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것 낯선 것 (학산한언 선집)

이상한 것 낯선 것 (학산한언 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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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이상한 것, 낯선 것에 대한 기록
이 책은 조선의 빼어난 이야기꾼 신돈복(辛敦復, 1692~1779)이 보고 들은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기록한 『학산한언』(鶴山閑言)의 일부다. ‘학산’은 신돈복의 호(號)이며 ‘한언’은 대수롭지 않은 이야기, 시시껄렁한 이야기라는 뜻이니, 책의 제목은 ‘학산의 시시한 이야기’쯤으로 풀이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시시한 이야기’는 당대 문인은 물론 한글로 번역되어 여성들에게도 애호되었다. 또한 후대의 인기 있는 이야기책에 『학산한언』의 이야기가 수록되기도 하고 백과사전류에 실리기도 했다.

신돈복은 명문가 출신이지만 높은 벼슬에 오르지 못했다. 24세에 진사시에 급제하고도 노년인 71세에야 종9품 벼슬인 선릉참봉을 제수받고 73세에 종8품 벼슬인 남도봉사를 지냈다. 이렇듯 그 관직만 보면 현달하지 못했으므로, 혹자는 신돈복의 삶이나 글을 시시하다고 여길지 모르겠다. 게다가 이 책 제목마저 ‘학산의 시시한 이야기’이니 더욱 볼만한 것이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학산한언』에는 다른 책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조선 방방곡곡의 이야기와 18세기 서울에 살던 지식인의 풍부한 정보가 담겨 있다.

유학에 독실했던 당시의 대다수 문인과는 달리 신돈복은 도가(道家)에 깊은 관심을 가졌다. 신선의 사적(事績)은 물론, 세상에 존재하는 신비롭고 기이한 각종 현상들을 남기고자 했다. 그래서 『학산한언』에는 귀신·용·별세계·신기한 능력을 지닌 동물이 대거 등장한다. 또한 『학산한언』에는 시대를 풍미했던 빼어난 인재부터 기생, 청지기, 상인, 도둑, 심마니, 사기꾼까지 다채로운 인물의 삶이 18세기 조선이라는 시공간을 배경으로 종횡무진 펼쳐진다. 여기에 각각의 글 말미마다 당시 그가 접한 국내외 문헌이 부기(附記)되어 있어 독자의 견문을 확장해준다.

그러므로 ‘학산의 시시한 이야기’는 결코 시시하지 않다. 독자는 신돈복의 ‘시시한 이야기’가 참으로 재미난 읽을거리이자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글임을 이 책을 읽으며 금세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신돈복

1692~1779.자는중후(仲厚),호는학산(鶴山).명문가출신이지만관직은노년에겨우말단직인참봉을지냈다.그렇지만박학다식하여당대이름난문인들과교분이깊었다.?학산한언?과농서?후생록?(厚生錄),도가서?단학지남?(丹學指南)등풍부한저술이있다.
신돈복은오래도록벼슬을하지않았기에조선의다채로운이야기를수집하고평소깊이관심을가졌던신선과도가(道家),귀신에관해폭넓은지식을쌓을수있었다.아울러18세기서울의노론계지식인으로서풍부한정보를접했다.?학산한언?은이러한저자의삶과지식을고스란히담아낸책이다.

목차

간행사
책머리에

별세계의존재
별세계의존재/기이한말표동/이상한선비화/신선과의만남/강철이라는용/용이된물고기/이상한것,낯선것/외눈박이사신/여우의시/귀신은있다

외발귀신
죽은연인과의사랑/장수제말의혼령/귀신들잔치/내가쫓아낸귀신/나비가되어/외발귀신/돌아가신아버지의부탁/귀신과의문답/아버지의혼령

봉산의무관
봉산의무관/길정녀/겸인염시도/노비이언립/금강산의검승/‘호랑’이만난무인

이인들
이광호/문유채/설생/정북창/김세휴/이계강/남추

인간원숭이
인간원숭이/사람보다인삼/인삼대상(大商)/도둑의참회/과부에게주는금/사슴의인의예지/아홉살효자/부모님무덤을지키는마음

채생의늦깎이공부법
중국에만인재가있나/차천로의시/한석봉의글씨/겸재정선의그림/맹인부부/채생의늦깎이공부법/추노촌의향단이/최상국의부인

해설
신돈복연보
작품원제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귀신을믿는유자(儒者)신돈복

신돈복은귀신의존재를믿었을뿐아니라,자신의글에귀신의존재를적극적으로기록했다.그리고자신의견해를뒷받침할근거로공자와우암송시열을자주이용했다.
“공자께서는‘괴이함’과‘무력’과‘패란’과‘귀신’에대해말씀하지않으셨다.”
조선시대의유자들은『논어』「술이」(述而)에나오는이구절을글쓰기의중요한지침으로삼았고,그때문인지조선시대의글에서는기이한사건이나신비로운존재에대한기록이―그것을믿든안믿든―상대적으로매우적다.그런데신돈복은공자의말을다른의미로해석했다.

공자께서‘괴이함’과‘무력’과‘패란’과‘귀신’에대해서말씀하지않으신것은,그것이이치에맞지않아서가아니라공부하는사람들에게가르칠만한게못되기때문일터이다.천지사이엔없는게없다.그런데그중익숙하게보이는것들만정상이라하고자주안보이는것은이상하다고한다.(…)『태평광기』를지을때재상이방등은모두이름난신하였다.천하고금의일을널리수집하여기록하고편집하여바친것이지,어찌잡스러운일을갖고임금을인도한것이겠는가?임금으로하여금천지사이의인정(人情)·물리(物理)·유명(幽明)·변화를두루알아문밖을나서지않고서도모든것을알게하려는것이니,그뜻이깊다.관건은예(禮)를갖추어요약하는가이다._「이상한것,낯선것」중에서

신돈복은이러한이유로‘이상한것,낯선것’을글의소재로삼는것이문제가되지않는다고생각했다.중국과조선문인들사이에널리읽힌설화집『태평광기』는황제에게바친책이고기괴한이야기가잔뜩실려있지만,오히려황제의시야를넓히고지식을확충하는데보탬이된책이라고보았다.

최신의『화양문견록』에다음이야기가있다.
하루는귀신이야기가나오자우암선생께서말씀하셨다.“귀신은있다.선조때허우라는사람이있었는데그의집에귀신이둘있었다.얼굴이나모습은볼수없었지만인간의말을할줄알아사람과말을주거니받거니했지.……”

우암송시열의제자최신의책『화양문견록』에서발췌한우암의말이다.신돈복은귀신을다룰때종종송시열의이말을근거로든다.
신돈복은이렇듯통념을깨고‘이상한것’을애써(!)기록했는데,이는그가세계를볼때대단히유연하고특별한시각을갖고있기에가능한일이었다.중국남송(南宋)의학자주희(朱熹)는‘괴이함’과‘무력’,‘패란’은이치에맞지않기때문에,‘귀신’은조물주의자취이기때문에함부로말할수없다고설명한바있다.잘알려져있듯이조선시대유학자들은주희의견해를절대시했다.그런데신돈복은그와견해를완전히달리한다.‘이상한존재들’은그저사람들에게익숙하지않을뿐이며,‘정상인’것들과그본질이같다는것이다.‘이상한’것들은틀린것이아니라다른것이라는그의시각은,세상모든것들이동등한존재라는인식을열어준다.
“세속에서는귀신이없다는게정론(正論)이라고함부로말한다.이것이어떻게진정한앎이겠는가?”(「귀신은있다」중에서)
신돈복은,진정한앎이란모든존재의가능성을열어두는것이라고말한다.


정해진운명을거부한품위있는인간들의기록

신돈복이낯설고이상한것에관심을두었다고해서그가현실을외면한것은결코아니었다.『조선인명사서』의기록에의하면,신돈복은경세제국(經世濟國)으로자부하며사정에밝았다고한다.그가집필한『후생록』(厚生錄)은50여종의문헌을참조해농업지식을정리한농서(農書)다.
신돈복은인간의감각기관으로지각할수없는미지의존재뿐아니라,눈앞의현실세계에도깊은애정과관심을가졌다.신돈복은동시대사람들에게회자되던몇몇특별한인간에주목하고,『학산한언』에실린여타글과는다른방식으로이들을기록했다.봉산의무관,청지기,서녀(庶女),일본간첩,노비등역동적으로움직이는각양각색의사람들을기록했다.
이들의삶은신돈복에게지적탐구의대상이아니라‘후대에전해야할이야기’였다.이러한창작의식은사마천의『사기열전』과같이어떤인물을역사에기록으로남기기위해짓는전(傳)의전통과맞닿아있지만,이들작품의지향과서술방식은전과몹시다르다.우선중심인물들이대개별볼일없는출신인데이들은현실에서좌충우돌고난에맞닥뜨리며엉뚱한실수를하기도한다.다른전과는달리평이한문장을구사하며인물간의대화가많아현장감이생생하다.
무엇보다,서사전개과정에서인간과현실그리고운명간의팽팽한갈등이나타난다.「봉산의무관」주인공은매관매직이성행하는사회에합류하고자하나여의치않자자살하려는데운명이그를살길로이끈다.「길정녀」의주인공인서녀‘길정’은신분적한계와고아가된처지로양반의첩이되는데,남편에게버림받은신세가되어다시신관사또의첩이될운명에놓인다.그러나격렬하게저항한끝에남편과백년해로한다.청지기‘염시도’는경신환국때주인이사약을받자세상에뜻을잃고불가(佛家)에귀의하려하나예언과운명이그를아리따운여성에게이끈다.
이들이야기에서신돈복은,인간이삶의무게와운명의장난한가운데를꿋꿋이뚫고나오는과정에주목한다.이들은난관에부딪혀고군분투하면서도인간적품위를잃지않는점에서‘빼어나다’고인정받는다.아울러이들이현실과갈등을빚는계기를주목해서보면작가가당대사회현실을날카롭게통찰하고있음을알수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