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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는 변곡점에 놓였다. 국가 발전과 국민의 순응과 통합, 상품 판매를 열망하는 자본과 국가가 주도하고 지식인과 언론이 부추기고 화폐 증식의 욕망과 문화민족주의, 쾌락적 소비에 기울어진 대중이 열광적으로 호응하면서 한류의 성과를 과대 포장한 면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한류가 아시아를 넘어 아프리카와 남미의 대중들도 여러 장르에 걸쳐 향유하면서 감동하고 의미를 공유하는 초국가적 문화현상으로 자리매김한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우리는 냉정하게 돌아보며 인류 문화의 진정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좀 더 창조적이고 건전한 한류의 길을 열어야 한다. 맹점이나 한계를 찾아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한류는 더 오랜 시간 유행한다고 하더라도 세계 예술과 문화에 별다른 족적을 남기지 못할 것이다. 한류의 맹점이나 한계는 무엇일까? '한류임에도 한국다운 정체성이 사라진 것', '한국 철학이 없는 것', '유럽/미국중심주의를 바탕으로 하거나 플랫폼 제국주의에 종속당하는 것', '체제에 포섭되어 저항성이나 부정성을 거세하고 탈정치/탈역사화하는 것', '문화민족주의가 강한 것', '가부장주의/반공이데올로기/소시민주의/능력주의/승자독식주의 등의 지배 이데올로기를 재현하는 것',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 서발터니티(subalternity)와 타자성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 이것이 보완되지 않으면 한류는 일시적인 유행으로 그친 채 결국 서양의 주류 문화에 포섭당하는 것으로 귀결될 것이다. 이제 한류는 분단모순 등 한국적 특수성을 바탕으로 압축적 근대화와 서구화 경험이라는 아시아적 보편성만이 아니라 불평등과 기후위기 극복 등 세계적 보편성을 종합하여 새로운 비전을 펼치는 대항문화로 나아가야 한다.
한류의 빛과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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