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에가닿기위한10여년의기록
16개의시선으로복원한1919년3월1일
문학과역사를넘나들며근대를보는지평을넓혀온고려대국어국문과권보드래교수가3·1운동100주년을맞아그간의연구와기록을한권에담았다.1910년대전세계로무대를넓히고당시의신문및잡지,재판기록,문학작품,국내외선학자들의연구와시각자료등을재료삼아1919년3월1일의한반도를복원한다.2000년초한신문조서를접한것을계기로10년넘게변치않던3·1운동에대한애정이방대한사료를읽어내는깊은눈과만나거대한서사를일궈낸다.특히책을지탱하는16개의기둥(선언,대표,깃발,만세,침묵,약육강식,제1차세계대전,혁명,시위문화,평화,노동자,여성,난민/코스모폴리탄,이중어,낭만,후일담)은저자스스로3·1운동을쉽게단언하거나익숙한틀로접근하지않겠다는다짐이자다각도로그날을들여다보자는제안이다.당신에게3·1운동은어떻게기억되는가?충분히마주한적없었을이질문에더늦기전한번은답해야하지않을까?1919년봄,100년전봉기속으로독자들을초대한다.
1910년대의세계그리고1919년의한반도
한권으로읽는3·1운동의세계사
3·1운동은1919년3월1일오후2시,전국일곱개도시에서동시다발적으로터져나온‘독립선언’을상징적인시작으로삼는다.그러나이표면적인사건에는과거와미래의시간이숨어있다.10년간의식민지기,평양유학생들의「2·8독립선언서」발표,고종사망등을비롯해제1차세계대전과파리평화회의그리고중국,이집트,헝가리등세계곳곳에서1910년대내내앞다퉈벌어졌던혁명들.3월1일이후수개월동안한반도각지에서불규칙적으로이어진,시작과끝을정확히알수없는봉기들까지…….20세기세계전반을가로지르던정의·인도·평화,새시대에대한기대가조선에도예외없었다는점까지떠올린다면이모든것은3·1운동을설명케하는연속되고중첩된‘사건들’이다.
『3월1일의밤』은동아시아를넘어전세계로,1919년을만들어낸전후시간이한권안에서병치·교차되며서술된다.「기미독립선언서」를설명하다미국,아일랜드,체코슬로바키아등의선언서로옮겨가비교하고(제1부1장),1910년침묵으로가라앉은식민지기서울에서10년후역동적인서울의가능성을엿보기도하며(제2부1장),1919년봄‘파리’에모여든각국의대표들과1919년‘한반도’에서조직도장비도갖추지않은채대표를자임하던이들을동일선상에두기도한다(제1부2장).또한고종습의와태극기를,박경순,정금죽등과같은실존여성과이광수,심훈의소설속여성주인공을,1915년10월블라디보스톡의조선노동자와1919년10월러시아의조선노동자를종횡무진연결시키며3·1운동의세계사를써내려간다.
난폭하면서고귀하고,무지하면서드높은
3월1일의낯선‘밤’속으로
“3·1운동의밤은다채롭다.3·1운동속그들은어스름녘시내에서전차에투석하고,어둠이짙어질때뒷산에서봉화올리고,밤깊어갈무렵모여서산너머주재소를향하곤했다.그들은잘알려진시공간을벗어날뿐아니라익숙한인식론도동요시킨다.”(들어가는글,11~12쪽)
100년이지난지금도3·1운동은유관순,태극기,민족대표33인,「기미독립선언서」등과같은민족주의적표상론에서쉽게벗어나지못하고있다.관련연구자들이꾸준히자료를발굴하고논문을발표해온것과별개로3·1운동자체가대중들에게역사적관심을받지못한것도사실이다.권보드래는3·1운동이야말로영웅화된동시에소외된영역이어서편견및무지와싸우는공부였다고고백한다.엇갈리는기록과기억들,수면위로오르지못한사연들을우열없이전달하는작업이가장필요해보였다.가령3월1일서울에서는그어디에도태극기가휘날리지않았고,3월5일학생들이주도한남대문역시위에서야여러깃발이등장했다는점,3·1운동기사망자수집계가553인에서7,509인까지자료마다차이가적지않다거나,독립선언서인쇄매수가2만1,000매인지3만5,000매인지등에대해자신이어떤쪽이맞다고단언할수는없더라도그간극을전하고싶었다.
박제된이미지가조금씩걷어지자,‘밤’의시간이눈에들어오기도했다.실제로3월1일이후9일,10일,23일등의제법큰봉기가밤에이루어진데다그주축은도시의지식인들이아닌노동자들이었다.한낮의시내보다는밤의산등성이에서만세소리가울려퍼졌으며,대개어둠속에서활활타오르다가동이채트기전에끝나곤했다(제3부의1장,3장,4장).그리고그속에는수많은작은주체들이있었다.친구따라만세한번불러본게다지만종생3·1운동의자장안에서벗어나지못했을,그어느역사서에도기록되지못한사람들.누군가의증조할아버지,할머니그리고삼촌이자동생이었을이들말이다.김승신,유봉진,양봉식,주시향,정재순,황승흡,김찬석등권보드래는자신이읽고만난존엄한생과그들이꿈꿨지만가려져왔던어둠의시간으로이책을부지런히채웠다.감히단언하자면『3월1일의밤』을읽고난후,우리는3·1운동에대해얼마나무지했는지고백하게될것이다.
“북치고나팔불고노래를부르며”
식민지의공론장과문화정치
3·1운동은대중들이각성하고자아를형성해가는과정이었다.물론유럽의경우처럼함께모여대화와토론으로붐비는세련된장은아니었으나다채로운언어를짓고말과행동이하나되는식민지의공론장을개척했다.「기미독립선언서」를일부만떼어내거나이름만빌리는식으로변주·변형된선언서들을만들었고,몰래구한등사기에인쇄를하고자발적으로배포를하는일은비일비재했으며,홀로선언서를쓰고배포한1인독립운동가도있었다.만세선창시에는도시에서는쌀가마니,고무신수레등으로,농촌에서는산상(山上)으로높은곳을찾아오르고올랐다.1900년대를소생시켜전진의곡조를만들기도했고농촌에서는“북치고나팔불고노래를부르며”축제분위기가이어졌다.3·1운동을두고부재하는중심,직접성과즉각성,불확실성을논하는것은이러한시위문화에서기인하기도할터인데권보드래는이현상이동시대다른국가의혁명에서는볼수없는,유례없는사건이라평한다.
『3월1일의밤』을통해1910~1920년대발행된잡지들과문학작품들을다수접할수있는것도행운이다.『각성회화보』,『각성회』,『자유신보』그리고『소년』,『청춘』『백조』,『금성』등일일이나열할수없을만큼다종다양하다.특히이책의제4부4장에서는저자본연인국문학으로돌아가그간3·1운동이후1920년대문학을‘퇴폐와절망’으로수식하는데물음표를던지며이광수,채만식,심훈,김동인,한용운,임화등을다시읽어낸다.
천개의욕망과평화의꿈
100년전사람들은독립에각인각색의열망을투영했으나때로는자신이외친만세가무엇을의미하는지스스로설명하지못했다고한다.뜻도모른채경작할땅을되찾고훈장이될수있는말을믿으며만세를따라불렀고,그것이습관이되어어느순간옆마을에서만세성이들리면변소에다녀오다가도술취한귀갓길에도습관처럼외치고,때로는식민지도죽음도잊은채마을축제를즐기듯빙글빙글춤까지추며희열을느꼈다.결사대를자처하고만국의공덕을빌며바닷가에뛰어드는일가11인이있었는가하면,자신이누리던모든권력과명예를버린채러시아나만주로떠나는이도있었다.100년이지난지금후대를살아가는우리가그들의마음속에자리한욕망과결심을제대로설명하고해석하기란거의불가능할지모른다.기껏해야모두한마음으로,더이상지배와폭력이난무하지않은평화로운새나라를꿈꿨다는정도로말할수밖에.
최근3·1운동에대한활발한해석이진행되며3·1운동에혁명성을주목하는경향이짙다.또한100주년을맞아3월1일에대한새로운이야기들도풍부해질것이다.권보드래는이러한논의에서한걸음물러서있다.3·1운동을10여년에품고완성한『3월1일의밤』이16개의병렬적인키워드로구성할수밖에없었던것도그날을한문장으로결론내릴수없음을진작알았기때문아닐까.대신3·1운동의빛나는나날이그리고이책이지금에수많은질문을던지는것만큼은확실하다.가령민주주의란무엇인지,폭력의반대가비폭력인지평화인지,배제와차별은어떤방식으로작동하는지,저마다다른욕망을지닌채모여살아가는우리들이어떻게공존할수있는지등에대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