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남의 시간들 : 수행의 길, 송광사에서 롱아일랜드까지

깨어남의 시간들 : 수행의 길, 송광사에서 롱아일랜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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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나와 세상의 참모습을 찾는 수행의 길,
20년 ‘생활 수행’의 기록을 한 권에 담다!
현대인의 새로운 힐링 코드, 수행!

웰빙에 이어 힐링 문화가 확산되면서 불교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수행’이라는 코드가 대중 속에 자리 잡은 지 오래다. 특히 언론과 방송을 통해 유명 연예인들이 요가와 명상, 108배 등을 한다는 소식이 적지 않게 전해지는 등 불교 수행법이 불교라는 경계를 뛰어넘어 사회적 유행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했다. 스님의 하안거와 동안거처럼, 일반인과 재가 수행자들을 위한 템플스테이는 사시사철 전국 방방곡곡의 사찰에서 열리고 있다.
그동안 선방 문고리만 잡아도 지옥을 면하고 극락에 갈 수 있다는 믿음으로, 혹은 가족의 평안을 위한 기복 신앙으로 행해지던 재가 불자들의 수행이, 이제는 깨달음을 얻기 위한 과정으로 그리고 참 나를 찾아가는 방법으로 남녀노소 모두에게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수행의 목적은 마음속의 온갖 번뇌로부터 벗어나서 자유로운 사람이 되기 위한 것이다. 나에게 아무런 번뇌도 없고 고통도 없으며 세상이 지극히 안락하여 아무런 모순도 갈등도 없이 모두가 행복하다면 수행 같은 것은 하지 않아도 좋다. 그러나 현실은 수많은 번뇌와 갈등으로 혼탁하다. 수행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경쟁사회의 열기를 잠시 접어 두고, 나를 괴롭히던 모든 문제들로부터 벗어나 나와 세상의 참모습을 찾기 위해 수행자들은 새벽 4시부터 하루 10시간 이상의 수행 정진으로 깨달음을 향한 화두 수행에 몰두한다.
음력 10월 15일부터 이듬해 1월 15일까지 해마다 불가(佛家)의 동안거(冬安居)가 진행되는 이때, 만물이 근본을 드러내고 나목으로 서는 늦가을에, 재가 수행자를 중심으로 하는 수행의 열기는 다시 끓어오르고 있다.
저자

이강옥

저자:이강옥
김해에서태어났다.서울대학교국문학과를졸업하고박사학위를받았다.경남대학교국문학과에서봉직하였고영남대학교국어교육과교수로재직하고있다.예일대학교,뉴욕주립스토니부룩대학교에서방문학자로연구했다.야담과일화,『구운몽』을많이연구했다.불교수행과『구운몽』읽기를활용한우울증수행치료프로그램을만들어상담해왔다.성산학술상,천마학술상,지훈국학상을수상했다.고우큰스님으로부터원봉(圓峯)의법명을받았다.
『한국야담의서사세계』,『한국야담연구』,『일화의형성원리와서술미학』,『조선시대일화연구』,『구운몽과꿈활용우울증수행치료』,『구운몽의불교적해석과문학치료교육』,『보이는세상보이지않는세상』,『젖병을든아빠,아이와함께크는이야기』등을저술했고,『청구야담』을번역했다.

목차

머리말
흐르는물의가르침―송광사2001
파도가된나―거금도송광암2003
유리창의줄탁동시―롱아일랜드2010
고향땅포구나무화사한빈방―부산안국선원2012
허공꽃―송광사대중공양2016
벽암록공부하러가는길―중앙고속도로·봉화금봉암2017
무문관―홍천행복공장2018

출판사 서평

인문학자의시선으로본수행문화

이책의저자이강옥은정년퇴직을앞둔초로의국문학자다.20대젊은시절출가를결심하고삼랑진만어사에들어갔지만현실은그를놓아주지않았다.출가가불가능해진저자는그대신세속에서의수행의길을가기로결심한다.저자가재가수행자로서자신의참모습을찾기위해끊임없이수행해온세월이어언30여년이다.짧지않은세월동안저자는계속하나의화두를들었다.‘이뭐꼬?’

밥먹을때밥먹는것과관계없는다른망상을일으키는이뭐꼬?
운전할때애인생각하는이뭐꼬?
남이나를화나게해서내가화를낼때이뭐꼬?
이송장끌고다니는이뭐꼬?

불가의수행과달리세속에서의재가수행은일상생활과분리되지않는다.수행을하면수행자의일상이달라지고타인의일상을다르게보게된다.반대로일상의경험은수행과긴밀히연결되고서로영향을준다.저자는자기수행과타인의일상관찰이연결되는흥미롭고내밀한과정을친절하고명료하게보여준다.저자가일화와야담을연구하는국문학자이기에그저그런일상속에숨겨져있는의미와빛을그누구보다잘포착할수있었을것이다.이런사항은저자의글쓰기방식에그대로적용된다.
저자는생활의한부분으로자리잡고있는수행의문화를인문학자의시각으로관찰하고,자신의관찰기록을독자와공유하려한다.저자가이세상을바라보고관계맺는방식과태도에대해서도스스로성찰하고그범례를제공하고자한다.그래서환경오염과무분별한4대강개발,진보주의,실업문제,미투운동등이자연스럽게그의글속으로들어온다.
저자의답을찾는과정은지금도진행형이다.이번생에서깨닫지못하면다음생에서라도자신의참모습을찾기위해,그리고삶과깨달음을주신선학에게은혜를갚기위해용맹정진한다.

“내오래오래잘앉아한소식하거들랑저기어디엔가계시는우리어머니께그소식전해야지.우리어머니먼저깨닫게해드려이승의은혜갚아야지.보는이없는독방에서환갑진갑넘긴사나이가그냥한참울었다.”

깨달음의길,인연의땅송광사에서롱아일랜드까지

이책은2001년부터2018년까지의수행의기록이시간적순서에따라기술되었다.2001년송광사,2003년거금도송광암,2010년롱아일랜드,2012년부산안국선원,2016년송광사,2017년봉화금봉암,2018년홍천행복공장순으로기록하여,20여년의짧지않은수행경험을이책에담았다.
이책에소개되는장소중송광사와안국선원은우리나라의대표적인수행공간이다.송광사는수행문화의정점에서있는불교조계총림의본산이며승보종찰(僧寶宗刹)이다.송광사는올바른수행자상을제시하기위해수련문화시스템을구축하고참선수행캠프를운영하는등새로운문화를만들어가고있다.안국선원의간화선(看話禪:화두話頭를사용하여진리를깨닫고자하는선)체험또한재가불자들과수행자사이에서유명하다.이선원을찾는이들은불교와인연이있는이들도많지만,그렇지않은이들도상당수가된다.자기삶의실존적문제를해결하기위해선원을찾는다.실존적인생생한화두가현대인에게얼마나절실한문제인가를알수있다.안국선원은간화선체험을통한선(禪)의대중화를위해노력하고있다.봉화금봉암의고우큰스님은저자가수행자로서올곧게살아가도록이끌어주신선지식이며스승이다.
저자가교환교수로간미국롱아일랜드는불교뿐아니라다양한종교의수행공간이있다.저자는뉴욕주스토니부룩대학에서불교학을가르치는박성배교수를만나고,동물농장의농장장이된환속한스님을만난다.또한사우스햄튼에있는참선선원인오션젠도(OceanZendo,禪堂)를찾아가그곳도반들과함께수행하고,수행의동반자이자평생의지기가된유니테리언(unitarian)크리스를만난다.롱아일랜드는색다른공간이면서불보살의땅이다.

“이세상어디내스승아닌존재가없다.눈뜬장님인나를인도해주는은인과스승이가득한세상.다음생에눈밝은이로태어나그은덕을갚아야한다.어두운세상앞못보는분들의길잡이가되는날을기다린다.”

이책의내용

「흐르는물의가르침」은2001년송광사여름수련회에서의수행담이다.수행을시작하며호기심어린시선으로송광사여름수련회의모습을살폈고,저자의경험과감동을기술하며초발심이생성되는과정을세심히적었다.아울러묵언을통해우리시대의말하기를참회했다.
“아는자는말하지않는다.말하는자는알지못한다.지금내가해야할일은깊은내면으로의여행이다.참나를아는것이최상의일이다.지금까지입으로지은죄를참회하는뜻에서나는묵언하겠습니다.”
“묵언은말로생계를꾸려온나자신의과거를부끄럽게만들었다.나는살아남기위하여끊임없이말을해왔다.그중참많은부분은남을헐뜯거나남에게상처를주거나남의기를죽이는것이었다.나는말을너무많이하며큰죄를지었다.구업(口業)을생각하니참담해졌다.나는참회하며완벽하게묵언했다.”

「파도가된나」는2003년의거금도송광암여름수련회의경험을기록했다.수행의방법에대한근본적인질문과저자나름의대안을담았다.
“몽돌에앉아밀려오는파도와밀려가는파도를바라보았다.자갈도따라서소리지르며밀려왔다밀려갔다.파도가밀려간그곳에바닷고기가이리저리유영할것이다.파도가밀려올때내가들숨을들이키고파도가밀려갈때내가날숨을내쉰다.들숨에내가살고날숨에내가죽는다.파도도밀려와서살아나고밀려가서죽는다.파도와나는함께밀려오고함께밀려간다.함께숨을들이쉬고함께숨을내쉰다.파도와내가하나가된다.나는파도가되었다.그럼나는어디에있는가?”

「유리창의줄탁동시」는2010년미국롱아일랜드의수행공간에서이루어지는깨우침을기록했다.그곳에서만난사람들,그곳일상속에서빛났던부분을찾아기록했다.

「고향땅포구나무화사한빈방」은2012년부산안국선원의수행경험을담았다.수행과정과인가를둘러싼문제를반성했다.이는안국선원이라는우리나라대표적수행공간에대한증언이기도하다.저자의깨달음의과정을기록했다.

「허공꽃」은2016년송광사대중공양때의일을기록했다.2001년송광사여름수련회때의초발심에대한기억을되살리면서승가의감동사연을서술했다.
“‘이발’(理髮)은머리카락을다듬는다는뜻이다.자른다고하지않고왜다듬는다고했을까?어떤손님은이발사에게자기머리카락을자를정도와방법을제시하기도하지만대부분의손님은그냥이발사에게머리를맡긴다.물론남자머리카락의알맞은길이가있을것이고또손님의머리모양이나취향과나이에따라알맞은스타일이있을것이다.그러나근본적으로보면이발이란모순이요아이러니다.이발은지나치게짧게잘라도안되고지나치게길게잘라도안된다.이발은안자르면서도자르는것이어야하고자르면서도안자르는것이어야한다.이발에중도(中道)와살활(殺活)의원리가깃들어있는것이다.”

「벽암록공부하러가는길」은2017년봉화금봉암에서의수행경험을담았는데,특이한점은저자가살고있는대구에서봉화까지가는길에목도한풍경과거기에깃든사람의마음과시절인연을풀어냈다는점이다.결국고우큰스님은『벽암록』을가르쳐주시지않았지만,큰스님을뵈러가는그길목의깨달음자체가『벽암록』이었다고저자는술회한다.
“수행의길을가고자하는나에게선생의존재는희망이면서절망이다.자기삶에충실하고곧은마음을간직하며살다보면그경지에이르러성불할수있다는희망을갖게한다.그러나그의경지가의도적인수행공력의결과가아니라그생애이른시기부터그렇게살아온결과임을확인하면서는절망한다.사람은참달라지지않는존재라는것을자주목도한다.내로라하는성직자나수행자의말과행동,앎과실천이서로부합하지않는경우를너무나자주본다.나는더욱자주언행불일치의위선을저지르면서매순간산다.빌뱅이언덕에서의『권정생경』독경은매번부끄러움으로끝난다.”

「무문관」은2018년홍천행복공장에서의경험을기록한것이다.바깥세상과단절된홍천행복공장무문관에서이루어진존재에대한실험적관찰과깨달음을담았다.만나는사람,지나친장소들그모든시절인연이깨달음의길이었음을저자는술회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