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12월,한양대학교출판부에서출간된『대중의국제정치학』의서문에서나는이렇게적었다.“국제정치는너무중요하기에학자들에게만맡겨둘수없다!”3년이지난지금도나는같은생각을한다.아니,오히려더욱확고해지고있다.특히이번글묶음을가로지르는큰주제를상기해보면더욱그렇다.『기후,환경,그리고우리 :정치외교학도들의이야기』라는제목에서알수있듯,금번저서는지구온난화에의한기후위기와환경문제를핵심주제로다루고있다.이는국제정치“전문가”로불리는특정한집단만의문제가결코아니다.직업,나이,성별,지역등인간사회의모든분절선들을넘어인류전체의문제이며,우리모두에게“실존적위협”이될수있는문제이다.지금,여기,그리고우리모두함께고민하고행동에나서야할문제인것이다.물론지구온난화와같은환경문제를논하는정부나기업의보고서혹은학자들의연구문헌들은이미다수출간된바있고,그것으로부터얻을수있는정보와교훈역시매우크다는것도사실이다.그럼에도학생들의시선에서분석하고,학생들의문제의식으로해법을찾아보고자하는시도는찾아보기매우어렵다.왜일까?파급력,전문성,효용성등많은이유를댈수있을것이다.보다근원적인차원에서나는,학생을지식의생산주체로인정하지않는,즉학생은강의실에서지식을습득하는수용자라는,통상적인우리네사회인식에그이유가있다고생각한다.
이러한통념에나는이렇게답하고싶다.그리고이답은2022년11월25일,개최되었던한양대정치외교학과“모의국회”축사에서내가한말의변용이기도하다.“일각에서는학생들이주도하는시민정치적접근에회의적인시선을보낼수도있습니다.“전문가”들에의해문제를푸는것이효과적이라는것입니다.세상이바뀌려면전문성이나권력을갖고있는전문가들이나정부가움직여야한다는전통적인시각이지요.물론학생주도의프로젝트로세상이당장바뀌지는않을것입니다.하지만분명한것이있습니다.그러한시민정치적고민과행동없이바뀌는세상도없다는것입니다.”
나는지식의생산자와수용자사이에우리(한국)사회가주조해놓은수직의그견고한다리를차근차근허물어,모두가생산자이며또한모두가수용자가될수있는얽힘의지식장이만들어지길바란다.그래서이다.2019년12월,출간된『대중의국제정치학』서문을다시금아래덧붙인다.지식생산의시민적주체로서학생들의저술작업은2019년에도,2023년도에도,그리고앞으로도지속될것이기때문이고,당시학생들과함께했던나의생각과마음이지금도변하지않았기때문이다.
“역사는너무중요하기에학자들에게만맡겨둘수없다.”영국의저명한역사‘학자’라파엘새뮤엘 RaphaelSamuel 의말이다.무슨뜻일까?새뮤엘이언급하고있는역사는과거에발생한사건들의집합으로써의역사가아니라그러한사건들에대한기억과기록,즉서술로써의역사를말한다.그리고이것이“너무나도중요”한이유는역사서술이과거에대한객관적재현을넘어현재를판단하고나아가미래를조망하는매우중요한지표가되기때문이며,이는다양한사회집단,민족,종교,국가들간의‘헤게모니’투쟁으로종종점화되곤하기때문이다.
어찌보면역사서술에서무엇을포함하고,무엇을배제할것인가,라는선택의질문은현실정치에서지속적으로발생하는헤게모니투쟁의출발점이라고할수있다.역사의서술주체가다양화되어야하는이유도바로여기에있으며,새뮤엘이역사를‘학자’에게만맡겨둘수없다고천명한이유도이것이다.제도권(즉대학이나연구소)에서역사를전문적으로전공하고연구하는역사’학자’들의역사기록과서술은물론중요하다.하지만그것이“너무나도중요한”역사를충분히포괄하고있다고할수없다.특히,국가중심,권력자중심의통상적인역사서술에서배제되어있거나주변부로내몰려있었던일반대중들은헤게모니라는장자체에발을들여놓지도못한채,그저주어진역사서술의한‘객체’로포섭되곤한다.이를극복하기위해서는바로그대중이서술의‘주체’가될필요가있는것이다.대중에의한,대중을위한,대중의역사서술이요청되는이유다.구술사,생애사,마을사등,생활세계에밀착한역사서술과역사재현이제도권의역사연구와함께활발히진행되어야만우리는비로소역사의무게를조금이나마감당할수있을것이다.
이러한문제의식이국제정치학에서도그대로적용되어야한다고,나는생각한다.“국제정치는너무중요하기에학자들에게만맡겨둘수없다!”특히나국제정치는권력자들간의헤게모니투쟁이일국적경계내부에머무르지않고전쟁,분쟁,경제위기,기후위기등초국적문제로국경을넘어수많은세계시민들의일상에직접적이며나아가존재론적인영향을끼치는영역이다.그럼에도일반대중은그저제도권학자들의연구대상으로만머물러있다.통상적인국제정치연구서에서사람과시민은잘보이지않는다.국가(혹은권력을행사할수있는소수의정책결정자)만이주요한분석단위로설정되어있을뿐이다.그러나국제정치가갖고있는엄중한일상적이고세속적인함의와파급력을다시금상기해보면연구와서술의주체가학자에서시민(대중)들로좀더확장될필요는명확해진다.
안보를예로들어보자.국제정치연구에서일반적으로이해되는안보는국가중심이다.즉국가를기본단위로하여이들간의군사적경쟁,긴장,위협,충돌의가능성혹은그것의관리및통제라는맥락에서안보연구가진행되는측면이크다.그리고여기서안보제공자와안보수혜자의관계는국가-국민으로단순일원화되곤한다.그러나이와같은전통적인안보연구에서는개개인의안보(불안)이무엇이지알기어렵다.그들은무엇에불안해하며,무엇에공포를느끼고,또한왜그렇게느끼는지,이러한질문들은국가중심적안보연구에서제기되지않기때문이다.그러나개개인이일상에서매일느끼고경험하는두려움,불안,폭력의종류,정도,범위는매우다르고그에대한태도와반응역시도매우상이하다.나아가만약모두가‘국가안보’가안보의핵심대상이라는점에동의한다하더라도,국가안보의의미가무엇인지,어떤가치가국가안보를구성하는것인지등에대한개개인의판단과느끼는감정은바로그개개인이어떤상황과위치에있느냐에따라크게다를수있다.이러한안보의“맥락구속성”혹은“위치구속성”을고려할때안보연구는국가중심에서사람중심으로,그리고전쟁중심에서일상과평화중심으로그초점을옮겨볼필요가있다.결국에안보란존재자가겪는위협,불안,두려움으로부터해방되는것을의미하며,그러한위협,불안,두려움은시민대중들의‘삶과터’에따라매우상이하게규정될수있기때문이다.”
본서에실린여섯개의장들은바로이처럼국제정치문제의해결을위해서는학계의내부가아닌그것의경계을넘어생활세계의다양한관점과내러티브가필요하다는전제를공유한다.요컨대국제정치지식생산주체의확장을앎과실천의핵심가치로삼고있는것이다.이를통해우리모두의실존적문제라고할수있는기후위기와지구환경이슈를시민주체인학생들의시선으로고민하고학생들의언어로풀어낸것이라고할수있다.
물론제도권의“전문가”들이작성한논문이나저서와비교해보면본서에실린학생들의글에완성도가부족해보일수도있다.그러나“전문가”처럼쓴다고무조건좋은글이라고할수도없고,그렇게쓴다고문제해결이더잘된다고보장할수도없다.이보다더중요한것은지구생태계의문제,글로벌환경의문제를나의문제로여기고,내가역능의주체가되어지식의생산자역할을적극적으로수행하는것이다.청년시민으로서,또한대중지식인으로서본서를작성한김주혜,류주연,박지연,이은서,조수민,한재승은국제정치의객체에서주체로한걸음나아갔다고,나는믿는다.물론그들의한걸음은작아보이고,걸음의속도는더디어보일수있다.하지만그러한한걸음들이차곡차곡쌓여조금은더평등하고,조금은더자유롭고,조금은더창조적인세계로나아가는길이만들어질것이라고나는확신한다.그길을함께걸어가고있는,그리고앞으로도함께걸어갈우리한양대학교정치외교학과학생들에게깊은감사의마음을전한다.
한양대학교정치외교학교은용수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