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야담 2 (양장본 Hardcover)

조선의 야담 2 (양장본 Hardcover)

$12.71
Description
이 책은 『조선의 야담 1』에 이어 조선 후기에 창작된 야담계소설(野譚系小說) 열두 편을 실었다. ‘야담계소설’이란 야담(野譚), 곧 민간에서 구연(口演)되던 시정(市井)의 이야기가 한문으로 기록된 것 중 소설에 해당하는 작품을 가리킨다. 야담계소설은 17세기 후반에 성립하여 18세기에 대대적으로 발전해 갔으며, 19세기 전반기에는 『청구야담』과 같은, 야담계소설을 집대성한 작품집이 출현하기에 이르렀다.
저자

박희병

편역자박희병은서울대학교국문학과교수로재직중이다.저서로『한국고전인물전연구』?『조선후기전傳의소설적성향연구』?『한국한문소설교합구해校合句解』등이있고,『연암산문정독-역주?고이?집평』(공역)등의편역서가있다.한국고전소설과한문학을공부하고있다.

목차

기이한하인_임매지음
도적재상_임매지음
채생의기이한만남_이현기지음
심씨집귀객_이현기지음
여종의안목_이현기지음
포천의기이한일_이현기지음
홍환_이덕수지음
길씨녀_신돈복지음
우병사의아내_노명흠지음
소낙비_작자미상
녹림호걸_작자미상
권진사_작자미상

출판사 서평

야담,서민의소망을담다!

야담계소설은한문으로적혀있으나종종구어체분위기가느껴지고문체도소박한편이다.이야기꾼이재미난이야기를하면나머지사람들이청중이되어경청하던장면이그대로글로옮겨졌기때문인데,이책에수록된작품중「소낙비」속에이러한야담의현장이고스란히구현되어있다.
야담은시정의이야기인만큼소재가다양하고각계각층의인물이등장한다.또한서민의소망을표현한작품이많아조선후기서민생활의단면을살피는데도도움이된다.열두편의작품속에내재된서민의소망을들여다보면다음과같다.

소망하나,“하층민도인간이다!”
야담속에담긴당대인의소망중눈에띄는점이바로하층민에대한인식의변화이다.야담의필자는분명사대부양반이지만,이들이주인공으로삼은이는하층민인경우가많다.하층민중에서도양반보다뛰어난안목과감식안을가진노비에대한이야기가많다.이이야기가말하고자하는바는무엇일까?엄격한신분제약으로제뜻을펼치지못하는조선의인재들에대한안타까움이다.노비도뛰어난자질을지녔다면그에걸맞은지위를부여해야한다는생각이18세기조선의양반지식인에의해표명된것으로볼수있다.임매가지은「기이한하인」의서두에는이러한당대지식인의생각이담겨있다.

패악하고거만한자를‘종놈’이라부르고,어리석고용렬한자를조롱하여‘노재’(奴才)라고한다.집에서부리는노비들은대개어리석어사람들에게천시당한다.중국에서도예로부터그러했거니와우리나라의습속은더욱심해서노비멸시하기를개나돼지,소나말을대하듯이한다.그러나노비가운데어찌영웅호걸의자질이없겠는가?하늘이재주를내릴때본래땅을가리지않는법이다.(…)

「기이한하인」의하인이그런인물이고,「여종의안목」의주인공인지혜로운여종이그러한인물이다.
「우병사의아내」는영조때경상도병마절도사를지낸우하형과그첩의이야기를소재로삼았는데,우하형이곤궁하던시절평안도변경에서지혜로운퇴기(退妓)를첩으로맞아그녀의도움으로출세하는내용이다.작품을이끌어가는주인공은단연우하형의첩이다.우하형의인물됨을알아보고그를위해거금을쾌척하는대목부터여주인공의지인지감(知人之鑑)이돋보이며,특히조정의인사를꿰뚫어보고남편을고위직에승진시키는과정의주도면밀함은남편을출세시키는비슷한스토리의작품에등장하는어떤여주인공들도비교하기어려운경지로보인다.작품전편을통해여주인공의지혜와의지,담백한성격등매력적인캐릭터를잘형상화한작품이다.

소망둘,“양반도인간이다!”
하층민들과달리양반은분명기득권층이지만한편으론예법의굴레에얽매어인간본성에충실하지못한이들이었다.또한양반의체모를지키기위해추워도춥다못하고굶어도아쉬운소리를못하는우스운상황이종종연출되곤했다.야담속에는그러한양반도하층민들과다름없는인간임을보여주는내용이많다.
「녹림호걸」속영남갑부양반은중앙권력의도움이필요했던조선후기향촌양반의전형이다.좋은인연을맺게될줄알았던서울의박교리가실은월출도의도적두목으로밝혀지면서영남양반의꿈은좌절되고막대한재산마저빼앗기고말았다.두목은재물이천하의공기(公器)라며생장과소멸의이치를들어도적질을정당화하는데,애당초영남양반의욕심이자초한낭패이기에그말이뻔뻔하게만들리지않는다.
「채생의기이한만남」은조선후기야담계소설가운데최고의수준을보여주는작품이다.몰락해가는양반계급을대표하는채생의부친과상승하는중인계급을대표하는거부역관(譯官)김령을등장시켜그대조적인생활정경과인물의성격및심리상태를사실적으로치밀하게묘사함으로써조선후기사회변동의한국면을솜씨있게드러냈다.
「심씨집귀객」은사돈의도움으로겨우끼니를이어가던가난한양반집에귀신이날마다찾아와밥을얻어먹고돈을빼앗으며괴롭히자양반은남의집돈으로노자를마련해간신히귀신을내보냈지만다시그귀신의아내가찾아와같은일이반복되었다는내용의짤막한소품이다.‘귀신손님’이라는설정이황당무계하지만양반가주변에서물질적도움을얻으려는주변존재를비유한것으로본다면가난한살림에도불구하고체면치레를위해손님을접대하고온갖비용을지출하며빈곤이악화되어갔던빈한한양반가의생활상이잘그려진다.

소망셋,북벌(北伐)과열녀(烈女)의허망함을비판한다!
「포천의기이한일」의저자는소론가문의일원인19세기인물이현기이다.그는이작품을통해17세기중반송시열등노론집권세력이주도한북벌론을비판했다.이작품의주인공은효종·현종때영의정을지낸실존인물정태화鄭太和(1602~1673)이다.젊은시절정태화가경기도포천의현감으로부임하던날밤에정태화의눈에만보이는귀신이관아에나타났다.그귀신은조선의개국공신하륜(河崙,1347~1416)이다.폐허가된자신의무덤을돌봐달라는부탁을전하기위해서였다.정태화의신속한조치이후하륜이다시나타나두사람이나누는작품후반부의문답이이작품의핵심이다.
정태화가병자호란의치욕을씻고대의를바로세우기위해청나라를정벌해야한다는이른바‘북벌’의향방을묻자하륜은“중화를존숭하는대의를출세의계단으로삼으며,속으로는오랑캐를두려워하면서겉으로만아름다운명성을얻고자”하는세력을인정할수없다고했다.효종때노론의송시열일파가주도한북벌론의허상을통렬히지적한말이다.하륜은실제전쟁이벌어진다하더라도북벌론자들이꿈꾸는전쟁시나리오는청나라의국력과주변역학관계,조선이당면한어려움을이해하지못한탁상공론에불과하다는말을덧붙인뒤국정쇄신의방책이오직올바른인재등용에있다고했다.개국공신과의문답형식을빌려북벌론과조선중화주의(朝鮮中華主義)에대한19세기소론지식인의비판적시각을확인할수있다는점,야담으로서보기드물게높은정치의식이투영된점에서의미있는작품으로평가된다.
「길씨녀」는평안도양반의서녀(庶女)길씨가당숙의음모에빠져사또의첩이될위기에처했으나결연한의지로절개를지켰다는내용이다.권력에굳세게저항하면서성적(性的)자결권을지키고자했다는점에서「춘향전」을떠올리게한다.
「권진사」의원제목은‘외엄구한부출시언’畏嚴舅悍婦出矢言(엄한시아버지를두려워하여사나운며느리가맹세의말을하다)이다.권생(權生)의아내를사납고투기심많은여성으로설정한뒤권진사와며느리의결말부대화에서여성의투기를거듭경계한데주목하여붙인제목으로보인다.
주인공권생이우연히명문가여성을소실로맞이한다는작품초반의설정은「채생의기이한만남」과비슷하다.그러나「채생의기이한만남」에서청춘과부가된딸의앞날을위해부친김령이나선반면「권진사」에서는누이동생을위해오빠가나섰다.이작품에서오빠는서술비중이대단히작지만매우강렬한인상을남긴다.오빠는서울사대부명문가의가장이지만사대부가여성의개가(改嫁)를금하는세상의풍속과예법에따르기를거부하고어린나이에과부가된누이를시집보내려했다.일가친척의시비가크게일어났다고했으니,공개적으로벌인일이다.가문의반대에부딪힌오빠는결국남몰래누이를권생에게의탁하게했다.누이를은밀히재가시키고돌아간오빠가어떤행동을했을지궁금하지만이에관한서술은없다.
이작품은‘개가’의문제를끝까지밀고나가기보다는권생이우연히인연을맺은여인을첩으로들이는과정에서제기되는문제를해결하는데서사의초점을맞추고있다.이점에서애초의문제의식을잘살리고있지못하다는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