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데기

바리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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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우리 문화의 원형으로 만나는 바리데기

어린아이 동화책에는 신화 이야기로, 초등교과서에는 전래동화로, 중고등학생들에게는 고전소설로 소개되는 바리데기는 무당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온 베리데기굿에서 발원한다. 이 책을 통해 다양한 형태로 소개되는 바리데기의 원형을 만나자!

한국 문화의 원형, 바리데기

「바리데기」는 전래동화로, 신화로, 고전소설로 친근하고 쉽게 소개되고 있지만, 정작 원래의 글은 방언이 많이 쓰인데다 구전되어 온 것을 채록한 터라 별도의 해설과 번역이 필요한 난해한 텍스트다.
「바리데기」는 서사무가(敍事/巫歌), 즉 ‘굿판에서 불리는 이야기노래’이며 ‘구술 전승과 문자 기록의 경계’에 있는 텍스트다. 대부분의 현대 한국인에게, 특히 도시민에게, 서사무가가 구연되는 굿판과 구술은 번역이 필요한 낯선 문화다. 하지만, ‘무속’(巫俗) 혹은 ‘무교’(巫敎)라고 칭하는 문화는 한반도 내에 불교나 유교보다 훨씬 더 오래 전부터 존재했고 20세기까지도 한국 민속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다. 부여의 영고, 고구려의 동맹처럼 부족국가 시대의 제천의식도 국가의 안녕과 풍작을 기원하는 일종의 ‘나라굿’이다. 「바리데기」는 오랜 세월 우리 문화의 원형으로 존재해 온 무속 신앙의 텍스트다.
「바리데기」는 넋굿의 일부로, 종교성이 강하다. 실제로 넋굿이 행해지는 현장에서, 적어도 망자의 가족들에게 텍스트가 갖는 주술성과 신성성은 거의 절대적이다. 하지만 굿판에 참여한 사람들 가운데 일반 청중에게는 「바리데기」 텍스트가 갖는 문학적, 오락적 성격이 보다 크게 작용할 수 있다. 조선 시대에 다양한 기록문학에서 소외되었던 하층민, 특히 여성들에게, 굿판에서 구연되는 「바리데기」 텍스트는 종교의 영역을 넘어 흥미 있는 문학이었다. 무속이라는 전승 배경을 떠나서는 「바리데기」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지만, 동시에 그것이 문학 텍스트이기도 하다는 점 역시 간과해서는 안 된다.
「바리데기」는 제주도를 제외한 한반도 전역에서 전승되는 무가다. 현재까지 보고된 「바리데기」 각편(서사무가에서는 version이라는 표현 대신 각편이라는 용어를 쓴다)은 90여 편에 달하며, 이 책에서 선택한 각편은 1976년 경북 영일에서 김석출 무당이 구연한 ‘베리데기굿’이다.
저자

김석출

1922∼2005.1922년포항출생으로3대째무업을이은남자무당이다.7세부터화랭이로살면서2005년작고하기까지동해안굿의대표적인화랭이로이름을날렸다.1985년중요무형문화재제82-1호동해안별신굿무악부문예능보유자로지정되었다.

목차

간행사
서문

하나,옛날옛적불라국에
둘,딸만여섯
셋,바리데기의탄생
넷,아이를버리다
다섯,버린아이를데려다기르다
여섯,대왕이불치병에걸리다
일곱,딸들의핑계
여덟,신탁
아홉,어린시절
열,재회
열하나,서천서역을향해
열둘,밭갈고빨래하고
열셋,천정배필
열넷,아들형제를낳다
열다섯,생명수생명꽃
열여섯,유사강을건너
열일곱,대왕의회생
열여덟,신들의좌정

해설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중세의여성영웅,바리데기

「바리데기」는‘바리공주’‘발이공주’‘바리데기’‘바리덕이’‘말미거리’‘칠공주’‘오구풀이’등여러가지제목으로채록된서사무가다.20세기말에학계와예술계에서「바리데기」텍스트가유명해진뒤로는‘바리공주’와‘바리데기’두가지명칭이널리통용되고있다.대부분여주인공의부모는국왕부부로설정된경우가많은데,동해안지역에서는흔히오구대왕과길대부인으로명명된다.공간배경은‘불라국’이다.서울지역에서는국왕이‘금년은불길하니혼인하면공주만일곱을낳는다’는문복(점쟁이)의결과를무시하고혼인하며,결국신의금지를위반한대가를치르게되는것으로설정되는데,동해안지역에서는그러한문복이초두에설정되지않는다는차이가있다.
「바리데기」여주인공의이름이대체로서울지역에서는바리공주,동해안지역에서는바리데기로나타나는데,‘―공주’와‘―데기’라는명명에서풍기는미묘한차이는이신화의인물과서사의방향에서도확인된다.즉‘바리공주’와‘바리데기’는인물의성격과서사의핵심적인문제의식면에서차이가난다.신성성이보다부각된서울지역의텍스트가무조신혹은저승신이되는바리공주를통해죽음에대한문제의식을풀어가고있다면,문학성이보다확대된동해안지역의텍스트는버려진딸바리데기를통해가부장적사회에서소외된여성의존재에대한문제의식에더욱집중하고있다.이책에서는동해안의「바리데기」를대상으로했다.
가부장적질서가공고화된중세문명속에서,서사무가는굿판에참여한여성들에게여성이남성에게종속된존재라는가부장적논리를가르치고,그결과여성들을부당한현실에순응하게만드는기능을수행했다.그러나동시에여성이가진근원적인힘에대한긍정적시선으로,지배논리를뒤집은전혀새로운세상에대한상상이가능하게한문학적?종교적공간이기도했다.
딸이라는이유만으로버림받는바리데기의존재는가부장적문명속여성의지위를상징한다.주인공바리데기의여성으로서의전형성과그에대한문제의식은아비의약을구하러떠난여행중에겪은‘혼인및출산’과‘노동을통한시험’화소로써구체화된다.서천서역국으로가는길에서바리데기가감내해야했던밭매기,풀뽑기,빨래하기등은전통사회에서의일반적인여성노동을대변한다.15세에길을떠난바리데기가자식을둔여인이되어돌아온다는설정또한전통사회여성들의전형적인삶의궤적과일치한다.굿판에참여한여성들에게바리데기이야기는바로자신들의이야기였을것이다.이처럼주인공의여성으로서의전형성은서울본에서보다동해안지역전승에서훨씬잘드러난다.
주인공바리데기가자신을버린아버지와아버지의나라를죽음에서구한결말을두고,이것이가부장적질서의회복인가,새로운질서의창조인가에대한해석의차이가크다.바리데기는생명수를구하기위해온갖시련을감내하였지만그결과가불라국을소생시키는데기여했으니,결국아버지나라의질서에철저하게복종하고협조한공모자에불과하다고해석해야할까?아니면바리데기가나라의반을떼어준다는오구대왕의제안을사양하고저승세계를관장하는신이되었으니,새로운세계의주인이되었다고평가해야할까?
무가치하다고여겨서버린딸이아버지와이세계에다시생명을불어넣었다는설정은여성의정체성에대한긍정적이고희망적인해석을가능하게한다.오구대왕의죽음과불라국의쇠망은결국부계혈통중심의가부장적질서의모순이극에달했음을의미한다.그리고그모순을해결할수있는것은오직버려진딸바리데기다.
「바리데기」서사에서주인공은평범한여성이면서영웅이고신이다.딸이라는이유만으로버려진바리데기는가부장적사회에서존재가치가폄하되었던‘여성’일반을대변한다.딸이무가치하다는가부장적시선을뒤집고자신의존재가치를입증해낸바리데기는여성들의‘영웅’이다.그리고생명수탐색의임무를완수한바리데기는죽어가는세상에새생명을불어넣는‘신’이되었다.


21세기의새로운문화콘텐츠,바리데기

「바리데기」무가는민속학,구비문학,비교신화학,종교학,교육학,페미니즘,현대예술등여러분야에서관심을갖는텍스트다.「바리데기」는더이상서사무가라는‘옛것’으로서의고전에한정되지않고,국어교과서에수록되고21세기문화콘텐츠사업이주목하는원천콘텐츠로서‘고전’이되었다.
1980년대까지만해도제목조차널리알려지지않았던무당의노래「바리데기」가불과20~30년만에한국을대표하는신화중하나로지위를얻은까닭은무얼까?
「바리데기」무가는내용과형식면에서‘민족’과‘민중’이라는두키워드를충족하고있었다.조선시대는물론20세기전반까지도,굿판에서불리는무당의노래에대한당대인의평가와그문학적혹은문화적위상은이른바고전이나정전과는매우거리가먼것이었다.그런데바리데기신화에내재한민족적?민중적가치들이70~80년대한국사회의관심과맞아떨어지면서,계승하고재창조할만한전통으로재평가되기시작했다.수세기동안무가치하다고천대받던굿판의이야기가20세기후반에이르러‘한국을대표하는신화’라는위상을향해일대도약을시작한것이다.
「바리데기」가고전의지위를얻는과정에서주목해야할또하나의맥락은1980~1990년대페미니즘의유행이다.학계안팎에서페미니즘에대한관심이확산되던이시기에,「바리데기」서사에대한페미니즘독해와재창작이다각도로시도되었다.그것은「바리데기」에내재한또다른가치를발견해가는과정이었다.「바리데기」텍스트는여성에의한문학이란측면에서도페미니즘문학연구에중요한단서를제공했다.그것은「바리데기」가바로여성중심의문화인무속의신화라는사실에서기인하는데,이점에주목하여「바리데기」신화는내용면에서나형식면에서나대표적인고전여성문학으로자리매김되었다.
한국적문화전통에대한학계의성과와페미니즘의사회적확산을바탕으로,제7차교육과정개편에서「바리데기」신화가국어교과서에수록되었다.교과서수록은「바리데기」텍스트의가치에대한인정인동시에고전으로서의위상을더욱강화하는계기가되었다.
또한21세기초문화콘텐츠산업이흥기하는가운데「바리데기」서사가다양한콘텐츠로활발하게제작되면서대중적으로폭넓게수용되고있다.「바리데기」서사를원천으로하여연극과뮤지컬,발레,창작판소리등의공연콘텐츠,동화와소설등의출판콘텐츠,TV드라마와애니메이션,게임같은영상콘텐츠로다양하게재창작되었다.
최하층인무당이부르고일반백성이향유했던「바리데기」서사가20세기후반에대표적인한국신화로재평가된현상은하나의텍스트가한사회의가치있는고전으로재구성되는과정을잘보여준다.그것은「바리데기」신화에내재한어떠한요소가특정한사회적?문화적배경속에서가치있는것으로재발견되고재해석되는과정이었다.여기에새로운세기를시작하는시점이라는시대적특수성도한몫했을것이다.이신화는병든아버지의왕국에새생명을불어넣을자가바로버려진딸과같은소외되고힘없는존재라고이야기한다.그것은과거문명에대한진단이면서동시에다가올미래에대한비전이기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