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인찍힌 몸 (흑인부터 난민까지, 인종화된 몸의 역사)

낙인찍힌 몸 (흑인부터 난민까지, 인종화된 몸의 역사)

$20.31
Description
몸을 둘러싼 규정과 편견에 물음표를 던지다!
우리 안에 견고하게 자리 잡은 인종주의에 대한 편견을 이야기하는 『낙인찍힌 몸』. 가느다란 눈에 광대뼈, 큰 엉덩이에 두툼한 입술, 흰 피부에 커다란 눈, 곱슬머리에 기다란 코와 같은 표현들을 접하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특정 인종을 상상하게 된다. 또 우리 머릿속에는 백인, 흑인, 황인이라는 인종의 3분류법이 깊숙이 각인되어 있다.

하지만 인종은 인종적 범주들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통해 형성되어온 것이지 자연적으로 주어진 것이 아니다. 민족이나 계급 같은 개념이 태초부터 존재한 것이 아닌 것처럼 인종 개념도 사회적이고 역사적인 산물이다. 인종주의는 타자의 행위가 아닌 피부색, 머리카락, 골격, 두개골, 혈액 등과 같은 생물학적인 속성에 근거해 인간을 규정짓는 것으로, 이 역사의 시작은 16세기에서부터 찾을 수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혈통을 의미하던 인종이 어떤 연유로 인간 분류의 하위범주로 사용됐는지, 그리고 피부색으로 인간을 분류한 린네의 명명법과 흰 그리스 조각을 아름다움의 척도로 삼았던 빙켈만의 미학이 어떻게 씨줄과 날줄이 되어 백인우월주의 신화와 인종화를 만들어냈는지 찬찬히 풀어낸다. 이와 더불어 백인우월주의가 여전히 건재 하는 가운데 문화적인 지표가 더 중요하게 작동하는 신인종주의 현상에 주목하면서, 외모, 말투, 옷차림에 문화적인 요인이 덧대져 위협 집단으로 고착화되는 데 우리 역시 동조자였음을 확인하게 하고 인종주의에 갇힌 인종주의에서 벗어나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저자

염운옥

마산에서태어나서울에서자랐다.1985년고려대학교사학과에입학해강의실과도서관을오가며빠짐없이수업을듣는모범생이었다.1980년대의대학은학생운동과민주화운동의열기로뜨거웠다.캠퍼스에는언제나최루탄연기가자욱했고,학내문제나정치적이슈로수업을거부하는일도잦았다.강의실밖에서세상을배우고시대를고민하던때였다.1987년일련의민주화운동을경험하며사회의식에조금씩눈뜨기시작했다.역사의무게가새삼무겁게다가왔다.대학원에진학해공부를계속할결심을한것도이무렵이었다.대학원에진학하고나서남들은학부시절에독파한사회과학서적들을뒤늦게읽었다.

고려대학교대학원에서석사학위를받고일본에유학해도쿄대학교에서〈영국의우생학운동과모성주의〉로박사학위를받았다.논문을쓰는동안뜻대로살아지지않아방황하기도하고,나자신을믿지못해좌절하기도했다.그럴때면쭉뻗은길이아닌샛길로돌아가는것이인생을풍요롭게해주리라믿으며위안하곤했다.페미니즘에눈뜬것도박사논문을쓰면서얻은소득이다.역사의주체에여성을놓자보이지않던사실들이보이기시작했다.페미니즘은남성만이부당하게인간을대표해왔음을일깨워주었다.

〈우생학과여성〉,〈파시즘과페미니즘사이에서:영국파시스트연합의여성활동가들〉,〈타자의몸:근대성과인종주의〉등의논문을발표했고,《낙인찍힌몸:흑인부터난민까지,인종화된몸의역사》를썼다.최근에는자신의소유이면서동시에자신의소유가아닌‘몸’을역사학의주제로어떻게다룰까를고민하고있다.인종주의나이주,이민에대한관심도몸에대한관심의연장선위에있다.현재경희대학교글로컬역사문화연구소연구교수로재직중이다.

목차

들어가는글

1.인종에갇힌몸들
인종개념의기원과형성
린네의분류학
빙켈만의미학
안면각과두개측정에서인종사진까지

2.검은 몸의노예,저항의언어
누가‘흑인’인가?
노예무역,노예제,노예가된아프리카인
노예제의유산과기억의정치
3.인종, 계급,젠더가교차하는여성의몸
사르키바트만,3중의억압아래서
메리프린스,여성노예는말할수있는가?
서저너트루스,흑인여성의여성성과모성

4.혐오스러운몸에서강인한육체로
누가‘유대인’인가?
유대인의몸담론
파괴하기와재생하기

5.베일안과밖, 그리고 문화정치
테러의세계화와이슬람포비아
무슬림‘베일’논쟁과이슬람포비아의젠더화
무슬림의‘악마화’와‘인종화’

6.한국에서다양한몸과함께살아가기
한국인,외국인,이주민
‘혼혈’에서‘다문화’로
이주노동자와인종차별
다문화주의와인종주의
나가는글

미주
시각자료출처
참고문헌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외모,말투,옷차림부터종교,문화적지표까지
신인종주의를시대를살아간다는것

만약당신의옆집에무슬림가족이이사온다면?장시간타야할비행기의옆자리에국적을알아채기쉽지않은유색인남성이앉았다면?값비싸고고급스러운음식점에들어갔는데종업원들이전부조선족여성이라면?겉으로내색할정도는아니더라도슬금슬금피어나는불편함감정까지외면하기는어려울것이다.『낙인찍힌몸』이독자들에게상기시키고싶은메시지도바로이것이다.우리는‘교양있는’시민이기에학창시절에배운대로인종차별이도덕적으로옳지않다는것을충분히안다.그럼에도우리에게남아있는인종을서열화하는습속은가벼운계기만으로그민낯을드러낼수있다.
여기서들라캉파뉴가말했던인종주의는“천개의머리가달린히드라”(6쪽)라는말을떠올리는게유용하다.인종주의는여러가지요인들이복잡하게얽혀있기에단일하게규정하기가쉽지않다.『낙인찍힌몸』의전반부가생물학적인특성에따른인종차별의역사를정리하는데주력했다면,후반부에서는백인우월주의가여전히건재하는가운데문화적인지표가더중요하게작동하는‘신인종주의’현상에주목한다.5장에서는전세계적으로확산되는이슬람국가의테러와베일이라는제2의피부를지닌무슬림여성들에게가해지는인종차별을,6장에서는‘다문화’한국에서살아가는혼혈인,이주민,난민을다룬다.외모,말투,옷차림에문화적인요인이덧대져위협집단으로고착화되는데우리역시동조자였음을확인하는일은씁쓸하지만유의미한독서가될것이다.
자신이언제나인종차별을할수있다고인정하는일은계급차별과성차별에대해좀더예민한감각을갖겠다는다짐이되기도한다.저자가3장에서깊게서술한,흑인여성에게교차하는인종,계급,젠더차별은여전히잔존하기때문이다.2중,3중의억압속에서개개인의목소리는쉽게사라지고문젯거리로만남는경우도비일비재하다.가령2018년초,제주에도착한예멘난민을두고페미니즘의한쪽에서예멘남성을잠재적가해자로여기며입국반대를외치는모습을어떻게설명할수있을까?‘국민이먼저’라는슬로건을내건보수매체들과무엇이어떻게다를까?이에답하기위해서는시간이좀더필요해보인다.저자의바람대로성급히결론내리기보다꾸준히공부하며,신중한태도를유지하는것이신인종주의시대를살아가는지금우리에게필요한일이지않을까.

‘수동적인노예’에서‘사슬끊는흑인’으로,‘보여지는대상’에서‘보는주체’로
인종주의에갇힌인종주의에서벗어나기위하여

‘인종주의’를떠올리면노예,혐오,차별,배제,말살,흑백의이분법같은단어들이자연스레달라붙는다.『낙인찍힌몸』역시노예가된아프리카인,괴물쇼에올라야했던흑인여성들,홀로코스트속으로사라진유대인,이스라엘국가에서배제당한에티오피아유대인,한국사회에서부당한처우에놓인이주민등과같이인종주의의슬픈역사를재현하는데적지않은지면을할애한다.그렇지만이에못지않게폭력에맞서저항하며주체적인목소리를냈던장면들을소개하는것을주요과제로삼았다.노예해방을애원하는수동적인노예가아닌스스로‘사슬을끊는노예’(142쪽)를,불쌍하고연민을자아내는노예여성트루스가아닌꼿꼿하고단정한모습으로“이제는나자신을위해나(이미지)를판다”(198쪽)고말하는트루스의모습을,‘거래’가아닌열렬한연애를거쳐결혼했음을당당하게공개한결혼이주여성의편지사연(317쪽)을실었다.독자들은각장마다저자가숨겨놓은희망의몸짓을만나게될것이다.책에실을70여장의시각자료를선정하며인종차별에대한스테레오타입을고착화시키는이미지를일부러배제했던것도그런연유에서다.중요한점은인종주의에대한비판이아니라한걸음나아가인종주의에갇힌인종주의에서벗어나는일이기때문이다.
저자는책을마무리하며2018년10월14일세상을떠난네팔인‘미누’를추모한다.그는1992년산업연수생으로한국에입국해18년을일하며이주노동자의현실을알리는데도앞장섰으나,표적단속으로잡혀결국강제출국을당했다.저자는한번도만난적없는미누와그가활동했던다국적밴드스탑크랙다운(StopCrackdown)을떠올리며,그가“온정의대상이되는것도,단속과추방,차별의대상이되는것도거부했”(380쪽)다고쓴다.이는『낙인찍힌몸』이그의말을빌려전하고싶은메시지기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