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학자풍석서유구의존재방식
이책은조선후기의실학자풍석楓石서유구徐有?(1764~1845)산문의특징을문헌고증을통해실증적으로파헤친역작이다.저자는풍석서유구전문연구자로서,그간전형적인연구패턴을보인서유구에대한보다근원적인연구의필요성을절감하였다.
1970년대우리학계는내재적발전론의주요증인으로‘농학자서유구’를소환하였고,2000년대로접어들면서는대규모장서가이자예술에조예가깊은경화사족으로서유구를정의내렸으며,최근에는사변적인학문에서탈피하여삶의물질적?실용적차원에주목한이용후생학자로서유구를인식하고있다.요컨대서유구연구사의흐름은시대변화에따른학계의연구동향을‘전형적으로’보여준다해도과언이아니다.
이지점에서저자가각별히유의한부분은충실한실증적토대위에폭넓은지적전망을열어가는것이다.이책은세밀한문헌조사작업에서부터시작하여거시적인문학사적조망으로확장되는구도를취한다.각작품의편년을고증하는한편,작품의편년과서유구의삶을포괄하여,삶의굴곡이그의산문에어떤형태로반영되었는지를들여다본다.물론서유구필생의업적인『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는빼놓을수없는연구자료이다.
이책은『임원경제지』로대변되는서유구의학문과사상을‘임원경제학’으로개념화하여다각적인분석을시도한다.사대부가벼슬에의지하지않고자립적으로자기삶을돌보는것이‘임원경제학’의핵심이다.따라서‘임원경제학’을탐색하다보면‘사대부의계급성’문제와곳곳에서부딪치지않을수없으며,이를통해‘사대부의존재방식’과같은보다더근원적인부분으로파고들수있다.이것이저자의풍석연구목적이기도하다.
문장가서유구의‘풍석체’楓石體
서유구의학문적?문학적정체성은서유구를정의내리는세가지면모에서찾을수있다.경화사족으로서의면모,서적의수집과정리에일가견이있는문헌학자내지장서가로서의면모,지식의효용성과현실성을강조한실학자로서의면모가그것이다.이세가지면모는서로이어지기도하고상충하기도한다.
서유구가실용을중시한실학자였다는종전의관점과그가풍요롭고운치있는삶을추구했다는또다른관점모두서로다른서유구상像을그리고있지만,서유구의일면만을강조함으로써오히려그전체상을단순화했다는점에서는크게다르지않다.
서유구는경화사족출신이지만,부여된계급적삶에머물지않고반성적모색을했다.따라서서유구는경화사족의자기갱신을보여주는중요한사례라고생각되는바,그의이런면모는획일적인시각으로는온전히파악하기힘들다.서유구의정체성은단일하지않고복합적이라는것이이책의기본시각이다.
종래의연구에서서유구의문학과학문은통시적으로접근되지않았다.이는작품들의편년작업을생략한결과로판단된다.이책은서유구산문의동태적모습에주목하여,작품편년을토대로,서유구의산문세계가생生의국면에따라어떻게전개되었는지를살펴보았다.
그간의연구에서서유구의산문작품에대한논의는대단히미흡하며,문장가로서논의된부분이없었다.이런평가는실용성과심미성에대한경직된이분법에기초를둔것이다.더욱이이유원李裕元(1814~1888)의진술에따르면,서유구의글은당대에‘풍석체’楓石體로일컬어질정도로문장가로서이름을날렸는데도말이다.
저자는서유구의학문적?문학적정체성을구성하는세가지측면에상응하게,그세가지방향으로풍석의산문분석을시도했다.
첫째,‘교양을통한자기형성’이다.서유구는경화사족으로서의문화적감각을갖고있었으며,그런배경속에서심미적감수성과삶에대한관점을형성해갔다.선행연구는대부분이점을간과했으며,그로인해서유구에대한식상한논의를반복해왔다.이책은‘실용적지향’에가려진서유구의‘심미적지향’에비중을두었다.
둘째,‘사실의추구’이다.서유구는학문적으로문학적으로공히‘사실’을추구했다.그의고증적학문경향은이점과무관하지않다.서유구의이런면모는이미잘알려져있다.그러나정작서유구가추구한‘사실’의성격이무엇인지에대한논의는상대적으로미흡한편이다.서유구가‘실용’을중시한데서짐작할수있듯이,그가추구한‘사실’도엄연히그나름의가치지향과주체의식을내포하고있다.그런데서유구를그저고증적학자로규정해놓고나면,이런문제에대한시각이차단되거나협소해지기쉽다.이책은서유구가추구한‘사실’의성격이무엇인지파고듦으로써서유구의중요한면모를확인하였다.
셋째,‘생활세계에의밀착적접근’이다.세상에기여하기위해서유구가평생매진한것이바로농학農學이다.‘서유구의농학’에대한연구는이미상당수축적되었지만,농학연구의특성상,그선행연구들은‘전문지식으로서의농학’에치중했다.이책은그보다는인간과삶에대한어떤관점이서유구의농학을추동하는지에주목함으로써,서유구농학에대한인식의폭을넓혔다.
‘자연경’自然經,자연이곧경서다!
서유구는자연이가장근원적인텍스트라고생각했다.이런그의사고를압축한것이‘자연경’自然經개념이다.이개념은인간과자연에대한서유구의근원적인통찰을담고있다.따라서이런근본적인사유가서유구의산문세계,학술사상,삶의실천에어떻게관철되는지가이책의중요한논점이다.서유구의자연에대한감수성,미의식,사물인식,현실인식,학문관등을총결집한것이바로이‘자연경’개념이다.
사물의참된모습이라는차원에서더파고들어가서유구는‘도’道의차원에서자연이라는근원적인텍스트에대해사유한다.경서는언어에의지하지만그것은표면적으로봤을때그런것이다.그근원으로소급해들어가면,경서는결국‘도’에의지한다.이런차원에서보면,도가있는곳이면곧어디든경서가있는곳이다.그렇다면도는어디에있는가?서유구는도의편재성을강조한다.도는없는데가없다.아무리하찮고더러워보이는것에도도가있다.따라서세상의삼라만상일체가근원적텍스트,즉‘자연경’이된다.
‘자연경’개념은자연의근원적의미를망각하게하는편견과선입견에대한비판정신,그리고아무리하찮은것에도도道가있다는관점을내포한다.어떤것을하찮은것으로치부하고도외시하는편견에는위계적가치판단이개입된다.그위계화는단순히관념의차원에서머무르지않고현실적의미를갖는다.따라서‘생동하는사물인식’은‘자연경’개념을매개로하여현실인식으로발현된다.
자립적삶의최종귀결‘임원경제학’林園經濟學
서유구산문의전체상을조망하는포괄적인시야를어디서확보할것인가?이책은그시야를다름아닌『임원경제지』에서찾았다.『임원경제지』는서유구필생의업적으로,사대부의‘자립적삶’에대한총체적시각을보여준다.따라서서유구의가치지향을파악하기위해서는『임원경제지』에대한검토가불가피하다.『임원경제지』로대변되는서유구의학문과사상,그리고삶의최종적귀결과가치지향은‘임원경제학’林園經濟學으로개념화할수있다.이책은‘임원경제학’에비추어서유구산문의전체상을조망하였다.이제까지의서유구연구는『임원경제지』에대한연구와문학작품및문예론에대한연구가개별적으로진행되어왔다.그러나이두영역은전혀별개의것이아니며,그둘의상호관계속에서비로소서유구산문세계의가치지향이온전히파악될수있다.이책은이지점까지논의를발전시켰다.
경화사족의향락적도시생활과다른삶의가능성을서유구는‘임원생활’,즉‘비도시적삶’에서찾았다.임원생활에필요한지식을집대성한책이곧서유구필생의업적『임원경제지』이다.따라서그의가치지향을탐구하기위해서는이책에대한검토가불가피하다.그런데기존의연구에서이책은방대한문헌을항목별로분류?정리?배열했다는점에서유서類書의성격을갖는다고정의했으며,농학,생활사,예술사등의자료로다루어졌다.
그러나『임원경제지』는단순한자료집이상이다.우선편집행위를기계적인작업으로치부하는대신모종의정신활동으로간주할필요가있다.광범위한서적들의수집?선별?분류?재배치?편집에는서유구의관점이개입될수밖에없다.
그다음으로서유구본인의학술업적과의연관성에주목할필요가있다.『임원경제지』에는『풍석고협집』,『금화지비집』,『금화경독기』,『행포지』,『종저보』,『난호어목지』,『경솔지』??志,『누판고』등서유구자신의저작거의전부에서발췌한다양한글들이다른저자들의글사이에인용되어있다.이점에서『임원경제지』는스스로가스스로에게타자와의상호연관성을부여하면서자신의저술전체를재배열?재배치?재조직한‘상호참조망의체계’이다.
『임원경제지』에서는물론실용적지침과정보가큰비중을차지하지만,더나아가이상적인삶에대한선망과동경,꿈과욕망이뒤엉켜있다.뿐만아니라서유구자신의생활체험과삶의굴곡이투영되어있기도하다.
이상의몇가지사실을고려하면,『임원경제지』에서서유구는저자와편집자의이분법으로는정당하게포착될수없는미묘하고독특한위치에있으며,『임원경제지』는서유구의가치지향을탐구하기위한중요한자료로다루어도무방하다고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