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들의여행,말들의생활
소설가다와다요코가들려주는특별한‘언어’여행기
베를린에살면서독일어와일본어,두가지언어로소설을쓰는작가다와다요코가언어의세계로떠나는특별한여행에독자들을초대한다.『여행하는말들―엑소포니,모어바깥으로떠나는여행』은레싱문학상,샤미소상,아쿠타가와상,이즈미교카상등독일과일본양국에서유수의상을수상한저자가언어에관해쓴에세이들을묶은책이다.이책은말을중심으로세계가움직인다고생각하는저자가국경을넘고모어(母語)안팎을가로지르는언어의여행을따라가는동시에,그언어의세계를직접탐험한여정을기록한다.언어와언어사이에서출현하는낯선사유와자유로운상상력을만날수있다.
1부는저자가서울,케이프타운,베이징,마르세유,로스앤젤레스등세계각지의도시를돌아다니며경험한일들을담았다.낭독회,강연회,시상식,학술행사,작품취재등으로방문한도시에서각국의문학과언어와역사와문화에관해날카로우면서도재기넘치는생각들을펼쳐놓는데,다와다요코가가이드가되어서들려주는독특한여행기처럼읽힌다.다언어사회의문제점과가능성,언어를빌미로이루어지는이주자차별정책,미지의언어가전달하는상상력,음악과언어의관계,중국과일본의한자비교등의이야기를일상의감각으로전해주며,W.G.제발트,파울첼란,헤르타뮐러,토마스만,박완서를비롯해여러작가들의이야기도소개한다.2부는독일어를중심으로,우리의언어생활,생활속언어를더깊숙이들여다본다.평소에대수롭지않게쓰는말들을낯설게함으로써어떻게우리가“말의모습그대로를만질수있”(195쪽)는지,또는언어가어떻게우리삶에파고들어사고와무의식에영향을끼치는지에대해놀이하는감각으로이야기한다.
언어의세계,그리고언어가만들어내는세계를섬세하고풍부하게기록하는언어여행기『여행하는말들』은재일조선인서경식교수와주고받은편지를엮은『경계에서춤추다』(2010)에이어,저자의에세이중한국에두번째로소개되는책이다.
엑소포니,EXOPHONY,エクソフォニ?
모어바깥으로떠나는언어의모험
『여행하는말들』의원제‘엑소포니’(エクソフォニ?,exophony)는모어(모국어가국민으로태어난나라의국어라면모어는태어나서처음익힌말이다)가아닌언어로쓴문학,또는모어바깥으로나간상태일반을뜻한다.엑소포니는이책을관통하는가장중요한핵심어이기도하다.“엑소포니현상은모어바깥으로나가지않은‘보통’문학에도왜그언어를골라잡았느냐는,이제껏묻지않았던물음을던진다.”(24쪽)동시에이러한모어바깥으로떠나는언어의모험이자‘아주큰정신적모험’을제안한다.그것은“나를속박한모어바깥으로어떻게나가지?또나가면어떻게되지?”라는물음이며“창작욕과호기심으로가득한모험적발상”(23쪽)이다.엑소포니는국경을넘어나라바깥으로나가는여행이나이주의경험을수반할가능성이높지만,“모어바깥으로나가지않아도모어안에서복수의언어를창조하면‘밖’이나‘안’이나뉘지않을수도있”(59쪽)다.그래서저자는“모어에서한발짝떨어져외국어를통해자기를다시발견하고인간관계를다시생각하고세계사를다시이해했으면하는바람에서이책을썼다”(6쪽)라고적었다.
저자에따르면,우리는모어를통해,모어의틀로세상을이해하고사람을대하는법을배운다.하지만다른언어로,세계각지각계층의사람들과대화를하며상대방과나의입장을몇번이고오가다보면,모어안에서미처보이지않던세계에대한새로운인식이생겨날것이다.“엑소포니는어떤언어에서다른언어로한번이동하고끝나는운동이아니라끊임없이이동할수있는날개를가진정신”(11쪽)이며,이때“외국어공부는새로운자기를만드는일,미지의자기를발견하는일”(208쪽)이될수있다.해외여행과이주,외국어학습이일상이된시대에저자는‘엑소포니’라는말을통해,그리고문학과생활속언어를들여다보며우리가여행을하고외국어를공부하는이유에대해근본적인지점에서질문한다.『여행하는말들』을읽으며독자들은모어와한국사회를낯설게볼수있는눈,민감하고풍부한언어감각,더잘소통할수있는힘을얻게될것이다.
언어민족주의,번역,세계문학…
‘언알못’도재미있게읽는사회언어학이야기
『여행하는말들』은잘쓰인에세이이자훌륭한사회언어학이야기이기도하다.옮긴이에따르면,이책에는“모어와외국어,피진,크레올,다언어사회,소수언어보호정책,공용어,번역등사회언어학교과서에나올만한핵심개념이모두나와있다.각국의역사,언어와문학,자연경관을작가의개인적일화와섞어서사회언어학개념으로실타래풀듯이이야기하는이책은사회언어학이란학문을다채롭고입체적으로체험하는기회를제공한다.”(226~227쪽)
물론이책은사회언어학교과서처럼딱딱하지는않다.저자는「들어가며」에이렇게적었다.“말을중심으로세계는언제나움직인다.태평양을떠도는물고기의움직임을파악할수없듯세계가도는전체움직임을파악하기란불가능하다.처음엔‘이주자문학’,‘초월’,‘크레올’,‘마이너리티’,‘번역’같은핵심어로그물을쳐물고기떼를잡으려고해봤다.어쩐지잘되지않았다.그래서이번엔내가물고기가되어여러바다를헤엄치며돌아보았다.그랬더니쓰고싶은것을잡아낼수있었다.언제나여행을하는내생활과어울리는글쓰기다.직접헤엄치는글쓰기로,원래는추상명사가자리했던곳을도시이름이채우게됐다.”(5쪽)저자는어려운개념어를사용하는대신,친숙한에세이형식을통해자신이직접체험한이야기와문학경험을섞어언어가움직이는사회와“세계가도는전체움직임”을보여준다.‘언알못’(언어학에관해전혀알지못하는사람)도재미있게읽을수있는책이다.
하지만저자가이책에서들려주는통찰은결코만만치않다.외국어학습과교육에관한이야기는물론언어민족주의,공용어,소수언어,번역,한국문학/세계문학문제까지,한국사회에서섬세한논쟁없이지나쳐버린문제들에대해관점과발상의전환을가능케한다.“언어의순수함,문화의순수함같은건없다고,그것은자기가자기를속이는것이라고생각한다”(87쪽),“현대의인간은복수언어가서로변형을가하면서공존하는장소이며그공존과일그러진언어를없애는것은무의미하다”(106쪽),“모어가자연스럽다고믿으면언어와진지하게관계맺을수없고현대문학역시성립하지않는다”(147쪽),“오역이란짐을지지않고는여행을할수없다”(163쪽)등의문장은힘이있으며,저자의단단하고깊은사유를짐작케한다.
말놀이,굴욕담,해사한유머감각
문자의정령을숭배하는‘허당’소설가의매력
독일어와일본어로소설을쓰는‘언어의여행자’,‘이방인되기의예술가’라는,다와다요코를둘러싼무거운이미지는잠시잊어도좋다.『여행하는말들』은굉장히지적이지만또한웃기다.장난스러운마음을건드리고지성을간질이는에세이다.그것은빈번한동음이의어말놀이는물론굴욕담에서도해사한유머감각을발휘하며,날카로운통찰과깊이있는상상력을표출하는명랑하고사랑스러운소설가다와다요코때문이다.
언어와언어사이의경계에서문학의새로운가능성을탐험한다고알려진저자는이책에서자기가문자에서아름다움을찾는정령숭배자라고자조한다.“몇년전,베를린에서성을주제로한문학축제가며칠동안열렸다.첫째날밤은‘이성애문학’이,둘째날밤은‘동성애문학’이,셋째날밤은‘페티시즘과사도마조히즘’이,넷째날밤은‘기타문학’이열렸는데,나는넷째날에초대받았다.아마도사물에서도,나무에서도,문자에서도아름다움을찾는정령숭배자로‘기타문학’에초대받은것같은데,그전날에주최측에전화를걸어“기타라함은어떤사람들을말합니까?”하고물어본사람이있다고한다.”(113~114쪽)또는소피아에서있었던부끄러운사건을담담하게전한다.“국립도서관앞에키릴형제동상이있어말했다.“그러고보니불가리아는러시아보다오래전부터키릴문자를쓰지않았던가요?”그러자소프로니예바가처음으로무서운눈빛을보내며“당연하죠”라고차갑게대답했다.나중에생각해보니이물음은마치중국인에게“중국은일본보다오래전부터한자를썼지요”라고말하는것과같은,참어리석은말이었다.그래도소프로니예바는나를버리지않고2002년가을에한번더소피아에초대해주었다.”(121~122쪽)
언어와세계와관한진지한이야기가담겨있지만,‘허당’소설가의유쾌하고엉뚱한매력이돋보이는『여행하는말들』은독자들에게언어를여행하는법을전해줄뿐만아니라,책속으로의여행이라는즐거운독서경험을일깨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