사회와역사,당대의시대정신을관통하는이유가여기에있다.
강헌은대중문화가지금깊은터널의한복판을지나고있다고말한다.문화콘텐츠가넘쳐나는시대에무슨소리인가.그것은예술콘텐츠의양적팽창이질적성장을담보하지못하는시대에살고있다는의미다.소수의메이저기획사가시장을좌지우지하고천편일률적인장르문법이승자독식의폭력을행사하는시대라는말이다.지금은음악을비롯해문화전반에걸쳐자본주의와신자유주의의부정성이극대화된시기다.그러나불과30여년만거슬러올라가면,음악가들이저마다개성을꽃피우면서다채로운음악을만들고이로인해수용자들의음악적감수성이풍요롭게다변화된시기가있었다.음악은,나아가문화는다양성을확보할때에만그생명력을지속할수있다.서로다른구성원과여러가지장르가상생적조화를이루고건강하게공존해야만우리사회는미래를담보할수있다.
또다른전복과반전의음악이필요한때다.장르를해체하고경계를극복하는,새로운음악사가쓰여야한다.강헌은음악사의역사적장면을통해예술가의내면을들여다봄으로써과거의시대정신과오늘우리에게주어진과제를읽어내고자한다.음악사의전복과반전이어떤동기와역학으로일어나는지,그것이어떻게정치경제적요소와의상호작용을이끌어내는지보여주고자한다.이로써지배계급중심의획일적인문화와전체주의적인역사를넘어서고자한다.강헌은‘전복과반전의순간’을통해대중문화가오랜침체기를지나다시도약하기를바란다.이제,음악을매개로강헌이누빈역사와문화변혁의현장에서예술가의민낯과시대적장면을마주해보자.
1장의제목은‘민족음악을향한멀고도험한길’이다.여기서는19세기후반러시아와해방전후한국에서살아간‘러시아5인조’와‘조선음악가동맹’을주목한다.이들을통해‘중심에대한주변의문제의식’과서구적근대에대한궁극적답변인‘민족음악운동’을묶어,주변부에서이루어진장렬한음악철학적독립선언을살펴본다.2장은‘주류와비주류의행복한이인삼각’이라는주제로자본주의와시장경쟁체제가폭발적으로성장한1980년대미국과한국의음악을다룬다.마이클잭슨과U2,조용필과들국화로요약되는1980년대는주류와비주류의음악이나란히성장하며시장의카리스마,언더그라운드의신화가공존한영광스러운시대였다.3장은‘엘리트주의의위대한반역’이다.19세기후반혁명이실패한유럽에서신빈악파는지배질서를거부하는새로운음악을창조하고자했으며,1930년대흑인재즈음악가들은백인과투쟁하며재즈본연의자유로운흑인정신을되찾고자했다.3장에서는신빈악파와비밥의미학적혁신을통해음악사에새겨진가장지성적인혁명의순간을만날수있다.마지막4장의제목은‘음악열등국가가만들어낸최후의무대콘텐츠,뮤지컬’이다.뮤지컬은17세기지배계급의오페라를받아들이는동시에이에저항하며출현했다.오페라의영광을찬탈한브로드웨이와웨스트엔드의뮤지컬은그출발은늦었으나인류예술사의수많은최선의성과를포섭하고축적해온결과물로서대중에게큰호응을얻었다.뮤지컬은가장순조로운반전의명예혁명을일으키며자신의영역을구축한예술장르다.
“우리는우리의중심이다”
1장(민족음악을향한멀고도험한길-‘러시아5인조’와‘조선음악가동맹’)의배경은제국주의와함께서구중심주의열풍이불어닥친19세기후반러시아와해방전후의한국이다.‘러시아5인조’를대표하는무소르키스키와‘조선음악가동맹’의리더인김순남은이른바제1세계서구유럽의관점에서그들을주변인으로낙인찍는서구중심주의자들의관점에동의하지않았다.
러시아5인조의음악을관통하는주제는민족주의였다.루빈스타인형제,차이코프스키와같은음악가들이음악의종주국이었던독일과이탈리아등유럽음악을흉내낼때이들은러시아민요와전통에주목하며“우리는우리의중심”이라고목소리를높였다.
한편,해방무렵한반도에는미군이해방군이아닌점령군자격으로상륙했고반공정책을기치로내세웠다.친일·친미세력을비롯하여제국주의에순응한음악가진영이세력을키우는동안조선음악가동맹은음악에서기교나기술보다는민중과함께하는호흡을중시하며그깊이를더해갔다.특히김순남의〈해방의노래〉는전통음악적요소를창조적으로재해석하려한노력과고민이담긴곡이다.그는〈인민항쟁가〉로남북한전체에서최고의스타작곡가로부상했으며,동시에이노래로인해미군정의확실한표적이되었다.그리고조선음악가동맹에서눈에띄는또한사람은안기영이다.미국유학파인그는,같은유학파인홍난파와달리서양음악에경도되기보다는우리음악을찾고자했다.특히우리민요를채집하는데집중했다.60여년전러시아5인조가그랬던것처럼말이다.그성과가〈그리운강남〉같은곡이다.그냥듣기에는우리민요같이익숙한데,우리나라의전통적평조음계를서양의온음계로옮겼다는점이놀랍다.곡의형태는서양음악이나음계적특성은토착정서에따른매우창의적인곡이라할수있다.
러시아5인조와조선음악가동맹은제국주의를극복하고자기정체성을지닌새로운음악사를쓰려했다.그러나불멸이된러시아5인조와달리,조선음악가동맹은한반도현대사의격랑속에실종되는비극적최후를맞았다.
“빛이강하면그림자도짙다”
2장(주류와비주류의행복한이인삼각-시장의카리스마,언더그라운드의신화)은자본주의와시장경쟁체제가폭발적으로성장한1980년대의이야기다.한국은군사독재와자본주의에맞선이들의투쟁과혁명의시대였다.그들은낮에는열심히투쟁가를불렀고,저녁에는술집에서한국대중음악을흥얼거렸다.낮과밤의문화가극단적으로갈라지던시대,그시대의음악이어떤의미인지는자본주의의맨얼굴을보여주는이한마디로이해할수있다.“빛이강하면그림자도짙다.”
어떤문화가정의롭다고해서,진정하다고해서그문화가일방적으로다른모든문화를무찌르고우월해지는시대를,우리는경계해야한다.그것은파시즘의또다른얼굴이다.1980년대한국에는우리대중음악의기준을만든슈퍼스타조용필도있었지만,조선음악가동맹이후로사라진비주류음악문화의참호또한이시기에구축되었다.첫번째는동아기획군단으로상징되는‘뮤지션십’진영으로들국화와조동진,장필순,시인과촌장,김현식등이며,두번째는스쿨밴드로대표되는메탈그룹시나위,백두산,부활,블랙홀등이다.세번째는대학가의노래패로,이진영의대표곡은김종률의〈임을위한행진곡〉이다.김민기와노찾사,새벽등한국언더그라운드노래운동의대표자들이이그룹에속한다.
한편미국에서는MTV와CD가시장의판도를바꾸면서듣는음악의시대가저물고보는음악의시대로접어들었다.마이클잭슨은전세계를‘순간정지’시킨것과같은충격으로다가갔고,폭발적인판매고를기록하며레이거노믹스를상징하는인물이된다.뒤이은마돈나역시미래지향적이고공격적인섹스어필로주류의한복판에선다.이와같이주류시장의거품이비대하게부풀어오를즈음나타난새로운비주류가있다.너바나의커트코베인이다.그는1970년대펑크장르를대표하는섹스피스톨스,얼터너티브의원조격인U2와R.E.M.으로부터영향을받았다.커트코베인은기존의질서를부정하는비주류음악가로서,기성세대에반감을지닌젊은이들을매료시킨다.
시장경쟁체제는문화를병들게도하지만,다양성을담보한시장확장은예술의스펙트럼을넓힌다.마이클잭슨과U2,조용필과들국화로요약할수있는1980년대는주류진영의제국주의적영토확장과비주류진영의극적다양화가환각적으로펼쳐졌던시대다.즉주류와비주류간의상생적조화가얼마나놀라운음악적풍요로움을만들어내는지보여준,다시없는공존의시대였다.
오선지위의혁명을꿈꾸다
3장(엘리트주의의위대한반역-신빈악파와비밥의미학적혁신)은19세기후반의신빈악파와1930년대의비밥에관한이야기다.1848년유럽에서부르주아계급이권력을장악하고,프롤레타리아계급은잔인하게탄압당했다.혁명이실패하면서유럽의예술가들은좌절과방황,혼돈속에서미래와시대에대한방향성을상실했다.클로드드뷔시,모리스라벨,이고르스트라빈스키,쇤베르크,알반베르크,다리우스미요….신빈악파는이러한몰락을기만하거나은폐하거나왜곡하지않았다.이들은시대가봉착한위기와고난을직시하고자했으며,그것을뛰어넘는예술적·미학적질서를새로이창조해야한다고생각했다.스트라빈스키는원시주의의창시자로서《봄의제전》이라는폭탄을던졌고,쇤베르크는무조성주의자혹은전음계주의자로서모든음을해방시키고자했다.이들은부르주아의위선적이고기만적인세계관에서벗어나고자하는몸부림을음악으로표현했다.
그로부터40여년후,미국에서는흑인민권운동이벌어지고있었다.1930년대에‘스윙’은대공황을견디게하는오락이자위안의음악으로부상하면서미국의주류장르가되는데,흑인이만들고흑인이연주한이음악을클럽에서즐길수있는건백인뿐이었다.게다가스윙이주류음악이되자백인은이음악을흑인에게서빼앗았다.하지만백인스윙밴드들은주로빅밴드형태로활동하는탓에즉흥연주가불가능했다.재즈의본질인‘자유로움’이사라진것이다.체계적인음악과약속된연주.“이건재즈가아니잖아!”흑인은즉흥연주를통해재즈본연의흑인정신으로돌아가고자했다.바로그순간에만존재하는단하나의음악,그것이비밥이었다.흑인은백인의폭력적인지배질서가끝났음을자신들의음악혁명을통해증명했다.그리고이는1960년대모든아프리칸아메리칸에게스스로일어나싸워야한다는강력한메시지를주었다.
3장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