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반세기페미니즘의쟁점을망라한
좌파페미니스트낸시프레이저의역저
정치철학비판이론가낸시프레이저가25년동안사회주의페미니스트로서실시간으로펼친다양한논의를한데엮은비평집.1970년대이후로페미니즘에서문제가되어온뜨거운쟁점들이망라된가운데‘분배-인정-대표’프레임등낸시프레이저가내놓은탁월한분석과제안들이각장마다촘촘히실려있다.더올바른젠더정의,더강력한페미니즘을꿈꾸고고민하는이시대모든페미니스트,모든"진보"들이일독해야할책이다.
사회주의페미니스트낸시프레이저의본격페미니즘이론서
낸시프레이저는페미니스트정치철학자이자비판이론가다.인류의진보와여성해방을외치는좌파페미니스트로서한결같은지적활발함을보인그는악셀호네트,주디스버틀러,리처드로티,아이리스매리언영등과의논쟁적대화를통해특유의명쾌한문장과정교한논지를과시해왔다.
1989년공산권몰락이후로사회주의페미니즘자체가‘시대착오적’이라는비판을듣던시절에도굴하지않았던특유의비판적분석은,나날이뚜렷해지는신자유주의붕괴징후와페미니즘의세계적반격앞에서더욱더유의미하게자리매김하는중이다.
그간저서인『지구화시대의정의』를비롯해악셀호네트와나눈논쟁을엮은『분배냐,인정이냐?』등이번역되면서한국에서낸시프레이저는주로정의이론을주창하는정치철학자로서호명되어왔다.2016년에는잡지『말과활』을통해「신자유주의적페미니즘의도래」라는제목의대담이,또논문「자본과돌봄의모순」이『창작과비평』2017년봄호를통해번역소개되기도했다.
이번에출간된『전진하는페미니즘』(원제:FortunesofFeminism)은낸시프레이저의그어떤저서보다도페미니스트로서의면모가본격적으로드러나는책이다.각장을구성하는논문들은그가1985년부터2010년까지제2물결페미니즘의다양한담론장에실시간으로뛰어들어참여한기록이기도하다.각장마다하버마스와푸코를상대로,또는라캉과버틀러를상대로,크리스테바혹은폴라니를상대로낸시프레이저는더포괄적이고도적확한페미니즘이론화를위해분투한다.이한권에담긴25여년동안의전진과정에서단적으로관찰할수있듯,내외적수정보완을멈추지않는프레이저의이론은최근의것은최근에쓰인만큼,오래된것은오래된대로생생한시사점을던진다.그리하여더견고한사회정의론,더궁극적인페미니즘세상을꿈꾸며고민하는모든독자들에게긴요한자극을주고있다.
제2물결페미니즘의역사
―복지국가자본주의와의동맹-파국,신자유주의와의위험한공모
낸시프레이저의페미니즘비평을따라가는과정에서독자는1960년대말부터50여년에걸쳐요동친제2물결페미니즘의흐름을목도하게된다.각각의시대적맥락속에서페미니즘이희구하고쟁취한,혹은포기하거나빼앗긴각종권리,분배,인정,충족,개혁,해방등을오늘날우리가어떻게의미화하는것이옳을지도이로써새롭게보인다.전체를이루는세부는제2물결페미니즘의역사적국면과성취와패배를일목요연하게파악하게해준다.
총3부,10장으로이루어진이책에서제1부가페미니즘운동이젠더부정의와자본주의의남성중심주의에본격대항해급진적사회변혁운동에합류하던시기의논의들이라면,2부에서는신자유주의와공모하는사태까지무릅쓰며‘분배’에서‘인정’의정치로선회하던시기의페미니즘을씁쓸하게조명한다.마지막3부에서는1,2부의한계점을성찰한결과로글로벌경제위기를돌파하고극복해낼급진적페미니즘의부활을전망하고있다.
조금더자세히살펴보면이렇다.서구사회는2차대전후로수정자본주의경제를통해복지국가를내세우며전대미문의번영을누렸지만,그런이상이가능했던건사실젠더,인종,민족,종교차원에서타자들의희생과배제가있었기때문이었다.그리하여1부에서살피는페미니즘은부르주아이성애가족주의를문제삼고자본주의사회의남성중심주의를공격했다.하지만사회민주주의국민국가라는근본적이상자체에의문을제기한건아니었다.낸시프레이저는이지점을이시기의아쉬움으로짚는다.
한편1990년대부터펼쳐진신자유주의와글로벌화대세는역사의물길을완전히바꿔놓아서페미니즘은그때부터‘정체성의정치’로대표되는문화운동을지향하며신자유주의와타협하게된다.프레이저는문화적인정투쟁의의의와성과는긍정하면서도,신자유주의시기에분배정의의문제를완전히놓아버린것은엄청난불행이었음을안타깝게지적한다.여타의‘진보적’운동들과마찬가지로페미니즘역시신자유주의와본의아니게공모해버리게됐다는사실을뼈아프게직시하면서,어떻게해야이여전한남성중심적자본주의사회를근본적으로바꾸는데성공하고,젠더정의를실현할수있을지해답의프레임을내놓는다.
현재초래된극단적양극화시대에이르러낸시프레이저는,일찍이페미니즘이사회민주주의복지국가를비판하며제기했던경제적분배에대한관심과새롭게주류가된문화적인정투쟁의성과를연결시킬정치적개입,즉‘대표’의필요성을주장한다.즉경제적분배,문화적인정,정치적대표로요약되는삼각프레임을구성해야한다는것이다.기존사회주의페미니즘이내세운계급/젠더이중체계론을대체하는이입체적페미니즘정의론은‘분배냐인정이냐’의허구적이분법을피해갈수있으리라는것이프레이저가이책에서내놓는대표적제안이다.이책에는이처럼기성담론의이분법을벗어나내내간과되고있던제3항을찾아내는산뜻한해결책들이몇가지제시된다.
*경제적분배가우선인가,문화적인정이우선인가?
⇒‘경제적분배’―‘문화적인정’―‘정치적대표’가모두충족되어야!
*시장화냐,사회보호냐?
⇒시장―사회보호―해방!
*보편적생계부양자모델이좋을까,동등한돌봄제공자모델이좋을까?
⇒여성,남성모두가‘보편적돌봄제공자’가되어야한다!
글로벌세계에서오늘날남성지배적자본주의에대항할페미니즘의길은?
―1장(1985년)부터10장(2010)까지의개괄
이와같이간략하게살펴본낸시프레이저의담론들은각장에서보다정교하고생생하게표현되고있다.낸시프레이저가챕터별로(즉시기별로)제시하는논지와새로운개념들을요약적으로살피면다음과같다.
1장「비판이론에대한비판」(1985)은전후사회민주주의의대표적인급진비판이론이라할수있는하버마스이론의한계를진단하는논문이다.즉현대사회의비판적분석에유용한틀을제공한하버마스의주장이한편으로는공적·사적재생산이나상징적·물질적재생산,체제통합과사회통합같은분석상의구분을실체로여긴나머지,젠더하위텍스트를간과하고사회질서의남성지배를제대로개념화하지못했음을,그리하여가족문제에관한‘입법화’의정당성과필요성을부정했고따라서여성과아동의권리를확장하려는페미니즘투쟁이문제적이라는결론에이르렀다는문제를짚었다.
2장「욕구를둘러싼투쟁」(1989)은하버마스와푸코등이빠뜨린젠더이슈의범위를재정치화하여중심이었던‘욕구의정치’를페미니즘투쟁과연계하는글이다.‘욕구충족’을다루는통상적복지국가담론에서벗어나‘누가그욕구를해석하는가’에초점을맞추면서새로운민주주의적페미니즘으로의방향전환을꾀했다.욕구에대해객관주의를자처하며규정자역할을하는기존의분배패러다임내헤게모니자체가실은젠더축을포함한권력투쟁속에서담론적으로구성된대상임을지적하고,‘정치적인것’,‘경제적인것’,‘가정적인것’의경계선설정등을문제삼으면서프레이저는욕구의정치화를페미니즘투쟁과연계하고있다.
3장「의존의계보학」(1994)은복지담론에서부정적인키워드로기능해온‘의존’(dependency)이라는용어의정치경제상,젠더역학상용법변천을추적하고있다.전근대에는거의모든사람에게해당되는가치중립적‘종속’개념이었던‘의존’이근대산업사회를거치며식민지주의,남성중심주의에입각해식민지인,원주민,아내처럼‘여성적’인존재,‘일탈적’인‘잉여’집단에게붙는낙인이되는과정을드러냈다.그리하여사회경제적으로의존의남성적반의어인‘독립'(independency)을바람직한것으로여기는오늘날의전제에까지의문을제기한다.
4장「가족임금그다음」(1994)에서는앞챕터의문제의식을이어받아페미니즘에충실한대안적전망을내놓았다.‘남성이여성을먹여살린다’는식의낡은남성가장중심핵가족전제가후-산업사회의현실을완전히왜곡하고있으며,새로운젠더정의를제도화하는방식으로대체되어야함을주장했다.특히프레이저는여기서기존의페미니즘적시나리오로여겨지는‘보편적생계부양자’(universalbreadwinner)모델과‘동등한돌봄제공자’(caregiverparity)모델을비교하면서이를정반합적으로통합한제3의길,‘보편적돌봄제공자’모델을발전시켜야모든사람에게젠더정의와안전이실현될수있음을역설한다.
5장「상징계주의에대한반론」(1990)은라캉주의정신분석학의패러다임을차용하고전유하려는(크리스테바를비롯한)페미니스트들의노력이,다양한의미화실천을일원론적이고결정론적인질서로헤게모니화하는‘상징계주의’에바탕을둔결과로정치경제에대한경시와제도분석에대한회피로나아갔고,문화주의페미니즘과공모하는불행한사태로귀결되었다고폭로하는글이다.또한자본주의사회에서젠더지배의작동을분석하고극복할방법론으로서라캉주의의구조주의적접근보다화용론적접근을지지하고있다.페미니즘상상력이문화주의의방향으로넘어가던순간을꼼꼼히따진논문이라할수있다.
6장「인정의시대페미니즘정치」(2001)는분배의정치로부터인정의정치가분리돼나가고문화주의페미니즘이광범하게유행하면서페미니즘상상력이위축되는과정을진단했다.여기서프레이저는자본주의사회의성차별주의를정치경제질서와지위질서에동시적으로뿌리내린종속의이차원적양태로분석한다.특히프랑스에서일어난히잡사건을대표적인예로들며‘동등한참여’라는새로운정의관점과(‘정체성’모델을대체할)‘지위’(status)모델을도입하기를촉구한다.
7장「이성애중심주의,불인정,자본주의」(1997)는문화적부정의(불인정)와경제적부정의(불평등분배)간의구별을아예해체해야한다는주디스버틀러의논의에맞서는논문이다.이성애중심주의로상징되는성적규제형식이신자유주의사회에서는자본주의메커니즘과단지간접적으로만묶여있기때문에,페미니즘은이를해체하는게아니라역사화해야하고,불인정투쟁을반드시다른반자본주의투쟁과연계해야함을강조한다.이러한그의프레임은분명버틀러가내놓은것보다오늘날사회주체들에대한모순적이고복수적인호명,복잡다단한윤리적요청을잘드러나게끔한다.
8장「글로벌세계에서정의의프레임다시짜기」(2005)는정의의실체뿐만아니라그프레임또한논란의대상이되는‘글로벌화’시대에,새로운정의이론은경제적분배-문화적인정-정치적대표가축을이루는삼차원적인것이어야한다고주장한다.여기서프레이저가새로이강조하는‘대표’개념은사회의정치적구성을침해함으로써동등한참여를가로막는장벽차원에대항하는것이다.이정치적대표차원에서는두가지부정의,즉부당대표(misrepresentation)를야기하는‘일상속의정치적부정의’와불능프레임(misframe)을야기하는‘메타정치적부정의’가나타난다.글로벌화가진행중인세계에서국경을넘나들며일어나는초국가적불평등을겨냥해그는이러한후-베스트팔렌적민주주의정의이론을제시한다.
9장「페미니즘과자본주의,역사의간계」(2009)에이르러프레이저는제2물결페미니즘의역사적궤도에,자신이제안한삼차원의프레임을적용해보고있다.첫째로과거의‘국가주도복지자본주의’시기,둘째탈조직화된초국가적자본주의즉‘신자유주의’의부상시기,마지막으로자본주의의위기라는현재적시기의맥락에서각각페미니즘운동의진화과정과재방향성을고찰했다.이장은특히사민주의적경제지상주의,‘가족임금’으로대표되는부권주의복지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