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말투,옷차림부터종교,문화적지표까지
신인종주의를시대를살아간다는것
만약당신의옆집에무슬림가족이이사온다면?장시간타야할비행기의옆자리에국적을알아채기쉽지않은유색인남성이앉았다면?값비싸고고급스러운음식점에들어갔는데종업원들이전부조선족여성이라면?겉으로내색할정도는아니더라도슬금슬금피어나는불편함감정까지외면하기는어려울것이다.『낙인찍힌몸』이독자들에게상기시키고싶은메시지도바로이것이다.우리는‘교양있는’시민이기에학창시절에배운대로인종차별이도덕적으로옳지않다는것을충분히안다.그럼에도우리에게남아있는인종을서열화하는습속은가벼운계기만으로그민낯을드러낼수있다.
여기서들라캉파뉴가말했던인종주의는“천개의머리가달린히드라”(6쪽)라는말을떠올리는게유용하다.인종주의는여러가지요인들이복잡하게얽혀있기에단일하게규정하기가쉽지않다.『낙인찍힌몸』의전반부가생물학적인특성에따른인종차별의역사를정리하는데주력했다면,후반부에서는백인우월주의가여전히건재하는가운데문화적인지표가더중요하게작동하는‘신인종주의’현상에주목한다.5장에서는전세계적으로확산되는이슬람국가의테러와베일이라는제2의피부를지닌무슬림여성들에게가해지는인종차별을,6장에서는‘다문화’한국에서살아가는혼혈인,이주민,난민을다룬다.외모,말투,옷차림에문화적인요인이덧대져위협집단으로고착화되는데우리역시동조자였음을확인하는일은씁쓸하지만유의미한독서가될것이다.
자신이언제나인종차별을할수있다고인정하는일은계급차별과성차별에대해좀더예민한감각을갖겠다는다짐이되기도한다.저자가3장에서깊게서술한,흑인여성에게교차하는인종,계급,젠더차별은여전히잔존하기때문이다.2중,3중의억압속에서개개인의목소리는쉽게사라지고문젯거리로만남는경우도비일비재하다.가령2018년초,제주에도착한예멘난민을두고페미니즘의한쪽에서예멘남성을잠재적가해자로여기며입국반대를외치는모습을어떻게설명할수있을까?‘국민이먼저’라는슬로건을내건보수매체들과무엇이어떻게다를까?이에답하기위해서는시간이좀더필요해보인다.저자의바람대로성급히결론내리기보다꾸준히공부하며,신중한태도를유지하는것이신인종주의시대를살아가는지금우리에게필요한일이지않을까.
‘수동적인노예’에서‘사슬끊는흑인’으로,‘보여지는대상’에서‘보는주체’로
인종주의에갇힌인종주의에서벗어나기위하여
‘인종주의’를떠올리면노예,혐오,차별,배제,말살,흑백의이분법같은단어들이자연스레달라붙는다.『낙인찍힌몸』역시노예가된아프리카인,괴물쇼에올라야했던흑인여성들,홀로코스트속으로사라진유대인,이스라엘국가에서배제당한에티오피아유대인,한국사회에서부당한처우에놓인이주민등과같이인종주의의슬픈역사를재현하는데적지않은지면을할애한다.그렇지만이에못지않게폭력에맞서저항하며주체적인목소리를냈던장면들을소개하는것을주요과제로삼았다.노예해방을애원하는수동적인노예가아닌스스로‘사슬을끊는노예’(142쪽)를,불쌍하고연민을자아내는노예여성트루스가아닌꼿꼿하고단정한모습으로“이제는나자신을위해나(이미지)를판다”(198쪽)고말하는트루스의모습을,‘거래’가아닌열렬한연애를거쳐결혼했음을당당하게공개한결혼이주여성의편지사연(317쪽)을실었다.독자들은각장마다저자가숨겨놓은희망의몸짓을만나게될것이다.책에실을70여장의시각자료를선정하며인종차별에대한스테레오타입을고착화시키는이미지를일부러배제했던것도그런연유에서다.중요한점은인종주의에대한비판이아니라한걸음나아가인종주의에갇힌인종주의에서벗어나는일이기때문이다.
저자는책을마무리하며2018년10월14일세상을떠난네팔인‘미누’를추모한다.그는1992년산업연수생으로한국에입국해18년을일하며이주노동자의현실을알리는데도앞장섰으나,표적단속으로잡혀결국강제출국을당했다.저자는한번도만난적없는미누와그가활동했던다국적밴드스탑크랙다운(StopCrackdown)을떠올리며,그가“온정의대상이되는것도,단속과추방,차별의대상이되는것도거부했”(380쪽)다고쓴다.이는『낙인찍힌몸』이그의말을빌려전하고싶은메시지기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