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과 기록 사이 (어느 북 디자이너가 읽은 책과 만든 책)

기억과 기록 사이 (어느 북 디자이너가 읽은 책과 만든 책)

$23.53
Description
컬럼비아대학출판부 25년 차 북 디자이너가 쓴
책의 기억과 생애의 기록
사람은 늘 어딘가에 머무른다. 그곳은 때로 육체적 장소이며, 때로는 정신적 장소다. 한국에서 중학교까지 마치고 미국으로 이주한 북 디자이너 이창재는 전혀 다른 두 세계를 경험했으나 마음은 언제나 책에 머물렀다. 책으로 관계 맺고 책을 통해 세상을 마주했으며, 이제는 책 만드는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기억과 기록 사이』는 컬럼비아대학출판부 25년 차 북 디자이너가 읽은 책과 만든 책에 관한 에세이다. 지은이는 네 살 때 처음 책을 읽기 시작한 이후로 독서로 자신의 세상을 구축하고, 20여 년간 북 디자이너로 생계를 꾸리며 책을 삶처럼 여겨왔다. 『기억과 기록 사이』는 책을 매개로 한 사유와 기억을 찬찬히 담아내고 있으며, 다루는 책의 목록에서 지은이의 일관된 눈썰미와 정서가 느껴진다. 외국에서 오랫동안 책과 관련한 일을 한 전문인의 기록인 동시에, 모국어를 잃지 않은 디아스포라의 책에 대한 동경과 헌사이고, 이민자이자 바이링구얼의 책을 통한 교차적 문화 읽기이며 장소와 시대에 관한 감각이 깃든 산문이다. 따라서 한 개인이 마주한 기쁨과 고통, 관계와 단절, 소망의 실현과 좌절 등 독자가 일상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삶의 이야기가 담겨 있고, 이민자로서 한국을 바라보는 애틋한 시선을 느낄 수 있으며, 아시아권 문화 교류의 일면도 만날 수 있다. 아울러 북 디자이너를 비롯한 출판사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책 소비자뿐 아니라 생산자의 고민도 목격할 수 있고, 번역과 글쓰기에 관한 문제와 과제, 한국과 미국의 출판 문화 차이 등을 엿볼 수 있다. 이에 더해, 이 책에는 체제의 모순을 포착하고 현장의 맥락과 서사를 능숙하게 기록하는 사진가 노순택과 감정에 관해 집요한 관심을 가지고 대상 내면의 색채와 정서를 표면으로 이끌어내는 사진가 안옥현이 『기억과 기록 사이』에서 다루는 책을 오브제로 찍은 사진이 실려 있다. 글로 표현한 책의 가치와 의미를 사진으로도 재현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며, 노순택 작가와 안옥현 작가가 그간 해온 작업과는 다소 다른, 새로운 시도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책을 아끼고 사랑하는 독자라면 탐독할 만한 책이다.
저자

이창재

인천에서나고,서울에서자랐다.중학교를마친뒤가족과함께시애틀로이주했다.대학에서영문학을전공하다미술사와회화로전공을바꾸어학위를받았고,뉴욕의대학원에진학해커뮤니케이션디자인석사과정을수료했다.컬럼비아대학출판부에서북디자이너로24년째책만드는일을하고있다.대학출판협회와뉴욕출판협회에서다수의디자인상을받았다.한편,사진전〈삶의궤적:한국의시선으로바라보다,1945~1992〉를기획해1905년부터1949년사이에태어난한국사진가13인의작업을미국에처음소개했다.2015년에는도서전〈책을만들고보는열세가지방법:컬럼비아대학출판사북디자인,1990~2015〉를기획해갤러리사각형과서울도서관에서전시했다.노순택·안옥현사진가가찍은사진과도서로구성한전시〈책의초상〉을기획해고양문화재단이주관한고양아람누리아람미술관‘2018책의해특별전’〈예술가의책장〉에도참여했다.문학과예술의언저리를기웃거리며,뉴욕에서책과함께살고있다.

목차

머리말9

R1파랑새,파랑새를찾아서15
『파랑새』,모리스마테를링크지음

R2시쓰며일하던아이들은어디로갔을까27
『일하는아이들』,이오덕엮음

R3오래된교과서와‘오감도’40
『대학작문』,서울대학교출판부지음/『이상』,김용직엮음

R4자신앞에남은생51
『자기앞의생』,에밀아자르지음

R5손찌검이가져다준선물63
『한국가곡161』,세광출판사편집부지음

R6전집시대의종말69
『세계의문학대전집』,동화출판공사엮음

R7‘아무도아닌’이라쓰인글자를보고읽는열세가지방법79
『월리스스티븐스시선집』,월리스스티븐스지음

R8현실직시,어쩌면비행접시기다리기88
『난장이가쏘아올린작은공』,조세희지음

R9기억의고고학100
『〈30주기특별기획이중섭전〉도록』,호암갤러리지음/『이중섭평전』,최열지음

R10책장이무너지거나바닥이내려앉거나108
『거대한뿌리』,김수영지음

R11다른방식으로보기,반문하기117
『다른방식으로보기』,존버거지음

R12나의정원으로127
『캉디드혹은낙관주의』,볼테르지음

R13어떤미래는오래지속된다136
『죽음을넘어시대의어둠을넘어』,전남사회운동협의회엮음

R14내책장의새빨간책들143
『아리랑』,님웨일즈·김산지음

R15잃어버린책의몽타주151
『카프대표소설선I·II』,김성수외엮음

R16그리사적이지않은책의사생활161
『행복한책읽기』,김현지음

R17문학은삶을구원하는가169
『익사지침서』,데이비드실즈지음

R18어떻게찾지,좋은기분을178
『삶은다른곳에』,밀란쿤데라지음

R19기억,기록,주석186
『글쓰기의영도』·『밝은방』,롤랑바르트지음

R20남아있지않은것들의목록197
『초록눈』,마르그리트뒤라스지음

M1기억의영지208
『현대한국문학단편선집』,브루스풀턴·권영민편저

M2최상의저자219
『옥쇄』,오다마코토지음

M3흑백영화에빠지다230
『우게쓰이야기』,우에다아키나리지음

M4꽃자주빛,잿빛,음지의빛238
『저기소리없이한점꽃잎이지고』,최윤지음/『불의강』,오정희지음

R21관계와단절의미학248
『어려운일이다I·II』,알프레도자르지음

M5세계가작동하는신비로운방식260
『이믿기지않는믿음의필요』,줄리아크리스테바지음

M6나만의『무서록』271
『무서록』·『먼지와그외의단편들』,이태준지음

M7별이늘어서다283
『만덕유령기담』,김석범지음

R22나는왜읽는가294
『위건부두로가는길』,조지오웰지음

R23책의유산,책의운명305
『순교자』,김은국지음

M8비켜서서볼때보이는것315
『역사와반복』,가라타니고진지음

R24낡은인공위성에서보낸교신322
『비상국가』,노순택지음

M9언어의가을과추락사이333
『영어시대,언어의추락』,미즈무라미나에지음

R25커넌드럼,코끼리사라지다342
『코끼리의소멸』,무라카미하루키지음

R26디아스포라의디아스포라354
『시의힘』,서경식지음

R27읽지않은책에대해말하기365
『읽지않은책에대해말하는법』,피에르바야르지음

추천의글376
감사의말377
도판목록382

출판사 서평

“나의가치관과세계관은상당부분책읽기를통해형성되었고,그렇다보니책은내삶의전부는아닐지라도매우중요한일부다.어쩌다보니햇수로24년째줄곧책만드는일로생계를꾸려가고있다.정확히말하면,책을디자인하는일이다.바깥세상과관계를맺거나교류하지않고도할수있는일인데다가내게는함께사는가족마저없는터라,일과쉼으로나뉜일과는의식적으로노력하지않는한극단적으로단조롭다.고작나와책의사생활에대해서쓸수밖에없는이유라면이유다.(…)만약누군가가이책을읽고자신의삶속에들어왔던책의기억을떠올리고그순간들을기록해보려한다면책을읽고만들다가쓰게된이로서무척반가울것같다.”
-「머리말」중에서

아름다운책의목록,
그이면에담긴개인의삶과시대의풍경

이창재가엄선한책목록은특히눈여겨볼만하다.지은이는『기억과기록사이』에싣고자삶에영향을준책을선별했는데그목록이결국감당할수없을만큼길어져서,초판을가지고있는책으로한정했다고한다.거기에책자체의물성과유의미함을고려하여목록을추가했다.『행복한책읽기』(김현)처럼우리에게익숙한책을비롯해『이믿기지않는믿음의필요』(줄리아크리스테바)같은비교적낯선책도있다.책자체로도한권한권의미가크고역사가깊으며,각각의매무새는미감을자아낸다.그뿐아니라지극히개인적인생애사부터시대정신을드러내는사회사에이르기까지,책에얽힌이야기의면면도흥미롭고공감대를불러일으킨다.

「R2시쓰며일하던아이들은어디로갔을까」에서지은이는미국에서아르바이트를비롯해닥치는대로해온일에관한경험을털어놓으며정직하게삶을드러내며글을쓰기란얼마나어려운일인지고백한다.「R8현실직시,어쩌면비행접시기다리기」에서는자기가족이‘난장이’는아니었지만,『난장이가쏘아올린작은공』(조세희)의‘난장이’가족과다를바없다고느꼈다는작가의고백에서삶의터전을다지고자분투하는이민자가족의현실을만날수있다.「R19기억,기록,주석」에쓴,‘기록’이라는이름을지닌지은이어머니이야기는특히인상적이다.『밝은방』(롤랑바르트)속겨울정원사진과지은이어머니의사진을겹쳐보여줄때는어머니를향한깊은사랑이느껴지며,어머니의가족사는우리네부모님의지난삶이어떠했을지더듬어보게한다.지은이가한권의책,한장의사진으로불러낸오랜기억과추억은독자로하여금곁에있는사람혹은떠난사람을아련히그리게할것이다.

한편「R7‘아무도아닌’이라쓰인글자를보고읽는열세가지방법」에서새로운언어가익숙지않아자폐아처럼자신을가둔지은이를밖으로꺼내준‘미스터어드만’이라는고등학교선생님과의만남을이야기할때는좋은교사,훌륭한교육이란무엇인지함께고민하게한다.그리고「R9기억의고고학」,「R13어떤미래는오래지속된다」,「R15잃어버린책의몽타주」등에서『행복한책읽기』,『카프대표소설선I·II』(김성수외엮음),『죽음을넘어시대의어둠을넘어』(전남사회운동협의회엮음)같은책을매개로민주화운동시기의기억을펼쳐낼때는시민이그시절을어떻게경험하고기억하고있는지느낄수있고,이땅을떠난이들에게도‘불의시대’가결코남의이야기가아니었음을알수있다.우리가겪은상흔은한국에뿌리를둔모든이에게지워지지않는역사다.또한「R23책의유산,책의운명」에서한국(계)작가의책으로는처음으로펭귄클래식시리즈에오른『순교자』(김은국)이야기에서는한국문학의현재와미래를가늠해볼수있고,「M4꽃자주빛,잿빛,음지의빛」,「M7별이늘어서다」등에서는코리아소사이어티를통해지은이가한국작가와교류하며문화적으로소통하는장면들도만날수있다.그외에도「M9언어의가을과추락사이」에서는『영어시대,언어의추락』(미즈무라미나에)을바탕으로언어의소멸과지속에관해말하면서공용어와소수언어,번역의문제등에고민거리를던지며,「R22나는왜읽는가」에서는조지오웰에피소드를통해미국출판역사의일면을만날수있다.

책을모으는사람,읽는사람,
그리고책을만드는사람의이야기

책에관한책은많지만,책을만드는사람의책이야기는흔치않다.이창재는책을모으는이,읽는이,만드는이로서다양한시선에서책에관한경험과생각을들려준다.「R10책장이무너지거나바닥이내려앉거나」에서지은이가목숨을잃을뻔한교통사고를당하고나서도『김수영육필시고전집』(김수영)를소장하려고애쓰는모습에서는간서치의면모를볼수있다.「M6나만의『무서록』」에서『무서록』·『먼지와그외의단편들』(이태준)을만들며번역자인재닛풀교수와소통하는장면에서는읽는이로서,또만드는이로서좋은책이무엇인지고민하는모습을볼수있다.책을향한지은이의깊은애정은관련전시로도이어지는데,「M7별이늘어서다」에서는『만덕유령기담』(김석범)을만드는과정에서발견한사진으로1905년부터1949년사이에태어난한국사진가13인의작업을미국에처음소개한〈삶의궤적:한국의시선으로바라보다,1945~1992〉전시를성사시킨일화가나온다.지은이는또한1944년박문서관에서3쇄를찍은이태준의『무서록』을포함해두명의고서전문컬렉터가소장한72권의귀한책들을보여주는전시도준비한다.〈문화유산:한국의책과표지1883~2008〉ArtifactsofCulture:KoreanBooksandCovers1883~2008이라는이름으로,서양의활판인쇄술이조선에들어온1883년부터125년간한국에서출간한주요문학서로한국문학과시각문화,출판역사를보여주는도서전시였으나아쉽게성사되지못했다.그러나이책에실린노순택·안옥현사진가가찍은사진과도서로구성한전시〈책의초상〉을다시기획했고,고양문화재단이주관한고양아람누리아람미술관‘2018책의해특별전’〈예술가의책장〉에참여하여『기억과기록사이』가출간되기전에대중에게이책실린사진을미리선보이기도했다.

「M1기억의영지」에서는9·11테러와개인적위기로,무너진건물잔해에갇힌듯절망하고있을때『현대한국문학단편선집』(브루스풀턴·권영민편저)같은책을만들며버텼다는이야기를들려준다.책만드는이로서의정체성과열정이지은이에게삶을버티는힘이되었음을알수있다.「M2최상의저자」에서는‘죽은저자가최상의저자’라는험한말을내뱉게하는저자와기쁨과보람을주는저자에관해말한다.출판인들이책만드는과정에서어떤고민을하는지,끝내한권의책을완성해내는원동력이무엇인지엿볼수있다.이꼭지에는함께책을만든후세상을뜬편집자동료에관한이야기도나온다.책만드는일은생명이나인류의운명을좌우하는“뇌수술이나로켓사이언스가아니”지만,출판인들이책을만드는과정에서일어나는일에때로는얼마나큰무게를느끼는지짐작하게한다.「M5세계가작동하는신비로운방식」에서는『이믿기지않는믿음의필요』디자인과정을통해지은이가생각하는디자이너의역할과북디자인의의미를말한다.지은이는북디자인은디자이너가예술을하기위한매개체가아니라,책이지닌고유한사유의세계로불특정독자를안내하는전문적인일이라고생각한다.특히표지디자인은책의콘텐츠를집약해가장중요한느낌이나분위기를본능적으로전달할수있어야만하고,이를위해서문맥/텍스트와맥락/컨텍스트를시각화해야만하는일종의번역과같은작업이라고말한다.이러한태도는지금까지만든600여권의책가운데유일무이하게예술처럼작업했다는『이믿기지않는믿음의필요』표지구상과정에서깊은고민을하는모습에서도여실히드러나며,「M8비켜서서볼때보이는것」에서『역사와반복』(가라타니고진)을만들며가라타니고진과표지디자인요소에관해갑론을박하고조율해가는모습에서도구체적으로엿볼수있다.

이렇듯이창재는한국에서읽은책과미국에서만난한국책,북디자이너로일하며만든책등그범주와성격이다른책에관한다채로운이야기를펼쳐낸다.먼지하나에도우주가담겨있다고하듯이,한권의책에는지은이,출판인,독자에이르기까지무한한세계가얽혀있다.이창재는누구보다각별한애정으로책과함께해온삶의이야기를,그에얽힌사람과세상의이야기를담담히풀어놓는다.지은이의기억과기록은,한없는기쁨과찬사로가득하지않으며종종무한한절망과고통이다.그러나이모든이야기가어려운일상사를극복해가는생활인의생애를기록한것이기에누구나공감할수있다.표지에실린책은지은이가사랑하는예술가알프레도자르에게선물받은전시도록『어려운일이다Ⅰ·Ⅱ』이며,이책의표제‘ItisDifficult’는윌리엄카를로스윌리엄스의시구를인용한것이다.이책자체가아름답기도하지만,책을쓰고만드는과정뿐아니라사람이살아가며마주하는세상사모두가‘쉽지않은일’혹은‘어려운일’이라는뜻에서지은이는이사진을표지이미지로선택했다.때때로고난이삶을엄습하고,관계는실망을안겨준다.그러나그속에서도책을읽고만들며분투한생애의기록은우리모두의삶이기억하고기록되어야할소중한시간임을느끼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