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오와혐오,가짜뉴스,거짓말,‘관종’,반지성주의…
‘트럼프’가만든세계에울리는냉혹한비평가의경보
퓰리처상을수상한《뉴욕타임스》독설서평가미치코가쿠타니의책이국내에처음소개된다.『진실따위는중요하지않다』는탁월한서평가의눈으로진실이죽어가는이세계를냉정하고명징하게읽어낸다.트럼프가‘하루에평균5.9가지거짓말’을하고,가짜뉴스와음모론이민주주의를위협하는시대,반지성주의와농담인척하는편견과혐오의언어로뒤덮인세계에관해이야기하는단한권의책을읽어야한다면,바로이책이다.해박한지식과통찰력이돋보이는이책은정치,역사,문학을오가며어떻게탈진실이오늘날광범위하게확산되어서우리의환경이되었는지,우리가어떻게이같은언어에도착하게되었는지에관해간명하고명쾌한지도를그려낸다.한국사회에대해가장날카로운비평을들려주는여성학연구자정희진의해제또한우리사회에대한깊이있는논의를촉발할것이다.
전설의독설서평가,미치코가쿠타니의국내첫출간작
2017년1월,퇴임을앞둔오바마대통령과책을주제로마지막인터뷰를진행한사람은바로그였다.조앤롤링이필명으로쓴탐정소설『실크웜』을비롯해,<섹스앤더시티><걸스><디어페어>등여러드라마에서언급되며하나의문화아이콘이된서평가,조너선프랜즌이“뉴욕에서가장멍청한사람”,살만루슈디가“이상한여자”,노먼메일러가“1인가미카제”,수전손택이“명석한악평과대조되는멍청한악평”을썼다고공격한이서평가의이름은미치코가쿠타니이다.
미치코가쿠타니는일본계미국인문학비평가이자서평가로,《워싱턴포스트》《타임》을거쳐1979년《뉴욕타임스》에합류해1983년부터2017년까지서평을담당했다.무라카미하루키,수전손택,마거릿애트우드,조너선프랜즌,노먼메일러등유명작가들의특정작품을향해독설도서슴지않았으며,작가들은그의혹평에다양한반응을보였다.하지만이러한논란때문에그가유명세를탄것은아니다.그는이언매큐언,데이비드포스터월리스,조지손더스등의비평적조력자였고,자신의비평원칙에따라작품그자체에대해냉정하고무자비한비평을구사했으며,날카롭고신랄한어조로그만의확고한스타일을만들어냈다.가쿠타니는1998년에비평분야퓰리처상을수상했고,‘영어권에서가장영향력있는서평가’로알려져있다.
그리고‘미치코가쿠타니가뽑은올해의책’리스트나발췌한서평으로그의이름을접했던독자들은2019년가을,드디어그의글을한국어로직접읽을수있게되었다.『진실따위는중요하지않다』(원제:TheDeathofTruth:NotesonFalsehoodintheAgeofTrump)는가쿠타니의두번째책으로,여러작가와예술가들의인터뷰를묶은『피아노앞시인』(ThePoetatthePiano)이후30년만에발표한책이다.
‘트럼프’와탈진실시대를비평가의눈으로기록하다
『진실따위는중요하지않다』는문학비평가이자서평가로서명성을얻은미치코가쿠타니가《뉴욕타임스》퇴임후에출간한첫책으로,정치·문화비평에속한다.어째서본격저술가의삶을시작하며집필한실질적인첫책이문학비평이아니라정치·문화비평일까?여기서독자는긴급한시대적상황에대한가쿠타니의절실한비평적개입을읽어낼수있을지도모른다(그리고이러한개입이비평의중요한소임중하나가아닐까).가쿠타니는“‘진실의쇠퇴’라는말이‘가짜뉴스’와‘대안사실’같은,이제는익숙한어구가포함된탈진실(post-truth)시대”에“사실에대한무관심,이성을대신한감성,그리고좀먹은언어가어떻게진실의가치를깎아내리는지,그리고이것이미국과세계에의미하는바가무엇인지검토하”고자이책을썼다.
가쿠타니는이책에서진실이공격받고객관성이인기를잃으며미국대통령트럼프가하루에5.9가지거짓말을하는상황,이성과과학이후퇴하고가짜뉴스와음모론이민주주의를위협하는시대,반지성주의와농담인척하는편견과혐오의언어로뒤덮인세계를“진실의죽음”이라는키워드로건져올려,결코타협하지않는서평가의눈으로냉정하고명징하게읽어낸다.그는트럼프개인의거짓말과나르시시즘,혐오의정치뿐만아니라‘트럼프’로상징되는우리시대전반적인문화를가로지르며,정치현실과역사와문학을한데엮어다음과같은질문들에대한대답을찾아낸다.“어떻게이런일이벌어졌을까?어째서진실과이성이이런위험에처하게되었을까?눈앞에닥친진실과이성의죽음은우리의공적담론과정치및통치의미래에무엇을예고하는것일까?”
그에따르면,이러한현상은수십년전부터서서히나타났다.가쿠타니는좌우를막론하고일상생활,정치,학계,문학과대중문화,인터넷소셜미디어등을아우르며다양한영역에서‘진실의죽음’을둘러싸고어떤일들이벌어졌는지기록한다.1960년대에문화전쟁이시작된이래,학계에서논의되던포스트모더니즘은대중문화와정치주류까지스며들어상대주의를퍼뜨렸고,크리스토퍼래시가“나르시시즘의문화”라하고톰울프가“‘나’의시대”라일컬은것이꽃을피우며주관성이부상했다.또한1980년무렵부터미국은1960년대의사회변화에대한반응으로분열되기시작해“가치관,취향,신념”을중심으로삶을재편했다.그리고여기에불을붙인게인터넷이었다.
그는미국의민주주의를둘러싼풍경들,1960년대이후포스트모더니즘과문화전쟁에관한논의,주관성의부상,‘현실’(reality)의붕괴,필터버블·저장탑·부족현상,인터넷이라는매체의문제,러시아의미국대통령선거개입,트럼프뿐만아니라히틀러·레닌·푸틴의언어,사회전반에만연한허무주의,프로파간다와인터넷트롤등을아우르며,민주주의를병들게하는것들의어두운핵심을예리하고깊숙이파고든다.조지오웰,한나아렌트,슈테판츠바이크,톰울프,데이비드포스터월리스등의이야기에귀기울이며,어떻게탈진실이오늘날광범위하게확산되어서우리의환경이되었는지,우리가어떻게아이러니와편견과혐오의언어에도착하게되었는지에관해간명하고명쾌한지도를그려낸다.그리고이런상황에서어떻게민주주의의초석일진실을되살릴수있겠냐고되묻는다.
‘한국사회’에서거짓과혐오는어떻게일상이되었는가
제목‘진실따위는중요하지않다’는진실이죽어가는세계를만들어낸태도를함축하며,사실이책의주장과반대되는역설적표현이다.『진실따위는중요하지않다』는‘트럼프’로상징되는민주주의의위기를개탄하고진실이힘을잃은시대를진단하며,진실성과투명성을갖는언어의복원을희망한다.그리고가쿠타니의분석과제언은조국법무부장관임명을둘러싸고벌어진가짜뉴스논란에서보듯이여전히과잉되고편향된말들로시끄러운한국사회에서더욱유용하다.이책은댓글부대와가짜뉴스를통한여론조작,거짓말과정치적선동,태극기부대,SNS와부족주의,음모론,반지성주의,악플과혐오발언등에관해유의미한통찰과비판의지점들을제공할것이다.
말미에는한국사회에관해가장날카로운비평을들려주는여성학연구자정희진의해제를덧붙여,거짓과혐오가일상이된우리사회에깊이있는논의를촉발한다.정희진은“이책의관점에동의하지않”지만,“많은이들이이책을읽고저자가제기한문제를공유하기를절실히바란다”고썼다.포스트모더니즘을비판하며진실이있다고믿는가쿠타니와달리,정희진은진실을내세운단하나의목소리를경계한다.그러나이책이“이시대최고의트럼프보고서”로서“필독서”로읽히기를바란다고썼다.“‘노오력’과같은자기계발”조차“불가능한자아실현”이되고사람들은“타인을밀치고혐오하고‘관종’이됨으로써자신을실현”하려고하는시대,“트럼프의의미는이런시대의모델이라는데있”으며,“우리가할수있는실천은내주변의‘트럼프들’과싸우는것”이기때문이다.신랄한서평가가정직하게기록한이책을통해,독자들은우리사회를입체적으로읽을수있는통찰뿐만아니라거대한전투를위한중요한자원들을얻을수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