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인테로간스: 고대 그리스에서 시작된 질문들

호모 인테로간스: 고대 그리스에서 시작된 질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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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인간은 답을 찾기 이전에 물음을 던지는 존재이다. 2,500년 전 밀레토스의 해변에서, 아테네의 광장에서, 에피쿠로스의 정원에서 시작된 물음들이 오늘 우리에게 다시 묻는다. 죽음 앞에서 지혜란 무엇인가? 좋은 삶이란 어떤 삶인가? 나에게 달려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인공지능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시대에 인간다움의 본질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가? 이 책은 고대 그리스 철학이 던진 근원적 물음들을 따라가는 열다섯 편의 사유 여정(旅程)이다. 소크라테스의 백조의 노래에서 출발하여, 관조적 삶의 이상과 헬레니즘 현자들의 자기 수양 기술을 거쳐, 플라톤의 이상국가(理想國家)가 우리 시대에도 유의미한지를 묻는 자리에까지 이른다. 저자는 문헌학적 엄밀성과 해석학적 깊이를 견지하면서도, 고대의 지혜가 현대인의 삶에 어떻게 말을 건네는지를 탐색한다.
“반성하지 않는 삶은 인간에게 살 가치가 없다.” 소크라테스의 이 불멸의 명제는 단순한 격언이 아니라, 인간 존재의 본질에 대한 존재론적 선언이다. 우리는 완전하지 않기에, 오류를 범하기에, 그리고 각 생애 단계마다 고유한 한계와 씨름하기에, 바로 그러하기에 인간이다. 이 책은 그 불완전함을 부정하지 않고 응시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혜를 향해 나아가려는 모든 이들을 위한, 삶을 묻는 철학의 길잡이이다. 고대 그리스에서 시작된 질문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에게 유효하다. 왜냐하면 우리는 여전히 그리고 언제까지나 호모 인테로간스, 질문하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경이로움에서 싹튼 의문을 일깨운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견딘다는 것, 그것이 철학이다. 이 책은 고대 그리스 철학의 심원한 통찰을 오늘의 언어로 되살려낸다. 축적된 학문적 성찰의 물줄기를 한데 모아 사유의 깊이와 외연을 확장하는 열다섯 편의 에세이는 존재의 근원을 성찰하고 인간다움의 고양이라는 근원적 과업에 응답하려는 모든 이들에게 신뢰할 수 있는 이정표가 되어줄 것이다. 삶의 의미를 묻는 모든 독자에게 이 책을 권한다.
저자

임성철

한양대학교철학과를졸업한뒤,독일튀빙엔(Tübingen)대학교철학과에서학사·석사를마치고플라톤정치철학연구로박사학위를취득했다.현재경기대학교교양학부교수로재직중이다.저서로는DerεἰκὼςλόγοςinPlatonsTimaios,DieStrukturdesidealenStaatesinPlatonsPoliteia,『감각하는인간』(공저)등이있으며,번역서로는『플라톤읽기』,『플라톤의철학개념』,『플라톤철학을위한첫걸음』,『호모네칸스』(2027년출간예정)등이있다.연구논문으로는「고대희랍철학에나타난관조적생활이상의기원과의미에관한연구」,「플라톤〈동굴의비유〉의기원에관하여」,「에피쿠로스의신관(神觀)」,「이암블로스의〈태양의섬〉에나타난유토피아사상의철학적진실성과그현대적의미」등고대그리스철학과헬레니즘철학에관한다수의논문이있다.학술서평으로는슬레작,크래머,부르케르트,거슨,비스등서양고전철학주요연구자들의저작에대한해석학적고찰이다수있다.주된연구분야는고대그리스철학(플라톤),형이상학,윤리학,정치철학,종교학,신화학,해석학이며,최근에는뇌과학·진화생물학등과의학제적작업을통해고대철학의근본물음들을경험적차원에서재해석하는연구를수행하고있다.

목차

일러두기
저자서문-물음의불멸:인공지능시대,고대그리스철학이다시묻다

제1부 철학적삶의형식과관조의이상
 -죽음과삶,지혜와역사에대한고대그리스인들의사유
1.소크라테스가부른백조의노래는죽음앞에서어떠한지혜를드러내는가?
2.관조적생활이상은어디에서기원하며,그것은어떤철학적의미를지니는가?
3.헤라클레이토스에게서수학과로고스는어떤관계를맺는가?
4.고대그리스인은인간을어떻게이해했는가?
5.플라톤은역사를어떻게이해했으며,그의사상은역사철학에어떤의의를지니는가?
6.플라톤에게우연이란무엇이며,그것은그의철학체계에서어떤위상을점하는가?
7.고대그리스여성철학자들은어떤철학적목소리를냈는가?

제2부 헬레니즘사상의실천적지혜와내면성
 -나를다스리는삶의기술과관계의거리
1.고대인에게자기자신안으로물러남은무엇을말하며,그것은헬레니즘정신사에서어떤철학적·종교적지평을여는가?
2.노예철학자에픽테토스는폭정의시대에어떻게내적자유를쟁취했는가?
3.쇼펜하우어가말하는관계적딜레마는무엇이며,그것은어떤헬레니즘적기원을지니는가?

제3부 고대그리스사상의현대적적용과재해석
 -이상국가에서인공지능시대까지
1.플라톤과제퍼슨은정치철학에서어떻게조우하는가?
2.플라톤의이상국가는어떠한철학적전제위에성립하며,그것은오늘날에도유의미한가?
3.고대그리스인과현대인에게행복한삶이란무엇인가?
4.부르케르트는고대희생제의에서종교의생물학적기원을어떻게설명하며,그것은희생제의현상의해석학적이해에어떤통찰을제공하는가?
5.인공지능시대에자동화된낙원은어떤철학적질문을던지는가?

〈맺는말〉에앞서
맺는말:인간이라는이름의여정에부쳐
저자후기
고대그리스철학자연대표
고대그리스어알파벳읽기표
고대그리스어알파벳읽기유의사항

출판사 서평

인공지능(人工知能)이인간의사유를모방하고,알고리즘이우리의선택을예측하며,기계학습이창조의영역까지침범하는이시대에,우리는역설적으로가장근본적인물음앞에서침묵하고있다.무엇이진정으로인간적인삶인가?지혜란정보의축적인가,아니면존재의통찰인가?기술적전능(omnipotence)의시대에우리는과연자유로운가,아니면새로운형태의필연성에포획되어있는가?이러한질문들은새롭지않다.2,500년전(前)고대그리스철학자들이소요(逍遙)하던아테네의아고라에서,밀레토스의번화한항구에서,아카데메이아의숲속작은정원에서이미제기되었던물음들이다.그러나바로그오래됨이야말로이질문들의영속적힘을증명하는것은아닐까?실제로,시대의변천(變遷)속에서소멸하지않고매세대마다새롭게제기된다는사실자체가,이물음들이인간조건(conditiohumana)의구조적본질에닿아있음을방증한다.
현대기술문명은우리에게전례없는능력을부여했지만,동시에실존적방향감각의상실이라는대가를요구한다.우리는더많이알지만덜이해하며,더많이연결되어있지만더깊이고립되어있고,더효율적으로살지만덜의미있게산다.이러한현대성의아포리아(ἀπορία)앞에서,고대그리스인들이던진질문들은단순한역사적호기심의대상이아니라,우리시대의위기를진단하고치유할수있는철학적파르마콘(φάρμακον)으로기능할것이다.그들의질문은시간을초월하여우리에게도달하며,우리로하여금기술적진보의현혹으로부터한걸음물러나존재의의미를다시묻도록촉구한다.
이책의제목인‘호모인테로간스’(HomoInterrogans)는철학적인간학의오랜전통이형성해온개념적지형위에고유한의미론적위상을정립하고자한다.주지하다시피,서양사상사에서인간본질에대한규정은다양한개념적표지들을통해시도되어왔다.칼폰린네(CarlvonLinné)가인간종(種)에부여한분류학적명칭‘호모사피엔스’(Homosapiens)는-라틴어로‘이해하고분별할줄아는인간’,곧‘지혜로운인간’을뜻하는바-인간을인식과자기반성의능력을지닌존재로특징짓는다.그러나이명명을엄밀한의미에서이성적인식능력을인간의종차(differentiaspecifica)로규정한것으로보기는어렵다.이에반해,앙리베르그송(HenriBergson)은인간지성을도구제작과사용에특화된기능으로규정함으로써인간의기술적성격을강조했으며,이후막스셸러(MaxScheler)와한나아렌트(HannahArendt)는‘호모파베르’(homofaber)라는고전적개념을각기비판적·분석적으로정교화하였다.이개념은인간을도구의창안과사용을통해세계를형성·변형하는존재로이해하게하지만,동시에그러한이해의한계또한드러낸다.나아가,요한하위징아(JohanHuizinga)의‘호모루덴스’(homoludens),곧‘유희하는인간’은놀이를문화창조의원천으로파악함으로써인간학적지평을확장했다.
그러나발터부르케르트(WalterBurkert)가그의기념비적저작『호모네칸스』(HomoNecans,1972)에서제시한규정은이러한전통적인간학의낙관적전제들에대한근본적문제제기를함축한다.부르케르트에따르면,인간존재는,“호모사피엔스는호모네칸스인동시에호모세펠리엔스이다”(Derhomosapiensistebensohomonecanswiehomosepeliens)라는이중적규정으로파악될수있다.여기서‘호모네칸스’(homonecans),곧‘죽이는(살해하는)인간’이라는개념은희생제의(犧牲祭儀)를통해공동체를구성하고문화를창출하는인간의원초적폭력성을지시하며,‘호모세펠리엔스’(homosepeliens),곧‘매장하는인간’이라는규정은죽음을의식하고그에의례적의미를부여하는존재로서의인간을가리킨다.부르케르트자신도후기논문에서이러한인간학적규정의방법론적토대를재검토하면서,종교연구가아리스토텔레스적의미의“경이”(θαυμάζειν)에서출발해야하며,플라톤이『제7서간』344b에서제시한“상호비판을수반하는논변의제시와수용”(λόγονδοῦναίτεκαὶλαβεῖνἐνεὐμενέσινἐλέγχοις)이학문적탐구의본령(本領)임을역설한바있다.
그에반해이책의저자는이러한이중적규정이제3의본질적계기를전제하고있다고본다.인간이죽이고매장할수있는것은,그가먼저‘물음’을던질수있기때문이다.죽음을의식하고그것에의미를부여하는행위,희생제의를통해신성(神聖)과교섭하려는시도,이모든것은존재의근거와의미에대한근원적물음없이는가능하지않다.따라서‘호모인테로간스’(homointerrogans),즉‘물음을던지는인간’이라는규정은인간존재의다른모든규정들을가능케하는선험적조건으로기능한다.우리는묻기때문에죽임의의미를알고,묻기때문에매장의의례를수행하며,묻기때문에앎을추구한다.이러한의미에서물음은인간존재의존재론적근본구조이며,철학은바로이물음의체계적전개에다름아니다.
고대그리스인들이‘경이’로부터철학이시작된다고말했을때,그들은이미인간을호모인테로간스로파악하고있었던것이다.이책은바로그물음의계보학적탐구이자,물음을던지는존재로서의인간본질에대한해석학적성찰이다.