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화 배우는 만화

수화 배우는 만화

$14.32
저자

핑크복어

미술학원에서학생들을가르치며만화를그린다.오랫동안수어를배우고싶다는생각만가지고있다가2018년에드디어수어를배우기시작했다.평범한청인이그저배우고싶다는마음하나로처음수어를배우면서겪게되는일들을그림일기처럼그려냈다.

목차

추천하는글_이길보라6

첫수업9
수어를배우기로했어14
아닌줄알지만18
수어프로가되는길(?)21
선생님28
그분의존재감33
지화가뭐야?38
리드미컬&고저스오징어41
농인의소리48
조언자들53
수어노래59
어떤영화66
편견71
좋은일멋진일대단한일75
초급반,안녕!80
폐강이라고요?!84
중급반,안녕?87
따라하면안되는데91
부담스러운수어96
수어의업데이트103
하지못한질문109
수어로말하는추석113
‘장애인’119
수어의매력126
‘사랑’의수화교실131
‘사랑’의수어교실137
어디살아요?141
수어와구화145
청각장애인=농인?149
수어와봉사활동152
조금다른대답156
저도좀합니다만161
아는만큼보인다?168
그런게있으면좋겠어172
수어로‘대화’하기177
어디로가야하죠,선생님?183
너의이름은188
수어배우는할머니196
들리지않으면204
서툴지만천천히208
핑크복어,레벨업!213
소리의부재219
농인의세계,청인의세계223
채울수없는허기227
청인의수어230
안녕,중급반!그리고…234
즐거웠으니까238

작가후기_복어의편지241
에필로그_아직모르는이야기244

출판사 서평

■생생하고자유로운언어의세계와조우하다
수어는단순히음성언어나문자언어를대신하는비전문적인수신호가아니다.수어는오랫동안축적된농인의삶과문화에기반을둔농사회의언어다.문자언어의어휘와문법에끼워맞춰생각하면표현이한정적이고엄밀하지않다고오해할수있지만,국제학술대회를온전히이끌정도로전문적이며손동작뿐만아니라얼굴표정,몸짓(제스처)까지표현수단과방식,관용적인활용영역이방대하다.‘소리없는말의세계’는고요한침묵의세계가아니라,소리와글자가아닌모든것으로이야기하는세계다.그자유롭고생생한세계에서는그간음성과문자에만의존해온주인공이오히려말을잃은사람같다.겨우손가락세개를한꺼번에펴다가쥐가나고안쓰던얼굴근육은어색하게일그러지고뻣뻣하게굳은몸은고장난로봇처럼덜그럭거린다.한국어문법에맞춰진머리로수어의고유한문법을이해하기란쉽지않다.크고작은고비와수많은질문속에서수어를배우는주인공의따라가다보면,수어가더없이독립적이고고유한언어라는사실이분명하게보인다.달라서어렵지만그만큼알고싶어욕심나는세계.그저배우고싶다는마음하나로그세계에발을들인주인공의좌충우돌도전기는수어에전혀관심이없던독자들도읽고쓰기나듣고말하기가아닌다른방식의소통에대해,새로운언어의세계를만나고배우는즐거움에대해부담없이생각해보게끔한다.

■‘청인’의입장에서‘농인’의세계를엿보다
언어는그것을사용하는사람들의삶과문화를반영한다.요컨대언어에는그사회의정체성이담겨있다.따라서농인과농인사회를떼어놓고는수어를온전히배우고이해할수없는것이다.주인공은수어를배우며난생처음자신을‘청인’이라고소개하는세계를만난다.수어만큼이나독립적이고고유한농사회의문턱에서그곳을슬쩍엿보는것만으로도이방인이된기분을절실히느낀다.대화하는방식은물론‘당연함’의기준도다르다.오랫동안고민하다질문이알고보면별것아니었다거나그게왜궁금한것인지농인선생님을이해시키지못하는경우도많다.영상으로수어를독학하려다“소리가없어서”도저히공부할수없다고불평하는자기모습을보며,소리가당연한청인중심의사회에서‘농인’으로서어려움을호소해왔을사람들을떠올린다.“수어를처음배우기시작했을때는무턱대고농인과청인이같다고생각했지만,현재는‘다름’을받아들이고알아가는”중이라고주인공은말한다.‘다르지않다’고생각하는쪽이장애를이해하고존중하는태도처럼보이기도하지만,자신이아는틀안에서이해하는데에는한계가있게마련이다.다르지않다고생각하면더고민할것도,궁금할것도없으니거기서끝이다.다름을인정하는데서배움은시작된다.낯선세계에처음발을들일때시행착오가따르는것은당연하다.
작가는수어를배우고수어만화를연재하면서그어느때보다고민과걱정이많았다고한다.청인으로서가지는평범한의문,즉각적으로떠오르는질문이농인에게무례하고차별적인언사일수있다는걱정때문에,자신의무지함이상대방에게실례가될수있음을항상인지하고먼저사과를드린뒤에질문하는습관이생겼을정도다.작가의말대로수어를배우는것은대단한일이아니지만,진중하고성실하게배우고이해하려는태도는칭찬할만하다.상당히유쾌하고유머러스한만화이지만페이지마다작가의조심스러움과사려깊음이묻어난다.
『수화배우는만화』는본격적으로‘장애’에대해다루는책이아니지만,누구나한번쯤궁금해하고고민했던문제들을솔직하고친근하게털어놓는다.민감하고어렵고무거운주제니까함부로입에올리면안된다는부담감과자기검열이그간가장구체적인생활의일부인‘장애’를일상과동떨어진미지의것으로만들어온것은아닐까.이책이우리의일상과연결하지못했던또다른소통의형태,여러가지삶의형태에관해쉽고재미있게생각해볼수있는책들이더많이등장할수있는발판이되기를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