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리트 (프리모 레비 소설집)

릴리트 (프리모 레비 소설집)

$14.30
Description
‘소설가’ 프리모 레비, 역사를 기억하다!
《이것이 인간인가》, 《주기율표》, 《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로 국내에 탄탄한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는 프리모 레비의 단편 소설집 『릴리트』. 이탈리아 유대인으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수감됐다가 극적으로 살아남았던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글로 풀어내며 대표적인 증언문학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국내 독자들에게 레비는 ‘아우슈비츠 생존 작가’로서의 위치가 지배적이다.

『릴리트』는 총 3개의 부로 구성되어 있고, 총 36편의 짧은 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각 부의 제목은 ‘가까운 과거’, ‘가까운 미래’, ‘현재’로 모두 시간을 의미하고 있는데 우리가 흔히 인식하고 표현하는 시간 개념과 다소 차이가 있다. 이처럼 이 소설집에는 레비가 이분법적인 사고의 틀을 어떻게 전복시키는지 보여주는 작품들이 많다. 이는 소재부터 글쓰기 방식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나는데 이 과정에 함께하는 독자들은 다소 어리둥절한 상태로 낯설 세계를 경험할 수 있게 된다.
저자

프리모레비

저자프리모레비는이탈리아토리노에서태어났다.1941년토리노대학교화학과를최우등으로졸업했다.유대계였던그는제2차세계대전말파시즘에저항하는지하운동에참여하다체포당해아우슈비츠로이송됐다가,1945년살아남아토리노로돌아왔다.1977년까지니스공장에서관리자로일하며글을썼다.아우슈비츠에서의자전적인경험을바탕으로인간의폭력성과한계를성찰한글을발표하며현대증언문학의대표작가로자리매김했다.주요저서로『이것이인간인가』,『주기율표』,『가라앉은자와구조된자』,『휴전』,『멍키스패너』,『지금이아니면언제?』,『릴리트』등이있다.

목차

가까운과거
카파네우스/곡예사/릴리트/어떤제자/우리들의인장/집시/성가대원과베테랑/아브롬이야기/변장에지친남자/체사레의귀환/로렌초의귀환/유대인의왕

가까운미래
고요한별/검투사들/신전의야수/이종교배/소용돌이치는열기/다리건설자/자기통제/시인과의사의대화/바람의아이들/도망자/사랑하는엄마/그때가오면/탄탈럼/늪의자매들/어떤유언

현재
마법사들/분자의도전/궤리노의계곡/책속의여인/손님들/암호해독/주말/영혼과엔지니어/짧은꿈

옮긴이의말

출판사 서평

현대증언문학의대표작가,프리모레비의소설집국내첫번역!
프리모레비30주기기념출간

『이것이인간인가』,『주기율표』,『가라앉은자와구조된자』로국내에탄탄한독자층을확보하고있는프리모레비의단편소설집『릴리트』가국내에처음번역됐다.이탈리아유대인으로아우슈비츠수용소에수감됐다가극적으로살아남았던그는,자신의경험을글로풀어내며대표적인증언문학작가로자리매김했다.특히국내독자들에게레비는‘아우슈비츠생존작가’로서의위치가지배적이다.그러나익히알려져있다시피레비는1938년인종법이발효되기전까지,자신이유대인이라는사실을크게자각하지않은채살던평범한청년이었다.또한대학에서화학을공부하고최우등으로졸업한전도유망한화학자이기도했다.이야기를만들고글을쓰는일에대한관심도이미학생때부터시작됐다고한다.물론레비의작업들에서나치,수용소,홀로코스트는그의삶과작품활동에서뗄수없는중요한키워드지만이것들만으로레비의전부를이해하기에는부족한것이사실이다.레비는생전에국내에소개된증언문학성격의저서들외에도단편소설집,에세이,인터뷰집등많은저서를남겼다.최근레비에대한연구는그의화학자로서의면모에좀더집중하는경향을보인다고한다.
레비의저서들을꾸준히소개해온돌베개출판사는2017년레비30주기를맞이하여레비의세계를좀더깊게이해할수있는방법을모색하며,그의저서들을검토했다.국내소개된책들과결을같이하면서도레비의새로운면모를보여줄수있는글을찾아보기로한것이다.그중에서국내에아직소개되지않는‘단편’‘소설집’을소개한다면,레비의새로운글쓰기방식을보여주는동시에레비의세계를폭넓게이해하는계기가될것이라고판단했다.독자들에게이마음이가닿아레비의다른면모를만날수있게되기를바란다.

‘소설가’레비가역사를기억하는방법
『릴리트』는총3개의부로구성되어있고,총36편의짧은소설이수록되어있다.각부의제목은‘가까운과거’,‘가까운미래’,‘현재’로모두시간을의미하고있는데우리가흔히인식하고표현하는시간개념과다소차이가있다.왜레비는이소설의들어가는문을시간을의미하는단어들로썼을까?그리고왜과거,현재,미래순서가아닐까?시제앞에‘가까운‘이라는수식어를붙인걸까?
레비가이러한시간인식을전면에드러낸이유는각부에수록된작품들을보면다소쉽게찾을수있다.1부에수록된작품들은주로아우슈비츠수용소에서의경험을다룬다.그곳에서의지독한고통과처참함,그리고함께했던사람들의이야기가주를이룬다.『이것이인간인가』의로렌초와엘리야,『휴전』의체사레를다시소환해그들의삶을좀더집중적으로보여주기도한다.이런점에서아우슈비츠에서경험은레비에게‘지나간’저멀리에있는과거가아니다.언제든상기하고언제든새로쓰일수있는,현재와밀착해있는시간인것이다.제목을‘가까운’과거라고붙인이유역시독자들에게아우슈비츠가오래전에일어난것이아닌불과얼마전에일어난일임을기억하라는메시지를전달하려는의도로보인다.
2부는현재가아닌‘가까운미래’로넘어간다.여기에는환상적인성격이강한작품들이주로수록되어있다.‘이종교배’가가능할법한미래세계에대한이야기들도보인다.3부현재는여기에는1부와2부에서다룬이야기들이혼용되어있는것을확인할수있다.현재는단독적으로존재하는것이아닌과거를끌어안으면서동시에아직오지않는미래의씨앗을품는시간인것이다.이처럼레비에게시간은과거,현재,미래가분절되어나타나지않고,서로긴밀하게연결되어있다고볼수있다.

경계를넘나드는글쓰기,신비롭고낯선이야기
『릴리트』에서가장주목해볼만한부분은레비의‘경계넘기’라고할수있다.이소설집에는레비가이분법적인사고의틀을어떻게전복시키는지보여주는작품들이많다.이는소재부터글쓰기방식까지다양한방식으로나타나는데이과정에함께하는독자들은다소어리둥절한상태로낯설세계를경험할수있게된다.
가령「릴리트」에서‘릴리트’는구전으로전해지는유대신화속인물로,하와이전에창조된인류최초의여성이다.아담의짝으로창조됐으나결국은신의저주를받고끝없이변신하는삶을살아가게된다.그런그의모습은아담과하와의틀을교란시키는존재이자어디에도소속되지못하는유대인들의삶을대변하는인물로볼수도있다.우리에게익숙한틀을깨는방식은글쓰기방식에서도드러난다.「소용돌이치는열기」에서는‘팰린드롬’이라는,문장이나구절을거꾸로읽었을때도똑같은문자열을이루는언어유희를보여준다.이러한시도는우리에게익숙한것을뒤집어보는것의가치와유의미함을상기시킨다.이외에도동물과식물간의이종교배로탄생한인물이등장하는「이종교배」,화학물질인탄탈럼이인간의불행을없애줄수있다고믿지만그것이얼마나큰착각인지보여주는「탄탈럼」과같은작품도있다.

“교란된자연이조화로운질서를되찾았다는사실이이상하면서도놀라웠다.서로다른종들사이의수태가능성과함께그러한욕망이태어났다.어떤때는기괴하고터무니없는욕망으로,어떤때는불가능한욕망으로또어떤때는행복한욕망으로나타났다.마치그녀의욕망처럼.아니면갈매기들에게몰두했던그라지엘라의욕망처럼말이다.”(160쪽)

“‘그렇다.나역시악습을가지고있다.술도안마시고놀줄도모르며담배도거의피우지
않지만나또한악습이있다.다만다른많은사람의악습보다덜파괴적일뿐이다.그것은‘거꾸로읽기’라는악습이다.난마약을하지않지만다음문장을거꾸로써보겠다.EroinamotoreinItalia[이탈리아에서자동차로파는마약]를뒤집으면,Ailatinierotomanior?[고대로마인들은호색한이거나그렇다]가된다.훌륭하다.운율을갖춘두개의십음절문장.게다가전혀엉터리같지않다.’”(165쪽)

인간이란무엇인가?우리는어떤삶을살아야하는가?
레비는전작에서부터끈질기게인간과인간성을자신의글쓰기의화두로삼아왔다.인간이란무엇인가?인간에게선악은어떻게내재되어있으며어떤방식으로드러나는가?또한인간은어디까지폭력적일수있는가?와같은인간본성의문제에계속천착해왔던것이다.
『릴리트』에서도이러한레비의고민은꾸준히이어진다.특히1부에수록된소설들중에는인물에대한이야기가많다.제목에서부터이름이등장하거니와인간에내재된양면성을보여주는데적지않은부분을할애한다.그런데이과정은인간을혐오하거나가치판단하기위한과정으로보이지는않는다.인간의다양한면모를더깊게이해해보기위한레비의치열한과정으로여겨진다.인간성에대해끈질긴성찰끝에나왔을법한문장들이이책에다수등장하는것도그때문일것이다.이책을읽을독자들에게도레비의그무구한노력이전달되기를바란다.

“그는신자도아니었고복음에관해많이알지도못했다.하지만아우슈비츠에서내가알아채지못했던한가지사실을내게말해주었다.거기서그가도와준사람은오직나한사람이아니었다.그는나말고도이탈리아인들과다른외국인들까지돌봐주었지만그사실을내게는비밀에부치는게좋겠다고여겼던것이다.그는허영심을뽐내기위해서가아니라선을행하기위해세상에존재하는사람이다.”(108쪽)

“우리역시룸코프스키처럼우리의본질적나약함을잊을정도로권력과재물에현혹되어있다.그것은우리모두가게토에있고,게토는경계안에갇혀있다는사실을,그경계의바깥에는죽음의시신들이있으며조금떨어진곳에서기차가기다리고있다는사실을잊게
만든다.”(12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