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의 몽상

감옥의 몽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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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감옥의 시공간과 일과, 생리를 담아낸 논픽션이자 몽상록!
군대에 가는 대신 감옥행을 택하고 2010년 3월 12일부터 2011년 6월 30일까지 476일간 영등포교도소에 수감됐던 당시의 기록을 담아낸 『감옥의 몽상』. 자신의 결심과 사회의 시선, 담장 안팎의 간극을 깊게 이해하기 위해 글쓰기에 몰두한 저자는 수인의 몸으로 경험한 감옥의 일상, 구조, 관계망 등을 문화인류학의 시각에서 써내려갔다.

입소를 하고 독방에서 사박 오일을 머물다 혼거방으로 옮겨 다른 재소자들과 서열화를 맺는 과정, 취사장에서 재소자들이 먹을 끼니를 만들고 일터의 규칙을 습득하는 동시에 그 안에서 ‘빵잽이’로 인해 생기는 ‘형-동생’이라는 권력관계를 보고 겪었던 일, ‘구매’, ‘차입’, ‘증여’로 이루어지는 감옥의 경제 논리와 빈궁한 상황에서 필요한 물품을 만들고 자신을 지키려는 재소자들의 다양한 생존방식 등 감옥생활의 면면을 흥미롭게 전개된다.

재소자들을 관리, 감독하는 교도관이나 병역법위반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여호와의증인 신자들이 감옥 내에서 갖는 역할과 위치도 정치하게 분석된다. 이는 곱게 자란 서울대생이었던 저자가 감옥의 문화와 질서에 점점 적응하는 과정과 맞물려 서술되면서 글을 따라 읽는 독자들에게도 감옥 체험의 기회를 제공한다.
감옥의 시간을 되짚으며 현재와 부단히 마주쳤던 순간을 써내려간 이 책은 내밀하면서 정치적이고, 학적인 동시에 대중적이며, 철학적인 사유를 거쳐 문학의 형상을 갖추고 있다. 감옥 이야기를 경유해 몸, 남성성, 환상, 가족, 종교, 악 등과 같이 지금의 한국 사회를 읽어낼 수 있는 징후적인 키워드들을 불러내며 독자들에게 다층적인 읽기를 제공한다.
저자

현민

연세대학교문화학협동과정박사과정에재학중이다.서울대학교사회복지학과와동대학원사회학과를졸업했으며이십대의많은시간을‘수유너머’의일원으로보냈다.『소수성의정치학』,『모더니티의지층들』,『문화정치학의영토들』,『나를위해공부하라』,『우정은세상을돌며춤춘다』등을함께썼고『남성성/들』을우리말로옮겼다.

목차

책머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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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을잃다
2식물과동물그리고진화
3간보기
4최고의빵잽이
5악에대하여
6형제애와동성애
7형제대형제
8감옥의경제
9아버지는이방인
10감옥의지리
11소지라는예외
12자기를만드는기술
13몸에관하여
14환상을붙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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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감중에쓴글
다음세대를위한병역거부길잡이
정치범수감자의글쓰기와남성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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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의말
참고문헌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스스로뛰어든징역살이에서빚어낸
내밀하면서정치적인사색의기록
『감옥의몽상』은저자현민이2010년3월12일부터2011년6월30일까지476일간영등포교도소에수감됐던당시를사후적으로기록한책이다.수인의몸으로경험한감옥의일상,구조,관계망등을문화인류학의시각에서분석한논픽션이자감옥의시간을되짚으며현재와부단히마주쳤던순간을써내려간몽상록이라고할수있다.
군대에가는대신감옥행을택했던저자는자신의결심과사회의시선,담장안팎의간극을깊게이해하기위해글쓰기에몰두했다.수형생활의“흩어진감각,감정,기억들을”그러모아단어들을배열해문장으로빚어내는과정은자기답게지금을구성해가는일이기도했다.이때‘몽상’은더이상머릿속에만머물지않는,주체적이고뚜렷한실천이된다.내밀하면서정치적이고,학적인동시에대중적이며,철학적인사유를거쳐문학의형상을갖춘이책은독자들에게다층적인읽기를제공하는신선한문제작으로자리할것이다.

감옥의시공간과일상을담아낸2000년대판감옥이야기
국내출판계에는『감옥으로부터의사색』(신영복),『사람만이희망이다』(박노해),『야생초편지』(황대권)등으로이어지는감옥문학이존재한다.제한된환경에서쓰인저마다의글은독자에게감동과성찰의기회를제공하며스테디셀러로자리했다.그러나민주화운동이저물고지식인정치범이줄어들면서수인의글쓰기도차차자취를감췄다.『감옥의몽상』은오랜만에등장한2000년대판감옥이야기로,기존의감옥문학과다른계보를형성한다.저자는자기반성이나깨달음을기록하기보다감옥의시공간과일과,생리를전달하는데충실하다.
입소를하고독방에서사박오일을머물다(1장)혼거방으로옮겨다른재소자들과서열화를맺는과정(3장),취사장에서재소자들이먹을끼니를만들고일터의규칙을습득하는동시에그안에서‘빵잽이’로인해생기는‘형-동생’이라는권력관계를보고겪었던일(2장,4장),‘구매’,‘차입’,‘증여’로이루어지는감옥의경제논리(8장)와빈궁한상황에서필요한물품을만들고자신을지키려는재소자들의다양한생존방식(12장)등감옥생활의면면을흥미롭게전개된다.이외에재소자들을관리,감독하는교도관이나병역법위반자의대다수를차지하는여호와의증인신자들이감옥내에서갖는역할과위치도정치하게분석된다.이는‘곱게자란서울대생’이었던저자가감옥의문화와질서에점점적응하는과정과맞물려서술되면서글을따라읽는독자들에게도감옥체험의기회를제공한다.

“취사장의많은재소자들은내서툰몸짓을지켜보고만있었다.그런태도는긴장감을주고고립감을가중시켰다.범죄자의일원이면서도범죄자들의소굴에잘못발을들였다는생각이들었다.나중에알게됐지만,여기에는각자의의도와무관한,정교하게연출된그림이있었다.이곳에서빈번한표현을빌자면그들은나를‘간보고’있었다.
감옥에는수감자들의서열을정하는공식규칙이없다.재소자는징집된사병처럼시간에따른지위의상승을보장받지않는다.그러나이조건은평등한분위기를낳지못한다.역으로매사에권력을두고경쟁하는상황이된다.‘간을본다’는이경쟁에서얼마나힘을쓸수있는상대인지가늠하는행동을일컫는다.”(41쪽)

“담장밖세상에서우리는남과거리를두면서외면할‘자유’를가지고있었다.반면그러나자유가없는감옥에서타인은언제나나의시선과의식안에머물러있다.나역시다른사람에게마찬가지조건에놓인다.이런상황은타인을향한혐오감이나자신에대한수치심에시달리게만든다.그러나이부자유는우리를덜이기적으로행동하게유도하기도한다.자그마한먹을거리도권하지않을수없다.감옥은범죄성의발현이나이해타산의추구를넘어서는상호작용을북돋기도한다.”(120쪽)

몸,남성성,환상,가족,종교,악에대하여
감옥에서시작해나,너,지금의우리를이야기하는문화인류학적에세이
이책의또다른특징은감옥이야기를경유해몸,남성성,환상,가족,종교,악등과같이지금의한국사회를읽어낼수있는징후적인키워드들을불러낸다는점이다.좀더정확히말하면,저자가지속적으로품고있던사회에대한문제의식이감옥경험과만나문화인류학적인서사를만든것이다.『감옥의몽상』은한개인의특수한체험을넘어지금의우리를돌아보는장으로펼쳐진다.
남성들로만이루어진공간에서특수하게재설정되는여자되기와남자되기,이성애와동성애에대한젠더분석(6장)부터아버지의부재와여성의사회적위치로차이가생긴두가족사에대한비교(9장),늘환한빛속에서일거수일투족을감시받는동안변화한몸에대한인문의학적탐구(13장)까지소재의폭은넓고이론은탄탄하다.특히자신의남성성을적나라하게드러내며,내재한세가지환상을파헤친14장은자기분석적글쓰기가지닌힘을보여준다.또한이글은저자가출소이후에집필한「정치범수감자의글쓰기와남성성」(327~353쪽)과연결되면서저자의관심분야와앞으로의횡보를짐작할수있게한다.

“형은동생을주무르면서“-년아”라고부른다.이장면에는매우성적인그것도동성애가아닌이성애구도가함축돼있다.이것은감옥내에서자체적으로‘여자’를생산하는과정이다.교도소에서여자는아침과낮시간에틀어주는화면에만있다.여자는청각과시각으로존재할뿐손에닿지않는대상이다.접견실에서도투명한창에가로막혀타인의육체를만질수없다.나를포함한몇몇동생들에게강요되는친밀성은여자에대한감각을보충하는성격supplement을띤다.‘년‘이라는호칭의사용은형들이동성애자가된다는정체성의혼란을겪지않으면서자신의욕망을어지간하게추구할수있게해준다.”(88~89쪽)

감방생활이길어지면서나는자해충동에시달렸고수감자들이손목을긋거나못을삼키는까닭을이해하게됐다.감금된몸의고통은엄연하지만좀처럼실체를알수없는데반해손수내는상처는육안으로보이고인과도확실하니까진정효과가있다.긁기,뽑기,씹기,쑤시기등자기몸을해치는행동이역설적으로자신을수습하는행동이된다.(204쪽)

한국현대사의한시절이담긴영등포교도소에대한공간적르포
『감옥의몽상』의주요배경은서울시구로구고척동100번지에위치했던영등포교도소다(현재는‘서울남부교도소’로이름을바꿔구로구천황동으로이사했고,2018년5월말현재그자리에는뉴스테이가들어설예정이다.)알려져있다시피이곳은김지하,백기완,김근태등1980년대민주화운동을이끈주역들이수감되어한시절을보냈던역사적인공간이다.1987년6월항쟁의불을지핀비밀편지도이곳에서부쳐졌다.저자는영등포교도소가철거되기직전에수감된데다영치창고에서접견인들이보내오거나수감자들이맡긴물건들을관리,배달하는일을하면서교도소의마지막시절을보고기록할수있는기회를얻었다.10장은그러한어느하루를동선에따라담아낸글로강당,공장,취사장,병사,사동,특별사등교도소를이루는주요공간과그곳의특징을집중적으로묘사한다.계획아래쓰인건아니었지만사라진공간에대한르포가된셈이다.
여기에독자들에게좀더선명한이미지를전달하기위해영등포교도소전경과세부공간10곳(감방,화장실,사동입구,주복도,특별사입구,취사장,영치창고,공장검신대,강당내부,접견실)을일러스트로재현해수록했다(290~311쪽).교도소라는특성상사진촬영이제한되어있어참고할수있는자료들이충분한상황이아니기에이그림들은저자의기억과철거직전개방일(2014년4월3일)에찍을수있었던사진들을바탕으로되살려낸것이다.영등포교도소전경을보면각건물들이일관된체계없이배치됐음을확인할수있는데이는교정시설에대한무계획성을보여주는근대성의한단면이라고할수있다.

“작업장의구분은물품생산이나시설관리같은노동의성격에따른분업뿐아니라입소전사회적지위에따른분류도포함하고있다.감옥내부에도한국사회의계급차와불평등구조가반영돼있는것이다.출역한수형자들은다른작업장에관한정보를접하면서교도소가표방하는노동의가치를깨닫기는커녕노동교화가차별적으로적용된다는사실을학습한다.교도소사정에밝아지고여러작업장을비교할안목이생기면서권력있는사람은감옥안에서도좋은대우를받는다는현실을알아차린다.”(143쪽)

“병사(7,8사)의내부구조를살펴보자.병사는일반사동과달리복도를가운데두고양쪽병실이마주보게설계되어있다.감방에는복도로통하는창이달려있는데일반사동의것보다크고창살사이도널찍하다.이따금치매노인이“아줌마밥주세요”라고외치면맞은편방에서조용히시키려고빵을던져준다.화장실에는문턱이없고타일바닥이깔려있으며좌변기가설치되어있다.7하6방에는보일러와샤워기가있어서이방의재소자들은겨울에도반팔과반바지를입고잔다.”(148~149쪽)

내면적고백과섬세한글쓰기가지닌정치적인힘
저자가감옥에간배경에는병역법위반이자리하지만이책은군대나군사주의를비판하거나평화주의를논하는데지면을할애하지않는다.실제로현민에게는“대의나이념보다내면세계나신체감각”이더중요했다.“감히스스로에게충실하기위해군대에가지않은것이다.”「다음세대를위한병역거부길잡이」(304~326쪽)곳곳에서도비슷하게엿보이는이솔직한내면의고백은독자들에게질문의방향을바꾸게하는가능성을지닌다.왜남들다가는군대에가지않느냐가아닌,왜두려움과악몽에시달리면서까지총을들어야하는지,이불쾌한감정은어디에서비롯되며어떻게덜어내야하는지물을수있는것이다.그리고이렇게묻고답을찾아가는순간,정치를사유하는틀은부드럽게전환된다.이책『감옥의몽상』은그에대한한편의증거이기도하다.한가지덧붙이면이책에는현민의섬세한감수성을엿볼수있는미문이가득하다.빛과어둠이교차하며수놓아진문장들을읽는것만으로도충분히기쁜독서가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