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화기담, 순매 이야기

절화기담, 순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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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이루어질 듯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
단 한 번의 밀회, 수없이 반복되는 약속과 어긋남.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 앞에서 안절부절못하는 이생의 마음과
남편은 있지만 다른 사랑을 꿈꾸는 순매의 애달픈 하소연을 담은
조선 정조(正祖) 시대의 기묘한 사랑 이야기
저자

석천주인

서울대학교국문학과교수로재직중이다.저서로『한국고전인물전연구』,『한국전기소설의미학』,『조선후기전傳의소설적성향연구』,『한국한문소설교합구해』등이있으며,역서로『베트남의기이한옛이야기-전기만록』,『고추장작은단지를보내니-연암선생서간첩』,『능호집』등이있다.한국고전소설과산문을공부하고있다.

목차

책머리에

서문
자서

제1회이씨집노파가남녀의인연을맺어주고/방씨집간난이양대의꿈을깨뜨리다
제2회한쌍의원앙새는두번만남의꿈이깨어지고/한마리난새는스스로를중매해석잔술을마시다
제3회늙은이생이젊은순매와관계를맺고/자신을중매한간난이도리어마귀가되다
추서
원문

해설-약속과어긋남의변주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약속과어긋남의변주,절화기담

『절화기담』(折花奇談)은1792년(정조16)가을부터1794년초여름까지의서울을배경으로하는애정전기(愛情傳奇)형식의한문소설이다.1794년1월정조의화성(華城)행차를서사배경으로삼은것이역사적사실에정확히부합하고당대의세시풍속을생동감있게재현하는등작품속시공간설정과서울의세태묘사가매우사실적이다.
『절화기담』의남주인공은스무살의선비이생(李生)으로,서울벙거짓골에사는재자(才子)다.이생은집안살림을돌보지않고이웃의벌열(閥閱)출신이씨(李氏)집에붙어살았다.그리고여주인공은열일곱살의절세미인순매(舜梅)다.순매는방씨(方氏)집의여종으로,이미몇년전에결혼한유부녀다.1792년가을무렵이생이벌열가이씨의집우물앞에서순매를보고한눈에반하면서이이야기는시작된다.
작자는단한번의밀회전후로‘약속과어긋남’을수없이반복하며기묘한사랑놀음을흥미롭게펼쳐보였다.이루어질듯이루어지지않는사랑앞에서안절부절못하는이생의심리묘사가뛰어나고,순매의애달픈하소연역시독자의동정을이끌어낼만한요소를담았다.이생이순매의마음을확인하면서욕정을좇는장면은한국고전소설로는보기드물게노골적이다.

이생이말했다.
“네가여기까지왔거늘이좋은밤을헛되이보낼수없다.아무리어려운일이있다한들할멈에게방책이있을테니,염려말아라.몇잔더마시며즐거움을다하자꾸나.”
그러고는치마끈을풀고손을놀려순매의몸을더듬으며애무하니,희고부드러운가슴은출렁거리고,옥같은살결은보들보들해서범하기어려웠다.일진일퇴거듭하며천번만번희롱하자문득구름처럼풍성한검은머리가기울고흰뺨이발그레달아올라양대(陽臺)의꿈이바로여기있는듯했다.

『절화기담』에서보여준사랑이‘지금이곳의사랑’을애절하게서술했다는남화산인의평가에대해독자들이어느정도공감할지는의문이다.‘절화기담’,곧‘꽃을꺾은이야기’라는제목에서알수있듯,이작품은기본적으로남녀의사랑을한바탕웃음거리로치부하고있기때문이다.
작자는여주인공순매의‘진정’(眞情)에주목하지못한채중세규범의울타리안으로움츠러들며안도하는결말을취하고말았다.순매의진정을중심으로『절화기담』이제기한문제는70년뒤19세기후반에창작된한문소설『포의교집』에서더욱첨예한형태로전개되어‘사랑의윤리’에관한보다진지한물음을이끌어내기에이르렀다.

절화기담,새로운통속소설의시작

『절화기담』은일본도쿄의도요분코(東洋文庫)에유일본이전하며,작자석천주인(石泉主人)은미상의인물이다.연구자들은석천주인을중인이나몰락양반으로추정해왔지만,확실한근거는아직부족하다.이작품의특징은작자외에남화산인(南華散人)이라는편차자(編次者:편집자)를두었다는점이다.석천주인으니서문에서남화산인의역할을다음과같이밝혔다.

『절화기담』은내가스무살때직접겪은일이다.그사실을서술하고기록한것이니,여가중에재미삼아볼만한읽을거리에지나지않지만,글의맥락이잘이어지지않고서사에도빈틈이많기에친구남화자南華子(남화산인)에게질정을구했다.그리하여남화자가고쳐편집하고윤색을가하니,비록내가직접겪은일이지만,속태우며그리워하고애가끊어지도록잊지못하는정이구절마다생동하고글자마다맺혀서,책을덮고긴한숨을쉬게하는곳이있는가하면마음이아파눈이시큰해지는구절도있다.

이서문에따르면이작품은석천주인이스무살때직접경험했던일을바탕으로쓴소설이다.석천주인은자신의초고에미흡한점이있다고여겨친구남화산인에게도움을청했고,이에남화산인이작품을새로편집하고윤문을가했다.
『절화기담』은사랑이야기지만불륜을다룬다.낮은신분의여주인공순매에게는불륜이치명적일수있지만,순매는중세에굴레에얽매이지않고남편이아닌다른사랑을꿈꾼다.이소설은‘불륜’이라는제재를우리애정소설에새롭게편입시켰다는점에서새로운통속소설의시작으로볼수있다.
『절화기담』은중국장편소설에서흔히쓰이던장회(章回)형식을빌려중편소설분량의작품을3회로나누어편성한점이특징인데,이러한편차(編次)방식또한남화산인의수정과정에서도입되었을것으로추정된다.또한이작품은전체적으로『금병매』(金甁梅)의영향이짙게배어있다.가령,『절화기담』의노파는『금병매』에서서문경과반금련의인연을맺어준왕파(王婆)처럼언변과수단이대단한데다책사(策士)의면모까지지닌인물처럼묘사된다.
남화산인이작품의편차와윤문에어느정도까지개입했는지는확인할방법이없으나평비(評批)만큼은온전히남화산인의작업이었다.남화산인은1·2·3각장회의앞에‘장회평’(章回評)을붙여각회의주요내용을개관하면서감상포인트를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